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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회(2013.5.13)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3. 5. 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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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회(2013.5.13)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1. 개괄

 

-출연자들의 면면 : 장민정(29. 영어 교사), 조현숙(51. 주부), 김현수(32. 회사원), 김동윤(24. 취업 준비생), 박영선(62세. 떠버리 할아버지).

 

<장하다, 장민정!>을 자신의 구호로 들고 나온 장 교사. 이 ‘장하다!’라는 말은 그녀의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칭찬하고 북돋은 구호(?)였다는데, 그걸 잊지 않고 몸에 새긴 멋진 여인이었다. 출연 당일 아침에도 그걸 세 번 외치고 나올 정도로.

 

<식물에게 말 걸기>라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일본인이 처음 책자로까지 간행했고 그걸 보고 실행에 옮긴 이가 쓴 글이었는데, 콩나물에 물을 주면서 구부러지지 말고 똑바로 크라고 그렇게 말하곤 했단다. 그 옆의 시루 안 녀석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물만 줬고.

 

결과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 똑바로 크라고 당부한 콩나물은 그 옆의 녀석과는 비교도 안 되게 똑바른 모습을 하고 있더란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식물들조차도 그럴진대 사람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이러한 놀라운 일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 뒤로, 어떤 이들은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으면서 종일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고, 소 젖을 짜면서도 스피커로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도 적지 않게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좋은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사람과 욕을 먹으며 자란 사람들의 행적이 엄청 크게 달라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칭찬을 많이 듣고 자란 이들은 표정에서부터 다르다. ‘싱글생글’이 기본기로 내장되어 있다. 그런 게 사진을 찍을 때면 더욱 표가 난다. 사진 속에서 웃지 않는 사람은 칭찬 부족증 때문에 저절로 표정이 어둡다. 괜히 근엄하다. 주변에 그 또는 그녀를 향해 손짓하는 이들이 표정 밝은 이들에 비해 훨씬 적다. 장삿속을 제거하고 보면.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냈다는 조현숙 주부. 도서관 책을 다 읽어서 새 책 좀 갖다 놓으라고 했다는 분. 유학 가 있는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출연했다는 그녀는 그런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응원이자, 최대의 지원이 되고도 남는다. 비록 어제의 도전에서는 공부 자료 준비/선택에서 미흡했던 까닭에 우승자의 자리에 서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재도전에서 멋진 결과를 보여주시리라 믿는다.

 

출중한 미모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미소를 내내 잃지 않았던 김현수 대리. 사내에서 맞춤법도우미*로 활약할 정도로 우리말 갈고 닦는 일이 몸에 밴 멋진 여인이었다. 한국어 능력시험에서 상위 0.8% 내에 들었던 것도 그러한 평소의 성실한 공부 태도가 가져다주는 선물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달인 도전에 실패하고 나서, ‘헷갈리는 것도 실력’이라고 겸손해 하면서 배움의 태도를 끝까지 부여잡는 모습이 참으로 예뻤고 멋졌다.

 

(*주 : 흔히 쓰는 ‘-도우미’는 생산성 있는 접사에 속한다. 현재 ‘길도우미, 가사도우미, 경로도우미’의 세 낱말이 국립국어원의 신어 목록에 올라와 있는데, 그 표기를 할 때 붙여 적는 게 그 예다. 자주 쓰는 ‘행사도우미’라는 말을 혹시라도 문서에 표기해야 할 일이 있으면 붙여 적어야 한다고 귀띔에 활용하셔도 좋다. 김현수 대리가 회사에서 맞춤법도우미로 그리 하듯.)

 

김동윤 군. 먼저 도전했다가 2단계에서 탈락했다는 여자 친구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는 착한 남자. 목표가 3단계 진출이라고 했는데, 결과는 여자 친구와 같았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성공이든 실패든 늘 함께할 운명(?)인 듯하다.

 

박영선 할아버지. ‘자차카타파하!’를 응원 구호로 내세운 멋진 분. 한글의 표상으로 사람들이 쉽게 ‘가나나다라마바사’를 내세우기 마련인데, 그 반대로 뒷부분을 선택한 그 착상이 참으로 신선했다. 한 가지, 그 뜻풀이에 보태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부분이 우리말의 마무리에 해당되는 부분이면서도 힘찬 표기라고 할 수 있는 격음들이 모여 있는 부분이기도 하므로 인생의 뒷마무리를 힘차게 하고 싶다든가 하는 식의 뜻풀이가 보태졌다면 더욱 멋질 거라는 생각이, 그분을 대하면서 들었다.

 

참, 어제 하나 배운 게 있다. 남성들이 여인들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것, 사회적 차별을 더욱 심하게 받는 역차별의 희생자(?)라는 것이 그것이다. 여인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그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힌다. (참고 : ‘주부’는 이 나라의 노동부에서 정한 직업군표에 버젓하게 올라와 있는 정식 직업이다.)

 

그런데, 어제 출연자 중 유일하게 직업 표기가 자막에 보이지 않은 이가 바로 박영선 할아버지였다. 방송국도 난감했으리라. 무직이라고 적자니 그건 적지 않는 것만 못하고, 백수라고 적으면 이 나라의 백수들이 전부 들고 일어날 테고. 하하하하.

 

남성들이 퇴직 후 백수나 무직 상태를 확실하게 벗어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집에서 지내게 되면 그때부터 주부(主夫) 생활로 들어서는 것이 그것이다. 마님들을 죄다 부엌에서 몰아내고(?), 청소기 열심히 돌리고, 세탁기 스위치를 바지런히 닦는 거다. 그러면 또 주부님들이 들고 일어서려나. 하하하하. 우리말 공부 프로그램을 보면서 난 별생각을 다 한다. 물론 백수로 몰려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다.

 

-출제 문제 : 여전히 큰 흐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난도 배치도 적당했고, 달인 도전 문제 또한 애먹이는 고난도 문제는 없었다. 달인 배출을 고대하는 제작진들의 염원(?)은 여전하다. 첫선을 보인 ‘주버기’는 참으로 아쉬웠다. 도전자가 ‘주벅이’로 답하는 바람에, 내가 더 안타까워했다. ‘간사위’는 한번 선을 보인 말. 물론 도움말로 이용되었을 뿐이긴 했지만.

 

3단계의 맞춤법/띄어쓰기 문제 역시 그 흐름이 일관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출제되었다. 늘 말해왔듯, 우리말 겨루기 공부 덕택에 우리말을 바로 잡는 수확을 거두게 하는 것 또한 이 프로그램의 숨은 공덕 중 하나다.

 

4단계 문제는 명사 문제 하나에 용언 문제 3문제. 어제 세 분의 3단계 진출자 중 중 조현숙 님이 유독 이 뜻풀이에서 고전하셨는데, 공부 자료에 문제가 있었다는 심증이 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3단계 진출 가능성이 걱정될 정도로 고전했던 김현수 대리가 도전자의 자리에 서게 된 것도 공부 자료의 덕분이었던 듯하고. 마지막 결정전 문제에서조차도 싹쓸이를 할 정도로 공부량과 공부 자료가 광폭이었다.

 

-공부량 : 모두 똑같이 느끼는 것이겠지만, 3단계 진출자들은 대개 공부량에 비례해서 정해진다. 어제도 거기서 예외가 없었다. 2단계에서 탈락하신 분들의 분발은 공부량 늘이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싶다.

 

어제의 도전자도 공부량에서 결정되었다. 조현숙 님과 박영선 님도 많이 공부하셨겠지만, 현숙 님은 공부 자료에서 문제가 있었다. 맞춤법/띄어쓰기 부분의 공부량이 넉넉하지 않은 것이 눈에 띄었다. 어제 출제된 문제들 역시 아주 까다롭거나 고난도의 것들이 아니었음에도 망설이는 경우들이 교대로 보였다.

 

2. 1단계 문제

 

-제시어 : 구/모/등/서/유

 

-검토 : 출연자분들이 취득한 점수는 각각 100/100/300/0/150점. 점수 분포가 말하듯 기본 실력과 순발력 면에서 차이가 아주 컸다. 안방 달인(?) 실전 연습들을 좀 더 하셨더라면 싶은 것이, 카메라 앞에서 굳게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사전 대비가 안 돼 있는 분들이 많아서 안타까웠다.

 

요즘은 갈수록 출제자들이 더 고심하는 듯하다. 그 덕분에 어느 출연자가 어느 번호를 선택해도 답하기가 쉬워졌고, 형평성 문제도 거의 사라졌다. 즉, 첫말이든 끝말이든 주어진 제시어가 들어간 낱말들의 분포가 평균적으로 비슷할 정도로, 출제자들이 배려하는 덕분에.

 

100점을 얻은 장 교사와 조현숙 주부는 의외로 쉽게 무너졌다. ‘00구’와 ‘00모’에서 실족했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낱말들이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

 

장 교사의 경우는 한자어를 떠올렸더라면 도움이 컸는데, 그런 상황에서 얼른 떠오르지 않은 것이 불운이기도 했다. 예컨데, ‘-구(具)’를 떠올리면 ‘농기구/문방구/소도구(小道具)/필기구/고가구/등가구(籐家具)’이 있었고, ‘-구(口)’인 경우에는 ‘출입구/비상구/매표구/개찰구/돌파구/배수구(排水口)/배출구/분화구’ 등이 있었다. ‘-구(區)’의 경우에는 ‘지역구/선거구/전국구/해방구’ 등이, ‘구(球)’의 경우에는 ‘변화구/강속구/북반구/남반구’ 등이 있었다. 친근해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맞장구/지청구/군식구/장신구/할망구/개살구’ 등과 같은 말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해도.

 

조현숙 님의 경우도 ‘00모’에서 몇 개의 한자만 떠올렸어도 아주 쉽게 갈 수 있었다. 예컨대, ‘-모(母)’를 떠올렸다면 ‘학부모/시부모/노부모/외숙모/당숙모... ’ 등이 죽 이어질 정도이고 ‘-모(模)’만 해도 ‘대규모/소규모’, ‘-모(帽)’는 ‘중절모/등산모...’ 등이 있어서 쉽게 고비를 넘길 수 있었는데, 안타까웠다.

 

김현수 대리의 ‘등’은 쉽지 않은 말이었음에도 예의 그 최대 고비인 ‘0등0’ 부분에서 ‘부등호’를 답하는 것을 보고 나도 탄복했다. 내 생각에는 앞서 답했던 말을 활용해서 대답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의 답을 선선히 내놓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더구나 이 ‘부등호’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기 쉬운 말도 아닌데다 일반인들은 한번 접하더라도 이내 흘려보내는 낱말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거머쥐고 한참 생각을 쏟아본 사람만이 그런 자리에서 떠올릴 수 있는 말이었다. 다시 말하면, 일상생활에서의 독서력과 사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 낱말이기에 그 순간 그 내공(?)에 내가 감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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