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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모스크바에다 오줌을 눌까 말까

[여행]다른 나라 기웃거리기

by 지구촌사람 2011. 6. 16.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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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다 오줌을 눌까 말까 [2007년 7월]

 

 

남자들이 제대할 때, 정문을 나오자마자 돌아서서 하는 말이 있다.

- 이누무 동네에다 대고 내가 다시 오줌이라두 누나 봐라.

  내가 꼬추를 떼어내고 말쥐... 쓰바.

 

오죽하면 그 죄없는 동네까지 싸잡아서 그런 소리를 해댈까.

그 만치 고달펐던 군대 생활을 오줌에다가 실어서 (오줌두 먼 죄여...)

요약하곤 했다. 그것도 대물림되는 고참들 하는 말투를 고대로 베껴설랑은.

(다른 어법도 많고 많은데 말이쥐)

 

(엉뚱한 소리지만, 나는 졸대로 그런 소리 안 했다.

왜냐,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군생활 기억처럼 소중한 게 없어서다.

다시 돌아가라면 되돌리고 싶은 서너 가지 시절 중 하나로

군대생활을 꼽을 정도로, 그 시절 참 좋았다.

 

잡것 하나 섞이지 않았던 듯싶은 純正한 의식,

짜임새 있는 시간표 (나는 먹고 자는 시각들이 왔다갔다 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들 하나조차도 아까워하던, 아니 많은 시간들을

빼앗기듯 하니까, 내가 맞이하는 조각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던지... 

하기야, 내게는 생소하기만한 고시과목들 책자를 처음 잡아본 게

군대시절이기도 했다. 그것도 어느 뇨자가 꼬드기는 바람에. 히.

그 덕분인지 먼지 몰라도 제대하던 해, 3개월후 처음으로 응시했던 행시 1차에

덜컥 합격하기도 했고... 엉뚱한 잡소리는 요기서 뚝.)

      

모스크바를 향해서 다시 오줌을 눌 것인가, 말 것인가로 돌아가자.

 

                                                           

모스크바 공항 출입국심사장 앞이다.

대체로 Immigration이라고 적혀 있지만

저 눔덜은 Passport Control이라고 번역해놓고 있었다.

하기야, 정신 빠지지 않거나 먹고 사는 게 포도청이 아닌 다음에야

어느 누가 러시아땅으로 살러 들어오랴....

    

저기서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렸다. 엉망이 된 줄속에서...

사진속의 사람들 중 70% 정도는 한국인들.

당근 칼 뱡기에서 내린 손님들이 주축이었으니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적지 않은데, 입국심사 칸막이는 6개뿐.

그 중에서 한두 개는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할 정도로 출입국심사 직원들은 간간 이석.

여권 들춰보면서 옆의 직원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시간 끄는 건 예사.

지네들 대사관을 통해서 발급된 비자인데도, 잠깐 기다리라며 옆줄로 세워놓으면

그게 또 다른 한 시간 내지는 30분.

 

노트북 가방을 메고 두 시간을 서 있다가 나왔더니

나중에 허리가 아파왔다.

우띠. 이런...  출입국 심사에 오래 걸리는 나라치고 문제 없는 나라가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전세계 어딜 가봐두 그렇다. 

 

메국넘덜... 입국 심사에 손도장 찍고 눈의 홍채사진까지 찍느라

매번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것두 문제있는 나라의 표상이다. 븅신덜.

그렇게 세워놓는 사이에 민간외교관들로 변신한 입국객들은

그 나라 점수를 깎아내리기 바쁘다. 입국장에서 씰 데 없이 오래 기다린

사람들치고 그 나라 점수 후하게 매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특별히 그 나라에 보고 싶은 이쁜 사람 있기 전에는...

(그럴 경우는 공항이고 뭐고 눈에 안 들어오거나, 나쁜 기억들 위로

좋은 기억들만 죄다 덮씌워지는 법이당.. )

 

그런 점에서 울 나라 참 좋은 나라.

인천공항 개항하면서 아주 크게 발전한 게 입국심사장이 커져서 줄 설 자리 많아지고

출입국관리소 직원들 서비스가 엄청 달라졌다는 점이다.

빠르다. 동작 빠르고 간단해졌다. 여권 받아 한번 쓰윽 긁어서 전산처리하고

입국 스탬프 찍으면 끄읕이다. 5초에서 10초 사이에 끝난다.

물론 비자 받아 들어오는 이들에게는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가짜 비자가 아닌 다음에야 입국장에서 그걸로 싱갱이하고 시간 끄는 일은 없다.

 

출국 서비스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어느 구멍으로 나와도 심사장과 마주친다.

그 만큼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는 말이다.

정말 아주아주 잘한 일이다.

그래서 예전 김포시절처럼 긴 줄에 서서 출국심사 받느라

뱡기 출발이 지연되기도 하는 그런 일은 씨가 말랐다.

그래서 인천공항이 4년 연속해서 전세계 공항서비스 심사에서 1등을 먹어오고 있다.

(물론 주관사가 달라지면 1-3위의 순위가 변하기도 하지만

그래두 계속 최상위권에 드는 걸 보면, 잘 하고 잘 해놓은 건 확실하다.)

댠민국 만세!!!  인천공항 만세!!. 한국사람덜 만세!

 

지금은 밤 12시. 호텔에 도착하니 한국시각 아침 5시쯤이다.

이건 작년 사진인데, 사진의 날짜를 보니 벌써 한 해전이다.

모스크바의 여름 하늘은 밤늦도록 훤하다.

11시경까지도 바깥 하늘이 훤해서 얇은 커튼이라도 쳐야 깊은 잠에 든다.

(몸이 피곤하고, 돋은 짜증도 다 지워지지 않았을 때는

별별 것들까지도 심사에 거슬리게 마련이고,

기분이 좋을 때는 거꾸로다...

얼마나 근사하게 보이는지 모릉게로. ㅎㅎ)

 

밤 10시경의 모습. 요건 호텔방에 머문 지 2-3일 지난 뒤에 찍은 건데

그날은 오랜만에 일식-중식-한식 퓨전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고 온 날이다.

기분 좋은 식사 덕분일까. 사진속 풍광도 여유가 있고, 이뻐 보인다.

 

그렇다니깐...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기분이 미리 점수 다 매겨놓고

바라보는 것일 뿐... 

(참. 희한도 하징. 작년엔 거래처에서 잡아준 호텔에 묵었고

이번엔 행사주관처에서 추천한 호텔을 잡았는데, 가서 보니 작년과 똑같은

호텔. 게다가 방의 위치까지 동일. 층수만 달라서, 바깥 풍경은 똑같았다...

그 호텔은 이름은 세 개다. 외국인용 영어식 표기와 카지노 전문호텔로서의

현지 이름이 다르고, 한국인이 임대해서 운영하는 층수의 한국식 호텔이름은

또 다르다... 해서 처음엔 같은 호텔인 줄 모르고, 호텔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왼쪽 차는 미츠미시 상표도 큼지막한 일제차. (모스크바에는 아직도 차를 생산하고 있구나...

하고 새삼 뒤우치게 되는 왕년의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을 죄다 볼 수 있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이 활동적인데 반해서, 다른 데서 미츠비시나 이스즈 따위를 대하기는 참 드무니까.)

오른쪽이 바로 러시아 녀석들이 생산해내는 차다. 형태로 보아 지굴리 같다. 라다도 있는데

오래 된 모델들은 내 실력으로 구분이 어렵다.

 

 

도로에서 널부러진 차들을 가끔 보는데, 엔진 고장이 99%.

거의 다 러시아산이다. 바로 저 라다가 대부분.

여유 없는 울 나라 유학생들이 싼 맛에 중고차로 저걸 사고 나면

길 가다 옆에 탄 사람이 밀기 바쁘고,

수리비가 더 들어서 두어 달 타고 처분해버리기 일쑤다.

 

하여간 희한한 나라다. 우주정거장까지 만들어 국적 불문

우주조정사는 물론 관광객까지 끌어들여 장사할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나라가

일반 국민용 차량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않다니...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는 점에서 정말 웃기는 나라다.

 

차와 관련한 단순한 내 생각은 두 가지다.

- 자동차 생산이 가능한 나라에서 자국 생산차량이 홀대를 받거나

  발전하지 못하는 나라는 그 나라 경제문화 수준에 문제가 있어서다.

  노조가 지나치게 발목을 잡았던 뼈아픈 과거가 있거나 (미국 따위),

  자동차 생산업주가 제조업 이외의 딴 곳에 정신 팔았거나 (이탈리아)

 (정치판 따위에 발을 담그거나, 한 쪽 발을 은밀하게 걸어놓고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정부가 과시용 사업을 우선시하고 서민쪽을 무시했거나(러시아)

  큰 손 하나가 지나치게 앞서 갔거나 (브라질)...

- 낡은 차가 많은 나라에는 아직도 맑지 못한 공무원들이 그 차만큼 있다.

  안이 죄 썩다시피 한 낡은 차에 실려

  위험스레 고갯길 허위허위 오르는 서민들 보이는 동네에는

  그 만큼 서민들 한숨 소리 높은 나라다...    

 

 

 

모스크바에는 울 나라 차도 심심찮게 보인다. 호텔 주차장에 우연히도 현대 소나타와

기아차가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걸 봤다. 길거리에서 본 것으로는

쌍용차와 기아차가 현대를 앞지르는 듯했다. 대우 차도 생각보다 많고.

그 방면의 문외한이어서 실제는 어떤 지 모르지만...

 

현대와 대우, 기아차를 함께 선전하는 사이좋은 그림.

우선은 뿌듯하지만 저처럼 나라밖에서 나란히 어깨를 겯고

서 있는 모습이 어찌 그리 이쁜지....

 

그런 그렇고... 외국인들을 은근히 짜증나게 하는 것.

그건 바로 택시. 아니, 택시요금이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택시 서비스가 있길래,

첫날 우리가 가야 할 크로코스까지 요금을 물으니 1400루블.

그 호텔에서 그보다 한참 먼 공항까지도 1500루블 정도면 너끈히 가는데...

(미불 1불은 25루블. 그러니까, 1루블은 우리 돈 40원이 채 안 된다.

1400루블이라면 우리 돈으로도 55000원이 넘는다. 우엑.)

 

호텔 앞에서 죽치고 있는 또 다른 택시기사에게 물으니 1800루블.

우띠. 머가 이딴 것들이 있쩌?

몇 사람을 거친 뒤에 결국 1,300루블이 제일 싼 값인지라 그걸 탔다.

그런데... 돌아올 때다. 뚜껑 열리는 줄 알았다.

택시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것을 기화로, 편도요금을 2,500루블 부르는 거 아닌가.

그것도 그곳을 통제하다시피 하는 녀석이 그랬다. (영어를 한다는 이유인 듯했다)

이넘덜을 그냥... 깎고 깎아서 2000루블에 왔다.

 

돌아와서, 한국인 매니저와 흥정을 했다.

매일 아침 일정시각에 데려다 주고 저녁에 태워오기로. 을마에 해줄래요?

아니 을마에 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제일 싸게.

800루블 x 왕복 = 1,600루블.

아이고 하느님, 감사, 캄쏴함다. 역시 울 나라 사람이 최고여.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미터기도 없고, 택시 간판을 달아도 그만

안 달아도 그만인 모스크바에서는  택시요금은 시간 기준.

1시간이면 대체로 800루블선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우리가 오갈 곳은 안 막혀도 1시간반 거리.

우리를 위해 차량을 배차해준 이는 호텔 사람이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차량 역시 호텔 소속 차량이었당.

그러므로, 그렇게 해줘도 그 사람덜 벌이는 쏠쏠했던 편이고

우리는 매번 택시 기다리고 흥정하는 수고를 덜어서 좋았다.)

 

위의 사진은 뭐냐고?

오가는 길은 아무런 까닭도 없이 자주 막히곤 했다.

3일 이상 말썽없던 곳에서조차 느닷없이 정체되기도 하고.

모스크바 강가에서 차가 막혀 기다리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무심하게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수도원 하나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노보데비치 수도원>.

 

백성들이 힘든 시절을 겪은 나라일수록 종교 시설은 빛난다.

(어려울수록 종교의 그늘 속으로 스며드는 백성들 덕분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도에 이슬람 포교가 성공한 것은

인도 백성들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고, 울 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암담한 시절에 천주교가 스며들었고, 앞이 안 보이듯 혼란스럽고

의지가지 없던 시절에 기독교가 뿌리를 내렸다.)

 

참,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택시 바가지 요금이 없어진 것은

88올림픽을 전후해서다. 교육도 시켰고, 동참도 많이 했다.

그 뒤로도 뿌리가 뽑히지 않아 엽서비치 신고제를 했다. 걸리면

15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물리는 무지막지한 정책을 썼는데,

처음엔 그게 겁나서이기도 했겠지만, 서서히 민도가 깨이기 시작하여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바가지 요금 근절을 자축한 시기가 1994년이다.

울 나라 관광업계의 공식 기록은 그렇다. 그때 한 해에 적발 건수가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떨어졌으니깐.

 

느닷없이 웬 논네가 등장하느냐고?

공항 얘기를 하려고 해서다. 저게 모스크바의 게이트라고 할 수 있는 국제공항의 본관 격이다.

아직도 한 동뿐이지만, 본관으로 구분한 것은 저 건물 좌우로 손대다 만 것들이 있어서다.

(참, 저것처럼 후줄그레한 호치민의 공항에도 최근 신관을 지었는데 -그것두 울 나라 사람덜 작품-

그건 아직 개통 전이다.)

 

하여간 한 나라의 수도 공항. 그것도 국제판에서 큰 소리깨나 쳐대고 있는 러시아의 대표관문이

정말 개판이다. 규모가 작아서 아무리 일찍 도착해도 미리 체크인을 할 수가 없다.

짐 부치고 보딩패스를 받기 위한 수속시간이 지정되어 있어서다. 탑승 두 시간전에는

죽어도 미리 체크인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들 체크인 시간이 될 때까지 입구에서 죽치고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죽치고 기다리는 공간이 공항 건물 공간의 1/3 정도를 차지하지 싶다.

그럴 바에야 체크인 카운터를 늘리고, 그 안에 대기실을 설치하면 될 것을...

 

그런데, 이런 게 바로 사회주의, 이념통치 국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테헤란 공항 같은 경우는 운동장만 같은 면적이 대기실이고

탑승구 (게이트) 앞 면적도 좁지 않은데, 여전히 체크인 시간을 지정해서

운영하는 바람에 아무리 일찍 가도 보딩패스 받고 편안하게

게이트 앞에 가서 놀 수가 없다.

 

울 나라 공항은 당근 그렇지 않다. 일찍 가면 가는 대로 체크인 다 마치고

안에 들어가서 밥두 먹고 책도 보고 쇼핑도 하구

앤 있으면 전화두 실컷 하고.... 무쟈게 신나게, 대기하는 것 지루한 줄 모르고

놀다가 나갈 수 있다.

 

비루묵을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이게 웬 시골풍경이냐고?

아니다. 바로 저 위에 논네가 서 있던 건물의 바로 아래층 모습이다.

 

그러니까 출국장은 2층인데, 차가 와서 서는 1층의 주차장 옆 공간, 곧

사람들이 짐을 끌고 다니는 인도격인 곳이 저 모양이다.

옆에 보이는 카트들이 바로 그 짐 운반용으로 방문객들이 쓰고 간 것들.

다시 자세하게 보이면...

 

 

바로 이렇다. 흙바닥.

이러니 비가 조금만 오면 흙기운을 담은 빗방울이 그곳을 다니는

사람들의 바짓가랑이를 친다. 작년에 그곳을 떠나던 날은 마침

비바람이 흩뿌려댔고, 입구의 주차장 톨게이트앞에 차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어서

멀리서 내려 저 길을 짐 끌고 걸어왔는데, 나중에 보니 바지 아랫도리는

온통 흙탕물이었다.

 

저것이 러시아 수도 공항의 1층 정면 우측 풍광이다.

대대로 러시아 만만세!!

 

*모스크바는 20세기 중반에 모스크바 창설 800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역사상 공식기록으로는 1147년에 창설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유명한 모스크바 성벽은 킵차크한국과의 전쟁으로 흙벽돌로 축조되었다가

 리투아니아가 공격해오는 바람에 돌로 개축된 역사가 있다.

 

더 길어지기 전에 마무리하자.

 

  

달리는 차안에서 찍은 사진이라 주밍에 한계가 있어, 잘 안 보이긴 하는데...

왼쪽 흰 것이 망초, 그리고 오른쪽 길가에서 솟아난 게 명아주다.

공항으로 가는 길가 풍경인데, 모스크바의 어느 곳을 돌아봐도 나고 자라나는 것들은

우리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괜히 정겨워진다고나 할까.

 

호텔 옆에 조성된 정원을 맨 먼저 아침 산책 코스로 정해뒀는데, 그곳 나무그늘에서 

싹트고 있던 버섯들조차 낯선 게 하나도 없었다.

 

  

달리는 차안에서 찍은 스냅사진이라서 불분명하지만...

천궁들이다. 밭을 이룰 정도로 흔하고 넓게 펼쳐져 있었다.

 

호텔 옆에 조성된 정원인데, 저 나무들은 팽나무다.

우리 나라에 남아있는 오래된 동네 쉼터에 가면 요즘도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수종 중의 하나. (동네 사랑방 격인 그런 쉼터에 가면 열 중 절반 이상은

느티나무 아니면 팽나무들이 그 넓은 그늘밭을 이루게 마련이다.)

 

그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건 싱아 (나무 앞, 사진 정면).

박완서님이 눈 크게 뜨고 찾고 있는 싱아들이다.

 

슬슬 마무리쪽으로 넘어가자. 한없이 늘어지기 전에...

 

대우차 선전 간판 뒤로 보이는 것들은 자작나무.

줄기의 흰색으로만 보자면, 우리나라에서 흔히 대하는 은사시와 비슷한데

잎에서 차이가 난다.

은사시는 바람이 불어 잎들이 흔들리면서, 뒷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그게 흰색 분을 바른 듯해서 은사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은빛으로 사시나무 떨듯 한다고 해서...)

하지만 자작나무는 이파리 뒷면 색깔이 은사시처럼 희지 않고, 앞면과 거의 다르지 않다.

 

     

 크렘린 궁궐 관광을 위해 입장권을 사려고 줄을 서야 하는 곳에 가면

그 맞은 편쪽으로 대하게 되는 도서관. 그 입구 동상이 레닌이던가...

하여간 저 도서관은 본래 귀족 하나가 소장하고 있던 책들을 바탕으로 설립된

것인데 소장도서에서 1-2위를 다투는 울 나라 국회도서관 소장본들의 열 배를 넘는다.

(그럴 때는 러시아도 위대한 나라다. 하기야, 예술 분야에서는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울 나라가 쨉도 안 되긴 한다.)

 

저 건물 꼭대기를 보라. 삼성의 영문 표기 네온사인 전광판이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다.

밤이 되면 다른 건 사라지고 저 삼성 간판만 크게 빛난다.

 

러시아에서 삼성이나 LG는 아주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한국기업이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 비좁은 모스크바 공항 2층에 널찍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차 선전장이다. 객관적으로 귀엽고 이쁘지만,

주관적으로 반갑고, 그리고 가슴이 울렁거려온다.

기쁘기 짝이 없다.

 

람보르기니가 전시되어 있기에 그 앞에서 얼른 한 방 박았다. 공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탈리아 명품 수제차 중의 하나다. 저것보다 상위 모델이 우리 나라에서 35억원 정도에

거래되는데, 그걸 타고 다니는 사람의 나이는 30대 후반이다. 아버지를 잘 만났대나 뭐래나.

명동 사채시장의 큰 손이 그 아버지.

 

하지만, 나는 이 람보르기니보다도 위의 소형대우차가 더 이쁘다.

왜냐. 만드는 이, 파는 이, 쓰는 이. 모두가 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행복 나눔의 범위와 크기에서 비교가 안 된다.

모름지기 어떤 물건이고간에 그래야 한다. 할 수 있다면 사람까지도...

 

사진 위쪽에 삼성이라고 쓰인 글자들이 보이시는가.

바로 공항쪽에 무상으로 기증한 삼성제 티비다.

온세계 주요공항 대부분 구석구석에 비치된 그럴 듯한

최신형 티비 제품은 99% 삼성 아니면 LG제품이다.

절대량에서는 삼성 것이 훨씬 앞서지만...

 

기본적으로 콧대가 높고 키가 커서

어떻게 봐도 내리 깔보는 듯한 메국넘들 나라의 서부 관문인

엘에이 공항 입국심사장. 심사관들은 컴 앞에 만화속의 무쇠손 같이 생긴

쇳줄 끝에 쇠공처럼 매달린 카메라 렌즈로 홍채 사진까지 찍어댄다.

그걸 찍고 갈무리하고 데이터 불러내어 확인하는 노트북 껍데기에는

삼성 마크가 선명하다. (노트북 껍데기에 그렇게 큰 글씨로 삼성을 새긴

삼성의 자신감이 그처럼 반가울 수가 없다.)

 

그렇다.

그런 삼성이 어떤 나라의 기업인지 확실히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은 세상이지만

울 나라 기업들은, 덜 떨어진 정치판 아새끼덜이 우물안에서, 진흙밭에서

개판을 쳐대고 있어도, 드넓은 세상에서 욜심히 뛴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 월급쟁이덜두 죽어라 뛰는 덕분에

우리가 만들어내는 제품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큰 소리 치면서 제 값에서 물러서지 않고, 대체로는 밀리는 오더들 때문에

선적 늦어지는 변명을 아름답게 꾸미느라 1년 내내 머릿골 아프다.

 

모스크바에 대고 오줌 다시 안 눌거냐고?

주관적으로는 그러고도 싶지만

객관적으로야  다시 눈다. 확실하게.

아, 떠오르는 시장 (emerging market) 아닌가.

 

기분 쪼매 상했다고 

그런 거 가슴에 담아두고 돌아서게 된다면,

이 나라 정치판의 웃기는 아아덜하고 뭐가 다른가.

 

세상은, 이 지구촌은, 부분적으로 어떻다어떻다  해도

무조건 쏘다닐 가치가 있는 곳이다.

조금 속 상해서 돌아오는 경우라 할지라도

다시 돌아보면서 되짚어 나가게 해주니까.

그렇게 해서 잠시 삐져나간 시선을 제대로 바로 잡아주기도 하니까.

 

물건 나갈 때 덤으로

이 나라 정치판 아아덜을 공짜로 끼워팔아서라도

어떻게 처분할 길 없을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때니까.

 

지나온 길, 돌아보는 이런 기회 말이다.    [7 July 2007]

                                      - 최 종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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