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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여, 깨어 일어나 달려라!

[여행]다른 나라 기웃거리기

by 지구촌사람 2011. 7. 4.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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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여, 깨어 일어나 달려라!

 

1. 들어가기

 

아크로폴리스.

그리스 역사를 배운 이든 아니든,

민주주의 시원(始源)을 새삼 돌아보는 이든 아니든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실물 앞에 서보고 싶어하게 하는 곳. 

 

막상 그 실물 앞에 서게 되니, 은근히 떨렸다.

그리곤 한 시간 반 정도 머문 뒤, 그곳을 떠나오는 발걸음은 은근히 무거웠다.

뭔가 대단히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선조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현대의 그리이스인들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갑갑해졌다. 답답했다.

내 일도 아니련만... 

 

아크로폴리스는 해발 200미터도 안 되지 싶다.

아테네 시내 어디서고 보일 정도의 언덕이라고나 할까.

아닌 게 아니라 아크로폴리스의 왼쪽에 위치한 곳도 Filopappos Hill이라 하고

북서쪽의 아고라도 아고라 언덕이라 부를 정도로, 언덕 중에서도 약간 높은 편에 속한다.

 

사진은 아크로폴리스 바로 아래 주차장에 도착해서 찍은 것. 

 

매표소까지 오르는 길은 오솔길 치고는 고급.

바닥이 전부 대리석으로 깔려있다.

좌우로 보이는 나무들은 죄다 올리브.

 

 

매표소에 이르렀다. 표를 사고, 오른쪽으로 돌아오른다.

 

매표소 앞에서 늘어지게 다리를 뻗고 있는 개 한 마리가 보이는가?

저 개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시기도 하다.

상세한 이야기는 뒤에 잇기로 하자...

 

2. 으악, 사미르 아자씨~

 

 

  

신전에 오르기 전, 오른편으로 보이는 곳.

이른바 <디오니소스 극장>의 유적.

관객석과 극장 건물벽체 일부가 남아있다.

 

 

저걸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의 명품 사진사 사미르 아자씨 작품.

도대체 극장이 워디 있는공??

 

 

바로 이 양반이 거래처 사장으로 만나서, 지금은 백년지기가 된  Mr. Samir Marbes.

(나는 장사 속보다는 인간적으로 더 멋있는 사람을 덥석 끌어아는 버릇이 있는, 어설픈 세일즈맨.

사실 저 아테네 방문은, 직원 중 하나가 나와 친한 사미르를 믿고서 외상을 주고 밀린 게 5억 원대도 넘어서,

혼자서 끙끙 앓다가 내게 구원을 청하는 바람에 그 처리를 위해 급히 날아간 것이었는데... 

결과는 또 봐주기로 끝나고 말았다. 내 하는 짓이 글치 모. ㅎㅎㅎ)

 

60대로 러시안 가정부를 12년째 데리고 있는, 신실한 아자씨.

10여년 전, 심장관로 우회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너무 먹는 걸 밝혔던 이.

(수술 당시는 120킬로. 현재는 75킬로란다.)

 

그런 몸임에도 굳이 자신이 안내를 해야 한다며, 저 언덕받이를 오른 착한 아자씨.

그런데... 디카라는 걸 처음 손에 잡아본단다. 흐미.

해서, 구도 잡는 법을 가르쳐 줄 겸, 파인더에 그를 잡은 모습을 보여주며 설명한 다음

다시 한 장을 자리를 바꾸어 그 자리에서 시사(試寫)시켜 봤는데... 

 

 

이게 세 번째 시도 끝에 건진 사진이닷. ㅎㅎㅎ  

 

 

이 사미르 아자씨는 시종, 사진 촬영에 관한 한은

내게 계속 웃음을 선사하곤 했다.

하도 잘(?) 찍어서, 쓴웃음 대신에 크게 웃기로 작심한지라

조금만 잘 찍어도, 아주 잘 했다고 해줬다.

그대처럼 빨리 사진 찍기에 익숙해지는 생도는 처음 보았노라... 하면서.

 

기왕 웃자고 싣는 사진이니, 한 장만 더 보이자.  

 

바로 위에 사미르 아자씨를 찍었던 같은 장소에서 찍은 것.

사미르를 내가 먼저 찍은 다음, 요렇게 구도를 잡아서 찍으라고 했는데

결과는 바로 이런 모습...

그래도 셔터는 제대로 눌렀으니 칭찬감 아닌가? ㅎㅎㅎ. 

 

 

저 사미르 아자씨와 서 있던 곳이 아크로폴리스에서는 제일 높은 곳.

일종의 망루 역할을 하던 곳이다.

현재는 그곳에 그리스 국기가 높이 펄럭이고 있다. 나중에 보일 사진에서처럼...

 

거기서 내려다 보면 눈 아래 보이는 곳.

아고라다. 스토아학파들이 철학을 논하던 곳.

(이 장면으로 유명한 그림이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이라는 작품. 72명이던가... 유명 철학자들의

 모습이 제대로 그려져 있다. 이 그림 설명의 시리즈물 일부가 이 블로그에도 있다.

---> http://blog.naver.com/jonychoi/20052495510)

 

그런데... 문제는 사미르 아자씨.

이 양반은 이 아크로폴리스를 오른 게 평생 두 번째란다. 흐미.

게다가, 설명의 신뢰도도 떨어져서, 긴가민가 해야 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아고라는 그런 곳인데, 사미르는 저게 아테네 출입문 역할을 했다고 해대고...

내 못살아... 사미르 아/자/씨!!

 

 

 

 

그 높은 곳에서 멀지만 또렷하게 보이는 저것...

뭐냐고 물어보자, St. Georgia Cathedral.

아하, 그거라면 나두 안다. 이름을 들어봤응게로.

(아테네에서 신들을 모셨던 신전은 temple로, 성당이나 교회는 Cathedral로 표기)

 

그래서, 왜 하필 영국왕 이름을 아테네 성당에다 떡 붙였느냐 묻자,

우리의 사미르 아자씨 왈, 나두 몰러 고건. ㅎㅎㅎ

 

 

눈 아래 멀리 조금 보이는 스타디움 일각.

사미르 아자씨의 설명에 의하면, 저기서 올림픽 성화를 채화한단다.

그렇다면 올림푸스 신전?

근디, 도대체 사미르 아자씨 설명을 믿을 수가 있어야쥐...

 

내가 봤던 지도의 기억에 의하면

그 올림피안 제우스 신전은 아크로폴리스의 반대편(동쪽)에 있더만... 쩝.

(나는 어딜 가든지 그곳 지도를 먼저 보는 편이고

그 날도 지도를 아침에 챙겼지만, 사미르 앞에서 지도를 보며

확인하는 게 결례인 듯만 싶어서 그걸 도로 가방 안에 넣어두었다.)

 

3. 대리석과 원주의 미학

 

 

 

 

아테네 여신을 모셨던 파르테논 신전은 이 아크로폴리스의 맨 위에 있는 主신전.

10여년에 걸쳐 장기 보수 중인데, 현재는 북쪽과 서쪽을 수리 중. 

전체 보수를 마치려면 앞으로도 10여년을 걸릴 거라고, 우리의 사미르 아자씨가 예측.

 

 

 

 

 

 

이 신전의 主象은 단연 이 柱狀.

원주상인데, 대리석을 이처럼 하나하나 깎아서 위로 겹쳐 쌓아올린 것.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사미르 아자씨한테 물어봤다.

저 시대에 접착제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저리 대리석끼리 쌓아올렸는데도

흔들림 하나 없이 그 오랜 세월을 견뎠댜?

사미르 아자씨의 답변은 내 예상대로였다 : "글씨 나두 몰러, 거참 희한혀"

 

 

 

감탄을 담아, 사진 한 방 찍었다.

사미르 아자씨 대신에 저 자리에서 욜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홍콩 아가씨 팀들이 있기에 거기에 부탁해서...

(사미르가 섭섭해해도 헐 수 읎지 모. 

사미르 아자씨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구도라서...)

 

 

 

저 보수공사 현장에는 이런저런 대리석들이 미리 손 봐져 있기도 한데...

아래 사진은 그 유명한 도리아식 기둥머리 받침들.

 

윗사진은 화장실 안내판인데, 그것도 대리석.

(대리석 산지는 저곳에서 약 20여킬로 떨어진 곳이란다.)   

 

 

 

 

보수가 진행중인 신전 서쪽 부분 

 

 

 

 

멀쩡한 곳은 신전의 남쪽과 동쪽 부분이다.

사진은 동남쪽에서 찍은 것.

(사미르 아자씨의 찍사 실력이 좋아진 건 아니고, 저건 어느 이태리 아줌씨헌티 부탁한 것.

어떻게 이태리인 줄 아느냐고?  하나둘셋을 하는데 우노 두오... 해서다.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말을 할 때, 제 나라 말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법잉게로)

  

4. 아테네여. 이제 슬슬 일어나서 뛰어야 하지 않겠나?

 

 

그날 파르테논 신전 주변을 찾은 관광객들.

 

 

 

 

파르테논 신전 구경을 마치고 내려가는 관광객들.

멀리 원주 밖으로 보이는 곳은 아테네 시내 서북쪽 지역.

신전 지역과 시내 사이의 녹음은 거의가 올리브 나무들이라고 보면 대충 맞다. 

 

 

 

 

관광객들이 오가는 길 한 구석에서

편하게 낮잠에 취해 계시는 견공.

신전에 오르기 전, 초입 매표소에서 편하게 누워계시던 견공 사진 생각나시는가?

 

이 견공은 출구 방향으로 돌기 직전 부근에 누워계시다.

 

또 한 마리가 아래 사진 부근에서 오수를 즐기고 계셨는데

촬영거리가 짧아 벽과 개를 모두 담을 수 없었다.

 

Herodes의 Odeum 벽에 피어난 잡초들...

5미터 안팎의 사다리만 있어도 죄다 깨끗이 제거할 수 있을 터인데도

이처럼 방치되고 있었다. 저 잡초들이 돌 사이를 파고들어 부식시키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리고 말 게 뻔한데도...

 

아고라가 내려다 보이는 제일 높은 곳,

위에서 내가 망루격이라고 했던 그곳에

세워진 깃대에 매달려 나부끼는 그리스 국기.  

 

이제 이 관광객들과

낮잠을 즐기시던 네 마리의 견공을 맞세워볼 시간.

 

한 해에 그리스를 찾는 관광객은 그리스 국민 숫자와 맞먹는다.

약 천만 명.

그리스 산업 중 소득 기준으로 보면, 1위는 농업이고 2위가 관광이다.

 

농업 역시 천혜의 날씨 덕택에 잘 된다.

관광은 약 2400년전에 세워진 이 아크로폴리스를 주축으로 한 각종 유물 덕분이고

거기에 한없이 부드럽고 평화로운 바다 풍광이 크게 한 몫을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기준으로 보면, 그리스 사람들은 한없이 게으르다.

놀고 먹는 게 주업이라 할 정도로, 일과는 거리가 멀다.

5일 일하면서도, 월요일과 수요일은 오후 1시반 정도 되면 퇴근해 버린다.

온날 일하는 건 화목금 사흘뿐.

해도 너무 했다.

 

위의 아크로폴리스를 훑는 동안 대했던, 네 마리의 개.

그 많은 사람들 발걸음 속에서도 오수를 즐기는 그 태연한 여유가

꼭 그리스 사람들의 표상만 같다. 내게는 그런 느낌이 강했다. 

지저분한 거리에 퉁명스러운 말대꾸, 관광수입으로 먹고 살면서도

개인택시와 회사택시간의 손님 차별 내지는 팽개침만 같은 대우...

(현지인인 사미르가 뭐 저런 녀석들이 다 있느냐고, 화를 낼 정도)

 

오늘날의 그리스는

그 동안 하늘과 조상이 베풀어주고 있는 것들을 받아먹는 데에만 너무 길들여진 듯하다.

어디서고 태연하게 낮잠을 즐기는 개들처럼... 

그것이 여유라기보다는, 몸에 밴 나태로 더 많이 보였다. 내게는. 

 

 

 

 

 

마무리 전에, 별로 잘 생기지도 못한 논네가 자꾸 등장하는 이유.

신전과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에 나그네 꼬라지 하나를 배치하고 싶어서다.

 

왼쪽에 보이는 세 그루의 나무는 바로 그 유명한 사이프러스다.

지중해 특산의 古生木. 바위 투성이의 척박한 땅에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내는 나무.

(얼마 전 KBS의 '퀴즈 대한민국' 프로그램에서 3단계 2인 대결의 마지막 문제로 출제되기도 했던...)

이 블로그를 열심히 관찰했거나 머리 좋은 이라면 이 사이프러스 나무를 다른 곳에서

언급했던 걸 기억하실 게다.

 

골퍼들이라면 평생 한 번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 "페블비치" 골프장...

그곳의 상징목이 바로 이 사이프러스다. 

사진에 보이는 저 나무 한 그루를 그리스에서 옮겨다 심었단다.

(내가 걸치고 있는 그곳의 점퍼에 하얗게 표기된 마크가 바로 사이프러스 표지)

 

이처럼 장황하게 신전 옆의 사이프러스 나무들을 설명하는 이유.

그것은 천년수이기도 하면서, 끈질긴 생육력을 자랑하는 저 사이프러스를

아테네여신이 후손들에게 남긴 것 아닌가 싶어서다.

살아남으라고, 끈질기게 살라고, 잘 살아내라고...

 

그런데, 후손들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하늘로부터 받아서인가.

저 나무만도 못한 듯하다.

겨우 하룻밤 묵고서, 겉만 훑고 떠나는 나그네가

암것도 모르면서 지나치게 혹평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랬음 좋겠다.)

 

 

신전을 다 내려왔을 때, 웃기는 나그네의 기우를 덜어내려는 듯

플라톤 아저씨가 나를 맞았다.

사미르에게 번역을 부탁해서 접하게 된 글귀 : 아테네는 賢者들의 머뭄터다...

 

제발 플라톤의 확언대로 아테네가 그런 곳이기를 바라고 싶어졌다.

 

(짬이 되면 다음 편에는 아테네 시내 스케치를 덧붙이려 한다...)           [Apr. 2009]

 

                                                                                       - 시골마을

 

  [덧대기] 위에 매단 M. Duff의 노래는 나나가 부른 것보다도 청아하다.

               가사를 잘 들어보면, 장미가 피는 여름이 되었으니 그대는 날 떠나고

               날 혼자 두셔야만 하네. 봄이 오면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안녕!! 식이다.

               사람과의 이별인가 싶은데, 잘 들어보면 백장미와의 이별이다.

               어쩌면, 아테네 사람들은 오늘도 그 백장미의 봄날 귀환을 마냥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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