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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선물

[1事1思] 단상(短想)

by 지구촌사람 2013. 4. 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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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思]                         만우절 선물

 

  울 집 공주가 친구들과 놀다가 안경이 걸쳐진 코 근처를 맞았다. 물론 친구의 실수로. 그러자 공주는 아픈 코를 감싸쥐고는 말했다.

  -아이고 아파라. 이거 내 코도 아닌데.

  그러자 그 옆에 있던 0진이라는 순발력 좋은 사내 동급생이 이렇게 받더란다.

  -그랬던 거야? 그럼 그 성형은 망친 거야!

 

  오늘 아침 식탁에서 전해들은 공주의 무용담(?)인데, 이것은 최 진 모친의 다음과 같은 활극 무용담에 뒤이어 나온 얘기다.

 

최 진 모친 : 진아. 너 오늘 학교 가거든 담임선생님 찾아가 봐. 네가 뭘 잘못했는지, 너하고 좀 할 얘기가 있다고, 선생님께서 문자를 보내 왔더라. 너 뭐 잘못한 것 있니?

최 진 : (잔뜩 긴장해서 머뭇거리다가) 있긴 있어요.

최 진 모친 : 뭔데?

최 진 : (모깃소리로) 나중에 얘기할게요.

 

  평소 식탁에서 숟가락과 젓가락 운동이 엄청 날렵하던 공주가 그 뒤로는 눈에 띄게 동작이 굼뜨기 시작하더니, 밥을 1/3이나 남기고 그만 먹겠다고 했다. 한 그릇 먹고서도 두어 숟갈 더 뜨곤 하던 녀석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 모친이 크게 웃어댔다. 그러더니 하는 말.

  -야, 최 진. 오늘 만우절이야. 선생님한테서 그런 문자 온 거 없어. 그런데... 너 뭘 잘못하기는 했구나. 뭔데? 친구하고 싸웠니?

  공주의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였고, 그다음 나온 짧은 얘기는 친구와 교실에서 좀 다툰 일이 있었단다.

 

                                                          *

  그 뒤의 풍경? 어쩌다 한번 찔러본 거짓말에 정통으로 걸려 죄상이(?) 들통 난 최 진의 행각보다는 그런 만우절 거짓말을 절묘하게 던져 낚은 최 진 모친의 행운(?)에 대해 투덜거리는 공주의 원망을 두고, 함께 크게크게 웃어대는 일로 이어졌다.

  그러고서 나온 것이 저 맨 위에 소개한 공주님의 무용담이다. (물론 공주는 코 성형 따위하고는 거리가 멀다.) 공주의 그런 멋진 사건(?) 얘기를 나는 오늘 아침에 처음 들었다. 그리곤 한마디 했다.

  -공주야. 엄마한테서 배울 게 여러 가지지만 그 중 하나는 저런 기가 막힌 유머 감각과 순발력이다. 아빠는 엄마의 발끝에도 못 따라간다. 그런데, 아까 얘길 들으니, 네 순발력이 0진이 녀석보다 한 급 높은 것 같구나. 엄마 덕분인가?

 

  아내의 유머 감각은 참으로 엄청(?)나다. 왕고수다. 타고난 순발력을 밑천으로 해서, 거기에 유머가 가세하기 때문에 감히 따라잡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야말로 내 실력은 ‘쨉’도 안 된다. 오늘 들은 공주의 무용담에 조금이라도 보답할까 싶어서, 내가 꺼낸 얘기란 게 겨우 이런 정도였다.

  -아빠는 어제 오후 내내 안방에서 애인하고 지냈다. 둘이서 몸을 맞대고서. 울 애인은 알몸이었고...... 싱글이* 아줌마하고 말이야.

  내 말이 끝나자, 두 뇨자덜이 합창으로 뭉갰다.

  -아유... 써어얼~~~렁! 아유. 춥다 추워!!

  [*싱글이 아줌마 : 우리 집의 11살짜리 처녀 아줌마 몰티즈의 이름]

 

                                                         *

  아무래도 공주의 실력은 이제 제 엄마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듯하다. 참으로 좋은 일이다. 모전여전! 사실 그 엄마의 실력이란 것도 어찌 보면 장모로부터 전수받은 듯도 하니까.

장모의 즉흥 유머 실력은 (여러 번 소개했듯) 참으로 놀랍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 하나.

 

  어지간해서는 한 해에 한 번도 감기를 앓지 않는 아내가 한번 걸리면 며칠을 작심하고 앓는데, 그런 때였다. 장모가 아내의 상태를 궁금해 하면서 전화를 해왔고, 내게서 농담이 나갔다.

  -장모님. 집사람이 이제 중고품이 됐는지 자꾸 고장이 나네요. 어떻게 애프터서비스 좀 안될까요?

  장모의 즉답 : 이 사람아.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끝난 지가 언젠데... 그냥저냥 고쳐 써!

 

  그게 1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런 장모님이 가신 지도 이제 1년 하고 넉 달이 지났다. 하지만, 장모님의 유머는 지금도 여러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모두들 한결같이 그분의 유머 감각을 첫손꼽는다.

 

  사람은 가도 유머는 남는다. 만우절 날 오랜만에 아침 식탁에 출현한 거짓말 덕분에, 돌아보는 선물이다.

                                                                                [1 Apri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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