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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452] 고정관념 뒤집어 보기: 생일날 미역국은 자기가 먹지 말고 어머니께 바치자. 잊지 말고, 꼭!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22. 12. 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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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452]

고정관념 뒤집어 보기: 생일날 미역국은 자기가 먹지 말고 어머니께 바치자. 잊지 말고, 꼭!

 

‘너 오늘 미역국 먹었니?’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퇴짜를 맞았니(=물먹었니)?’를 뜻하기도 하지만, 2. ‘너 오늘 생일인데, 누가 미역국은 챙겨줬니?’라는 의미도 있다. 같은 미역국인데 이처럼 좋지 않은 뜻과 좋은 뜻이 겹쳐 담겨 있다. 

 

생일날 먹는 음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린 미역국을 먹지만 중국은 국수를 먹는다. 장수면(長壽麵)이라는 이름처럼 오래 살라는 뜻으로. 서양에서는 생일 케이크를 먹는다. 달의 여신이자 출산의 신인 아르테미스에게 바치는 제물이 서양 떡인 케이크였다. 전 세계에서 생일 음식으로 미역국을 먹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그런데, 요즘 생일 풍습을 보면 생일 케이크가 빠지지 않는다.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고 노래를 한 뒤 생일 당사자가 촛불을 불어 끄면 박수로 호응하는 게 축하 잔치의 대미다. 그런 판인데 거기에 굳이 미역국이 필요할까.

 

이 미역국은 본래 산모들이 먹었다. 피를 맑게 하고 수유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하지만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인 것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쉬운 예로, 오랫동안 우리의 따라 하기의 표본이었던 중국에서는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였다.

 

생일은 자신이 태어난 날이다.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벌이는 인생사의 2대 사건은 탄생과 사망인데, 세상에 태어날 때 그걸 알고 태어난 이는 아무도 없다.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고생해낸 이는 어머니이고, 자신은 그 덕택에 멋도 모르고 그런 세상 밖으로 그냥 쑥 나왔을 뿐이다. 

 

그런 생일날 생일 케이크를 먹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 대신 미역국은 그런 애씀 끝에 자기를 낳아주신 어머니께 받치는 게 옳다. 미역은 철분, 칼슘, 요오드 성분이 풍부해 피를 맑게 해준다. 연로하신 분들에겐 그처럼 좋은 식품도 없다. 

 

그저 흘러내려온 풍습을 따라 생일 음식으로 미역국을 떠올리는 것, 이젠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생각 없이, 그다지 의미도 없는 일을 그냥 따라 해 온 일일 뿐이므로. 그 대신 그걸 어머니께 두 손으로 받쳐올리는 새 풍습을 만드는 건 어떨까. 자신의 생일날 효도 하나를 확실하게 몸으로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다. 효도란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몸수고로 해내는 게 최고이고, 그래야 실제로 효도도 실물로 이뤄진다. 나이 드신 분들일수록 실물 현장이 최고다. 백 번의 전화보다도 한 번의 찾아뵙기가 나은 것처럼. 생일날 미역국은 자기가 먹지 말고 어머니께 바치자. 잊지 말고, 꼭!

 

그러면 덤도 생긴다. 미역국을 안 먹으면, 위의 ‘미역국을 먹다’에 들어 있는 안 좋은 뜻(물먹다)을 피해 갈 수도 있다. 어머니는 미역국을 '드시는' 거지 '먹는' 건 아니니, 당연히 오해에서도 자유로우시다. ㅎㅎㅎ.

 

-溫草 생각[28 Dec. 2022]

[여담] 이런저런 미역국

1. 볶은 미역국

 

미역을 참기름에 볶은 뒤 고기(좌)나 황태(우) 등을 넣은 것. 나는 안 좋아한다. 향이 강한 참기름 때문에 식재료의 고유한 맛이 줄어들어서. 나는 비빔밥이나 나물 무침 등에서도 최소한의 참기름이 들어간 걸 좋아한다. 참기름이 많이 들어가면 고소함은 늘어나지만 식재료 고유이 삽상한 맛이 확 줄어든다. 황태미역국은 참기름을 아주 적게 넣는 편이 미역과 황태 모두의 맛을 살리는 것 같다.

내가 제일 질색하는 것은 볶은 미역을 넣고 굴까지 넣은 것. 나는 생굴 외엔 먹지 않는다. 바닷가에서 직접 따서 생굴을 먹어 온 사람들은 익힌 굴은 굴로 여기지도 않는다. 그만큼 맛 차이는 하늘과 땅.

2. 맑은 미역국

 

나는 이 맑은 미역국, 볶지 않은 미역을 넣은 걸 좋아한다. 거기에 새우가 아주 조금 들어간 것도 좋다(좌). 맛이 깔끔해서. 대신 새우를 많이 넣으면 노 굿... 들큰해져서. 뭐니 뭐니 해도 좋은 미역을 적당히 잘 불려서 맑게 끓인 게(우)나는 제일 좋다. 미역 고유한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다만, 질이 좋은 미역과 그렇지 않은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단점은 있다. ㅎㅎㅎ

[하모니카 연주] <어머니의 마음>

https://youtu.be/Do0BDBwwB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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