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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우리말 겨루기> 최종 종합편 + <우리말 겨루기> 형식 변경 안내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23. 11. 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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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우리말 겨루기> 최종 종합편 + <우리말 겨루기> 형식 변경 안내

 

어제(2023.11.6.)의 한국 본선을 끝으로 그동안 5회에 걸쳐 방송된 <글로벌 우리말 겨루기>의 대장정이 그 막을 내렸다. 이와 관련된 이모저모를 무순으로 대강 훑어보기로 한다.

 

일부 내용은 앞서 두어 번 다뤄진 것들과 중복될 수도 있는데,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한 차원에서다. [전반적으로 살펴본 프랑스 편은 이곳에 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3232358546

 

□ 이것저것 이모저모 잡설

 

- 참가자들

 

파리, 카이로, LA, 호치민의 세종학당에서 우리말을 공부하고 있는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현지를 찾아가 예선전을 벌여 2명씩을 선발했다. 이렇게 해서 뽑힌 8명이 한국에 왔다.

 

- 세종학당은?

 

세종학당은 세종학당재단이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데, 현재 전 세계 6대주에 걸쳐 244개가 있다. 각각 아메리카 32개, 아시아 139, 유럽 57, 아프리카 12, 오세아니아 4개소가 있다.​

 

이 세종학당을 관할하고 있는 세종학당재단은 명칭은 재단이지만, 문체관광부 소속의 공공기관이다. 전 세계의 한국어 학습과 한류 문화 전파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 기관이다. 중국의 공자학원(孔子學院)을 벤치마킹했지만, 현재의 활동은 중국의 그것을 능가한다. ​

 

운영 방식은 독립형/연계형/협업형으로 세 가지인데, 앞의 두 가지는 국외 현지 운영기관이 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직접 받고 정산하는 방식이고 마지막의 협업형은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어떤 것이든 재단에서 직접 한국어 교사를 파견하여 운영하는 방식은 아니고, 교재 제공(또는 교재 제작 지원)이나 학습 도구 지원 등은 한다. ​

 

간접 지원도 한다. 현재 KOICA(한국국제협력단, Korea Int'l Cooperation Agency)에서 현지 수요에 따라 파견하는 한국어교원들이 세종학당에 배치되어 교육 봉사를 하기도 한다. 속칭 '한국어교사'로 불리는 이들은 국립국어원 주관으로 시행하는 한국어교원 자격증[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이들로 대졸자의 경우는 열심히 했을 때 최단 기간 1년 내에 딸 수 있다.

 

- '거점세종학당'이란?

 

휘하에 많은 세종학당을 거느리는 총괄 지역 본부 형태의 세종학당으로 보면 된다. 일례로 첫 방송 촬영이 이뤄졌던 '파리거점세종학당'은 서유럽·남유럽 9개국의 21개 세종학당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신규 학당 발굴·교원 재교육·현지 진출 국내기관과의 협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거점 세종학당은 인도네시아, 미국, 베트남, 프랑스에 있고 프랑스 파리의 세종학당이 가장 최근에 거점 세종학당으로 지정되었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우리말

사진: 최종 화면에서 제작 지원 기관으로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이 화면 하단에 나오고 있다

위의 그림을 보면 협찬 기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 약칭)와 세종학당재단이 나온다. 세종학당재단은 위에 언급한 대로 문체부 소속 기관이다. 그럼 여기서 이런 의문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말 보급이 주업무인 곳이 어째서 교육부 소속이 아니고, 문체부 소속인가 하는...

 

짧게 줄이자면 우리말 관련 사업에서 교육부가 졌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크게 보아 우리 문화의 일부’라는 명분 싸움에서도 졌고 힘 겨루기에서도 졌다. 권력층의 뒷배 봐주기 내지는 비호(庇護)가 교육부보다는 당시의 문공부/문화부 쪽으로 기운 탓도 컸다. 28대 장관 최병렬(재임 기간: 1988.12.05.~1990.01.02.)은 당시 민정당 의원으로 정무수석을 거쳐 문공부 장관을 시작으로 3개 부처의 장관을 맡았던 정권 실세 중의 하나였고, 그 뒤를 이은 이어령 29대 문화부 장관(재임 기간: 1991.12.20.~1993.02.25.)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88올림픽 개막식에서 지금도 전 세계가 기억하는 굴렁쇠 소년을 등장시켜 주목을 받았던, 노태우 정권 시절의 사랑받는(?) 실세였다. [노태우의 이력 중에는 초대 체육부장관(1982.3.20. ~ 1982.4.28.)도 있다]

 

그 바람에 우리말 연구소라 할 수 있는 국립국어원조차도 문체부 소속 기관이 되었다(1991.1.3.) 1984년 5월 10일에 설립된 문교부 산하의 국어연구소가 그 뿌리였음에도... 그리고 그 후유증은 표준어 관리 기관이기도 한 국립국어원이 교육부와 친하지(?) 않게 되어 교과서 내의 우리말 표기에서조차도 엇박자를 내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 어제는 <우리말 겨루기> 방송 20돌이 되는 날이기도

 

현재의 프로그램이 명실상부한 우리말 전문 프로그램으로 자리하게 된 것은 2003년 11월 5일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된 뒤부터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의 일이다. 당시는 코미디언이었던 정재환(1961~ )이 사회를 봤는데, 그 우리말 관련 사회자 경험이 그를 만학도로 이끌어 40대에 박사 학위(한글학회 관련 분야)를 따고 현재는 성대 특임교수(교양 한국사)로 활약하고 있다.

 

□ 어제의 참가자들

 

이 게시판에서 지난주에 이미 소개했던 각국별 우승자들을 다시 보고 가자.

사진: 한국 본선 참가자 4팀 8인의 예고편 영상

 

 

사진: 창덕궁 관광 후 찍은 전체 기념 사진

사진: 이집트 조. 둘 다 치과 계통이 공통점. 사라는 한국 드라마로 한국어 공부하여 현재는 한국어 의료 통역사. 마야르는 제주도로 와서 해녀가 되고 싶다고...

사진: 미국 팀. 오렌은 한국 노래, 특히 아이돌 쪽에 빠삭. 헤일리는 한국어 글쓰기에서 우승하여 한국에서 어학 연수를 받는 장학생(?)이 되었다.

사진: 프랑스 팀. 리마는 한국의 보자기와 매듭에 심취된 골수파. 파리에 오방색 보자기를 갖고 있기도.

사진: 떰은 참가자 중 유일한 청일점. 베트남도 우리처럼 성을 먼저 적는다. '쩐'은 한자어 陳에서 온 성씨. 중간 이름은 상징적이고 진짜 이름은 맨 뒤에 오는 떰과 응옥이다.

- 응원 열기

참가자들 못지않게 이들을 응원하는 한국인 지인이나 체류 중인 자국인들의 열기도 무척 감동적이었다.

사진: 마농을 응원하는 한국인 친구 박보원

사진: 베트남 팀의 응옥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선배들

- 이것저것 소묘

 

사진: 이집트 팀의 사라 바르크

사라는 한국어 공부를 한국 드라마를 통해 공부했다고 했다. 모든 외국어 공부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이기도 하다. 모든 언어는 귀에 제대로 들릴 때 그 학습 효과가 가장 높다.

쉬운 예로 우리나라의 대졸자들은 최소한 8년 동안 영어를 배운다. 하지만, 외국인의 영어 앞에서는 얼굴이 빨개지거나 쩔쩔맨다. 무슨 소리인지 귀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곤 힘들게 알아들었어도 그걸 영어 시험 식의 문법을 갖춰서 작문하느라 바쁘고 쩔쩔맨다. 그러곤 해낸다는 게 콩글리시를 꺼내드는 일이다. 어린아이들을 보자. 유치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이 우리말을 못해서 밥을 굶거나 투정 하나도 못 부리는 일이 있던가. 또 다른 쉬운 예로 예전에 필기 시험인 토플을 거쳐 유학을 떠난 이들이 첫 한 학기 동안은 엄청 고생을 했다. 안 들리니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서. 하지만, 그다음 학기부터는 잘해 냈고, 과 수석이나 우등생이 되어 장학금도 받았다. 영어가 귀에 들리게 돼서였다.

이집트만 해도 중학교를 나오면 간단한 생활 영어는 한다. 그래서 외국인 회사의 운전기사 노릇도 하고 관광 가이드도 한다. 태국이나 동남아에서는 고교를 나오면 무역 회사의 직원 일도 해낸다. 사우디의 강골파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85년생. 38세)는 중동 국가의 왕자들이 관례적으로 가곤 하던 영국 유학을 가지 않고 자국 대학을 다녔다. 사우디의 킹 사우드 대학 수석 입학에 전체 4등 졸업을 해낸 실력파이기도 하다. 그의 고급한 우회적 비유의 영어 표현은 미국의 유수한 시사 잡지에서 이따금 멋진 고급 유머의 표상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사라는 경상도 사투리는 물론 한국인도 알아듣지 못하는 제주도 말까지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제주도 말로 '맨드롱 홀 때 호로록 들이싸 붑서'는 뭔 뜻일까 하면서. 사라는 '맨드롱 홀 때'를 '식기 전에'로 의역했지만, 이 말을 직역하면 '따뜻할 때 후루룩 들이마셔 버리세요'다.

같은 팀원인 마야르는 한 수 더 떴다. 제주도 해녀와 물질도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이집트 치과 의사와 한국의 제주 해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즉각 해녀 쪽을 선택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도 뭔가를 이뤄낼 재원이었다. 뭔가를 해내는 사람은 그 싹부터 다르다. 시선이 남다를 때 남다른 선택을 해내고 그걸 이뤄낸다.

이런 두 사람이 최종적으로 승리의 월계관을 쓴 것은 그러므로 필연이기도 했다.

사진: 우승을 거머쥔 두 사람

 

사진: 미국의 헤일리 콜

미국 현지 촬영 때 헤일리는 박완서 작가와 작품 <그 많던 싱아는 다 누가 먹었을까>를 언급했다. 박 작가의 가시덤불 헤치기 식의 젊은 시절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자전적 소설인데 그 안에 미군 부대 PX의 초상화부에서 같이 일했던 박수근 화백과의 조우담도 살짝 들어가 있다. 박 화백과의 그 시절을 집중적으로 그려낸 게 그녀가 세는나이 40에 작가로 등단하게 된 <나목>이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이 바로 그 작품이다. 습작기 한 번 없이 단숨에 1200매를 써내려갔는데, 훗날 기자가 그걸 묻자 '책만 많이 읽으면 습작 따위는 필요없어요'였다.

박 작가의 그 작품을 읽고서 한국 문화와 한국 역사에 관심하게 되었다는 헤일리는 그 뒤 한국어 글쓰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한국에서의 한국어 공부 장학생 혜택을 받게 되었단다. 그녀가 한국 생활을 마친 뒤엔 어쩌면 우리는 그녀의 얼굴을 이 땅에서 다시 대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생각이 제대로 꽂히고 그 외길을 묵묵히 걸어간 사람은 크든 작든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

- 점수 관리와 새옹지마

어제의 겨루기에서 단연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 팀이었다. 1주일 전의 내 글에서 예상한 대로였다. 그들의 실력을 지레짐작한 것은 우리말 공부에 대한 절실함의 정도에서 다른 팀들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읽혀서였다. 공부란 절실한 필요성의 정도에 따라 그 성과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 것이기에.

하지만, 그 절실함이 지나쳤다. 우선 네 팀의 획득 점수 변화를 살펴보기로 한다.

한때 850점으로 우뚝 섰던 점수가 550점까지 내려갔다가 결국은 700점으로 정리되었다. 우승에의 간절한 바람이 초조감을 부추겨 자꾸만 성급하게 누름단추를 누르게 만들어서다. 자그마치 7번의 오답 행진을 자초했고, 그사이 이집트 팀은 차분하게 점수를 쌓아나갔다. 한자어 문제였던 '입동'에서 숱한 오답을 하게 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베트남 팀이 '동입'까지 간 것을 그걸 뒤바꾸라는 진행자의 귀띔에 미국 팀이 '입동'을 맞힌 것이 도리어 이집트 팀을 도왔다.

여기서도 조급한 누름단추 누르기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거듭 깨닫게 해준다. 그건 한국인들끼리 겨루는 '우겨'에서도 똑같다.

- 한국어의 위상: 국력과 한국어의 위상은 비례한다

마지막으로, 국력과 한국어의 위상은 비례한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아이돌 가수들의 부상이나 한류 드라마 등의 보급으로 급증하고 있다. 음식 등을 포함시켜 그걸 'K-컬처'로 포괄하기도 한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단순한 문화의 보급/전파만으로는 어렵다. 'K-컬처' 역시 국력이 뒷받침될 때 제대로 번진다. 국력이 빠지면 뿌리 시원찮은 한때의 문화가 되어 언젠가는 고사하게 된다.

카이로에서 세종학당 수강 신청 대기자가 2천여 명 가까이 된다는 것이나 하노이 쪽에서의 한국어학과 입학을 위해서는 수능에서 만점을 맞아야 할 정도라 하는 반가운 얘기들의 이면에는 전 세계 속에서 달라져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이 있다. 그것들이 뒷배가 되고 있기에 우리말 공부에 대한 열기는 일시적이 아닐 수 있게 된다. 일례로 베트남에의 최대 투자 국가는 한국이다. 중국의 까다로운 규제와 간섭과 달리 경제 활동 환경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중국 철수 업체가 베트남으로 기수를 틀 정도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 공장에 취업하면 이른바 '대박'에 든다.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베트남에서의 한국어 위상을 드높인다.

□ 우리말 겨루기의 새 형식: 십자말풀이가 없어진다

지난주에 간단히 언급했듯이, 이 <글로벌 우리말 겨루기>가 끝나고 <우리말 겨루기>가 방송될 때면 지금까지 주된 방식이었던 십자말풀이가 없어지고 새 형식을 선보이게 된다.

그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바로 오늘 그 새로운 방식으로의 첫 녹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녹화는 방송 13일 전에 이뤄지는데 그것으로 추정하면 첫 방송은 20일이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이 글로벌 우겨 제작 전에 제작한 연예인 특집도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

여하간 '우겨'로 돌아가 이어질 방송에 대한 궁금증들이 지대하지만, 그 첫 방송 때까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온초 최종희(7 Nov.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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