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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없이도 볼 수 있는...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3. 8. 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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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집의 공식(?) 휴가는 31일부터였지만

두 뇨자분덜은 30일부터 개시.

 

두 분은 오전 스케줄로 영화 한 편을 빵빵하게 감상하시고

텃밭에 들러 이런저런 소채류 건사를 하신 다음에

저녁 땐 외식이라는 걸 하시자고들 했다.

난 종일 도서관에서 깐엔 욜심히 일을 했고. (아 불쌍타!)

 

하여, 자칭 명품 식당가로 으스대는 가온호수공원 옆 식당가로 가서

(사실 그곳의 어느 집엘 가도 한 맛들을 하긴 한다.)

'김0자 낙지'라는 이름 석 자까지 매단 곳엘 들어갔다.

 

시킨 것은 산 낙지 전골 대짜.

딸랑구께오서 나보다도 더 대식가인지라 중짜로는 모자란다.

 

 

이 처참한(?) 전골 냄비 바닥의 모습.

비벼준 밥 한 톨도 아깝다는 듯이

두 개의 숟가락이 욜심히 긁어대고 있다.

 

 

 

그리하여 저처럼 말끔히 청소한 뒤에

다시 낙지 왕만두 한 그릇 추가.

남으면 집으로 가져가자는 맹세가 무색할 정도로

저 낙지만두까지도 깨끗이 치워졌다. (사진 우의 접시 모습)

 

 

이 사진들의 요체는 싹싹 긁어먹은 전골 그릇 바닥의 모습이 아니다.

그 옆의 빈 그릇들이 주인공.

우린 어딜 가면 반찬 그릇에 남기는 반찬이 거의 없고,

사이드 디쉬 격으로 나온 계란찜조차도 아주 깨끗이 비워진다.

 

아 이 불쌍한 기아선상의 가족들이어. 

그걸 바라보는 이 가장(家長)의 가슴이 절로 아파와야 하는데

난 어째서 웃음만 나오는고.

이 주책이어!!

 

 

그 다음날... 이제는 나를 포함한 울 집의 정식 휴가일.

일산의 원마운트라는 물놀이장엘 갔는데

(그처럼 큰 시설에 수영장다운 수영장 하나 없는 아주 웃기는 곳...)

점심 때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의 아담한 일식집엘 갔다.

 

각자 주문이 달라서,

큰 메밀 쟁반 정식, 알밥 정식, 데리야끼 정식 하나. 

그런데, 저 빈 그릇들을 보라.

물놀이 3시간이 체력전이긴 하지만

기아선상의 가족 모습이 또 다시 되풀이되얐따.

반찬그릇에 남은 것이라곤 김치 몇 점뿐...

 

딸랑구는 아비가 남긴 우동이 아깝다며 지가 갖다가 처분 중이시고

그 국물까지도 한 방울 남기지 않으셨다.

알밥 한 그릇에 스시 5점, 약식 돈가스 다섯 조각, 그리고 작은 우동 하나가

딸랑구가 시킨 알밥 정식의 내용물이었는데...

(내가 시킨 데리야끼 정식도 밥만 두 그릇일 정도로 엄청난 양이어서

큰 그릇을 달라고 해서 비벼 먹었을 정도였고, 거기에 우동까지.

참, 종지에 담긴 스프도 있었다...)

 

저런 가족들의 모습 앞에서 하릴없는 이 가장.

또 다시 허허 소리를 뱉으며, 사진이나 찍었다.

 

어디서고 반찬 그릇들을 싹싹 비우는, 저렇게 엄청 불쌍한

기아(飢餓) 민족의 한심한 대장으로서. ㅎㅎㅎ허.     [Aug.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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