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때 그걸 해봤더라면...
최 종 희
미국의 시인 중에 존 그린리프 휘티어 (John Greenleaf Whittier, 1807–1892)라는 이가 있다. 그다지 유명한 시인은 아니지만 (퀘이커 교도로서 그의 시에서 따온 찬송가 가사 하나가 지금도 불릴 정도), 그가 남긴 시구 하나는 아주 유명하다.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를 내릴 정도로.
마치, 영국의 저술가 겸 정치가였던 헨리 워튼 경(Henry Wotton, 1568–1639)이 남아 있는 작품보다는 “대사(외교사절)란 조국의 이익을 위해 해외에서 거짓말을 하라고 보낸 정직한 신사다”라는 말 하나로 더 유명한 것처럼.
그 시구의 내용은 이렇다.
말이든 글로든 슬픈 것 중에서,
가장 슬픈 게 있다면 바로 이것 :
“(그때) 그걸 해봤더라면!”
For of all sad words of tongue or pen,
The saddest are these: “It might have been!”
이것은 ‘모드 멀러(Maud Muller)’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인데, 제목과 같은 이름을 지닌 농촌 처녀의 이야기다. 그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멀러가 위의 그림에서처럼 건초를 갈무리하고 있는데 읍내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판사와 만나게 된다. 서로를 맘에 들어 하면서 말은 안 한 채, 둘은 서로 다른 꿈을 꾼다. 판사는 아름다운 그녀와 결혼해서 소박한 농부가 되었으면 하고, 처녀는 부유한 판사와 결혼해서 부자로 사는 꿈을.
결국 둘은 서로 다른 짝을 만난다. 판사는 그의 부를 보고 다가온 여인과 결혼하고, 처녀는 무식한 농부와 결혼해서 생을 엮어가게 되는데 둘은 항상 그 첫 만남을 떠올리며 후회를 한다. 그때 둘이서 결혼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그런 상황에서 결론 삼아 시인이 들이댄 것이 바로 위에 인용한 구절이다.
그렇다. 망설일 필요 없다. 해보고 싶거나 하고 싶을 때 그냥 하라! 저질러라! 후회하게 되더라도 그건 나중의 일. 하지 않고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저지르고 후회하는 것이 덜 손해다. 뒤의 후회는 일회적이지만, 앞의 후회는 평생 따라다니므로.
어째서 저지르고 나서의 후회가 한 번뿐이냐고? 다음 후회할 일을 또 저질러 앞의 후회를 되씹을 시간이 없거나, 아예 후회하지 않을 결과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
그뿐이랴. 우리의 생은 때때로 우리에게 후회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바삐 흐를 때가 있다. 허겁지겁 후회할 시간 혹은 제대로 차분히 반성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죽음이 이승의 문 밖으로 우리를 휙 낚아채어 갈 때가 좀 많은가.
그때는 후회할 거리를 만들지 않았음을 후회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Jul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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