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7회(2013.8.12)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 보기(1)
-노익장 김태순 선생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개괄
-출연자의 면면 :
박권구 (33. 공무원. 병무청. 우리말 열혈 사랑)
김태순 (68. 전직 국어 교사. ‘칠순 할머니’의 달인 도전) : 3단계 진출.
이찬기 (56. 적바림 노트 700쪽) : 3단계 진출.
조영아 (45. 주부. 수원에 살면서 전주 예심에 참가하여 합격) : 3단계 진출.
오세진 (27. 대학원생. 미술사학 전공)
-특징 : 이번 회의 1단계 문제풀이 득점에서 네 분이 사이좋게 100점을 얻었고, 세진 양만 150점. 그리고 2단계 마지막 문제에서도 세진 양만 정답. 그런데도 안타깝게 3단계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런 사이좋은(?) 모습은 4단계에서도 보였다. 세 분 모두 4단계에서 600점씩을 얻었다. 그럼에도 김태순 님이 도전자로 올라서셨는데 3단계의 맞춤법․ 띄어쓰기에서 만점을 받으신 것이 큰 뒷심이 되었다.
이번 회의 맞춤법․ 띄어쓰기 출제자가 바뀌었는지, 출제 방향과 내용에서 전회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보였다. 예컨대, 이미 한 번씩 선을 보인 문제들이 되풀이되고 있는 게 그 중 하나. ‘지새다/지새우다’의 구별 문제와 조사 ‘따라’의 문제는 이미 출제된 적이 있는 문제였다.
달인 도전 문제인 십자말풀이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낱말들이 아주 많았다. 도전자 태순 님이 실족하신 말들의 모두가 처음 나온 말들일 정도로. ‘물장난’이 그와 같은 뜻으로 출제된 것까지 포함하면 그렇다.
2. 1단계 문제
출연자들이 답한 것 중 문제적(?)이었던 낱말 두 개만 훑기로 한다.
1) 차례상(茶禮床) : 이것을 만약 출연자가 ‘차롓상’이라고 답했다면 그것은 오답이다. ‘차례상(茶禮床)’은 한자어이므로 사이시옷을 붙일 수 없기 때문. 그러나 ‘차례상’이라 답했음에도 오답 처리를 했다면 그것은 제작팀의 큰 실수다.
물론 이 ‘차례상’이라는 말이 표제어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상(床)’의 항목에 보면 분명히 한 낱말로 나와 있다. 즉,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상차림’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뜻풀이와 함께 ‘다과상/생신상/차례상’ 등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이처럼 접사로 분류되지 아니한 명사 중 접사적 기능으로 쓰이는 말들은 적지 않다. 예컨대 전에도 잠깐 언급한 '-감(感)'이나 '피자집'에서 보이는 '-집' 등도 그러한 예이다. 현재 사전의 표제어로 '불만감/실망감/당혹감...' 등은 있지만 '미안감'은 없고, '한정식집/냉면집/피자집...' 등 역시 올라 있지 않지만, 잘못된 말이거나 쓸 수 없는 말들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해설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다.
물론 제작팀에서 사전에 현재 기준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오르지 않은 것은 오답 처리를 하겠다든지 하는 식으로 출연자들에게 공지할 수는 있겠으나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국민들에게는 그런 사전 설명이 없기 때문에 어리둥절하게 된다. 분명히 올바른 말인데도 오답 처리를 하게 되면 그렇지 않겠는가. 복합어 모두를 표제어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보이지 않는 말들에 대해서는 제작팀들의 성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듯하다.
2)선홍열/성홍열 : 영아 님이 이 답을 ‘선홍열’이라 했는지, ‘성홍열’이라 했는지 잘 듣지 못했다. 사회자의 발음으로 보면 ‘성홍열’이라 답한 듯도 하고. 알다시피 ‘성홍열(猩紅熱)’은 올바른 말이다. 용혈성(溶血性)의 연쇄상 구균에 의한 법정(法定) 급성 전염병의 하나다. 내가 잘못 들었기를 바란다.
2. 2단계 연상 문제 : 6문제 x 최대 200점. 최대 1200점
-(ㅅ)(ㅂ) : 00동자/00까치/어슴00/00이슬 ->‘새벽’
세 분이 첫 번째 도움말에서 멈췄을 정도로 평이한 문제. 두 번째 도움말에서 나머지 두 분이 멈췄고 모두 정답. ‘새벽동자’는 흔히 쓰는 ‘새벽밥’과 아주 닮은 꼴*의 말이지만, 미세한 뜻 차이가 있다.
새벽동자? 날이 샐 무렵에 밥을 지음. 그런 일.
새벽밥? 날이 샐 무렵에 밥을 지음. 그 밥.
[*닮은 꼴 : 수학용어로는 ‘닮은꼴’이지만 일반적인 의미로는 띄어 적는다.]
-(ㅂ) : 지짐지짐/잘금잘금/푸슬푸슬/보슬보슬 ->‘비’
부사를 활용한, 출제자의 애씀이 엿보이는 재치 있는 문제였다. 출연자들은 ‘지짐지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첫 번째 도움말에서 멈출 수 있었는데, 공부량의 뒷받침이 된 분들답게 첫 번째와 두 번째 도움말에서 네 분이 멈췄다.
‘지짐지짐’은 동사 ‘지짐거리다’에서 온 부사다. ‘지짐거리다’는 ‘조금씩 내리는 비가 자꾸 오다 말다 하다’라는 뜻인데, 이 말은 ‘자꾸 날씨가 궂고 눈/비 따위가 오락가락하다’라는 뜻의 ‘지분거리다’와도 비슷한 말이다. 그리고 이 ‘지분거리다’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미 외에 한 가지 더 중요한 뜻이 있다. 아래에 내 책자의 해당 부분 설명을 전재한다.
지분거리다<자분~2? ①음식에 섞인 모래/돌 따위가 자꾸 귀찮게 씹히다. ②모래 따위가 자꾸 발에 밟히다. ¶지분지분2>자분자분?
지분거리다3? 자꾸 날씨가 궂고 눈/비 따위가 오락가락하다. ¶지분지분3?
지짐거리다? 조금씩 내리는 비가 자꾸 오다 말다 하다. ¶지짐지짐?
-(ㅇ)(ㄱ) : 00가 크다/00가 무르다/00를 맞추다/ 00가 맞다 ->‘아귀’
문제를 대하면서 몇 분이 어디서 멈추고 정답을 맞힐까 궁금해 했을 정도로 내게는 아주 익숙한(?) 문제였다. ‘아귀’라는 말이 여러 번 선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와 관련된 관용구 문제가 반드시 출제될 듯해서 내 책자에 표제어 부분에 밑줄 처리를 해놨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도움말에서야 세 분이 멈췄지만 그래도 네 분이나 정답을 맞혀서 안도했다.
아귀*? ①사물의 갈라진 부분. ②두루마기/속곳의 옆을 터 놓은 구멍. ③씨앗/줄기에 싹이 트는 곳. ¶아귀가 트다. ④활의 줌통과 오금이 닿는 오긋한 부분.
아귀(가) 맞다* ? ①앞뒤가 빈틈없이 들어맞다. ②일정한 수량 따위가 들어맞다.
아귀(가) 무르다 ? ①마음이 굳세지 못하고 남에게 잘 꺾이다. ②손으로 잡는 힘이 약하다.
아귀(가) 크다 ? 돈/물건을 다루는 씀씀이가 넉넉하다.
아귀(를) 맞추다 ? 일정한 기준에 들어맞게 하다.
-(ㄷ)(ㅈ) : 깐/쯤/겉잡다/손00 ->‘대중’
어제 출제된 문제 중 중·상급에 드는 두 개 중의 하나. 출연자들도 좀 고생했지만 안방 달인에 도전하시는 분들도 약간 시간이 걸렸을 듯하다. 출연자 중에서 정답을 맞힌 분도 두 분밖에 없었고.
‘깐’에 대해서는 출제 가능성이 높아서(출제자라면 누구나 관심할 말이라서) 이곳에서 447회 문제 풀이를 하면서 상세한 설명을 보탰던 말이기도 하다. 참고들 하시기 바란다.
‘겉잡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종잡다’의 유의어인데, 그 밖에도 비슷한 말들이 많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다’라고 써야 할 경우에 ‘겉잡을 수 없다’로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맞춤법 문제로 가끔 출제되기도 한다. 내 책자에서 관련 부분을 전재한다.
겉잡다1?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다.
종잡다? 대중으로 헤아려 잡다. [유]어림짐작하다
줄잡다>졸잡다? ①어느 표준보다 줄여서 헤아려 보다. ②대강 짐작으로 헤아려 보다.
어림잡다? 대강 짐작으로 헤아려 보다. [유]눈대중하다, 어림짐작하다
안쫑잡다? ①마음속에 품어 두다. ②겉가량으로 헤아리다.
얼추잡다? 대강 짐작하여 정하다.
넘겨잡다? 앞질러 미리 짐작하다.
넘겨짚다? 남의 생각/행동에 대하여 뚜렷한 근거 없이 짐작으로 판단하다.
겉잡다2? ‘걷잡다(①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 따위를 붙들어 잡다. ②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의 잘못.
-(ㅈ)(ㅈ) : 숙부드럽다/거방지다/묵직하다/의젓하다 ->‘점잔’
첫 번째 도움말인 ‘숙부드럽다’에서 아무도 멈추지 못했을 정도로, 어제 출제된 중·상급 문제 두 개 중의 하나. ‘거방지다’에서 영아 님이 멈췄고, 마지막 도움말까지 본 분도 둘이나 될 정도로 쉽지 않았다. 감은 잡히지만 그것을 ‘점잔’이라는 낱말로 형상화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세 분이 정답을 적었다.
‘숙부드럽다’는 처음 선을 보인 말이지만, 말도 예쁘고 뜻풀이도 다양하여 언젠가 반드시 출제될 낱말이었다. 내 책자에 밑줄에다 볼드체 처리를 덧붙였을 정도로.
숙부드럽다? ①물체가 노글노글 부드럽다. ②심성이 참하고 부드럽다. ③품행이 얌전하고 점잖다 .
‘거방지다’는 ‘드레지다’와 더불어 예전에 선을 보였던 말이어서, 안방 달인들에게는 익숙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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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방지다*? ①몸집이 크다. ②≒드레지다. 하는 짓이 점잖고 무게가 있다. ③매우 푸지다.
-(ㄷ)(ㅆ) : 안타깨비/치근덕거리다/다락다락/성화 ->‘등쌀’
어제 나온 문제 중 가장 어려웠다. 마지막 도움말까지 보고 답을 적은 세진 양만 유일하게 정답을 맞혔을 정도로 출연자들도 고생했다.
‘안타깨비’는 처음 선을 보인 말. 내 책자에서도 ‘안타깨비1’의 뜻으로는 게재했지만, ‘안타깨비2’의 뜻으로는 누락되었던 말이다. ‘안타깝이’에 눈길이 너무 오래 머물러서였는지 원. 그나저나, 안달이 나서 귀찮게 조르거나 달라붙는 사람에서 ‘등쌀’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참고로, ‘등쌀’은 ‘몹시 귀찮게 구는 짓’이고, ‘성화(成火)’에도 ‘몹시 귀찮게 구는 일’이라는 뜻이 있다.
안타깝이? 걸핏하면 안타까워하는 사람.
안타깨비1? 명주실의 토막을 이어서 짠 굵은 명주.
안타깨비*2? 안달이 나서 귀찮게 조르거나 검질기게 달라붙는 사람을 비난조로 이르는 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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