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의 건강 관련 방송에서 알코올 중독증 관련 얘기가 상세히 나왔다. 나는 술꾼이다. 막걸리 애호파. 게다가 요즘은 매일 막걸리 한 병씩을 드신다. 그것도 점심 낮술로.
그런 터라 내가 그런 얘기를 하면 어떤 사람은 나보고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고, 나는 즉시(이의 없이) 맞다고 인정한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매일 막걸리 한 병을 해대면 그건 영락없이 중독자니까.
그런데, 어제 방송을 대하고서 께름칙하던 맘이 맑아졌다. 전문가들의 상세 설명(요즘 기준표)을 들으니 나는 경증 내지는 초기 단계로, 정상적인 사람들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출연자 중 한 사람은 즉석에서 2단계인 남용자임을 자백했고. ㅎㅎㅎ)
참 요즘은 알코올 중독자(의존증) 등을 포괄하여 '알코올 사용 장애'라 하고, 그걸 다시 3단계로 세분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미국정신의학회의 개정판 용어라나...
'알코올 사용 장애' 판정 기준의 3단계: 아래의 기준표에 자신이 얼마나 해당하는지 '보수적으로'(조금만 해당돼도 해당으로 치기) 판단하란다. 그리고 기준 해당 숫자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구분.
내 경우는 3번 하나. '갈망이나 강한 욕구'라는 표현에서 좀 갸웃거리게 되지만, 새벽~오전 일을 마치면 그런 수고를 한 나를 칭찬(?)한다는 명목으로 술 생각이 난다. 하지만, 치과 치료를 받는다든지, 음주하지 말라면서 주는 약 등을 먹을 때는 안 먹는다.
알코올 사용 장애의 진단 : 미국정신의학회의 DSM-5 기준
1단계. 알코올 사용 장애 없음: 기준 11개 중 1개 이하.
2단계. 알코올 남용(중등도 장애): 2~3개의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3단계. 알코올 의존증(중증 장애): 4개 이상 해당하는 경우. 금단 증상이 가장 특징적.
위의 표는 최신판으로 개정 5판(DSM-5). 일반인이 얼른 사용하기에는 구판인 DSM-4(아래에 보이는 것)가 편리하다.
내 경우는 막걸리 1병을 하다가 좀 부족한 듯하거나 안주가 남은 걸 핑계로 1.5병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두 병을 넘길 때는 한 달에 1번이 되거나 그 이하다. 또 알코올 의존증 상태이면 수면 장애도 필수품인데, 나는 되레 얼른 빨리 (수초 내에) 잠들고 잘 잔다. 해장국을 찾거나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참고] 우리나라의 음주 상황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음주와 관련하여 치료를 받는 '알코올 사용 장애자'가 150만 명을 넘긴단다. 이건 병원을 찾는 건강보험 환자 중 그 질병으로 분류된 이들의 숫자이고, 음주로 인한 다른 질환자들은 그 주된 병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빠진다고... 실제로 '알코올 사용 장애자'로 편입돼야 할 이들은 그 열 배 가량으로 봐야 한단다. 자그마치 1500만 명이다. 허걱!
적정 음주량: 우리 기준으로는 소주 잔 기준이 가장 편리
알코올 의존도 자가 진단
아래 표에서 '알코올 사용 장애자'라 함은 위에서의 3단계 중증 장애자(의존증 환자)를 말하고, '위험 음주자'는 2단계 중등도 장애자(남용자)를 뜻한다. 내 걸 체크해 보니 9점. 횟수에서 주 4회 이상이 되고 보니 대뜸 4점을 따고 들어간다. 그것참. ㅎㅎㅎ
[음주자 일화들 몇 개]
그렇다고 이것들을 상습 음주의 정당화 수법으로 악용들은 마시기를! 아래 분들의 생활 습관과 정신 가꾸기 측면들을 무시한 채 따라하기만 해서는 그냥 알코올 중독자의 말로로 직행한다!
1. 송해 샘(1927~2022. 96세 졸)
음주와 관련하여 남긴 선생의 명언에는 '소주는 병으로 마시는 게 아니야'가 있다. 병수 따위를 따지면서 먹는 게 아니라는 말씀. 80대까지도 지방 숙소(전국노래자랑 사회를 보려면 그 전날 아침에 도착하여 방송용 재료와 출연자들 사전 면담까지 챙기셨다)에서 저녁에 혼자 소주 2병을 항상. 그러다가 90대에 접어 들면서 1병으로 줄이셨다. 선생의 장수 비결은 마음 밝기 지니기, 차를 안 타고 걸어다니기 혹은 대중교통 이용하기, 즐겁게 살기, 이웃들 챙기기... 술은 삶 앞에서 즐거워하기와 덜어내기용으로. 주태+주사와는 전혀...
2. 영원한 배우 신구 선생(1936~. 현 87살)
'늬들이 게맛을 알아?'의 광고 문구로 새삼 널리 알려진 영원한 배우. 5~6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한자리(집)에서 소주 3병. 특징은 부인이 해주는 영양가 있고 맛있는 안주가 빠지지 않은 채로. 그러다가 2병으로 줄이셨다. 요즘도 현역 배우로 연극 무대에서 서신다. 음주 후 싱글벙글이 특징...
3. 지인의 부친 (명 불경 번역가. 73세 졸. 사인은 파상풍)
불교계에서 독보적일 정도의 명 불경 번역가. 80~90년대에 이미 원고지 장당 번역료 2만 원을 받으셨다. (일반 소설가들 고료의 열 배). 새벽 일을 하시고 점심 때 소주 1병. 낮잠 후 일어나 작업 후 저녁 때 다시 1병. 특징은 항상 안주가 소고기 육회.
하루 일과는 쳇바퀴처럼 일정했다. 새벽 4시 기상 후 재가 불자의 새벽 기도도 빠뜨리지 않았다. 체력 정정, 정신 말짱하시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사인은 파상풍. 당시 집 대문의 철문이 좀 문제였는데 그걸 바로잡으려 하다가 살짝 녹슨 부분으로 손가락을 다쳤는데,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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