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집의 공식(?) 휴가는 31일부터였지만
두 뇨자분덜은 30일부터 개시.
두 분은 오전 스케줄로 영화 한 편을 빵빵하게 감상하시고
텃밭에 들러 이런저런 소채류 건사를 하신 다음에
저녁 땐 외식이라는 걸 하시자고들 했다.
난 종일 도서관에서 깐엔 욜심히 일을 했고. (아 불쌍타!)
하여, 자칭 명품 식당가로 으스대는 가온호수공원 옆 식당가로 가서
(사실 그곳의 어느 집엘 가도 한 맛들을 하긴 한다.)
'김0자 낙지'라는 이름 석 자까지 매단 곳엘 들어갔다.
시킨 것은 산 낙지 전골 대짜.
딸랑구께오서 나보다도 더 대식가인지라 중짜로는 모자란다.
이 처참한(?) 전골 냄비 바닥의 모습.
비벼준 밥 한 톨도 아깝다는 듯이
두 개의 숟가락이 욜심히 긁어대고 있다.
그리하여 저처럼 말끔히 청소한 뒤에
다시 낙지 왕만두 한 그릇 추가.
남으면 집으로 가져가자는 맹세가 무색할 정도로
저 낙지만두까지도 깨끗이 치워졌다. (사진 우의 접시 모습)
이 사진들의 요체는 싹싹 긁어먹은 전골 그릇 바닥의 모습이 아니다.
그 옆의 빈 그릇들이 주인공.
우린 어딜 가면 반찬 그릇에 남기는 반찬이 거의 없고,
사이드 디쉬 격으로 나온 계란찜조차도 아주 깨끗이 비워진다.
아 이 불쌍한 기아선상의 가족들이어.
그걸 바라보는 이 가장(家長)의 가슴이 절로 아파와야 하는데
난 어째서 웃음만 나오는고.
이 주책이어!!
그 다음날... 이제는 나를 포함한 울 집의 정식 휴가일.
일산의 원마운트라는 물놀이장엘 갔는데
(그처럼 큰 시설에 수영장다운 수영장 하나 없는 아주 웃기는 곳...)
점심 때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의 아담한 일식집엘 갔다.
각자 주문이 달라서,
큰 메밀 쟁반 정식, 알밥 정식, 데리야끼 정식 하나.
그런데, 저 빈 그릇들을 보라.
물놀이 3시간이 체력전이긴 하지만
기아선상의 가족 모습이 또 다시 되풀이되얐따.
반찬그릇에 남은 것이라곤 김치 몇 점뿐...
딸랑구는 아비가 남긴 우동이 아깝다며 지가 갖다가 처분 중이시고
그 국물까지도 한 방울 남기지 않으셨다.
알밥 한 그릇에 스시 5점, 약식 돈가스 다섯 조각, 그리고 작은 우동 하나가
딸랑구가 시킨 알밥 정식의 내용물이었는데...
(내가 시킨 데리야끼 정식도 밥만 두 그릇일 정도로 엄청난 양이어서
큰 그릇을 달라고 해서 비벼 먹었을 정도였고, 거기에 우동까지.
참, 종지에 담긴 스프도 있었다...)
저런 가족들의 모습 앞에서 하릴없는 이 가장.
또 다시 허허 소리를 뱉으며, 사진이나 찍었다.
어디서고 반찬 그릇들을 싹싹 비우는, 저렇게 엄청 불쌍한
기아(飢餓) 민족의 한심한 대장으로서. ㅎㅎㅎ허. [Aug.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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