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회(2013.7.1)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보기(2)
4. 3단계 문제 : 1문제 100점 x 6문제.
-개괄 : 여전히 일상의 어문생활에서 알아두면 아주 요긴한 그런 문제들이 나왔다. 이런 기회에 하나라도 제대로 알아두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익힌 것들을 실제로 자신의 글쓰기에서 실천하면 더욱 좋다. 앞서 위에서 일기 쓰기를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내 책자 머리말에서, 몇 해 전 국립국어원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우리나라 교사들의 국어 실력 점검에서 100점 만점 기준 65점으로 조사된 게 있다고 적었다. 그처럼 참담한 점수가 나오는 데에 무척 기여하는 게 이 맞춤법/띄어쓰기 부분이다. 교사들의 블로그 같은 데에 가 보거나, 교사들이 써서 올리는 글, 심지어는 가정 통신문을 봐도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들이 즐비하다. 개인적인 글들에서는 아예 무시하고 사는 용감한(?) 이들도 있다.
그런 행태가 개인적인 선택으로만 끝나면 사실 우리가 뭐라 할 일도 못 된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어법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투영된다. 판서 하나에서도. 그래서, 그러한 어법을 무시하는 개인적인 용감함은 무책임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아이들을 잘못 이끄는 일이 되므로. 그렇지 않아도 요즘 티브이의 웃기는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엉터리 어법이 난무하고, 손전화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문자질을 보면 그 내용이나 어법이 기절초풍할 정도인 세상 아닌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아이들의 언행. 그 모든 것이 실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어른을 보고 배웠거나 어른들의 챙기기와 이끎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잘못된 어법 역시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그렇게 무관심하거나 무심히 지나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핑계들은 많다. 지나치게 까다롭다거나, 공부할 시간이 없다든가.
핑계부터 내세우지 말고, 달려들어 해보라. 한 달 정도만 들여다봐도 문리가 터진다. 그러고 나면 앞으로는 조심하게 된다. 잘못된 것인지 어떤지 알아보려 들게 되고, 그러면 고쳐진다. 그런 버릇만 들면 그 다음부터는 쉽다. 한 달 정도의 시간 투자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뜸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소리부터 앞세운다. 세상살이에서 남 탓하는 버릇의 연장선일 뿐이다. 그런 이들은 다른 일들에서도 제일 먼저 남을 탓하는 게 거의 습관에 가깝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핑계부터 찾고 끝내는 세상 탓, 남의 탓을 한다. 죽을 때도 남의 탓만 하고 죽을지 모를 일이다. 제 목숨 챙기는 일까지도.
잔소리가 너무 길었다. 문제풀이로 가자.
-올곧다면 권력자에게 무조건 굽신거리지(x)/굽실거리지(o) 말아야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잘못 쓰고 있는 표현으로, 올바른 원형을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 ‘굽실거리다’가 원형이다. 상당수의 작가들조차도 잘못인 줄도 모른 채 ‘굽신굽신’의 표현을 맘 놓고 쓸 정도로 흔한 잘못.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 한 가지는 머리카락 등에 쓰이는 ‘곱슬거리다’이다. 이 경우는 ‘-슬-’이 맞는 말. 내 책자에서 해당 부분의 설명을 전재한다. 외울 때 [기억도우미] 부분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더 이상 굽신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 굽실거리지의 잘못. <-굽실거리다[원]
상사에게 늘 굽신거리는 사람은 : 굽실거리는의 잘못.
무슨 죄를 졌다고 그리 굽신굽신인가 : 굽실굽실의 잘못.
[주의] 머리카락이 어찌나 굽(곱)실거리는지, 늘 펴 줘야 해 : 굽(곱)슬거리다(o)
[기억도우미] 잘 굽실거리는 사람은 실 같다.
-그는 자기 주장을 끝까지 밀어부쳐(x)/밀어붙여(o) 그 목표를 달성했다.
‘부치다’와 ‘붙이다’의 구분은 초등학교에서도 배우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몹시 까다롭다. 그 앞에 ‘걷어-’, ‘밀어-’, ‘몰아-’, ‘올려-’ 등의 파생 접두어가 붙으면 더욱 그렇다. 모두 ‘-붙이다’가 붙는다. 방법은 차분하게 익히는 길밖에 없다. 내 책자에 이 말의 구분을 장황하달 정도로 많은 용례를 실어 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예전에 한번 간단히 용례를 든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분량이 좀 길지만, 내 책자에서 해당 부분 전체를 전재한다.
◈♣‘부치다’와 ‘붙이다’의 올바른 쓰임
①부치다
°편지/물건 따위를 일정한 수단/방법을 써서 상대에게로 보내다. ¶편지를 부치다; 아들에게 학비와 용돈을 부치다; 짐을 외국으로 부치다
°어떤 문제를 다른 곳이나 다른 기회로 넘기어 맡기다. ¶안건을 회의에 부치다; 임명 동의안을 표결에 부치다; 재판에 부쳐 처벌하였다.
°어떤 일을 거론하거나 문제 삼지 아니하는 상태에 있게 하다. ¶회의 내용을 극비에 부치다; 세상에 떠도는 얘기 같은 것 불문에 부치겠다
°원고를 인쇄에 넘기다. ¶접수된 원고를 편집하여 인쇄에 부쳤다.
°마음/정 따위를 다른 것에 의지하여 대신 나타내다. ¶시인은 외로움을 기러기에 부쳐 노래한다.
°먹고 자는 일을 제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다. ¶삼촌 집에 숙식을 부치다; 당분간만 밥은 주인집에다 부쳐 먹기로 교섭했다.
°모자라거나 미치지 못하다. ¶힘에 부친 일.
°논밭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다. ¶밭 한 뙈기를 겨우 부치고 있지.
°번철/프라이팬 따위에 기름을 바르고 빈대떡/저냐/전병(煎餠) 따위의 음식을 익혀서 만들다. ¶이런 날은 부침개를 부쳐 먹으면 딱인데.
°부채 따위를 흔들어서 바람을 일으키다. ¶손부채를 부치려니 더 더워졌다.
②붙이다
°‘붙다(맞닿아 떨어지지 아니하다)’의 사동사. ¶봉투에 우표를 붙이다; 메모지를 벽에 덕지덕지 붙이다
°‘붙다(불이 옮아 타기 시작하다)’의 사동사. ¶연탄에 불을 붙이다; 담뱃불을 붙이다
°‘붙다(조건/이유/구실 따위가 따르다)’의 사동사. ¶계약에 조건을 붙이다; 일마다 이유를 꼭 붙여야 직성이 풀린다.
°‘붙다(식물이 뿌리가 내려 살다)’의 사동사. ¶땅에 뿌리를 붙이다.
°‘붙다(주가 되는 것에 달리거나 딸리다)’의 사동사. ¶주석을 붙이다; 논문 뒤에 부록을 붙였으니 참고하시오; 가사에 곡을 붙이다
°내기를 하는 데 돈을 태워 놓다. ¶내기에 1000원을 붙이다.
°신체의 일부분을 어느 곳에 대다. ¶경찰이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범인의 동태를 살폈다.
°윷놀이에서, 말을 밭에 달다. ¶세 번째 말을 붙이다.
°‘붙다(물체와 물체 사람이 서로 바짝 가까이하다)’의 사동사. ¶가구를 벽에 붙이다; 아이를 자기 옆에 딱 붙여 놓고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붙다(바로 옆에서 돌보다)’의 사동사. ¶중환자에게 간호사를 붙이다; 아이에게 가정교사를 붙여 주다
°‘붙다(어떤 것이 더해지거나 생겨나다)’의 사동사. ¶운동을 해서 다리에 힘을 붙였다; 몸에 살을 붙여야지, 너무 말랐다
°‘붙다’의 사동사. ¶한글 이름을 수출 상품에 붙이다
°‘붙다(어떤 감정/감각이 생겨나다)’의 사동사.
°말을 걸거나 치근대며 가까이 다가서다. ¶농담을 붙이다; 박 소령과 얼굴이 마주치자 부동자세로 경례를 붙였다.
°기대나 희망을 걸다. ¶앞날에 대한 희망을 붙이다.
°‘붙다(어떤 놀이/일/단체 따위에 참여하다)’의 사동사. ¶너희들끼리만 놀지 말고 나를 좀 붙여 줘라; 그는 재주가 많으니 우리 일에 붙이면 도움이 될 거야.
°‘붙다(어떤 것이 더해지거나 생겨나다)’의 사동사. ¶목숨을 붙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였다.
°남의 뺨/볼기 따위를 세게 때리다. ¶상대편의 따귀를 한 대 붙이다.
°주로 ‘번호/순서’ 따위와 함께 쓰여, 큰 소리로 구령을 외치다. ¶번호를 붙여서 일렬로 들어간다; 동생이 멋지게 차렷 구령을 붙였다.
°‘붙다(겨루는 일 따위가 서로 어울려 시작되다)’의 사동사. ¶흥정을 붙이다; 동네 불량배를 다른 지역 불량배와 싸움을 붙였다.
°‘붙다(암컷과 수컷이 교합하다)’의 사동사. ¶튼튼한 놈들끼리 교미를 붙여야 새끼가 튼실하다.
°‘붙다((속) 남녀가 가까이 지내거나 성교(性交)하다)’의 사동사. ¶누군가 그 남자를 모함하려고 그 남자를 다른 여자와 붙이려고 한 것 같다.
◈♣‘-붙이다’가 들어간 파생어 중 유의해야 할 말들 : 파생어이므로 붙여 써야 하며 띄어 쓰면 잘못임.
◯‘-붙이다’ : 갈붙이다/갈라-/갈아-/걷어-/곁-/까-/내려-/내-/다가-/다-/돌려다-/덧-/맞-/매손-/메다-/메-/≒메어-/몰아-/밀어-/발-/배-1/배-2/불-/생청-/쏘아-≒쏴-/엇-/열어-/올려-/접(椄)-/정(情)-/흘겨-/흘레-/휘어-.
<주의해야 할 말들>
갈붙이다? 남을 헐뜯어 사이가 벌어지게 하다.
갈아붙이다? 분함을 억제하지 못할 때나 결심을 굳게 할 때, 독한 마음으로 이를 바짝 갈다.
내려붙이다? 숯불 따위를 불을 피웠던 자리에서 다리미 따위에 옮겨 담다.
휘어붙이다? 남을 다루어 굴복하게 하다.
매손붙이다? 길들인 매가 처음으로 사냥을 나가다.
생청붙이다? 억지스럽게 모순되는 말을 하다.
배붙이다? 씨름에서, 서로 배를 대다.
돌려다붙이다? ①책임/허물을 다른 데로 밀다. ②하고 싶은 말을 간접적으로 둘러대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에서 왜적을 크게 처부수었다(x)/쳐부수었다(o).
기본적인 용언 활용형 연결 문제. 차분히 기본적인 어법을 생각하면 정답을 찾기 쉬운 문제인데, 무조건 암기하려고만 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위의 문장은 ‘치다’의 활용형 ‘치어’+‘부수다’->‘쳐+부수다’와 관련된다. 그러므로 정답은 ‘쳐-’로 표기된 ‘쳐부수었다’. 기본 어법을 알면 이처럼 간단해지므로 맞춤법 공부를 하면서 이 정도의 어법은 익혀두는 게 좋다. 내 책자에는 예전에 흔히 잘못 표기하던 ‘쳐부시자 공산당!’의 사례로 설명해 두었다.
◈처부시자 공산당 : 쳐부수자의 잘못. ‘처부시자(x)/쳐부시자(x)’. <-‘쳐부수다’(o).
[설명] ‘치다’의 활용형 ‘치어’+‘부수다’ ->‘쳐+부수다’ -> ‘쳐부수다’.
-강아지가 뼈다귀를 넙죽(o)/넙쭉(x) 잘도 받아먹네.
공부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약간 까다로운 문제였다. 앞서 2단계 문제풀이에서 ‘약삭빠르다’를 언급하면서 간단히 얘기했듯, 이것은 어법 관련 문제다.
그 부분을 그대로 다시 옮기면 :
...‘약삭빠르다’를 ‘약삭바르다’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 북한어다. 나중에 맞춤법 문제에서 ‘넙죽’이 출제되었는데, 그와 같이 받침 ‘ㄱ/ㅂ’ 뒤에서 된소리로 발음되는 것들은 예사소리로 적는다. 즉, ‘약싹빠르다’는 잘못이다. 즉, ‘싹뚝(x)/싹둑, 넙쭉(x)/넙죽(o), 약싹(x)/약삭(o)’이다...
즉, 이 문제는 ‘넙죽’에서 ‘-죽’의 앞말인 ‘넙-’에 ‘ㅂ’ 받침이 있기 때문에 그 표기를 된소리 ‘-쭉’이 아닌 예사소리 ‘-죽’으로 표기하는 게 맞다는 걸 알아야 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 내 책자의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문제로 출제된 내용 이외의 부분들도 있으니 함께 익혀두시길 바란다. 이와 같은 형태로 항상 출제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망설임 없이 가위로 싹똑/싹독 잘랐다 :싹둑의 잘못. <=모음조화와 무관하게 발음 인정.
가위 날이 잘 서서 단번에 삭독 잘렸다 : 가윗날, 삭둑의 잘못.
[설명] ①받침 ‘ㄱ/ㅂ’의 뒤에서는 예사소리로 표기함 : 싹뚝(x)/싹둑(o); 넙쭉(x)/넙죽(o). ②언중의 발음을 인정한 사례. 단, 모두 ‘-똑/독’이 아니라 ‘-둑’임. 주의!
싹둑/삭둑? 어떤 물건을 도구나 기계 따위가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힘으로 단번에 자르거나 베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넓죽이 아니랄까봐 잘도 넓죽거렸지 : 넙죽거렸지의 잘못. <-넙죽거리다[원]
[설명] ①‘넓죽거리다/-대다’는 ‘넙죽~’의 잘못. ②얼굴이 넓죽한 사람은 ‘넓죽이’가 맞음. 그러나, ‘넙죽거리다’에는 의미소 ‘넓-’의 뜻이 전혀 없으며, 도리어 어원은 ‘넙죽/넙적’(부사)에 가까움.
[주의] ‘넙적다리/넙적뼈’는 ‘넓적다리/넓적뼈’의 잘못. 의미소 ‘-넓-’을 유지해야 하므로. ‘넙다듬이(x)/넓다듬이(o); 넙둥글다(x)/넓둥글다(o); 넙죽이(x)/넓죽이(o)’도 마찬가지임.
-승진은 못 할망정(o)/못 할 망정(x) 할 말은 하겠다.
공부한 사람에게는 쉽지만, 안 한 사람에게는 좀 까다로운 문제였다. 사회자도 설명했듯, ‘망정’은 연결어미와 의존명사의 두 가지 기능을 한다. 당연히 그 띄어쓰기는 다르다. 위의 경우는 연결어미. 그러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아무리 길어도. 이처럼 헷갈리게 하는 어미로는 아래와 같은 말들이 있다.
◈♣주의해야 할 어미 : 아무리 길어도 어미는 붙여 적음.
<예> 얼어 죽을망정; 내놓으라면 내놓을밖에; 재주도 없을뿐더러; 놀기는커녕 잠도; 밥도 먹지 못하리만큼(≒못하리만치); 모두 다 내놔야만 할진댄(혹은 -진대는)
◈예뻐할 뿐더러, 예뻐할뿐만 아니라 : 예뻐할뿐더러, 예뻐할 뿐만 아니라의 잘못.
일터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 일터에서뿐만의 잘못. <=‘뿐’은 조사.
[설명] ①‘~ㄹ뿐더러’는 연결어미. 앞말에 반드시 붙여 씀. ‘예뻐할 뿐만 아니라’의 ‘뿐’은 의존명사. ‘일터에서뿐만’에서의 보조사 ‘뿐’은 체언 외에 부사어 뒤에도 붙음. ②[중요] ~ㄹ뿐더러/~을뿐더러? 어떤 일이 그것만으로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다른 일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어미이므로 반드시 앞말에 붙여 씀. ¶그는 재산이 많을뿐더러 재능도 남에게 뒤질 것 없는 사람이다; 그는 그런 일을 감당할 만한 능력도 없을뿐더러
[유사] ‘~ㄹ망정’도 어미. ¶가난할망정, 가난할뿐더러. 가난할 뿐 아니라.
‘망정’이 의존명사로서 쓰이는 경우의 사례와 어미로 쓰이는 경우의 사례.
망정? ¶마침 너희들이 내 눈에 띄었기에 망정이다; 우리가 한발 앞섰기에 망정이지; 그나마 아비가 논마지기나 갖고 있으니 망정이지
-ㄹ망정 ? 연결어미. ¶가난할망정, 내 뜻을 굽히고 굽실거리진 않겠다.
-갈테면(x)/갈 테면(o) 가라.
어제 출제된 문제 중 ‘밀어붙이다’의 문제와 아울러 비교적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문제였다. ‘테’는 의존명사 ‘터’에 서술격 조사 ‘이다’의 활용형 ‘이-’가 결합한 것. 즉, ‘터’+‘이’ ->‘테’의 꼴이므로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이 ‘이다’는 조사이면서도 용언처럼 활용을 하는 특이한 조사다.)
이 의존명사 ‘터’는 ‘테’의 꼴로 활용될 때 조심해야 할 말이다. 특히, 준말 꼴인 ‘텐데’와 ‘테다’로 쓰일 때의 띄어쓰기에서 의존명사이므로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내 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은 ‘의존명사 종합 정리’ 항목을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란다. 내 책자의 해당 부분 설명을 전재한다.
터? ①예정/추측/의지. ¶내일 갈 터이니 그리 알아라; 시장할 터인데 어서. ②≒터수. 처지/형편. ¶사날을 굶은 터에 찬밥 더운밥 가리랴;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터에; 그는 겨우 역에 도착했지만 기차는 이미 떠나고 없는 터였다.
?텐데 (의존명사 ‘터’+인데) ¶눈물일 텐데; 늦을 텐데; 독립투사가 그랬을 터
?테다 ¶나는 그 일을 기어코 하고 말 테다; 가고야 말 테야
3단계 문제까지 풀었을 때 세 분의 점수는 각각 1000, 850, 700점. 문제가 어렵지 않은 편이었음에도 흉작이었다. 공부량 부족을 내가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민영 님만 4문제를 맞혔고 나머지 두 분은 각각 3문제, 2문제를 맞혔다.
5. 4단계 문제 : 최대 2000점
- 출제된 낱말들 : 반지랍다, 올차다, 굽질리다, 짤짤이
모두 흔히 쓰는 말들. 마지막 문제로 나온 ‘짤짤이’ 역시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 그 말의 정확한 뜻풀이를 묻는 깜찍한 문제가 눈길을 끌었다. 이 문제에서 정세윤 양이 순발력을 발휘하여 200점을 획득하는 바람에 그때까지 내내 선두를 지키고 있던 김민영 님을 밀어내고 도전자의 자리에 올랐다.
김민영 님은 몹시 아쉬우셨으리라. 심지어 행운에 의한 낚아채기와 같은 4번째 낱말 출제 방식이 억울하셨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공부량이 충분하고 공부 자료가 튼실했더라면 앞서 주어진 1500점의 기회에서 겨우 100점만 얻는 그런 부실한 성과는 없었을 터. 공부량과 공부 자료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시길 바란다. 우승자 역시 총점이 1500점도 못되는 대흉작으로 도전자 자리에 오른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고.
‘올차다/짤짤이’ 등은 이미 예전에 선을 보인 적이 있는 말들. 그중 ‘올차다’는 뜻풀이 문제로 언젠가 출제될 수도 있는 말이어서 내 책자에서 밑줄에다 볼드체 처리까지 해뒀던 말이다. ‘반지랍다’는 아래 설명 중 두 번째의 뜻으로 흔히 쓰지만 이번에 출제된 뜻이 본래의 의미다.
또한 ‘굽질리다’는, 흔히 ‘접질리다’의 잘못된 말로 맞춤법 문제로도 출제되는 ‘곱질리다’와는 다른 말이다. 차제에 제대로 익혀두시라고, 내 책자의 해당 부분 설명도 전재한다.
반지랍다? ①기름기/물기 따위가 묻어서 윤이 나고 매끄럽다. ②성질이 얄미울 정도로 매끄럽다.
올차다*? ①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기운차다. ②곡식의 알이 일찍 들어차다.
알차다? 속이 꽉 차 있거나 내용이 아주 실속이 있다.
짤짤이*? ①주책없이 자꾸 이리저리 바삐 싸다니는 사람의 놀림조 말. ②발끝만 꿰어 신게 된 실내용의 단순한 신발.
굽질리다? 일이 꼬이거나 어떤 장애를 만나 제대로 안되다.
◈곱질린 다리를 그리 써서야 : 접질린(혹은 겹질린)의 잘못. <-접질리다/겹~[원]
[설명] 흔히 쓰는 ‘곱질리다’는 ‘접질리다/겹질리다’의 잘못. ‘접질리다/겹질리다’와 비슷한 ‘곱디디다’와 혼동해서 생기는 현상임.
겹질리다1? 몸의 근육/관절이 제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지나치게 빨리 움직여서 다치다.
접질리다≒겹질리다2? ①심한 충격으로 지나치게 접혀서 삔 지경에 이르다. ②(비유)기가 꺾이다. [유]삐다
곱디디다? 발을 접질리게 디디다.
6. 달인 도전 문제
-개괄 : 앞서 언급했듯 뜻밖의 낱말은 없었고 ‘흘게’ 하나를 빼고는 대체로 평이한 편이었다. 게다가, 이미 선을 보였던 말들이 여러 개 나왔다. ‘개골창/난든벌/벌인춤/위뜸/게꽁지’ 같은 말이 그에 해당된다. 특히 ‘벌인춤’은 이 프로그램에서 자그마치 4번씩이나 선을 보인 말이다.
‘난든벌’과 ‘든난벌’은 같은 말이며, ‘흘게’는 내가 출제자라면 출제하고 싶을 정도의 좋은 말이어서 내 책자에 밑줄과 볼드체 설명 처리를 해놨던 말이었다. 도전자가 정확히 답한 ‘창구멍’도 익혀 두면 아주 좋은 말이다. 요즘은 남녀 공통과목인 가정 과목을 예전에 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특히.
도전자가 ‘개굴창’으로 잘못 답한 ‘개골창’. 많은 시청자들도 그처럼 잘못 쓰는 경우가 흔하다. 이 말은 우리말 겨루기 카페에 내가 올린 ‘사투리로 착각하기 쉬운 표준말들’의 항목에서도 주의해야 할 말로 올린 적이 있다.
‘뜸’은 ‘한동네 안에서 몇 집씩 따로 모여 있는 구역’을 뜻하는데 이번에 출제된 ‘위뜸’ 외에도 ‘아래뜸, 양지뜸’ 등이 흔히 쓰인다. (‘양지뜸’은 사전의 표제어로 올라와 있지 않지만, ‘-뜸’이 지닌 생산성과 현재 각 지방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표현임을 고려할 때 표준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번에도 사자성어의 문제로 ‘죽마고우’가 나왔다. 쉬운 문제지만, 사자성어 문제가 계속 출제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도전자가 실패한 말들을 중심으로 뜻풀이를 올린다. 참, ‘물가난’을 흔히 ‘물가뭄’으로 답하기 쉬운데, 도전자가 정답을 정확히 맞혔다. ‘물가뭄’은 없는 말로, 굳이 쓰려면 ‘물 가뭄’으로 적거나 아니면 ‘물가난’을 써야 한다.
열심히 정진하시고 계시는 분들에게 성원의 박수를 보내며, 오늘 풀이를 마친다.
흘게? 매듭/사개/고동/사북 따위를 단단하게 조인 정도나, 어떤 것을 맞추어서 짠 자리.
흘게(가) 늦다 ? ①흘게가 조금 풀려 느슨하다. ②하는 짓/성격이 야무지지 못하다.
흘게(가) 빠지다 ? 정신이 똑똑하지 못하고 흐릿하거나 느릿느릿하다.
개골창*? 수채 물이 흐르는 작은 도랑. [유]시궁창, 시궁
난든벌*≒든난벌? 외출할 때 입는 옷과 집 안에서 입는 옷.
난벌*≒나들잇벌/출입벌<->든벌? 나들이할 때 착용하는 옷/신발 따위의 총칭.
난든집*? 손에 익어서 생긴 재주.
난든집(이) 나다 ? 손에 익숙하여지다.
눈총기*[-聰氣]≒눈정신[-精神]? 눈으로 본 것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는 재주.
두름손≒주변?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함. 그런 재주.
벌인춤*≒기장지무[旣張之舞]? 이미 시작하여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것.
벌여 놓은 굿판 ? 이미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처지의 일. ☞‘벌린춤’은 ‘벌인춤’의 잘못!
뜸*3≒각단? 한동네 안에서 몇 집씩 따로 모여 있는 구역.
뜸마을*? 몇 집씩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위뜸? 위쪽에 위치한 마을.
아래뜸? 아래쪽에 위치한 마을.
오래*? ①한동네의 몇 집이 한골목이나 한이웃으로 되어 사는 구역 안. ②거리에서 대 문으로 통하는 좁은 길.
두럭? 여러 집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 집단.
게꽁지*? 지식/재주 따위가 아주 짧거나 보잘것없는 것의 비유.
창구멍? 이불/솜옷/겹옷/대님/버선 따위를 지을 때에, 안팎을 뒤집어 빼내기 위하여 꿰매지 아니한 부분.
[끝]
472회(2013.7.8)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보기(2) (0) | 2013.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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