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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회(2013.5.20)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3. 5. 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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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회(2013.5.20)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1. 개괄

 

-출연자들의 면면 : 유효정(25. 초등 교사), 심재의(27. 연대 약학과 4학년), 이재순(69. 주부), 지영훈(25. 국민대 행정과 3학년), 오애도(50. 공부방 교사).

 

모두 출연 가치(?)가 충분하신 분들이었다. 할아버지 같은 교사, 존경받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초등학교 새내기 교사 유효정 님의 밝은 얼굴과 해맑은 목소리는 그녀의 꿈을 이뤄내고도 남을 거라는 확신을 주고도 남았다. 10년 시청자로 지내다가 어머니께 냉장고를 선물하고 싶어서 출연했다는 심재의 군. 3단계 진출이 닫힌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커메라를 대하는 그의 어머니 최선희(54) 님 얼굴에서 아들을 참으로 참하게 잘 키우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60대에 고교를 시작하여 올해 2월 사회복지과를 졸업하셨다는 이재순 님. 칠순을 앞두고도 어쩌면 그리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는 열정적인 목소리이신지...... 군 복무 시절 장래 계획을 미리 짜두고서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여 5개의 자격증을 거머쥐었다는 지영훈 군. 그리고 공부방 아이들이 자신을 ‘교주’로 떠받들 정도로 존경을 받는다는 오애도 님.

 

우리들은 이런 분들의 튼실한 삶의 내면에서 흘러 나오는 열정을 맛보면서 알게 모르게 힘을 얻는다. 승패를 떠나 출연자들 모두에게 우리가 박수를 보내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지.

 

어제의 승부 결과는 뜻밖이었다. 1단계에서 유일하게 300점 만점을 얻고, 2단계를 마쳤을 때도 출연자 중 유일하게 1000점대를 넘어선 뒤, 3단계의 맞춤법/띄어쓰기 부분에서도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은 이재순 님이 450점을 앞선 상태에서 맞이한 4단계 마지막 문제에서 그만 젊은이의 순발력에 무릎을 꿇는 일이 벌어졌다. 거의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이재순 님의 달인 도전 결과를 미리 궁금해 했을 터인데...... 그런 이재순 님이 마지막 화면에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그래도 저는 저를 사랑합니다.”

 

그 말씀에 내 가슴이 먼저 울컥했다. 생명력이 있는 감동은 모든 이들을 울먹거리게 하면서 새 힘을 주는 법. 진정한 감동은 온 세상에 널리 씨앗을 뿌린다. 그것이 유산이나 사산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옥동자로 태어나 더 큰 나무로 자라게 될지는 그 씨앗을 받은 이의 몫이지만. 감동을 잘 챙겨서 제대로 발아시켜야 하는 데에 가장 좋은 건 기록하는 일. 그게 감동의 싹을 틔우는 데엔 손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인 듯하다.

 

오애도 님도 아쉬웠다. 그분 나름으로 공부를 많이 하신 게 2~3단계 문제풀이에서 엿보였는데, 4단계에서 고전하셨다. 공부 시간과 자료 면에서 좀 달리셨던 듯. 3문제 기준으로 1500점이 주어진 4단계에서 300점 취득에 그쳤다. 같은 300점을 취득한 영훈 군의 행운과 순발력이 그를 우승자의 자리로 밀어 올렸고, 영훈 군보다 450점을 앞서고 있었지만 4단계에서 200점을 취득한 이재순 님이 안타깝게도 가장 큰 불운을 떠안으셨다.

 

-출제 문제 : 큰 흐름은 여전했다. 1단계의 제시어 선별도 좋았다. 출연자 간의 형평성 확보 문제가 거의 없어질 정도로 사전 검토를 충분히 하는 출제진의 정성이 엿보였다. 예전에 2단계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던 복합 연상의 애먹이기도 이젠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달인 도전 문제 또한 고난도 문제가 없어서 달인 배출을 고대하는 제작진들의 염원(?)이 여전함을 보인다.

 

3단계의 맞춤법/띄어쓰기 문제 역시 그 흐름이 일관된다.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출제된다. 어제 출제된 4단계 문제는 마지막 도전자 결정 문제를 제외하고는 기특(?)하다고 할 정도로 신선한 발상이었다. ‘덩달다, 고약하다, 어영부영하다’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낱말들에 대한 정확한 뜻풀이를 요구하는 문제. 이 프로그램이 거두고 있는 교육 효과가 적잖을 좋은 기획이었다.

 

다만, 조금 더 생각해야 할 게 두어 가지 있었다. 1단계에서 오답 처리한 ‘시장님’과 관련된 ‘생산성 있는 접사’가 들어간 낱말 처리가 그 하나이고, 4단계 마지막 문제 출제 방식이 또 다른 하나. ‘시장님’ 관련 사항은 문제풀이에서 다루기로 하고, 어제의 ‘거니’처럼 도전자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문제풀이 방식에서 초성을 전부 열어주고서 맞히게 하는 방식에 지나친 행운이 주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물론 극적인 반전을 통한 극적 흥분을 제공하면서 인생역전의 단면을 실물로 확인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꾸준히 성실하게 삶의 내용물을 채워온 이들에게 그 보상이 제대로 주어진다는 교훈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하는 효과 또한 적지 않다. 느리게라도 올바른 방식으로 한 걸음씩 내디뎌서 목표를 이뤄내는 이들에게 보내는 박수가 더 크고 오래 간다.

 

그렇기 때문에 행운과 순발력으로 그런 성실파의 보상을 채어가듯 차지하는 것에 대해서 시청자들은 짙은 아쉬움에 이어 손가락질도 하게 된다. 에이... 저런 건 좀 그렇다... 하면서. 멋진 프로그램을 알차게 이끌어가려는 제작진들의 수고에 고마워하면서도, 이런 부분을 조금 더 진지하게 고려했으면 하는 마음이 길게 든다.

 

2. 1단계 문제

 

-제시어 : 시/방/매/정/피

 

-검토 : 제시어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놓고 보면 드는 생각들이 있으실 듯하다. 그것은 저 말이 들어간 고유어들을 단번에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럴 때는 한자어로 전환하고 나서 대답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뒤늦게 떠오르는 고유어들이 있을 때 그것을 다시 이용하면 좋다.

 

위의 경우, ‘피’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피0'에서  ‘피멍’과 같은 고유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피난/피란/피신/피곤/피로’ 등과 같은 손쉬운 한자어로 답한 뒤, 다음 답 역시 그것들을 활용한 ‘피난민/피신처’ 등을 이용하여 시간도 벌고 머리 풀어주기를 하면 아주 좋다. 그렇게 하고 나면, ‘0피’의 경우에 이르러 ‘도피/대피/회피/기피/외피/창피’ 등의 한자어나 ‘갈피/몸피/글피’ 등의 낱말들이 무리없이 떠오를 수 있다. 이처럼, 얼른 떠오르는 말을 적극 이용하여 머리에 윤활유를 발라주면 그 뒤로는 비교적 순항할 수도 있다.

 

요즘 보면 전과 달리 출연자들이 앞서 대답한 낱말을 활용하여 답하는 일이 예전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듯하다. 애써 새로운 낱말을 떠올리려고 하는 것보다는 앞서 대답한 낱말을 활용하거나 그 유관 낱말을 생각해 내는 것이 훨씬 쉽고 정확하다. 새로운 낱말을 떠올리려다 보면 시간에 쫓겨서 긴가민가하는 위험한(?) 낱말들에도 손이 나가기 마련이고, 자칫하면 그것이 중도하차로 이어지는 일도 흔하다.

 

어제 두 분이 100점 취득으로 그쳤다. 두 분 다 사전에 없는 말을 답했다는 죄(?)로. 그런데, 그 중 유효정 교사가 답한 ‘시장님’의 경우는 좀 문제가 있었다.

 

‘부모님/형님/선생님’ 등은 사전에 있는 말이다. 모두 ‘부모/형/선생’의 높임말로 되어 있다. 반면에 ‘대통령님/군수님/학부모님/선배님’ 등은 사전에 없는 말이다. 그러나 이같은 말들이 비표준어인 것은 아니다. ‘-님’은 일정한 명사 뒤에 붙어 상대를 높이는 생산성 있는 접사이기 때문이다. 유 교사가 답한 ‘시장님’도 그래서 표준어다.

 

다만 이러한 표준어들을 사전에 다 올릴 수는 없다. 사전 두께가 엄청 늘어나기 때문이고 모든 용례를 찾아내기도 힘들어서다. 유사 사례를 설명하는 것으로 그쳐야 할 때가 무척 많다. 그러한 경우를 일컬을 때 쓰이는 말이 ‘생산성 있는 접사’라고 지난번에도 언급한 적 있다.

 

여기서 문제는 1단계 문제의 정답에서 제외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 정답을 표준어로서 사전에 올라 있는 것으로만 한정한다고 사전 공지했다면 ‘시장님’은 오답 처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유명사를 제외한다고만 했다면 ‘시장님’은 정답에 든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바로 쓰기’ 담당 연구관의 유사 문제 질의 건 회신 요지도 그와 같은 취지로 국립국어원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다.

 

전에도 적었듯이, 이러한 문제와 맞닥뜨리면 녹화를 잠시 중단하고 국립국어원의 감수 담당자는 물론 ‘우리말 바로 쓰기’를 담당하고 있는 연구관의 의견도 들어서 정오답 처리를 해야 옳다. 이 프로그램이 지니고 있는 광범위하고 심대한 교육 효과를 생각할 때 특히 그렇다.

 

‘피서 철’의 오답 처리는 옳다고 본다. 이 ‘-철’이 들어간 복합어는 어느 게시판에선가 내가 한 번 다룬 적이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어떤 말을 복합어(합성어+파생어)로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는 의미의 특(정)화 여부, 사용 빈도, 지역적 계층적 분포, 관행력, 편의성 및 기타 등을 고려하여 정하게 되는데 ‘식목철/김장철/휴가철’ 등이 복합어인 반면 ‘피서 철’이 합성어로 인정되지 않는 가장 주된 이유는 지역적 계층적 분포 문제 때문이다.

 

한여름 땡볕에서 일하는 게 생업의 일부이기도 한 농촌 분들에게 ‘피서철’이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어는 은연중 계층 유리(遊離)를 부추기게도 되는데 관행으로 굳어지기 전에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계층과 지역에 따라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피서 철'이란 말이 합성어에서 배제되는 이유다. 이미 합성어로 인정된 ‘유한마담’이나 ‘유한부인’이란 말도 그런 말에 속하는데 관행력과 사용 빈도가 만만치 않아 거두기에는 너무 늦었던 탓이다.

 

참고로, 내 단행본 초고에 담겨 있는 이 ‘-철’의 복합어 관련 내용을 전재한다. 내용 중 흔히 많이 쓰는 ‘이사 철’이 어째서 한 낱말이 될 수 없느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이 있을 듯하다. 가장 큰 문제는 ‘특(정)화 여부’다. 즉, 지방/계층이나 목적에 따라 이사 철이 다를 수도 있는데다가 도대체 언제가 정확하게 이사 철인가 하는 것이다. 말의 뜻풀이를 해야 할 때 그 의미를 특정화할 수 없으면 낱말로 인정 되기 어렵다. 두 낱말의 뜻이 연결되어도 족한 것들은 복합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냉이철이 되었으니 냉이 캐러 가자 : 냉이 철의 잘못. <=두 낱말.

김장 철이라 배춧값이 올랐다 : 김장철의 잘못. <=한 낱말.

이사철에는 미리 예약해야 돼 : 이사 철의 잘못. <=두 낱말.

선거 철이 되니 정치 철새들이 또 설친다 : 선거철의 잘못. <=한 낱말.

[설명] ‘-철’이 붙은 주요 복합어 : 봄철/제철/사철/한철/꽃철/농철≒농사철/여름철/겨울철/선거철/휴가철/가을철/장마철/김장철/가뭄철≒가물철/겨를철≒농한기/단풍철/더운철/사냥철/생선철[生鮮-]/열매철≒결실기/추수철≒추수기≒가을걷이철/사시사철/혼수철[婚需-]/못자리철≒묘판기/밭갈이철/해높은철≒고일계/사시장철/복철[伏-]/답청철[踏靑-]/산철[山-]/비철[非-]/식목철/꽃게철

복철[伏-]? 삼복[三伏]이 든 시기.

답청철[踏靑-]? 파랗게 난 풀을 밟으며 산책하는 봄철.

산철[山-]? 산에 오르는 계절.

비철[非-]? 옷, 음식, 상품 따위가 제철의 것이 아님

식목철[植木-]?? 나무를 심기에 적당한 계절.

꽃게철?? 꽃게가 많이 잡히는 시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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