국민체조. 익숙한 말이다. 많이 해봐서. 하지만, 그 국민체조를 자신이 언제까지 해봤는지 떠올려보면 까마득한 과거로 돌아간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자주, 그리고 잘했다. 대부분이. 체육 시간이나 운동회 같은 것을 할 때면... 하지만, 중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해낸 사람들이 적거나 드물다. 대학생 보고 하라고 하면 코웃음부터 친다.
하지만, 이 국민체조는 보약 중의 보약이다. 단순한 준비운동만은 아니다. 운동 시작 전에만 하는 게 아니라, 하루 일과 시작 전이든, 일하던 도중이나 마친 뒤 이걸 해주면 효과는 놀랍다.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제 역할도 한다.
한마디로 전신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피로로 무거워졌던 몸, 굳어가는 몸, 소리 없이 삐걱거리거나 힘들어하던 근육과 관절들에 윤활유를 공급한다. 이 국민체조만 매일 해도 돈 들여 마사지니 뭐니 하는 따위 받을 일, 결단코 없다!
상태가 몹시 악화된 사람이 아니라면 이 국민체조만 꾸준히 해도 잔병은 사라진다. 육체적으로 건강해지고(근육, 관절, 뼈는 물론 내장 운동까지 시킨다) 몸이 한결 가벼워지면 맘도 가벼워진다. 현대인의 모든 병 밑바닥에는 스스로 맘을 무겁게 한 것(스트레스, 우울, 잡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국민체조, 2회 반복인데도 5분도 안 걸린다. 까맣게 잊었다면 어디서고 흔하게 관련 동영상을 구할 수 있으니,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그걸 보면서 하면 된다. 몇 번만 해보면 옛날의 그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
2. 남자들에게는 국군도수(맨손)체조를 권한다. 몸에 활기도 돋지만, 맘도 가벼워진다.
나는 군 생활 덕을 엄청 많이 봤다. 좋은 자리에서 편히 지냈다는 뜻이 아니다. 졸지에 병적카드에 '붉은 줄'을 달고 가는 바람에(비정상 입대 사유를 빨간색으로 써놓은 걸 말한다) 그야말로 최전방 부대의 뻬당까지 했다 '뻬당은 "뻬치카 당번"의 준말인데 내무반 난방용으로 막사 밖에 설치해 놓은 석탄 아궁이에서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며 불을 때는 병사를 말한다. 그냥 석탄이 아니라 석탄 가루인데 그것을 들것에 들고 나른 뒤 아궁이 앞에서 물에 개어 삽으로 떠서 붓고는 잘 타도록 지켜보면서 챙겼다. 이 불이 꺼지면 며느리가 솥 불씨를 꺼뜨리는 것 이상이었다. 불을 다시 피우기가 워낙 힘들어서 반나절 이상 내무반은 차갑게 식게 마련이니까.
사진: 뻬당의 모습. 이건 80년대의 발전형으로 조개탄과 화목이 있는 고급형(?). 화목은 불 피우기용 응급재. 60~70년대는 석탄가루를 반죽해서 쓰고 그걸 삽으로 떠서 넣은 뒤 일정한 두께로 잘 펴야만 불이 안 꺼져서 아궁이가 가로 1m, 높이 50cm 정도는 돼야 했다
사진: 안쪽 내무반 모습. 페치카 근방 자리는 고참 전용. 페치카는 러시아 식 벽난로를 이르는데, 군대에서는 '뻬치카'로 통칭했다. 뻬치카가 러시아 식 발음으로는 맞다. 노무현 대통령도 군 시절 이 뻬당을 했고, 그 경험이 내무반 난방 현대화로 이어졌다.
뻬당을 하면 옷은 물론이고 얼굴까지도 시커메져서 가족 면회가 오면 그걸 보고 가족들이 눈물을 훔치기 마련이라, 면회 오면 부대에서 임시로 새 옷으로 갈아입히기도 했다. 요즘엔 뻬당이란 말을 알아듣는 병사들도 없다. 요새 내무반은 최신식 냉난방을 한다. 제대 후 어쩌면 머물게도 되는 고시원 따위보다 백 배 낫다. 하기야 교도소도 요즘엔 겨울에도 내복 안 입고 지낸다.
뻬당은 같은 군인들이 봐도 하도 불쌍해서(상거지 꼴인지라) 취사장 등에 가면 밥도 조금 더 퍼줬다. 당시는 졸병들이 반 주걱이라도 더 얻어먹었으면 할 정도로 이른바 정량 배식이라는 게 늘 배고팠다. (고참이 되면 농땡이가 늘어나고 잠도 잘 안 와서 밥도 덜 푼다. ㅎㅎ). 요즘의 자유배식은 천국 풍경에 속한다. 그 바람에 결핍이 결핍된 젊은이들을 양산하기도 하지만... 멀쩡한 우산/신발/옷/책 등을 쉬 내버리기도 하고, 잊어버려도 신경 하나 안 쓴다.
삼천포에서 원위치!
군인들은 365일 내내 밤 10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난다. 이런 규칙적인 생활이 건강에 얼마나 좋으냐면, 입대 후 1년이 지나면 신병들 모두는 우량아가 된다. 말년 고참이 되면, 이런 규칙적인 생활에서 요런조런 핑계로 벗어나기 때문에 입대 전 상태로 돌아가는 이들도 많지만.
내가 제대 후에도 몸에 붙인 것이, 그리고 지금도 지키고 있는 것이 규칙적인 생활이다. 특히 자고 일어나는 시각 관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대한 지킨다. 티브이에서 아주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있어도 잘 시간이 되면 잔다. 규칙의 뚝은 잔 구멍 하나로도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받은 선물이 바로 국군도수*체조다. 군인들이 아침 6시에 일어나면 곧장 아침점호를 위해 연병장에 모여서 하는 게 이 체조다. (나는 군 생활 중 이 아침점호와 보초 근무를 거의 하지 않았다. 졸병 때는 뻬당이라 열외고 - 뻬당은 죽으나 사나 오직 뻬치카에 매달려 불 안 꺼뜨리는 게 목숨줄인지라 - 그 뒤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영어를 할 줄 아는 병사라는 혜택(?)을 받아 신분이 급상승하는바람에)
[*주: 도수(徒手)란 맨손을 뜻하는 일어 투인데, 국군맨손체조라 하면 한자 사이에 고유어를 무리하게 끼워 넣은 듯싶어서인지(한자어는 한자들끼리 결합하는 게 자연스럽다) 아직도 국군도수체조라는 말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체조는 국민체조에 비해 조금 더 씩씩하다. 동작에 힘이 들어가고, 작은 동작들이 국민체조보다는 더 들어가 있다. 그만치 운동 효과는 더 크다. 한마디로 사내답다. 또, 국민체조와는 순서 배치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국민체조에 익숙해진 신병들을 하루빨리 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첫 휴가 시험을 이 도수체조로 보기도 했다.
순서를 잊지 않기 위해서 '다팔목/가옆등/몸팔온/뜀팔숨' 등으로 외워서 하는데, 나는 지금도 그걸 잊지 않고 있다. 제대 후에도 매일 하면서 그 순서대로 해왔기 때문에 저절로 잊히지 않게 돼서다.
시간이 없거나 급한 몸풀이가 필요할 때는 처음 세 가지와 마무리 세 가지는 빼도 된다. 즉, '가옆등 몸팔온'의 6가지만 해도 온몸이 시원해진다. 이것들만 하는 건 1분 30초면 충분하다. '다팔목 ~ 몸팔온'까지 2회 반복 후 '뜀팔숨' 부분으로 마무리하는 데도 5분이 안 걸리니까.
백문이 불여일견이요,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실제로 해보시라... 하고 나면 온몸이 정말이지 제 자리로 돌아간 듯이 가벼워지고 전신에 기름칠이 된 느낌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무슨 일이고 힘차게 시작할 수 있다는 가뿐한 기분이 저절로 생긴다.
가장 큰 도움 내지는 효과. 삭신 쑤시는 일 전혀 없다. 자신이 무리해서 사건을 치기 전에는... 어깨 근육 굳는 일 없고, 목 디스크 따위는 얼씬도 못한다. 무릎 관절이 어쩌네 하는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똥배도 사라진다. (똥배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뜀뛰기다. 줄넘기를 즐기는 사람 중에 배 나온 사람 있다면 돈 한 가마니 내기 해도 좋다. 그다음이 허리 앞으로 굽히기.)
나는 지금도 허리 굽히기에서 힘을 안 쓰고도 그냥 팔이 발 아래로 15센티 정도는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지난 20~30년 동안 감기를 앓은 적이 없는데, 그것도 체조 덕분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코로나도 아직이다.
몸 효과만이 아니다. 맘이 그냥 가뿐해진다. 머릿속 찌꺼기들이 이 간단한 운동 하나로 어느 틈에 사라지고 없다.
이 운동은 꼭 남성용만은 아니다. 여군들도 한다. 국군도수체조 영상을 검색해 보면 오래 전 여군들이 촬영한 화면들이 많이 나온다. 여군 중 사관생도는 물론이고 하사관 후보생들도 이 국군도수체조를 그대로 한다. 아주 잘한다. 국군도수체조만큼은 완벽하게 남녀평등이다. ㅎㅎㅎ. 맨 아래에 여군들이 하는 동영상을 매달았다.
3. 국군도수체조 앞에서 긴장할 필요는 없다. 그냥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로 하면 된다.
아래 화면은 예비군 둘이서 아버님들을 위해 보이는 시범을 담고 있다. 등장 장면서부터 장난스럽다. 약간 어설프지만 재미있다.
그처럼 재이있게도 할 수 있다. 체조 따위를 하면서 긴장할 필요는 없다.
참, 이 체조를 할 때, 너무 씩씩해서 딱딱하기도 한 2박자 곡 대신에 흥겨운 음악을 틀어놓고 거기에 맞춰서 할 수도 있다. 즉 자기 나름대로의 변형인데, 해보면 재미있다. 모름지기 운동이고 뭐고 지 하고 싶은 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게 가장 좋은 법 아닌가. 잘하는 사람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ㅎㅎㅎ
4. 위에서 언급한 여군들의 국군도수체조. 여군들도 아주 쉽게 잘해 낸다
아래 동영상들에 들어 있다. 분리가 안 돼서 전체를 보인다.
참 이 자료의 아주 좋은 점은 국군도수체조의 동작 하나하나를 아주 친절하게 설명했다는 것. 그걸 읽으면서 그대로 따라 하면 정확한 동작을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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