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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는 1도 안 친한 나의 월드컵 사용 설명서: 그래도 매우 요긴하게 아주 잘 쓴다

갓 쓰고 서울 오다

by 지구촌사람 2022. 11. 2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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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는 1도 안 친한 나의 월드컵 사용 매뉴얼: 그래도 매우 요긴하게 아주 잘 쓴다. 어디서고 무엇에서고 기본이 으뜸이다 

 

축구와는 1도 안 친한 나

 

첫 겨룸인 우루과이와의 대결 시각이 어제(11.24.) 밤 10시부터라 했다. 하지만 나는 늘 그렇듯이, 어제도 8시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양귀비를 안고 있지 않은 한은 8시 전에 자고 02:00 시 무렵에 일어나니까. 

 

티브이 시청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규칙적인 수면. 수면은 내게 최선 최대의 무료 보양제다. 특히 빨리 잠들기에다 단잠+논렘 수면에 아직까지는 익숙하다. 게다가 그런 격한 경기 따위를 보고 있게 되면 괜히 흥분하기도 하지 않는가. 그 또한 손해. ㅎㅎㅎ. 7~8시 무렵에 중계하면 좀 보다가 잤겠지만... 하기야 우리 시각 7~8시면 카타르는 오후 1시~2시. 불볕 더위 시간대라 오후 4시로 늦춘 것이렷다. 

 

나는 보통 11시~12시 사이에 쉬를 하러 잠깐 잠이 깨는데, 어제는 그 시각이 11시 15분. 쉬를 하고 들어와서 티브이를 켜봤다. 후반전을 하고 있었는데 0 : 0. 나는 다행이라 여기고는 즉시 티브이를 끄고 잠을 이어갔다.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그 점수가 그대로 끝까지. 우리 팀이 아주 잘했구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보다 한 수 앞서는 우루과이 선수들에게 한 골도 안 먹으려고 그 얼마나 애를 썼을까 싶어지면서... 기사를 보니 우루과이 측의 골대 맞히기 불운이 계속 이어진 덕(?)도 컸던 모양이다. 우리의 골대가 12번째의 선수 노릇을 톡톡이 해낸 셈. 

 

사진: (좌) 상대 수비수의 거친 태클로 신발도 벗겨지고 양말도 찢어진 손흥민을 신발을 다시 신고 있다. (우) 카타르 교민 응원단 중에는 손흥민의 안와골절 치료 보호용으로 쓰고 나온 마스크를 쓰고 나온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은 아버지의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리'를 따라 하고 있는 아들. 저 어린애에게는 평생 남을 추억거리일 듯.

그런 내 선택을 두고 혹자는 그런 비애국적인 짓이 어딨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대한국민이라면 한마음으로 응원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스포츠 관전이야말로 150% 취미생활이다. 또 사람마다 제 좋아하는 스포츠가 다르다. 대부분 자신이 잘하거나 할 줄 아는 것, 해본 것 중심으로 좋아한다. 

 

제 할 줄 아는 걸 좋아하는 건 인지상정

 

나는 야구를 가장 오래 해 왔고 좀 하는 편이다. 특히 타율이 조금 높다. 장타보다는 안타 쪽으로. 몇 해 전 아는 후배들이 하고 있는 사회인 야구를 관전하다가 졸지에 운동장으로 끌려내려가 긴급 구원투수 노릇을 한 적이 있다. 팔 풀기도 제대로 못한 채,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고 무리한 탓에 그만 회전근개파열을 당해서 두어 해 고생하는 것으로 제대로 대가를 치른 적도 있다. 

 

사격, 볼링, 골프도 좀 한다. 비공식 실제 권총 실탄 속사 사격에서는 전 국가대표 출신의 형님 하나를 이긴 적도 있다. 지고 나자 그 형님은 경기용 권총과 달라서라고 투덜거렸고 삼세 판을 부르짖었지만 그는 전패했다. ㅎㅎㅎ. 

 

볼링도 예전에는 좀 했다. A시의 모 볼링장에 가면 퍼펙트(300점)를 기록한 이들의 명패들이 벽 위에 날짜별로 꽂혀 있는데 내 이름도 두 개 있다. 골프는 한국에 들어와서 ‘머리 얹는 날’[첫 경기를 그리 표현한다] 싱글을 쳤다. 

 

그 뒤로 딱 두 번인가를 치고는 다시는 골프장에 나가지 않는다. 한국 골프장에는 아마추어 졸부들의 이똥 냄새가 진동하는 곳들, 엄청 많다. 골프를 치면 저절로 신분 상승이 이뤄지는 걸로 착각들을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게다가 골프는 정식 올림픽 종목에 들지 못하는 결격 스포츠다(리우와 도쿄의 경우는 개최국이 1회적으로 종목 하나를 끼워넣을 수 있는 특전 덕분). 스윙 때 왼발을 진행 방향과 90도를 유지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자세여서 청소년의 신체 발달에 해롭다고 판정돼서다. 

사진: 골프는 스윙 후에도 왼발이 진행 방향과 90도를 유지해야 해서(그래서 그 자세를 고정시키기 위해 골프화 바닥에는 징을 박는다) 상하체를 비정상적으로 비트는 운동이다. 타력을 높이기 위해 어깨에 무리한 힘을 주기도 해서 프로골퍼들은 어깨 근육 통증도 달고 산다. 손목 고정도 비정상적으로(엄지가 다른 엄지를 누른 채로 스윙) 엄청 많이 해야 해서 통증은 기본이고 인대도 자주 고장난다.

 

라운드당 평균 4km 이상을 걷는 프로 골퍼들이 그처럼 몸에 좋은 걷기 운동을 하면서도 20대 초반부터 허리 통증과 무릎 관절 이상, 디스크 등으로 고생하는 건 그 때문이고, 프로 골퍼들의 평균 정년도 30대다(‘88년생으로 세는나이 35살인 박인비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골프를 표준형으로 치면 몸이 상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스윙 후 왼발 축을 공의 진행 방향으로 돌리는 변형이 대부분이다.) 

 

나는 수영도 네 가지 모두를 표준형으로 한다. 그중 배영에 가장 자신 있고(바다에서 반나절을 연속으로 한 적도 있다), 잠수도 좋아한다. 지금도 조금만 연습을 하면 1분 이상 물속에서 호흡을 참을 수 있다.

어디서고 무엇에서고 기본이 이긴다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무슨 스포츠의 귀재거나 개인 특별 교습을 받은 걸로 여길지 모르겠다. 전혀 아니다. 전부 독학이다. 개인 교습을 받거나 연습장에 가본 건 한 번도 없고, 오직 책에만 의존하고 기본에만 충실했다. 오직 기본과 원칙에만... 그리고 연습을 했다. 지독하게.

 

예를 들면 골프는 몇 권의 책자를 독파한 뒤, 거리(장타)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클럽이 공에 맞는 타면(맞는 면적과 각도)만 생각했다. 클럽 정중앙이 공에 정확하게 맞도록 하는 것, 그거 하나만 연습했다. 때로는 클럽에 은박지를 붙여 공이 맞는 부위와 강도를 점검하기도 했다. 내가 보내고자 하는 방향에 정확히 보내는 것, 그것 하나만 연습했다. 짧은 거리야 한 번 더 치면 된다. 프로라면야 그리 생각해서도 안 되지만 나는 아마추어.

 

장타 따위에 매몰된 초보들은 OB(out of bounds. 규정 경기 영역 이탈)를 내기 일쑤라서 벌타 먹고, 한두 타를 더 치는 게 기본이다. 그러니 그다음 플레이도 평온한 상태에서 하기 힘들다. 

나는 드라이버도 가볍고 짧은 것, 이를테면 여성용으로 쳤다. 가벼워야 내리 스윙을 할 때 가속도가 붙고 모든 타격의 근본은 힘이 아니라 가속도(f=ma)니까. 그래선지 요즘 일부 사람들도 전과 달리 가벼운 드라이버들을 찾는다. 나는 그걸 40년 전에 깨닫고 실천했다. 그 당시 국외에 머물 때인데 잠이 잘 안 와서 하룻밤에 300~ 400개의 공을 쳤던 것 같다. 박세리가 갯벌에서 하루 천 개를 치는 훈련을 엄한 아버지한테 받았다는 얘기는 한참 뒤에 들었다. 

 

볼링도 마찬가지. 남자들은 대부분 볼링공이 14파운드도 가볍다고 보통 15파운드 이상의 마이볼을 만들지만(대체로 ‘똥폼’용이다) 나는 12파운드로 했다(여성 프로볼러들도 최소 13파운드 이상이다). 하우스볼은 11파운드로 친다. 후크니 뭐니 하는(공을 던질 때 돌려서 던지는 것) 그럴 듯한 흉내는 절대로 내지 않고 오로지 얌전한 스트레이로만 친다. 그리 쳐도 프로볼러들도 실패하기 때문에 지레 포기도 하는 가장 고난도 스플릿이어서 '고약한 장모(mother-in-law)'라거나 '독사눈(snake eye)'으로도 불리는 7번-10번 핀 스플릿까지도 처리할 수 있다. 한 번의 내 퍼펙트 기록은 그렇게 해서 나왔다.

사진: 볼링 레인 구조와 핀 위치. 7번과 10번 핀 두 개가 남았을 때가 가장 어렵다. 프로볼러들도 자신만의 신기에 가까운 재주를 부려야 간신히 공략할 수 있다.

대신 나는 언제 어디서 플레이를 해도 공이 레인에 처음 통과하는 위치(그걸 에이밍 스폿, 또는 타깃 스폿이라 한다)는 똑같다. 내가 서는 곳만 정확히 가늠해서 바꿀 뿐이다. 내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공을 양손에 들고 섰을 때의 스탠스 위치(그걸 스탠딩 스폿이라 함). 

사진: 내가 가장 중시하는 에이밍 스폿(사진 가운데쯤의 삼각형 화살표로 된 것들). 나의 애용 포인트는 우측으로부터 네 번째 칸이 주축이다. 극단적으로 쳐야 할 때는 정중앙의 스폿을 사용하기도 한다.

볼링은 표준 폼이 어떠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내 폼은 선수급 이상으로 바르고 곧고 크다. 리듬을 타고 똑바로 걸어나가서 오른팔을 내 뒷머리 부근까지 올 정도로 크게 올려서 하강 가속도를 높이되 팔은 일직선으로 내려온다. 책에서 제시한 자세와 표준 방식을 100% 지켰다. 첫 공을 잡은 지 석 달 만에 첫 퍼펙트 기록을 했다. 퇴근 후 8시부터 어떨 때는 새벽 1시까지도 쳤다. 처음 출발은 부서 대항전에서 부서장인 내가 못 쳐서 지면 그 무슨 창피인가 해서 남 몰래 공부했던 게 그 시작이었다.

 

사격도 나는 표적지를 거의 안 본다. 죽으나 사나 가늠쇠(총구 쪽 총신 위에 뾰족 솟은 것)와 가늠자(눈쪽에 있는 겨눔 구멍)만 보고 그 정렬에(사격 용어로는 ‘조준선 정렬’) 항상 신경 쓴다. 격발 직전에도 한 번 더 보는 것은 그 조준선 정렬이지 표적지가 아니다. 그것만 제대로 돼 있으면 어떻게 쏴도 총알이 표적지를 벗어나는 법은 없다. 점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격발이다. 격발 때 이미 잘해놓은 조준선 정렬까지도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그때도 표적지는 아니다. 의식하지 않고 격발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고수도 어렵다. 그래서 호흡을 멈추고(흡기를 1/3쯤은 내뱉은 뒤) 속으로 하나둘을 세면서 1~2단으로 나누어 하는 방식이 가장 쉽고 효율적이다. 

 

내가 표적을 보지 말고 이 조준선 정렬만 제대로 하라고 몇 번 강조하자, 내 말대로 실탄 사격을 한 여성 한 분은 대뜸 90점 이상을 맞혔다. 묵직한 반동과 빠앙 하는 소리, 그리고 화약 냄새 때문에 남자들도 처음엔 깜짝 놀라는 그 무서운(?) 실탄 사격이 난생처음이었음에도... 그런 법이다. 참 나는 처음부터 양안(兩眼) 사격(두 눈을 뜨고 쏘는 것)을 했다. 어떤 책에 그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해서. 지금은 아마 거의 모든 사격 선수들이 양안 사격을 하리라 생각한다. 

 

사진: (좌) 가늠쇠와 가늠자의 위치. 모든 총에 공통이다. (우) 실제 사격 시의 가늠자(동그란 것)와 가늠쇠(뾰족한 것)

사진: 실제 사격 시의 조준선 정렬. 좌측처럼 목표물이 또렷하게 보이면(목표물에 집중하면) 명중률은 떨어진다. 우측처럼 흐릿하게 보여야(목표물에 덜 집중해야) 명중률이 높아진다. 장거리 사격에서는 목표물이 너무 흐릿하게 보이기 때문에 망원경(스코프)을 부착한다. 격발 전에도 집중해야 하는 건 조준선 정렬이고, 목표물이 아니다

 

 

사진: (좌) 권총에도 가늠자(앞쪽)와 가늠쇠가 있다. (우) 다만 소총과 달리 가늠자가 뭉툭(ㅂ 자형)해서 소총과는 달리 가늠쇠와 수평이 되도록 조준선 정렬을 한다. 권총은 특히 반동이 심하기 때문에 더욱 조준선 정렬이 중요하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한 손 사격은 그야말로 똥폼용이다. 반드시 양손으로 받치고 쏴야 한다. 다만 사격 선수들은 한 손으로 쏜다.

 

사진: (좌) 권총 사격에서 이처럼 조준선 정렬이 엉망이면 아예 표적지를 벗어난다. (우) 이 정도면 조준선 정렬이 비교적 잘된 편이다

사진: 경기용 소총과 권총. 경기용 권총에는 화약 권총과 공기 권총이 있다. 공기 권총은 압축 공기가 들어 있는 에어실린더가 있어서 총신이 두 개로 보이거나 크고 두껍다. 경기용 권총은 손잡이 부분이 일반 권총과 크게 다르다. 사용자의 손 모양에 맞춰 제작될 때가 많다. 경기용 권총은 지정 규격 내에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프로 야구의 방망이, 프로 당구의 큐대 등과 같다.

사진: 공기 권총이라 해서 화약 권총보다 싼 건 아니다. 진종오가 들고 있는 건 공기 권총이다. 진종오는 화약 권총과 공기 권총 두 종목 모두 능하다. 두 권총의 가장 큰 차이는 구경과 탄환. 공기 권총은 18(4.5mm) 구경이고 화약 권총은 22(5.6mm) 구경. 실탄도 공기 권총은 BB탄이고, 화약 권총은 일반 권총과 흡사한 실탄. 그래서 선수용 연습 실탄 관리도 매우 엄격하다. 공기 권총의 가늠자는 일반 권총과 달리 매우 높게 솟아 있다. 탄속이 조금 느려서 정확한 조준이 더욱 중요해서다. 모든 탄속은 공기 저항을 받기 때문에 최종 속도는 포구 속도보다 조금이라도 더 떨어진다. 탄속이 떨어지면 명중 오차도 커진다. 장거리 저격수들은 그래서 그 오차율을 감안하여 조정해서 쏜다.

[참고] 권총 등에서 흔히 구경이란 말을 많이 쓴다. 총구의 지름을 말한다. 클수록 일반적으로 파괴력이 크다(같은 구경이라도 매그넘 류는 파괴력이 한 급 위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22, 28, 38, 45구경인데 mm로는 각각 5.6/7.1/ 9.6/11.4 근처를 뜻한다. 22구경은 반동이 적고 가벼워 주로 여성 호신용으로 쓰인다(핸드백 안으로도 들어간다). 미국 영화에서는 요즘 96(또는 97)이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38구경을 뜻하는 말이다.

BB탄이란 재질의 이름이 아니라 산탄에 쓰이는 쇠구슬의 크기에 따른 구분이다. 쉬운 예로 B, BB, BBB의 순으로 지름이 커진다. BB탄은 지름이 4.57mm. 아이들이나 서바이벌 게임에 쓰는 BB탄은 쇠구슬이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이다. 그럼에도 공기 압출력이 높아서 근거리에서 사용하면 매우 위험하다. 총기에 따라서 플라스틱제 BB탄이 캔을 관통할 수도 있다. 아이들 장난으로 실명 사례가 생기기도 한다.

 

내가 좀 하는 스포츠들을 대하는 근본은 하나다. ‘기본에 충실하자’이다. 야구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이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 나는 그게 안타일지 아닐지를 거의 안다. 끝까지 공에 집중하는지가 95% 이상 관건이다. 나머지 5%는 그가 휘두르는 순간의 배트 궤적인데 자기 나름의 평소 궤적이라면 안타다. 공을 대충 보고 힘만 들여 방망이를 휘두르면 그건 100% 헛방이다. 장타를 의식하고 휘둘러도 헛방이 될 가능성이 90% 이상인 것이 그 순간 평소의 궤적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내가 몇 달 만에 싱글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보통 사람들은 최소한 2~3년 걸린다. 그것도 발전이 빠른 경우. 10년을 쳐도 핸디가 한자리 수(싱글)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이 80% 이상이다) 장타 따위는 잊고 그저 오직 클럽의 정중앙에 공이 맞도록 신경을 써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것만 목표했다. 

거기서 조금 더 노력한 것은 스윙을 할 때 최대한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훈련이었다. 힘껏 때리는 게 아니라 빠르게 내리치기... 그래서 나는 클럽 대신에 무거운 검술용 목도(木刀. 물에 가라앉는 흑단 목재로 만든 것)를 빠르게 내리치는 연습을 병행했고, 그 결과 목도보다 훨씬 가벼운 클럽을 빠르게 내리치는 데에 크게 효과를 봤다. 볼링이나 사격 역시 나는 끝까지 기본에만 충실했다.

 

엉뚱한 이야기가 길었다. 축구 얘기로 원위치!

경기 해설위원은 인생 해설가일수록 오래 기억된다 

 

그처럼 야구 등과 친한 내게 축구는 무척 생소하고 생경한 편이다. 마치 여성들이 야구장엔 가도 축구장은 잘 안 찾는 것과 흡사하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하면 여자들이 귀를 막는다는 것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축구와는 영 친하지 않다. 메이저리그 야구는 코 박고 보지만, 제아무리 유명한 해외 프로 축구 경기라 해도 그걸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번 월드컵 축구 중계에 목숨(?)을 건 방송국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이번 경기는 SBS가 FIFA로부터 한국 내 중계권을 사서 그걸 다시 KBS/MBC 등의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그 계열사들과 케이블 스포츠 방송 쪽에 재판매해서 이뤄진다. 거기서 시청률 확보를 위한 지상파 3사의 경쟁은 불꽃 튀길 정도다. 각 방송사의 돈벌이(광고 수익)와 직결되니까.

 

며칠 되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김성주/안정환 커플의 MBC 중계 조가 단연 톱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중계에 대해서 가장 불만이 많은 건 이른바 광팬인 축구매니아급들이다. 지나치게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며 각개 선수들에 대한 최신식 소식 등에서 자신들보다 못하다는 그런 생각들까지 해서다.

 

하지만 시청률은 그런 전문적 상세(詳細) 지식 과시로 올라가진 않는다. 소수보다는 다수를 위한 편하고 재미있는 방송 쪽이 인기다. 선수들의 개인사나 에피소드, 실수담 등이 시청자를 더 즐겁게 한다. 차범근/박지성 등이 해설위원으로 나와도 시청률이 보답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스포츠를 그냥 재미있게 즐기려는 쪽에서는 개개인의 기량이나 점수보다도 그 성취나 실패 과정 등에서 자신의 삶과 관련되는 것을 하나라도 얻게 되기를 바란다. 해설위원의 말 한마디 등을 통해서 그걸 얻으면 대만족이다. 

 

일례로 야구 해설위원들이 즐겨 인용하는 요기 베라*(1925 ~ 2015)의 야구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until it's over)’는 이제 야구를 넘어서서 어디서고 통하는 명구가 되었다. 요기 베라의 명언에 필적하는 국산품은 고 하일성(1949 ~ 2016)위원의 “야구, 몰라요”다. 이 말에 ‘야구’ 대신 ‘인생’이든 뭐든 대입해도 말이 되는 말이 되었다. [*註: 요기 베라는 1946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여 통산 358개의 홈런을 쳤고 생애 평균 .285의 타율을 기록했는데 ‘54~55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MVP로 뽑혔다. 당연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저 위의 명언이 너무 뜨는 바람에 책자 제목으로까지 쓰인 또 다른 명언 '보면, 엄청 많이 보인다(You can observe a lot by watching)'(2009)는 덜 알려졌다. 이 말은 우리의 ’백문이 불여일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말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우리의 명언, ’아는 만큼 보인다‘도 된다. 진리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

사진: 요기 베라의 숨은 명저, <(자세히) 보면 엄청 많이 보인다>

모든 경기는 인생의 축소판

 

(링에 오를 때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프로 데뷔 후 37연승에 19연속 KO를 기록했던 전설적인 복싱 선수 마이크 타이슨(1966~. 통산 58전 50승 (44KO) 6패 2무효)의 말이다. 이 말은 요즘 새해 첫날이면 이런저런 계획이나 다짐들을 세우지만, 일상에 매몰되어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야구 규칙 중 매우 특이한 룰 하나가 있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규정이다. 스트라이크 아웃(삼진 아웃)이면 아웃이지, 왜 아웃이 아니냐고? 이것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였지만 그걸 포수가 잡지 못하거나 포수가 잡기 전에 땅에 먼저 닿은 경우를 말한다. 이때 타자는 아웃이 아니다. 그래서 주심이 스트라이크라고 소리 쳐도 타자는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야 한다. 1루에 도달 전 포수나 야수에게 터치를 당하면 그때 비로소 아웃이 된다. 삼진 판정임에도 포수가 타자의 꽁무니에 글러브나 공을 대고 찍는 건 그 때문이다. 그때 타자가 재빨리 1루로 뛰어 달리면 때때로 세이프가 되기도 한다. 특히 땅에 닿은 공을 포수가 얼른 잡지 못했을 때...

이건 우리 인생에서도 흔히 벌어진다. 누가 봐도 명백한 비세/실패지만 거기서 절망/좌절하지 않고 일어서서 달리는 사람은 이뤄낸다. 인생 역시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이다, 누구에게나.

 

모든 경기는 인생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그걸 어떻게 바라보고(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자신의 정신적 양식으로 삼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특정 순간에 주목하는 이도 있고, 경기 과정 전체를 요약하여 감동을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모든 경기에서 재삼 재사 확인하게 되는 진리는 딱 하나다. ‘기본 지키기가 이긴다. 기본이 뼈대이자 받침대이고 끝까지 가게 한다. 그래서 기본은 아름답다’이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미국의 여성프로골프협회(LPGA)에서 선수들의 복장 관련 규정 하나가 추가됐다. 경기용 유니폼으로는 지나치게 화려한 무늬/색깔이나 팬티가 노출되는 짧은 스커트 ... 따위를 입지 말라는. 그걸 만들게 된 이면에는 한국 선수들의 공(?)이 컸다고 들린다. 한국의 KLPGA에서 패션 자랑을 해대던 게 은연중에 습관이 된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 와서도 그리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면 좀 뭐하지만, 우리의 골프장엘 가면 여자들은 운동하러 나온 게 아니라 마치 패션쇼에 나온 듯만 하다. 진한 화장은 기본. 여러 해 전 꿈의 구장인 페블비치에 갔을 때 끼어든 두 한국 여인의 골프클럽 가방은 천만 원이 넘는 명품들이었다. 두 여자의 핸디를 합치면 30도 훌쩍 넘긴다. 한국 식의 ‘기브(OK)’인 컨시드나 멀리건*을 수없이 줘도... 당시 두 여인은 돌싱녀들이었는데, 지금까지도 여전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유나 까닭 없는 돌싱녀들은 없다. [*註: 컨시드(concede)는 그린 위에서 퍼트 하나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거리일 때, 그걸 1타로 인정하고 다음 타수를 면제해 주는 것. 멀리건은 티업을 할 때 OB로 들어가거나 공을 잃어버리거나 했을 때 벌타 없이 다음 스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모두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만 인정되고 시합 전 양해가 이뤄져야 한다.] 

제사보다 제삿밥에 더 신경 쓰는 이들은 그 자신의 제사에서 그 꼴이 난다. 똥폼 잡기가 몸에 배면 경기를 망치고, 끝내는 인생도 망친다. 스포츠 경기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가장 큰 가르침 중의 하나다. 내 생각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 溫草 최종희(25 Nov.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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