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회(2013.6.24)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보기(1)
1. 개괄
-출연자 면면 : 황지선(24. 을지대 의학과 1년. 귀염둥이 손녀), 김현일(35. 회사원), 임석신(25. 공주 교대 2년), 정화영(39. 우리말 공부는 삶의 활력소!), 정경애 (44. 주부. 소설가 지망생)
황지선 학생. 의대 본과 1학년은 참으로 바쁘기 짝이 없는데,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을 즐겨 보면서 손녀의 출연을 손꼽아 기다리는 외조부 김봉규 옹의 소원을 풀어드리기 위해 짬을 낸 효녀. 두 분 할아버지 할머니의 열렬한 응원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대가족으로 살아가는 가정에서는 저절로 효자 효녀가 나오고 온 가족들이 화목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오늘날, 지선 양의 모습을 대하면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현일 님. ‘모두가 달인감. 그 물꼬는 내가!’라는 자막 소개가 참으로 멋졌다.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어설픈 외래어 사용을 지양하고 우리말로 바꾸어 쓰기를 실천하는 멋진 이. 사실 그동안 내가 이런저런 기회에 만난 이들 중에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어 쓰는 이들치고 제대로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 거의 보지 못했다.
블로그나 모임방 등에서 자신의 아이디를 ‘꼬부랑말’쪽으로 정한 이들은 도리어 외국어 콤플렉스나 ‘가방끈’ 콤플렉스를 가리려는 잘못된 선택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외래어/외국어 부스러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도리어 결함투성이었다. 자신의 흠축을 은폐하기 위해서 외래어나 외국어 부스러기에 의존하는 사람들, 적지 않다.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래어나 외국어 부스러기를 대화나 글에 끼워넣는 버릇은 버리는 게 좋다.
임석신 학생.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학생인 듯, 교대 2학년생으로서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반듯한 미남이라고 할까. 교생 실습 기간에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사용했던 유행어에 대한 반성을 잊지 않고 추스르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스승의 언행 모두를 그대로 보고서 따라 배운다. 특히, 초등생들은.
정화영 님. 우리말 공부가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는 말로 예쁘게 등장하셨다. 따님보다도 더 힘찬 움직임을 보이시는 모친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직업 소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시집가기 준비생’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는지. 아 그처럼 아리따운 미혼녀가 등장하면 제작진들이 알아서 공개 구혼 자리라도 마련해주실 일이지...... 티브이 화면에 얼굴이 크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셨다는 그 모친의 희망도 어쩌면 그런 것이었을지 모르는데. 하하하.
정경애 님(44. 주부). 방송이 꽤 진행된 뒤에야 사회자 입에서 초보 주부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보아, 그동안 습작생활 등으로 결혼이 늦어지셨던 듯하다. 작가를 꿈꾸며 신춘문예 등에 응모해오셨다는데, 차분하면서도 깐깐한 목소리가 그녀의 삶의 틀을 단단하게 조여온 밑천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든 뭐든 무엇인가를 이뤄내고자 하면, 그처럼 자기 자신을 단단히 옥조여야 한다. 한 가지 걸렸던 것은 경애 님이 방송 내내 한 번도 활짝 크게 웃으시는 모습을 대하지 못한 것. 안으로의 단단함과 밖으로의 맑음은 다른 얘기다. 내내 표정이 굳어 있는 것만 같아서 그녀를 바라보는 우리도 얼결에 차렷 자세 흉내를 내게 되므로.
-출제 경향 : 어제의 문제들은 대체로 요즘의 출제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들이었다. 요즘 크게 변한 것이라면 4단계의 낱말 뜻풀이 문제들인데, 어제의 문제들 역시 최근 변화된 출제 경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즉, 우리말 겨루기용 낱말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평소에 쓰임새가 적은 말들이 출제되던 데서 벗어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낱말들 중 정확한 뜻풀이가 필요한 그런 말들이 나왔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가끔 불규칙적으로 나오던 사자성어(四字成語) 문제가 어제도 나왔다. 그리고 지역 예심에서도 출제되었다고 하니 (예 : 원주의 경우 ‘호사다마’) 빼놓지 않고 공부해둬야 할 부분이다. 이 사자성어 문제는 예전에 내가 앞으로 출제될 영역으로 꼽은 것들 (관용구/속담 외에 사자성어와 부사 문제를 언급했었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쓰기와 말하기 모두에서 자주 쓰이는 것들이니 출제되지 않을 수 없다. 내 책자에 4천여 개를 나중에 추가하여 편성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출제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2단계 문제들도 난도가 적당했다. 문제 수준 자체가 상향 조정된 것이 아님에도 얼른 정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문제들이 많았던 지난 회에 비하면 조금 쉬운 편이었다고 해야 할 듯하다. 한마디로 몹시 까다롭다고 해야 할 그런 문제는 없었다. 출제자들의 고심과 정성 덕분이리라.
십자말풀이 문제도 까다로운 말은 없었다. 좀 어려운 편이라고 할 것은 ‘낱뜨기’와 ‘장기튀김’ 정도라고나 할까. 나머지 말들은 처음 선을 보인 말들도 아닌데다 공부한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말들이었다. 늘 하는 말이지만, 달인 출현을 고대하는 제작진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달인 출현은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공부한 이들에겐 보람을, 시청자들에게는 박수 치기와 동기 부여를 제공하고, 제작진들에게는 시청율 확보의 계기가 된다. 요즘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조차도 두 자릿수의 시청율에서 벗어나고 있다. 출연자 선정에서 제작진들의 재고가 필요한 듯하다. 특히, 기출연자들이 지역 예심 등에서 고득점을 하고도 면접에서 다수가 탈락하는 것을 보면 면접 채점에 객관성이 결여되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 노파심이길 바란다. 일부의 우려처럼, 패자 부활전 참가쪽으로만 유도한다면 그 또한 제작진의 공언 취지와 어긋난다.
어제 출제 문제 중에 심각한 문제가 보였다. 1단계 문제 중에서다. 해당 문제풀이에서 언급하겠지만, ‘분임조’와 ‘수목장’의 오답 처리는 제작진의 성의 부족이었다. 녹화 시간이 좀 길어지더라도 반드시 국립국어원의 확인을 거쳤어야 했다. 특히 ‘우리말 바로 쓰기’ 담당관의 확인을 거쳤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해당 출연자의 점수 때문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지니고 있는 교육적 효과 때문에 하는 말이다.
-공부량과 공부 자료 : 어제 출연자 중 황지선 양이 녹화 후 소감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2~4단계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출연해서 아쉽고, 다음에는 그 부분을 꼭 하고 나오겠노라고 했다.
그랬다. 3단계에 진출한 3인에 포함되어 3단계가 끝났을 때 현일 님과 더불어 공동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지선 양이 스스로 공부량 부족을 고백했듯이, 요즘의 출연자들은 공부량 면에서 많이 모자란다.
공부의 성과는 공부를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될 때가 많은데,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몇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대충 준비하고서 예심에서 통과하면 그 결과 앞에서 자만하는 이들이 꽤 되는 듯하다. 그건 달인 도전은 물론이고 일상의 삶을 엮어나가는 데에도 위험천만한 태도다.
예컨대,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맞춤법/띄어쓰기 7문제에서 3개밖에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것이 그 좋은 예인데 (문제도 평이한 수준의 일상적인 것들이었고), 우리나라 작가들이 우리말을 결딴내고 있다는 한탄이 나온 지도 오래다. 프랑스의 문학상 5개 중 가장 최상위에 드는 콩트상의 경우, 프랑스 어법에 어긋나는 작품은 아예 심사에서 배제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규준을 적용할 경우 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은 단 하나도 없다. 그것이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3단계에 진출한 세 분 모두 공부 자료에서도 문제들이 조금 엿보였다. 2단계가 끝났을 때 어찌 보면 참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세 분의 점수가 750/750/800점이었던 것도 그렇지만, 우승자 현일 님조차도 십자말풀이에서 ‘이짜/낱뜨기/장기튀김’과 같은 말들을 처음 대하는 듯하여 안타까웠다. ‘이짜’는 기출단어이고, 장기 관련 용어는 내 책자에 따로 모아 두었을 정도로 관심해둬야 할 말이었다. ‘낱뜨기’ 역시 ‘낱흥정’과 그 상대어 ‘도거리’ 등과 같이 공부했어야 할 말이고.
상세한 것은 문제풀이에서 살펴 보기로 한다.
2. 1단계 문제
-출제된 제시어 : 안/조/두/목/배
지선 양만 300점 만점을 얻었다. 의대생답게 근시안/원시안으로 답하는 걸 보면서 그 또한 실력이라는 생각으로 빙긋 웃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이미 답한 말을 활용해서 답하는 것 또한 재치요 실력(활용 능력)이기 때문이다.
작가를 꿈꾸는 경애 님이 ‘배짱이’를 답하는 걸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녹화의 중압감이 얼마나 무서운가가 읽혀지기도 했다. 다른 건 그만두고 위에서 언급한 문제의 낱말들로 가자.
김현일 님이 답한 ‘분임조’가 오답 처리됐다. 문제가 있는 조치다. 여기에 쓰인 ‘조(組)’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특정한 임무나 역할을 맡아 수행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작은 집단을 나타내는 말’로 설명되어 있고, 그 예문으로 ‘작업조’, ‘폭파조’ 등을 들고 있다. ‘분임(分任)’은 알다시피 ‘임무를 나누어 담당함’을 뜻한다. 즉, ‘분임조’란 임무를 나누어 담당한 작은 집단이란 낱말이다. 우리나라 경영학 관련 책자에 쓰이기 시작한 지 아주 오래 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답 처리됐다. 명백한 실수다. 왜냐, ‘조(組)’와 같이 일부 명사 뒤에 붙어서 접사적 기능을 할 수 있는 것들을 ‘생산성이 있는 말’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생산성이 있는 말들이 붙어 만들어진 모든 복합어들을 사전에 올릴 수 없다는 물리적 현실적 한계 때문에, 버젓한 낱말임에도 사전에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답 처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바루기 담당관이 자주 답변에 올린 내용 중에는 바로 이러한 답변들도 흔한 터이다.
물론 생산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말 뒤에 붙여서 쓸 수는 없다. 붙여 쓸 수 있는 것들은 그에 합당한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분임조’와 같은 말들은 이 조건에 부합된다.
이에 관련된 상세한 설명을 모두 하기에는 이곳 지면이 적절하지 않다. 결론 삼아서 예를 들자면 ‘줄도산/줄사고/줄사표/줄소환/줄파업’ 등과 같은 말이 사전에 없다고 해서 적절한 낱말이 아니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국립국어원의 답변에도 쓸 수 있는 낱말들이라고 나와 있다.
물론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을 수 있다. 현행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낱말만을 정답으로 하겠다는 기준을 고수하면. 하지만, 위에 적은 것처럼 생산성이 있는 말들이 붙어서 적절한 낱말을 이룬 경우에도 그런 낱말들 모두를 사전에 올리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국립국어원의 답변 취지를 살려, 의심스러울 때는 녹화를 멈추고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바로 쓰기 담당관의 확인을 거쳐 정오답 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에서도 적었듯, 공영방송이 지니는 우리말 교육 효과의 파급력은 무서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수목장’을 오답 처리한 것 역시 대실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KBS의 실수라기보다는 국립국어원의 업무 해태에서 비롯된 실수다.
이 수목장이라는 말은 버젓한 법률 용어다. 1988년인가에 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란에 보면 ‘자연장’과 ‘수목장림’이라는 낱말이 나오고 그 뜻풀이가 나온다. ‘수목장’은 거기서 언급하는 ‘자연장’의 한 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 용어는 즉각 사전에 등재되어야 한다. 국가기관의 하나인 국립국어원에서 이를 게을리한 것은 명백한 업무 해태다.
게다가, 이 ‘수목장’이란 말이 국립국어원에서 편찬 관리하고 있는 신어 목록에도 나온다. ‘수목장’이란 항목은 없지만 ‘추모목[追慕木]’이라는 항목의 해설에 ‘수목장을 할 때 유골을 묻고 추모의 뜻을 기리는 나무.’로 되어 있다. 이 신어들은 국어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크게 이의가 없는 한은 표준어로 등재되는 예비 표준어들이다. 마치 1993년 대전 엑스포 때 등장한 ‘도우미’가 신어의 과정을 거쳐 지금은 표준어가 되었듯이. 현재도 ‘네비게이터’의 순화어로 채택된 ‘길도우미’ 역시 그러한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수목장’은 법률에 그 의미가 명확히 규정된 용어이므로, 국립국어원은 즉시 그걸 사전에 등재해야 옳은데, 그걸 게을리했다. 그 바람에 현재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누락되었는데 그런 국가기관의 실수로 오르지 못한 낱말을 관련기관에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현행 사전에 없다는 이유로 오답 처리한 것은 2차적 실수다. (만약 확인을 했는데, 답변을 해온 담당 연구사 혹은 연구관이 오답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면 그 또한 큰 실수다.)
참, 요즘 프로그램 방영이 끝나면서 나오는 자막을 보니 국립국어원 앞에 ‘조언’이라 적혀 있었던 듯하다. 내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예전에는 ‘감수’ 비슷한 표기가 있지 않았던가? 국립국어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3. 2단계 문제 : 7문제, 총 가능득점 1400점
-개괄 : 위에서도 적었듯, 아주 까다로운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도 오답자들이 아주 많았고 정경애 님도 정답을 맞히지 못한 문제가 두 개나 있었고, 정답자가 단 1명이었던 문제가 3개였던가.
그 원인은 두 가지였던 듯하다. 첫째는 뭐니뭐니 해도 공부량들이 적었던 것이 그 으뜸 사유이고, 둘째로는 차분하게 도움말을 보고 적는 연습을 출연 전에 덜 하고 나오신 듯하다. 정경애 님이 도움말을 끝까지 보고 적는 일이 많았다. 그런 덕분에 얻은 점수들은 50점대라 할지라도 2단계 마친 뒤 800점으로 출연자 중 최고점이었다. (그 점수로 최고점을 기록한 것도 근래 보기 드문 장면이었지만.)
문제풀이로 가자.
-(ㅁ)(ㅈ) : 00답쌔기/자욱00/00도 쌓이면 큰 산이 된다/폴짝폴짝 ->‘먼지’
두 번째 도움말이 크게 도움이 된 문제. 4인이 정답을 적었다. 평이한 문제.
‘먼지답쌔기’는 출제 가능성이 높아서 내 책자에서 표제어에 밑줄을 그어뒀던 말이다. 내 책자에서 먼지 관련 부분과 함께 전재한다. 자주 출제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농후하다. 왜냐 일상생활과 밀접한 말들이기 때문이다.
먼지답쌔기? 먼지가 한군데 많이 모여 있는 것.
먼지떨음*? ①겨우 옷의 먼지만 떨 뿐이라는 뜻으로, 어린아이에게 엄포하기 위해 아프지 않을 정도로 때리는 일의 비유. ②걸어 두었던 옷의 먼지를 떤다는 뜻으로, 오래간만에 나들이하는 일의 비유. ③노름/내기 따위를 할 때 연습 삼아 한번 겨루어 봄의 비유.
먼지떨이*≒총채? 먼지를 떠는 기구. 말총/새털/헝겊 조각 따위를 묶고 가는 자루를 대 어서 만듦.
불자[拂子]? ①≒먼지떨이(먼지를 떠는 기구). ②짐승의 꼬리털/삼 따위를 묶어서 자루에 맨 것. 원래 인도에서 벌레를 쫓을 때 사용하였는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선종의 승려가 번뇌와 어리석음을 물리치는 표지로 지닌다.
털이개/먼지털이/떨채/먼지채? ‘먼지떨이(먼지를 떠는 기구)’의 잘못.
먼지잼*? 비가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옴.
-(ㄱ) :0를 재우다/0가 열리다/0에 싹이 나다/0에 들어가다 ->‘귀’
공부하신 분들은 첫 번째 도움말에서도 멈출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세 번째 도움말을 보고 더 헷갈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 바람에 답들이 ‘구/고/기’ 등으로 제각각이었는데, 정경애 님만 혼자 정답을 맞혔다.
‘귀를 재우다’가 좀 낯설었을 듯하다. ‘귀에 싹이 나다’는 흔히 쓰는 ‘귀에 못이 박히다 [딱지가 앉다]’와 같은 뜻이다. 내 책자에 귀에 관련된 말들이 많아서 해당 표제어순으로 실어 놨는데, 문제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면 아래와 같다.
귀를 재우다 ? 말썽을 무마하여 평온하게 만들다.
귀를 팔다 ? 귀를 딴 데로 돌리어 잘 듣지 않다.
귀에 딱지가 앉다 [못이 박히다] [싹이 나다] ? 같은 말을 여러 번 듣다.
귀먹은 욕 ? 당사자가 듣지 못하는 데서 하는 욕.
귀먹은 푸념 ? 당사자가 듣지 못하는 데서 하는 불평.
귀먹은 중 마 캐듯 ? 남이 무슨 말을 하거나 말거나 알아듣지 못한 체하고 저 하던 일만 그대로 함의 비유.
-(ㅈ)(ㅁ) : 고치00/건들00/마른00/억수00 ->‘장마’
공부하신 분들은 도움말 한두 개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고, 공부량이 모자란 분들은 마지막 도움말까지 보아야 했을 문제였다. 네 사람이 끝까지 보았는데, 이 문제도 정경애 님만 정답이었던가.
이 장마와 관련된 말들은 문제에서처럼 몇 가지가 있고, 재미있는 표현들도 적지 않다. 차제에 익혀두면 일상생활에서도 활용 낱말들이 풍부해진다. ‘건들-’이 들어간 중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함께 익혀두시라고 내 책자에서 관련 부분들을 모아서 전재한다.
고치장마? 초여름에 치는 누에가 오를 무렵에 오는 장맛비.
건들바람? ①초가을에 선들선들 부는 바람. ②풍력 계급 4의 바람. 10분간의 평균 풍속이 초속 5.5~7.9미터이며, 육지에서는 먼지가 일고 종잇조각이 날리며 작은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바다에서는 물결이 인다. [유]화풍(和風).
건들마*? 남쪽에서 불어오는 초가을의 선들선들한 바람.
색바람*? 이른 가을에 부는 선선한 바람.
더넘바람? 초가을에 서늘하게 부는 바람. 작은 가지가 움직일 정도로 선들선들 부는 바람.
강쇠바람? 첫가을에 부는 동풍.
소소리바람*?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바람’ 항목 참조.
건들장마? 초가을에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비가 오다가 다시 개고 하는 장마. ≒마른 장마
건들팔월[-八月]? 건들바람처럼 덧없이 지나간다는 뜻으로, 음력 8월. ♣깐깐5월, 미끈6월, 어정7월, 건들8월? : 각각 음력 5월~8월을 뜻하는 말.
마른장마≒건장마? 장마철에 비가 아주 적게 오거나 갠 날이 계속되는 기상 현상.
-(ㅅ) : 깝죽깝죽/흥청망청/얼싸절싸/덩실덩실 ->‘신’
출연자들의 연상력과 실력의 합체가 드러나는 재미있는 문제였다. 지난 회에서 ‘맵시’와 같이 쉽게 얼른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 그 탓인지 정경애 님은 끝까지 도움말을 보고서도 답란은 공란이었다.
참고로 여기서 사용된 ‘흥청망청’의 어원에 대해서 시중에는 연산군 시절의 채홍사와 관련된 설명도 있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배제했다. 해당 설명을 내 단행본 책자의 초고에서 전재하면 아래와 같다.
흥청망청? ‘①흥에 겨워 마음대로 즐기는 모양. ②돈/물건 따위를 마구 쓰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 일부에서 이 어원을 ‘흥청[興淸, 조선 연산군 10년(1504)에 나라에서 모아들인 기녀(妓女)]’으로 보아 ‘천과흥청[天科興靑, (연산군 시절에) 임금과 잠자리를 한 기생]’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근거가 없음. 따라서, 현재의 《표준》에서는 ‘흥청망청’을 ‘흥청망청(興淸-)’으로 보지 않고 고유어로 봄.
‘깝죽깝죽’과 비슷한 말로는 ‘깝작깝작/깝신깝씬’도 있다. 함께 공부들 해두시라고 내 책자에 함께 담아두었다.
깝신깝신? 고개/몸을 방정맞게 조금 자꾸 숙이는 모양.
깝작깝작? 자꾸 방정맞게 까불거나 잘난 체하는 모양. ¶깝작거리다?
깝죽깝죽? ①신이 나서 몸/몸의 일부를 방정맞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 ②자꾸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까불거나 잘난 체하는 모양. ¶깝죽거리다*?
‘얼싸절싸하다’라는 말도 있다. 한 번 선을 보였던 말이기도 한데, 그 뜻 중에 ‘중간에서 양편이 다 좋도록 주선’한다는 흔치 않은 게 있다. 유의하시기 바란다.
얼싸절싸하다*? ①흥이 나서 뛰놀다. ②중간에서 양편이 다 좋도록 주선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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