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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썩열 덕분(?)에 돌아보는 우리말: 내란죄 ‘수괴’와 내란죄 ‘우두머리’ 그리고 '영수(領袖)'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25. 1. 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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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썩열 덕분(?)에 돌아보는 우리말: 내란죄 ‘수괴’와 내란죄 ‘우두머리’ 그리고 '영수(領袖)'

못된 짓을 하면 '수괴(首魁)'가 된다

전 세계로부터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한 모범 국가'로 꼽혀 오던 대한민국에서, 국가​천인공노(天人共怒)하고 신인공분(神人共憤)할 계엄령을 장난감 칼처럼 꺼내어 휘두른 최악의 21세기 대통령 윤석열. 녀석은 몇십 년에 걸쳐 쌓아온 대한민국의 국격을 단번에 끌어내렸다.

윤썩열의 내란죄 이야기가 나오면서 동시에 선을 보인 게 '내란 수괴' 또는 '내란 우두머리'라는 표현이다. 처음에는 ‘내란 수괴’가 우세하다가 요즘에는 ‘내란 우두머리’로 거의 통일되다시피 하고 있다. ​

실은 이 두 말은 같은 말이다. 그런데 왜 '내란 수괴'가 '내란 우두머리'로 바뀌었을까. 이 말들의 뿌리는 우리 형법 87조에서 비롯했다. 그 형법 87조는 다음과 같다.

제87조(내란)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

3. 부화수행(附和隨行)*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참고: ‘부화수행(附和隨行)’은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만 따라서 그가 하는 짓을 따라 행동함’을 뜻하는 말로서 흔히 쓰는 ‘부화뇌동(附和雷同.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임. 준말은 '뇌동')’과 비슷한 말이지만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이 하는 그대로 따라서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줄여서 ‘부화(附和)’라고도 한다. 이번 윤석열이 저지른 내란죄에서 김용현 등 4인방은 2항의 중요 임무 종사자로, 나머지의 실무 수행자들은 3항의 부화수행자로 처벌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내란 우두머리’는 이 87조 1항에 나오는 ‘우두머리’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예전에는 이것을 ‘수괴[首魁]’로 표현해 왔다. 그러다가 어려운 한자어 법률 용어를 쉬운 우리말 표기로 바꾸는 작업*[법제처가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수행해 온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이 진행되면서 ‘우두머리’로 바뀌었다. 즉 '내란 우두머리'는 곧 예전의 '내란 수괴'와 똑같은 뜻인데, 오래도록 입에 익은 말이 법률 용어가 '수괴'인지라 아직도 내란 수괴라는 표기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참고: 모든 법령의 단순한 용어 순화 변경 작업도 법령별로 제정 절차와 똑같이 개정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 법령을 제/개정할 때는 법제처의 자구 검토 과정을 거치게 하여 이를 효율적/실체적으로 시행해 온 덕분에 현재는 1500여 개 이상의 법령 정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줄여서 '알법') 사업이라고 한다.]

이 ‘수괴[首魁]’는 ‘괴수[魁首]’라고도 하는데, ‘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를 뜻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두목’이나 ‘원흉’과도 이웃사촌 관계다.

​이참에 우두머리와 관련되는 우리말 공부를 조금 해보기로 한다. 못된 짓을 하는 패거리들의 우두머리로는 ‘수괴/괴수/원흉/주모자/두목’ 등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뜻을 갖는다.

수괴[首魁]/괴수[魁首]: 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 [유]두목/우두머리/원흉

원흉[元兇]: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의 우두머리.

주모자[主謀者]: 우두머리가 되어 어떤 일/음모 따위를 꾸미는 사람.

두목[頭目]: ①패거리의 우두머리. ②예전에, 무역을 목적으로 중국 사신을 따라온 베이징 상인.

선악과 무관한, 중립적인 우두머리들도 있다

위와는 달리 중립적인 의미를 갖는 다음과 같은 말들도 있다. 예컨대 임꺽정의 활약상을 다룬 드라마들에서 ‘두령(頭領)’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도둑 무리의 우두머리에 대한 선악 판별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의적(義賊)으로 이끌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두머리: ①물건의 꼭대기. ②어떤 일/단체에서 으뜸인 사람. ≒두취[頭取]

두령[頭領]: 여러 사람을 거느리는 우두머리. 또는 그를 부르는 칭호.

수령[首領]: 한 당파/무리의 우두머리.

*영수[領袖]: ①여러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 ②장로교에서, 조직이 아직 갖추어지지 아니한 교회를 인도하는 임시 직분. 또는 그런 사람.

과두[寡頭]: 적은 수의 우두머리. ¶과두정치

대장[大將]: ①한 무리의 우두머리. ②어떤 일을 잘하거나 즐겨 하는 사람의 놀림조 말. ③장성 계급의 하나. 중장의 위.

[참고: 우두머리를 뜻하는 '영수[領袖]'는 의미상 領首로 표기해야 할 듯하나, 아니다. 이때의 領은 옷깃 영, 袖는 소매 수로서 옷깃과 소매를 뜻한다. 옷에서 가장 때가 잘 타고 닳는 곳이어서 (중국에서) 신분이 높은 이들은 그곳에 금으로 장식을 하여 오염과 마모를 막았다. 그로부터 유래한 말인데, 이처럼 옷소매나 옷자락 등에서 유래한 말로는 ‘영수(領袖), 후예(後裔), 연몌(連袂)... ’ 등등의 말들이 있다. 이것들은 따로 정리하여 별도로 올릴까 한다.]

 
 
 

사진: 청나라 황제(좌)와 황후(우)의 상의. 옷깃과 소매의 처리가 다른 부분들과 다르다. 그만치 신분이 높은 이들일수록 특별히 옷깃(領)과 소매(袖)에 신경을 썼다.

우두머리를 뜻하는 우리말의 접두사 ‘도[都]

우두머리의 의미를 지니는 한자어 접두사가 있는데 ‘도[都]’가 그런 역할을 한다. 이 ‘도[都]’를 붙이면 ‘도목수[都木手]/도십장(都什長)/도사공(都沙工)’ 등에서처럼 가장 높다는 뜻이 더해진다. 예전에 쓰이던 ‘도마름[都-]/도사음[都舍音]/도방자(都房子)/도집사(都執事)’ 등에 보이는 도[都]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그중 ‘도마름[都-]’은 ‘도사음[都舍音]’이라고도 하는데 마름(지주를 대리하여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 農監)의 우두머리를 뜻한다. 도유사[都有司]란 말도 가끔 들을 수 있다. 요즘도 향교/서원/종중 등에서 시향제(時享祭. 음력 10월에 5대 이상의 조상 무덤에 지내는 제사)나 고유제(告由祭. 중대한 일을 치른 뒤에 그 내용을 적어서 사당이나 신명에게 알리는 제사) 등을 지낼 때 그걸 주관하는 우두머리를 이르는 말인데, 도유사 바로 아래의 지위는 상유사(上有司)라고 한다.

민속 분야에서 유래하여 가장 널리 쓰이고 말로는 ‘도꼭지[都-]’가 있다. ‘꼭지’는 본래 ‘딴꾼(포도청에서 포교의 심부름을 하며 도둑 잡는 일을 거들던 사람의 비하칭)’의 우두머리를 이르던 말이었는데, 그 의미가 발전하여 현재는 ‘도꼭지[都-]’가 ‘어떤 방면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사람’ 곧 ‘일인자/제일인자/챔피언’ 등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예전에는 거지들의 우두머리도 ‘꼭지’로 불렸다.

전문 분야의 우두머리들 호칭은 일반인들에겐 낯설다

이런 계통, 곧 거지나 딴꾼, 재주꾼 등을 이끌던 우두머리를 이르는 말들도 다음과 같이 전문화(?)돼 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아주 낯선 편이다. 사극을 쓰는 극본가들조차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쓰면 낭패를 본다. 사극 <임상옥>에서 초기에 남사당패들을 이르는 말들에서 잠깐 뒤엉키기도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왕초[王-]: (속칭) 거지ㆍ넝마주이 따위의 우두머리.

곤두꾼/살판쇠: 땅재주꾼의 우두머리.

꼭두쇠: 남사당패의 우두머리.

덧뵈기쇠/덧보기쇠: 탈놀이꾼의 우두머리.

꼭지: <歷> 거지/딴꾼의 우두머리.

상쇠: 두레패나 농악대 따위에서, 꽹과리를 치면서 전체를 지휘하는 사람.

뜬쇠: 1.남사당놀이에서, 각 놀이 분야의 우두머리. 2.=상쇠

그 밖에 다음과 같이 분야별 우두머리를 뜻하는 전문 용어들도 있다.

행수[行首]: ①한 무리의 우두머리. ②한 활터를 대표하여 한량(閑良)을 거느리는 우두머리.

십장[什長]: ①일꾼들을 감독ㆍ지시하는 우두머리. ②<歷> 병졸 열 사람의 우두머리.

접장[接長]: ①보부상의 우두머리. ②<歷> 동학에서, 접(接)의 우두머리.

원융[元戎]:/대융[大戎]: 군사의 우두머리.

사람이 온갖 업역에서 떼를 지어 살다 보니 저절로 그 떼나 무리의 우두머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른바 리더다. 리더/지도자는 앞장서서 전체를 이끄는 선도자(先導者)다. 선도자(先導者)는 제대로 잘 이끌어야 하는 선도자(善導者)여야만 한다. 윤썩열과 같은 못된 오도자(誤導者)를 다시 뽑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溫草 최종희(22 Jan. 2024)

다음 편에서는 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대로, 사람을 뜻하는 말로도 쓰이는 옷소매/옷깃 등과 관련된 ‘영수(領袖)/후예(後裔)/연몌(連袂/聯袂)’...등을 살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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