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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과속 스캔들’ 3번 보기

[1事1思] 단상(短想)

by 지구촌사람 2013. 7. 29.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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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思]     영화 ‘과속 스캔들’ 3번 보기

 

   영화 ‘과속 스캔들’(2008). 돈 들이지 않고 찍어낸 저예산 영화의 표본이다. 고정 출연진이라고 해봤자 차태현과 박보영, 그리고 아이까지 합해서 셋. 나머지 조역들도 비교적 헐값(?)인 사람들이고.

   그런데도 히트작. 관객 동원 수가 얼마라고 하더라. 8백만 명?

 

   제재도 아주 흔한 일상사들이다. 요리, 옷, 방송, 스튜디오, 유치원, 단 한 번 나오는 백화점 쇼핑 장면.... 등 다른 영화에서는 미미해서 1회용 소품으로나 쓰일 만한 조미료급들.

 

   설정도 아주 웃긴다. 지금은 잘 나가는 (스캔들 하나 없이 깨끗하게) 30대 라디오 인기 디제이 주인공이 15세의 고교생 시절에 5살 연상의 이웃집 여인과 실수로 거친 첫경험. 그로 인한 임신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방송을 통해서 사연을 주고 받다가 22세의 딸이 불쑥 나타난다. 그것도 아이 하나를 데리고.

   알고 보니 그 아이는 딸이 고교생 시절 아비와 같은 역정을 거쳐 생산한 아이다. 그 바람에 졸지에 30대의 사나이가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과속 스캔들.

 

   그런데도 성공했다. 그 성공의 1등공신은 가족관계의 뼈대로 쓰인 가족애(家族愛)다. 흔하디흔한 말, 피는 물보다 진하다로 웅변되는.

   그리고 나 역시 케이블 티브이를 통해서 그 영화를 세 번이나 봤다. 그런데도 볼 때마다 질리지 않는다. 어째서 그럴까.

 

   한참 뒤 곰곰 생각해 보니 그 모든 받침대에 아교풀처럼 발라져 있는 것, 그것은 음악이었다. 가족 사이에 공통분모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은 라디오 방송 DJ로 머물고 있는, 음악을 꿈꾸던 실패한 가수 아빠. 거기에다 부전여전 격으로 기막힌 가창 실력을 지니고 있는 딸, 그리고 천재적인 피아노 솜씨를 보이고 있는 손자에 이르기까지...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기만 한 가족관계를 덜어내기 위한 가벼운 입씨름들이 얽히면서 은근히 답답해하는 가족들 사이를 헤짚고 다니면서 가족애를 이어주는 것. 그건 음악이었다. 진심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서로 답답해하는 말소리의 한계를 또 다른 소리인 음악이 가지런히 정리해낸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이러저런 형태의 음악이.

   청취자로서 딸이 참여한 노래자랑에서부터, 3대가 참여한 유치원의 가족 노래자랑까지. 가족 노래자랑은 뻔한 해피엔딩의 예고편인데도 관객들은 지겨워하지 않는다. 도리어 후련해 하며 반긴다. 그리고 기꺼이 한 몸이 된다. 영화 성공의 진액(津液)으로 남는다.

 

   음악은 때로 엉킨 마음들을 단번에 풀어주는 단칼잡이다. 규칙적인 소리의 정성스러운 배열은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녹이고 풀어준다. 소음과의 차이다. 그런 때의 음악은 사랑이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까지도 한 몸으로 엮인다.

   가족 사이의 피는 더한 음악이다. 규칙적인 심장의 박동 소리가 그 위에 얹히니까. 그 박동 소리를 찾아내어 듣고 보듬는 것. 그것이 어쩌면 가족애의 회복을 위한 출발점이자 종착역일지도 모르겠다. [Aug.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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