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편으로 주고받은 연애편지
[받은 편지 : 2013. 7. 10]
보내 주신 시골 님의 소설, <샐러드와 매운탕>을 재밌고 감동적이게 읽었습니다.
컴퓨터 화면은 읽는 맛이 나지 않아서 A4용지에 인쇄를 해서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주로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방년 23세가 되는 한애리 (98년에 23살이었으니 올해로 38이 되는 건가요?ㅎㅎㅎ)의 가족과 세상을 품는 두 팔 벌린 한 아름이 정겹고 애틋하고 사랑스럽고 대견했습니다.
저도 상상 속에서나마 그 품에 안겨서 편히 눈을 감은 채, 머리를 조아려 보기도 했습니다.
한애리는 고아로 어렵게 언니의 품에서 자랐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세상길을 걷는 품새가
시련과 풍파에 굴절되어 삐딱하지도 않을 뿐더러 씩씩했고 따뜻했습니다.
가방끈과는 무관하게 팝송을 통해 익힌 영어로 직장에서
외국 손님들과 어렵지 않게 대화할 수 있고,
면접에서도 쓸데없이 기죽지 않고 자신의 뜻을 펼쳐
회장 눈에 확실한 도장을 찍은 당당함이 돋보이는 여인네,
타고난(?) 외모 때문에 종종 쏠리는 남자들의 느꺼운 시선을
자기 방식대로 적당히 요리할 줄 알고,
카지노 입사 후에도 명문대 출신의 그 누구보다 탁월한 역량으로
직장 내 신임을 독차지하는 한애리.
사이가 벌어진 언니와 형부 사이에 다시 오순도순 손잡고
어깨 겯고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을 만든,
그 숲 속 오솔길 같은 푸근하고 맑고 정다운 사람.
어제 직장 동료가 준 자두 한 알을 입에 베어 물었습니다.
신 듯 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져 행복했습니다.
시절에 맞게 여물어서 기쁨과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자두처럼
시골 님이 창조한 한애리의 삶도 톡 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인 친구였습니다.
숲 속에서 모진 비바람을 맞으며 자라 말개진 그녀의 올곧고 넉넉한 품성을 마음 깊이 새겨 연모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실제의 인물이 아닌 허구의 인물이니
사십 넘은 중대가리의 허접스러운 인간이 스물 셋의 처자를 사랑한다고
변태라며 손가락질 받는 일도 없을 것이고요.^^
다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를 닮아가는 일이기도 할 것이므로
절름발이일지언정 좀 더 실팍하고 알찬 삶의 길을 걸어갈 수 있으리란 예감에
마음이 흡족해져 덩달아 입가에 미소가 맴돕니다.
소설을 읽으며
글이란 어떻게 표현하느냐 보다 무엇을 얘기해서
우리들의 삶이 좀 더 따스한 불빛으로 출렁여 함께 풍성해질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이미 주신 또 다른 소설도 그런 기대와 즐거움으로 재밌게 읽겠습니당.
-00 드림
[내가 오늘 아침 보낸 답장 : 2013. 7. 11]
고마우이.
왜냐, 그대는 그 소설의 최초의 독자이자
(그동안 전혀 공개한 적이 없거든)
최초로 맛깔나는 독후감을 보내온 사람일세.
그것도 제대로 된 독후감을. 하하.
두 번째 보낸 것은 그보다는 칙칙하네.
거기에 등장하는 제재나 착점들 몇 가지는 재미도 있고 독특한 것들이지만
독백체 비슷한 잡소리(?)가 많은 게 내가 봐도 좀 걸리고
내가 독자라도 선뜻 다른 이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을 정도. ㅎㅎㅎㅎ
*
참, 이번 주 보는 건 미뤘으면 하네.
비도 오는데다 이00이 마쳐야 할 일거리들이 있어서...
그 친구는 목요일까지만 도서관에 나오고 금요일엔 집.
토욜은 나오고 일욜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날이라서
오늘이 그를 볼 수 있는 날인데
일하도록 둬야 할 듯싶으이.
다음 주에 상황을 봐서 보도록 하세나.
몸 관리 잘하고 있는 것 맞지?
그리 믿고 있겠네...
-시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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