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BS의 <우리말 겨루기>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다.
감탄사로서 '바람/경축/환호의 느낌으로 외치는 말'은 무엇일까요? 여러 오답들이 나온 끝에 '만세'를 답한 이가 정답을 가져 갔다.
정답인 만세[萬歲]는 '바람/경축/환호 따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두 손을 높이 들면서 외치는 말에 따라 행하는 동작'을 뜻하는 명사이기도 한데, .'만만세[萬萬歲]'는 ‘만세’의 강조어다.
이 만세에는 같은 한자를 쓰는 만세2[萬歲]도 있는데, '①영원히 삶. ②귀인, 특히 천자/임금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만수무강[萬壽無疆]'은 이로부터 나온 말인 '만세무강[萬世無疆]'과 같은 말이다. ①의 의미로는 비슷한 말로, '만수, 영생, 천세' 등도 있다.
중국 사극을 보면 황제의 대관식 등에서 신하들이 '완쓰이, 완쓰이, 완완쓰이' 하면서 만세 삼창을 하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이때의 '완쓰이'가 곧 만세(萬歲)의 중국어 발음이다. 이 중국의 문화적 지배에 물들어 있던 조선에서의 국왕의 대관식 때면 '천세, 천세, 천천세'로 그 격을 알아서 낮추어야 했다. 즉 '만세'는 황제만 쓸 수 있었고, 변방의 왕들에겐 '천세(千歲 )'만 허용되었다.
KBS의 <우리말 겨루기>로 돌아가서...... 그때 오답의 하나로 '야호'가 나왔다. 이 야호는 일반인들이 아주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한데, 그 기원을 알면 무척 재미있는 말이기도 하다.
야호는 본래 외래어인데, 이제는 순우리말로 인정된 토착종이다 우선 야호의 사전 뜻풀이를 보자.
야호: 등산하는 사람들이 서로 부르거나 외치는 소리.
이 뜻풀이에 어원의 의미가 살짝 담겨 있는데, 본래 이 말은 스위스 산악인들 사이에서 구조 신호로 쓰였다. 즉 오늘날의 SOS 신호를 대신했던 말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산에 올라 야호! 소리를 내지르는 건 호연지기의 표출이나, 지상에서 내내 막혀온 숨을 힘차게 내지르는 게 아니라 "날 좀 살려주세요!"가 된다.
이 야호의 어원 관련 글을 읽다가 나의 웃음 수류탄에서 핀이 뽑힌 적이 있다. 야호 설명을 잘해 나가다가 이런 문구가 그 뒤에 덧붙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 우리 서바앙니~임, 야호!! (방 안에서 나오는 이 소리는 뭔 시츄에이션?)". 여러분들이 스스로 그 답을 찾아 보시기 바란다.
위의 이야기와 관련된 상세판 글은 이곳에 담아 놓았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0062240561
오늘도 크게 웃고 시작하는 하루들이 되시길 바란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온초 최종희(24 Aug.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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