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회(2013.8.5)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2)
-달인감 미소의 주인공 김희선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4. 3단계 : 6문제, 총 600점
2단계까지 풀고 3단계 진출자가 가려졌을 때, 세 분(이경애, 홍보라, 김희선)의 점수는 각각 900/550/950점. 1단계에서 취득 점수 300/100/50점을 감안하면 2단계에서 얻은 점수는 각각 600/450/850점. 즉, 희선 님이 1단계에서의 실수를 2단계에서의 실력 발휘로 만회하신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탄탄한 실력은 3단계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면도를 하지 않아 얼굴이 까슬까슬(o)/까실까실(x)하다.
세 분 모두 정답을 맞혔을 정도로 비교적 손쉬운 문제. 그러나 이처럼 ‘ㅣ’ 모음이 ‘ㅡ’모음의 잘못인 낱말들이 제법 된다. 자세한 것은 내 책자 내용 전재로 대신한다.
◈가실가실하다 : 가슬가슬하다의 잘못. <-가슬가슬하다[원]
새 밥솥을 쓰니 밥이 가슬가슬하군 : 고슬고슬하군의 잘못. <-고슬고슬하다[원]
욕실에는 늘 고슬고슬한 수건이 있었다 : 가슬가슬한의 잘못.
[참고] 유사 낱말의 경우에도 ‘-실’은 ‘-슬’의 잘못인 경우가 많음. <예>‘까실하다(x)/까슬하다(o)’; ‘어실하다(x)/어슬하다(o, 조금 어둡다)’; ‘포실포실하다(x)/포슬포슬하다(o)’.
가슬가슬하다<까슬까슬하다? ①살결/물건의 거죽이 매끄럽지 않고 가칠하거나 빳빳하다. ②성질이 보드랍지 못하고 매우 까다롭다.
고슬고슬하다1? 밥 따위가 되지도 질지도 아니하고 알맞다.
고슬고슬하다2? 털 따위가 조금 고불고불하게 말려 있다.
[주의] ‘포슬포슬하다’는 아래의 뜻풀이에서 보듯 바스러지기 쉬운 상태를 뜻하는 말인데, 북한어에서는 ‘포실포실하다’를 이와 비슷한 의미로 쓰지만, 우리말에서는 인정하지 아니함. 한편, 이와 비슷한 ‘포실하다’는 ‘포슬포슬하다’와 전혀 다른 뜻임.
포슬포슬하다>보슬보슬하다? 덩이진 가루 따위가 물기가 적어 엉기지 못하고 바스러지기 쉬운 상태이다.
포실포실하다? [북한어] 물건이 꽤 바싹 말라서 매우 잘게 바스러지기 쉽거나 잘 엉기지 않는 데가 있다.
포실하다? ①살림/물건 따위가 넉넉하고 오붓하다. ②몸에 살이 적당히 올라 통통하고 부드럽다. ③감정/마음이 너그럽고 편안하다.
-우리 집 감나무의 밑동(o)/밑둥(x)이 한 아름이다.
올바른 어휘를 익히고 있으면 쉬운 문제인데, 공무원 시험 등과 같은 곳에서 자주 나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흔히 잘못 쓰는 ‘밑둥’은 ‘둥치’에서 잘못 연상한 탓. 하지만, ‘밑둥치’는 올바른 말이다. 세 분 모두 정답.
◈밑둥을 제대로 깨끗이 잘라야지 : 밑동/밑둥치의 잘못. <=‘둥치’에서 잘못 연상.
-야트막한(o)/얕으막한(x) 담장 위로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희선 님의 설명대로 (어원을 굳이 밝혀 적지 않아도 되는 낱말들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 맞춤법의 으뜸 원칙이다. ‘나지막한, 느지막하게’ 등도 이러한 원칙에 따른 표기다. 이와 관련된 사항들은 아주 많은데, 고급 문제로 출제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특히 겹받침 중 앞의 받침이 소리 나지 않을 때와 소리 날 때의 구분 같은 것은 중요하다. 분량이 꽤 되므로, 나중에 해당 문제가 나올 때 그때 다루기로 하자.
◈낮으막한 산등성이 너머로 : 나지막한(o). <-나지막하다[원]
좀 늦으막하게 와도 돼 : ‘느지막하게’의 잘못. <-느지막하다[원]
[유사]얕으막한(x) 언덕 →야트막한(o) 언덕.
◈떠 오른 달이 야트막히 동산에 걸려 있었다 : 야트막이의 잘못.
[설명] ①‘얕음하다(x)/야틈하다(o)’; ‘얕으막하다(x)/야트막하다(o)’. ②위의 경우, ‘야트막하게’도 쓸 수 있음. : 야트막하게<=야트막하다.
-어려움에 맞닥드려도(x)/맞닥뜨려도(o)/맞닥트려도(o) 포기하지 마.
출제형식에서 재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즉, 맞는 걸 고르는 게 아니라, 틀린 걸 고르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표준어 표기에서 ‘뜨’와 ‘트’의 복수 표기를 허용한다는 걸 알면 아주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거리다’와 ‘-대다’도 있다. 달리 해설이 필요 없는 문제.
이처럼 아주 기본적인 문제였는데도 (초등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내용임) 희선 님만 정답을 맞혔다.
-개구리 올챙이적(x)/올챙이 적(o) 생각 못한다.
이때의 ‘적’은 의존명사다. 하지만, 사회자가 설명한 것처럼 ‘옛적/소싯적’ 등과 같은 낱말은 복합어로서 한 낱말이므로 붙여 적어야 한다.
적? ¶시집 올 적에 가져온 게; 나 어릴 적에 공부 잘했어; 엄마 처녀 적 사진이야; 거기는 가본 적이 없는데.
참고로, 흔히 쓰는 ‘고리짝 시절’이나 ‘소시짝’ 등은 각각 ‘고릿적’과 ‘소싯적’의 잘못이다. 출제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참에 내 책자 내용을 전재한다.
◈그건 아주 옛날 고리짝 시절 얘기지 : 고릿적의 잘못.
[참고] 소시짝/소시쩍엔 나도 힘 좀 썼지 : 소싯적의 잘못.
[설명] 여기서 쓰인 ‘적’은 지나간 어떤 때/시절을 뜻하는 말인데(의존명사), 복합어를 만드는 데 쓰였음.
[보충] 일부 책자에서는 고려 시대를 뜻하는 ‘고려(高麗)적’이라는 말이 ‘고리짝’으로 전와했다는 설명도 있으나 근거가 약함.
고릿적? 옛날의 때.
소싯적[少時-]? 젊었을 때.
-이제 와서 포기란 생각할 수조차(o)/생각할 수 조차(x) 없는 일이다.
자주 말했듯이 띄어쓰기 문제에서 약방의 감초 격은 의존명사와 접사, 조사의 구분 문제다. 위의 문제 또한 ‘수’가 의존명사이고 ‘조차’가 조사라는 걸 알면 즉답이 가능했다.
이 3단계 문제에서 희선 님은 6문제 모두를 맞혀서 600점을 획득했다. 나머지 두 분은 각각 300점과 400점. 다른 회에 비해서는 적지 않은 득점이지만, 희선 님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3단계를 마쳤을 때 세 분의 누적 점수는 각각 1200/950/1550점으로 희선 님이 여전히 선두.
5. 4단계 : 3문제, 최대 1500점
-출제된 낱말들 : 끼다/접다/뚫다
기본적인 낱말들의 뜻풀이를 묻는 문제. 출제 의도를 칭찬하고 싶다. 그 중 ‘접다’는 일상생활에서도 쓰이지만, 앞으로도 더 많이 쓰였으면 싶은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낱말들의 뜻풀이를 위해서는 일반사전 훑기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말들을 사용하여 저작한 좋은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이 더 좋은 길이다.
‘끼다’의 경우, 문제의 답으로는 맨 뒤의 풀이가 ‘~가 어리다.’가 제시되었지만 정식 뜻풀이로는 ‘~가 어리어 돌다’이다. ‘접다’와 ‘뚫다’에는 출제된 뜻풀이 외에도 훑어두면 도움이 되는 것들도 적지 않다. 아래에 몇 가지를 추렸다.
끼다? 얼굴/목소리에 어떤 기미가 어리어 돌다.
접다? ①남의 잘못/허물을 너그럽게 이해하다. ②자기의 의견/주장 따위를 미루어 두다. ③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상대할 때, 상대편의 수준에 맞추어 자기 수준을 낮추어 주거나 그에게 유리한 조건을 가지게 하다. ¶장기를 한 수 접고 두다. ④남의 말을 깎아내리다. ¶원래 그 사람은 허풍이 많으니 접어 듣도록 해라. ⑤물건의 값을 깎다. ¶만 원만 접어서 팔만 원에 주세요. 네? ⑥각목의 모서리를 깎다.
뚫다? ①깊이 연구하여 이치를 깨닫거나 통할 수 있다. ¶그는 이곳의 지리를 훤히 뚫고 있다. ②사람의 마음이나 미래의 사실을 예측하다. ¶마음을 뚫어 보다. ③무엇을 융통하거나 해결할 길을 찾아내다.
4단계에서 3문제를 마쳤을 때 세 분의 점수는 각각 1400/1250/1950점. 더 이상 문제를 풀 필요가 없었다. 희선 님이 우승자로 결정되었다. 4단계에서 세 분이 취득한 점수는 각각 200/300/400점이었고, 희선 님의 탄탄한 기본 실력이 4단계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6. 달인 도전 문제 : 십자말풀이
-출제된 말들 : 이번에는 처음 선을 보인 낱말들이 비교적 많았다. ‘주머니세간/안팎노자/물신선/옹자물/동가리’ 들이 처음 선을 보인 말들. ‘얼간’과 ‘해동갑’은 두 번 나왔던 말이고, ‘벼리’는 4회 이상 선을 보여서 익숙한 말에 든다.
이 중 ‘안팎노자, 주머니세간, 옹자물’ 등은 출제 가능성이 높아서 내 책자에서 따로 밑줄 표기들을 해두었던 말들. 그리고, 위에 적었다시피 ‘물신선’은 내 고향에서 흔히 쓰는 말이어서 표제어에서 누락되었던 말인데, 문제로 나오는 바람에 그걸 지켜보면서 내가 더 조마조마했다. 그 낱말이 마지막 고비가 되면 어쩌나 하고. ‘신선’과 관련된 고급어로는 ‘화중신선’이 있어서 내 책자에서는 도리어 그 부분을 강조했던 터였다.
‘이판사판’은 446회 문제풀이에서 자세히 다뤘던 말이다. 그때 ‘이판저판’으로 답하신 분이 계셨다. ‘이판사판’의 어원은 불교에서 왔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선종과 교종 스님 간의 심각한 대치에서 왔다고 보는 견해.
처음 출제된 ‘동가리’ 역시 446회 문제풀이에서 다뤘던 말이고, ‘해동갑’도 최근의 463회 문제풀이에서 다룬 말.
주요 낱말들을 추려서, 뜻풀이를 전재한다. 보면 알겠지만, 그 중 ‘안팎-’과 ‘주머니-’가 들어간 복합어들은 아무리 공부해 둬도 지나치지 않는다. 언제든지 다시 출제될 가능성이 있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 풀이는 여기서 마친다.
안팎노자[-路資]? 오고 가는 데 드는 경비.
안팎드난*? ①집안일/바깥일을 모두 맡아 하는 드난살이 ②부부가 함께 하는 드난살이.
드난? 임시로 남의 집 행랑에 붙어 지내며 그 집의 일을 도와줌. 그런 사람.
드난꾼? 드난살이하는 사람.
드난밥? 드난살이하면서 얻어먹는 밥.
안팎발걸이*? 양쪽에서 이익을 보려고 각각에 모두 관계를 가지는 일.
안팎벌? 속옷과 겉옷.
안팎심부름? 안주인의 심부름과 바깥주인의 심부름.
안팎으로 꼭 맞다 ? 여러 가지 점으로 완전히 맞거나 서로 어울리다.
안팎장사? 이곳에서 물건을 사서 다른 곳에 갖다 팔고, 그 돈으로 그곳의 싼 물건을 사서 이곳에 갖다 파는 일.
주머니떨이? ①여러 사람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두 내어, 술 따위를 사 먹는 장난. ②주머니 속의 물건을 훔침. 그런 짓을 하는 사람.
주머니밑천*? 주머니에 늘 넣어 두고, 좀처럼 쓰지 아니하는 약간의 돈.
주머니세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생활 도구라는 뜻으로,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온갖 물건의 총칭.
옹자물? 도랑 같은 데에 조금 괸 물.
이판사판*?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
이판저판? 이런 일 저런 일.
화중신선[花中神仙]≒화선[花仙]? ‘해당화’
화중군자[花中君子]? 여러 가지 꽃 가운데 군자라는 뜻으로, ‘연꽃’의 다른 표현. 진흙에서 자라지만 그 더러움이 물들지 않는 데서 유래.
화중왕[花中王]≒화왕[花王].백화왕[百花王]? ‘모란꽃’
천향국색[天香國色]? ①천하에서 제일가는 향기와 빛깔이라는 뜻으로, ‘모란꽃’. ②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비유.
물신선[-神仙]? (비유) 좋은 말을 듣고도 기뻐할 줄 모르며 언짢은 말을 들어도 성낼 줄 모르는 사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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