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계속되는 요즘, 장마철은 버섯 철이기도 하다.
장마가 시작되는 7월부터 9월까지가 버섯의 '시즌'이다.
조금만 눈여겨 보면 아파트 단지 안이나 집 주변에도
이곳저곳에 버섯들이 솟아나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조경 구역 속에서 솟아난 것들.
왼쪽은 긴골광대버섯이고 오른쪽은 점박이광대버섯.
광대버섯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광대버섯류는 대체로 독버섯이다.
그 중에서도 하얀색이 참으로 예쁘기 짝이 없는
알광대버섯은 가장 독이 센 맹독버섯 종류에 속한다.
이 두 가지 역시 아파트 단지에서 대한 것들이다.
좌측은 흔히 볼 수 있는 무당버섯 종류인데, 정식 명칭은 자줏빛무당버섯.
(수원무당버섯도 이와 아주 흡사하다)
오른쪽 녀석은 황금무당버섯. 진주홍 색깔이 엄청 예쁘다.
이 두 가지는 식용버섯.
(흰알광대버섯)
흔히 독버섯 판별 요령에서 색이 짙거나 빨강 등은 독버섯이라고 유포(?)하는데
대단히 위험한 지식에 속한다.
이 알광대버섯은 유백색으로 순백의 여인 같지만 맹독버섯이고,
황금무당버섯은 빨강이지만 식용 가능하다.
독버섯을 색깔에만 의존해서 판별해서는 큰일난다.
도서관 뒤편 산책로 주변에서 대한 두엄버섯.
왼쪽 사진과 오른쪽 사진의 시차는 딱 하루인데
요즘 비가 와서 그런지 하룻만에 저처럼 녹아버렸다.
보기와 달리 식용이다. 생식만 하지 않으면 된다.
요리해서 먹으면 배 아플 일 전혀 없다.
예전에 흔히 먹었던 싸리버섯.
그런데 요즘엔 정말 보기 힘들어졌다.
그런데, 이 싸리버섯은 아주 조심해야 할 버섯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싸리버섯 종류가 5~6종 되는데
저런 순백색 종 하나만 식용이다.
분홍색, 노랑색, 연분홍색 등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것들은
먹으면 배가 살살 아파오고, 많이 먹으면 곤란하다.
생명과는 무관하지만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때도 있다.
역시 도서관 산책로 근처에 해마다 돋는데
양도 적고 크기도 예전에 비하여 훨씬 작다.
환경이 날로 나빠진다는 걸 저 버섯이 몸으로 알려준다.
좌측은 기와버섯. 우측은 꽃송이버섯.
둘 다 식용인데, 아파트 단지 안에서 녀석들을 대하고 놀랐다.
꽃송이버섯은 맛도 일품이지만 귀해서 야생버섯 중에서는 특상품에 속하지만
비를 맞거나 날짜가 좀 지나면 뻣뻣해지는 단점이 있다.
어린 것일수록 제값(?) 대우를 받는다.
그물버섯속에서 아주 흔한 것인데
그물버섯은 갓 안쪽이 주름살 대신 스펀지 모양으로 (아래 사진 우측)
되어 있는 것들을 총칭한다.
특징은 일반 버섯들에 비하여 크기가 기본적으로 월등하게 크고
(사진 속의 내 손과 비교하면 알 수 있을 듯)
대가 굵고 실하다.
그리고 대부분은 식용 가능. 독버섯은 없으며 생식하면 배가 아파지는
것들도 있다.
그물버섯에 속하는 꾀꼬리그물버섯. 아파트 잔디밭에 있었다.
버섯 이름에 꾀꼬리가 붙으면 그건 노란색 계통임을 뜻한다.
예컨대, 꾀꼬리젖버섯이나 꾀꼬리난버섯은 각각 젖버섯류와 난버섯류 중에서
노란색임을 뜻한다.
우산버섯. 우산버섯 종류가 몇 가지 된다.
그리고 식별과 동정이 몹시 까다롭다.
광대버섯과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있고, 주름버섯류로 착각하기도 쉽고.
식용 불가 버섯이다. 내가 대면한 건 엄청 컸는데
그처럼 크다 보니 대가 그 갓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 도서관 산책로 옆에서 눈에 띄었다.
위에 잠깐 언급했던 주름버섯류. 이것들의 특징은 약간 노쇠(?)해지면
저처럼 갓의 안쪽이 암갈색~흑갈색으로 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식용도 있고 식용 불가도 있다.
*
버섯 공부는 한두 해에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몸수고 없이 책만으로는 절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저 책 <한국의 버섯>이라는 책자는
박완희 교수와 이호득 선생 부부가 전국을 발로 뛰면서
엮어낸, 아주 잘된 최우수 버섯 저서 중의 하나.
1991년에 교학사에서 나왔다.
인근 야산에 갈 때는 저 책이 내게서 빠지지 않았다.
지난 15년 간.
이제 겨우 버섯에 눈을 떴다고 할 정도다.
버섯은 알면 알수록 고마운 존재이자 놀라운 존재다.
버섯은 식물군 균류에 속해 있지만
실제로는 식물과 동물의 중간적 존재, 제3군이다.
쉽게 말하면...
식물은 우주의 무기물을 이용하여 유기물을 만든다. 즉 생산자.
동물은 그 유기물을 먹고 사는 소비자다.
그런데, 유기물을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게 없다면
언젠가 이 세상의 무기물은 바닥을 보이게 되고
그러면 식물이 사라지면서 거기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동물도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동물이 소비한 유기물을 다시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환원자 겸 순환자가 바로 균류이고 그 대표적이 존재가 버섯이다.
한마디로 저 버섯이 없으면 인간도 없다.
버섯의 속살을 들춰보면 이처럼 아름다운 역할을 한다.
그냥 스쳐 지내오던 이들의 속내를 들춰보면
놀랍게 감동적일 때가 가끔 있을 때처럼...
버섯의 속살과 속내는 어떤 부류의 인간들보다 백 배 천 배 아름답다.
[참고] 우리가 눈으로 대하는 버섯은 식물의 꽃과 같다.
균류가 포자의 덩어리가 할 수 있는 자실체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버섯이므로. 그래서 버섯의 수명은 짧다.
꽃들처럼.
이것은 내가 프랑스의 뚤루즈에 갔을 때
그곳 시장에서 대한 버섯들이다.
(뚤루즈는 우리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프랑스의 대도시 중 하나.
피레네 산맥 쪽과 가까운데, 널리 알려진 에어버스 생산지가 그곳.
그곳에서는 버섯 요리 또한 아주 유명하다.)
위에서 소개한 그물버섯류와 사촌 간인데
그들은 그걸 통째로 요리한다. 젖은 수건으로 버섯을 잘 닦은 뒤에...
저 버섯들은 세프(cepes)에 속하는데 그곳 지방요리 특미 중의 하나.
물론 그곳엔 송로버섯 등과 같은 특고가 버섯도 있지만, 그런 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가장 만만하게 즐기던 졸각버섯.
대가 세로로 죽죽 갈라지고 갓의 주름살이 약간 깊게 파이면서 귀엽게 꼬였다.
맛은 담백하지만, 씹는 맛이 쫄깃쫄깃해서
나는 저걸 말려두었다가 100% 잡채 만들 때에 사용한다.
그런데...
위에 싸리버섯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것.
날이 갈수록 흔하던 버섯들이 자취를 감춘다고 했던 것 중에
이 졸각버섯도 속한다.
환경 오염 탓.
인근 야산의 나지막한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환경 지표 격의 버섯이기도 했다.
*
우리나라의 아마추어 버섯 연구가 중
가장 으뜸은 바로 사진 속의 구자경 회장님이다.
(실제로는 교수님들까지 배우러 오실 정도이고...)
이분은 내가 90도 각도를 인사드리는 분 중의 한 분인데
올해 우리 나이 89살.
연암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해외연구비 지급식에서
여전히 올해도 해당교수들에게 증서를 수여하고 계신 모습.
구 회장님은 나이 만 70이 되시던 해에 (1995년)
겨우(?) 40대 초반인 구본무 현회장에게 그룹 회장 자리를 선뜻 물려주고
성환의 연암축산대학(지금의 천안 연암대학) 한 구석에 마련한 자신의 연구실로 가셨다.
거기서 하신 게 바로 버섯 연구.
내가 버섯에 눈을 뜨게 된 계기도 바로 이분 덕분이었다.
이분이 식사 자리에서 그 버섯 얘기를 하실 때 귀동냥을 했는데,
그때 이분의 열정과 꿈이 얼마나 소박하면서 대단한지를 배웠다.
(지금 저 연세에도 팔팔하신(?- 죄송) 건 모두 몸으로 움직이며
농사 연습을 하신 덕택이시기도 하다.)
특정 그룹 칭찬을 하는 것도 같아서 좀 그렇지만
저 구 회장님이 시작하신 게 해외연구비 현찰(?) 지급이다.
유망 교수나 연구진에게 일인당 3~4천만 원에 달하는 거금을 지급해왔는데
지금까지 거의 200억 정도나 된다.
구 회장님은 진주사범 출신이다.
그분을 인생 교사로 받들어도 모자람이 없고
그분의 남은 소원 또한 인재 양성이다.
그래서 연암대를 세웠고, 거기서 머무셨다.
그분이 버섯 연구에 몰두하신 속내를 이제야 겨우 조금 해득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거쳐 이제는 순환자/환원자의 자리로
제대로 서시고 싶으셨던 까닭임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선생님께는 선뜻 할 수 있다.
그런 분에게서 배움 한 자락을 얻어 걸칠 수 있었던 건
내 인생에서 참으로 크디큰 복덕이다. 대박 행운.
감사합니다. 회장님.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며
그 함께 하심만으로도 우리의 스승이 되어 주소서!
[Jul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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