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회(2013.8.19) KBS 우리말 겨루기 풀어보기(1)
-‘정씨 가문의 영광’ 미순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개괄
-출연자들의 면면 :
정미순 (36. 주부 8년차. 시 암송대회 최우수상 수상) ->3단계 진출
함호령 (33. 회사원. 8년 열애 끝에 11월에 결혼할 예비 신랑)
허유정 (18. 청주 중앙여고 2년생. 노랫말에서 시까지 두루)
임광우 (58. 학원 강사. 퀴즈 대한민국 우승 2회) ->3단계 진출
장순희 (56. 복숭아 농사 30년. 우리말 공부가 우울증 치료제) ->3단계 진출
어제 출연자 중에는 이런저런 신상 특이자(?)들이 많았다. 정미순 님과 장순희 님은 우리말 겨루기가 방송되는 월요일 저녁 7시 반이면 완전히 그녀들만의 세상이 펼쳐질 정도로 애시청자들. 채널 선택권을 완벽하게 확보하고 계셨는데 미순 님의 경우는 가족들이 그걸 <엄마만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존중해줄 정도.
브라운관이 나가자 프로그램 시청 욕심에 현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전화로 티브이를 주문해서 얼른 가져 오라고 독촉만 하셨다는 순희 님. 그분은 어제 그 프로그램을 함께하신 분들에게 내내 웃음보따리를 선사하셨다.
특히, 순희 님은 말본새가 참으로 예뻤는데 이분은 어떤 말이든 종결어미로 ‘-요’를 꼭 쓰셨다. 거기에 사투리 어투를 살짝 섞어서. 죄송스러운 표현이지만 어찌나 귀엽던지(?) 화면에서 얼굴을 뗄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미소가 자연스럽게 깔렸던 것은 앞서 우승하셨던 김희선 님과도 닮았다.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에 꽉 찼으면 싶은 웃기는 생각을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한다.
어제 출연자 중 최연장자인 광우 님은 반대로 가장 동안이셨다.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우승 상금을 받게 된다면 병환 중인 부인의 치료비에 보태고 부부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부분에서는 우리를 숙연하게 만드셨고, 우승하셔서 그 꿈을 이루셨으면 싶은 마음도 들었다.
임광우 님은 요새 폐지된 <퀴즈 대한민국>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하셨단다. 대단한 실력자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3단계 진출에 그쳤다. 전에도 짧게 적었지만 ‘퀴대’ 준비와 우리말 겨루기 준비 방식은 아주 크게 다르다. ‘퀴대’에서는 두꺼운 시사상식 책을 읽고, 약 6개월분의 신문기사를 추출하여 키워드를 만들고 거기에 특선 문화 인물 100여 명 정도를 보태면 대체로 무난하다. 행운이 따라주기만 하면 영웅에도 오른다.
즉, ‘퀴대’의 경우는 키워드 숫자가 많아야 15000개 정도이다. 그리고 그걸 굳이 명확하게 암기하지 않아도 된다. 뜻과 의미만 알아도 짚어낼 수 있다. 암기해야 할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문제일 정도로 생판 모르는 것만 아니면 된다.
하지만, 우리말 겨루기는 다르다. 우선 키워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 우리말 낱말들의 숫자가 그 두 배를 넘긴다. 대충 알아서도 안 된다. 몇 번을 훑어서 뜻풀이에까지 근접해야 한다. 상당량의 암기도 필요하다. 게다가, 연상력과 순발력도 따라주어야 한다. 삼중고다. ‘퀴대’에서 성가를 높였던 분들이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서 연패하다시피 하는 이유 중에는 이러한 차이를 간과한 채, ‘퀴대’ 공부 방식을 그대로 이어간 것도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내 미욱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출제 경향
2단계 연상 문제에서 출제 문제수가 6개로 줄어들면서 유지되고 있는 난도, 곧 고급 문제 하나와 중․상급 문제 2개의 배치는 여전했다.
3단계 맞춤법․띄어쓰기 문제 역시 기본적이면서도 일상의 어문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이 출제되고 있는 경향도 그대로다. 아주 어려운 고난도 문제들은 배제된 채. 좋은 일이다.
4단계 낱말 뜻풀이 문제도 여전하다. 흔히 쓰는 말이거나 그런 말과 유사한 일상적인 낱말의 정확한 뜻풀이를 묻는 문제가 두 개 정도는 꼭 들어 있다. 이번에 선을 보인 ‘선선하다’와 ‘시뜻하다’가 그런 말들이다.
특이사항으로는 십자말풀이 문제다. 지난 회에 이어서 이번 회에서도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낱말들이 대거 출동(?)했다. 쉬운 말에 속하는 ‘팔다리’의 두 번째 뜻을 이용한 문제에서부터 ‘다락바위/운남바둑/바람꽃/속들이/계산속/흘그산’ 등이 처음 등장했다. 기출문제 중심으로 공부한 이들에게는 날벼락만 같은 일이겠지만, 출제 방향으로는 대단히 올바른 쪽이다.
2. 1단계 문제 : 최대 300점
- 열림 말들 : 성/감/연/명/창
이번에는 300점 만점을 얻은 분이 셋이나 나왔고, 바로 그분들이 3단계 진출자로 뽑혔다.
미순 님은 ‘성’을 이용하여 ‘미성/성냥갑/아우성/대성공/성수기’ 등을 답했는데, 모두 한자어가 들어가 있지만 일상의 어문생활에서 쉽게 대할 수 있는 것들. 기본적인 문자 읽기가 몸에 밴 분임이 여기서도 읽힌다.
광우 님은 ‘명’을 이용하여 ‘생명/명백성/생명수/고종명/명사수’ 등을 답했다. 모두 한자어이고 ‘고종명’ 등과 같은 고단수 낱말을 즉시 떠올리시는 걸로 보아 국어과나 역사학 계통의 강의를 하시는 분이 아닌가 짐작될 정도.
참, 여기서 정답으로 선택된 ‘명백성’에 대해 의아해 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여기서 사용된 ‘-성(性)’은 명사 뒤에 붙어 어떤 성질을 더하는 접미사로 정식으로 사전에 규정된 말이다. 즉 자신 있게 어디서고 써도 되는 말.
순희 님은 ‘창’을 이용하여 ‘들창/창구멍/쇠창살/유리창/창문틀’ 등을 답하셨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박수했다. 즉, 순희 님은 이 ‘창’을 보자 그걸 ‘창(窓)’으로 단일화시켜서 그와 연관된 것들을 떠올리시는 놀라운 집중력과 순발력을 보여 주셨다. 1단계 문제풀이의 답안 모범 제작법을 시연하셨다고나 할까.
3. 2단계 연상 문제 : 6문제 x 최대 200점, 총 최대 1200점.
-(ㅂ)(ㄹ) : 턱00/콧00/멧00/돌00 ->‘부리’
지난 회와 비슷한 함정이 배치된 문제. ‘바람’과 같이 쉽게 연상되는 것은 문제로 출제되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지 않으면 당하기(?) 쉬웠는데,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두 번째 도움말에서 4분이 멈췄고 ‘바람’을 적은 것. 끝까지 도움말을 보고 답을 적은 유정 학생만 유일하게 정답을 맞혔다.
이 ‘부리’는 동물에게만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문제에서처럼 사람에게도 쓸 수 있다. 이와 같은 것으로는 ‘주둥이’도 있고, ‘뼈다귀’도 있다.
‘-부리’가 들어가 있는 말들 중 일부를 아래에 보인다. 내 책자에는 단행본 초고에 낱말들만 용례로 예시되어 있다. 사전에는 모아 놓지 않았고, 주요 낱말들만 해당 표제어 부분에 나누어 실었다.
말부리? ‘말문’을 낮잡는 말.
매부리1? 사냥에 쓰는 매를 맡아 기르고 부리는 사람.
매부리2? 매의 주둥이.
멧부리? 산등성이나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꼭대기. [유]산봉우리
멱부리? 턱 밑에 털이 많이 난 닭.
빨부리? ≒물부리(담배를 끼워서 빠는 물건).
산부리[山-]? 산의 어느 부분이 부리같이 쑥 나온 곳.
새부리? ≒오구(烏口)(제도할 때에 쓰는 기구의 하나).
손부리? (비유) 손가락의 끝.
발부리? ①발끝의 뾰족한 부분. ②(비유) 어떤 물체의 기초나 아랫부분.
앞부리? 어떤 물건의 뾰족한 앞부분.
윗부리? 물건의 위쪽 부분.
입부리? ‘부리’의 속어.
콧부리? 콧날 위에 약간 두드러진 부분.
턱부리? 턱의 뾰족한 앞 끝.
젖부리? 젖꼭지의 뾰족한 부분.
창부리[槍-]? (비유) 창의 뾰족하고 날카로운 끝 부분.
소맷부리? 옷소매의 아가리.
-(ㅁ) : 0을 빼다/0을 쓰다/0이 달다/0에 배다 -> 몸
비교적 평이한 문제였음에도 첫 문제에서의 충격파가 남아 있었는지 정답자는 단 두 분뿐이었다. 답이 ‘몸’과 ‘목/맛/말’ 등으로 나뉘었다.
‘몸’이 쓰인 관용구는 비교적 어려운 것들이 많다. 위에 문제로 나온 것들을 평이한 편이라고 할 정도로. 내 책자에서 전재하니, 이참에 익혀들 두시기 바란다.
몸(을) 받다 ?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대신하여 일을 하다.
몸(을) 빼다 ? 바쁜 가운데서 시간을 따로 내다.
몸(을) 풀다 ? 아이를 낳다.
몸(이) 비지 않다 ? (완곡하게) 아이를 배다.
몸을 가지다 ? ①아이를 배다. ②월경을 하다.
몸을 꼬다 ? 부끄럼을 타거나 교태를 부리다.
몸을 닦다 ? 마음을 수양하다.
몸을 던지다 ? 온갖 정열을 다하여 어떤 일에 열중하다.
몸을 빌다 ? 고향에 돌아가 쉴 수 있도록 벼슬에서 몸을 놓아 줄 것을 빈다는 뜻으로, 임금에게 벼슬에서 물러날 것을 청원하다.
몸을 잠그다 ? 어떤 일을 하기 위하여 거기에 전적으로 달라붙다.
몸을 잡다≒몸을 잡치다 ? 몸이 몹시 상하거나 못쓰게 되다.
-(ㄱ)(ㅈ) : 가장귀/줄거리/회초리/곁가지 -> ‘가지’
세 분이 정답을 맞혔는데, 첫 번째 도움말에서 멈춘 순희 님의 순발력이 놀라웠다. 달리 설명이 필요 없는 평이한 문제.
‘가장귀’는 갈라진 나뭇가지를 뜻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익혀둬야 할 말들이 더욱 중요하다. 출제 가능성이 아주 높은 말들이다. 아래에 전재한다.
가장이*? 나뭇가지의 몸체 부분. [유]가지
가장귀? 나뭇가지의 갈라진 부분. 또는 그렇게 생긴 나뭇가지.
뿌장귀? 나뭇가지에 뿔처럼 길쭉하게 내민 가장귀.
갈고쟁이≒갈고지? 가장귀가 진 나무의 옹이와 우듬지를 잘라 버리고 만든 갈고랑이.
-(ㄱ)(ㅇ) : 꾀돌이/기특하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깜찍하다 -> ‘귀염’
깜찍한 문제. 네 분이 정답을 썼고, 위의 문제에서처럼 홀로 첫 번째 도움말에서 멈추고 정답을 맞힌 순희 님의 순발력은 여기서도 놀라웠다. 호령 님이 ‘귀엽’이라는 어근을 써서 안타깝게도 오답 처리가 되었다.
-(ㄱ)(ㅁ) : 멀뚱멀뚱/그렁그렁/지글지글/보글보글 -> ‘국물’
어제 출제된 문제 중 마지막 문제와 더불어 난도를 다퉈야 할 정도의 상급 문제였다. 출연자들은 물론 안방 달인들의 허를 찌르고도 남을 문제. 개인적으로는 사전 작업을 하면서, 내가 출제자라면 한번 출제해보고 싶을 정도의 유혹을 느꼈던 말이기도 했다.
여기서도 순희 님은 멀뚱멀뚱해 하는 다른 출연자들을 따돌리고, 혼자서 첫 도움말을 보고 정답을 적었다. 참으로 놀라운 연상 순발력이었다. 마지막 도움말까지 본 네 사람 중 두 분이 정답 행진에 합류했다.
이 말들은 ‘국물’과도 관련되지만 ‘건더기’와도 연관된다. ‘건더기’ 역시 2단계 문제에서 사랑받는 말이니, 차제에 익혀 두시기 바란다. 내 책자에서 관련어들을 전재한다.
건더기*=건지? ①국/찌개 따위의 국물이 있는 음식 속에 들어 있는 국물 이외의 것. ②액체에 섞여 있는, 녹거나 풀리지 않은 덩어리. ③내세울 만한 일의 내용/근거의 속칭.
국물? ①국/찌개 따위의 음식에서 건더기를 제외한 물. ②어떤 일의 대가로 다소나마 생기는 이득/부수입의 속칭
건데기*? ‘건더기’의 잘못.
건지? ‘건더기’의 변한말로 같은 말임.
맨뜨물? 건더기가 없는 쌀뜨물.
둥둥이김치? 국물을 많이 하여 건더기가 둥둥 뜨게 담근 김치.
강된장*[-醬]? 쇠고기, 표고버섯 등의 건더기에 된장을 많이 넣고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되직하게 끓인 것.
밭다*? 건더기와 액체가 섞인 것을 체나 거르기 장치에 따라서 액체만을 따로 받아 내다.
흥덩흥덩하다? 국물은 많고 건더기는 적다. ¶흥덩흥덩?
멀뚱멀뚱하다? 국물 같은 것이 건더기가 적거나 덜 끓어서 멀겋다. ¶멀뚱멀뚱?
저벅저벅하다>자박자박하다? 건더기/절이는 물건 따위가 푹 잠길 정도로 물이 차 있다. ¶저벅저벅?
뻑뻑하다>빡빡하다? ①국물보다 건더기가 그들먹하게 많다. ②여유가 없어서 빠듯하다. ③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다. ¶~이?
삑삑이? 국물이 적고 건더기가 많아서 퍽 되게.
크렁크렁하다>그렁그렁하다>가랑가랑하다? ①건더기는 적고 국물이 아주 많다. ②물을 많이 마셔서 배 속이 그득 찬 듯하다. ¶그렁그렁>가랑가랑?
건더기 먹은 놈이나 국물 먹은 놈이나* ? ①잘 먹은 사람/못 먹은 사람/결과적으로 배고파지기는 마찬가지라는 말. ②잘산 사람/못산 사람/결국은 마찬가지라는 말.
-(ㄷ)(ㄷ) : 딱장떼다/시달구다/으르다/윽박지르다 -> ‘닦달’
어제 나온 문제 중 난도 순위 1~2위를 다퉜다. 안방 달인들도 딱히 떠오르는 시원한 낱말이 없어서 속이 탄 분이 적지 않았을 듯하다. 그래서였을까 전원 오답이라는 기록이 나왔다.
그리고 광우 님이 유일하게 제대로 된 답안을 떠올렸는데, 표기에서 그만 ‘닥달’로 적는 실수를 하여 안타까웠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닦달’은 맞춤법 문제로도 나올 정도로 그 표기가 까다로운 말이다. 짧게 설명하자면, 이 계통의 낱말로 ‘닦다(훌닦다)’가 있고 ‘다그치다’ 등이 있는데, 모두 ‘닦-’과 관련되기 때문에 ‘닦달’로 표기한다.
‘딱장’은 아래 뜻풀이에서 보듯 곧바로 ‘닦달’로 연결되는 말이다. ‘시달구다’는 출제 가능성이 높아서 표제어와 설명 부분 모두에 밑줄 처리를 해두었던 말. ‘으르다’도 익혀두면 아주 좋은 말로, 흔히 쓰는 ‘으름장’은 여기서 나온 말이며, 함께 익혀 두면 유익한 관련어들도 적지 않다. 내 책자에서 해당 부분들을 전재한다.
딱장[-狀]? 닦달해서 강제로 고백을 받아 내어 쓰게 하는 각서.
닦달*/닦달질*? ①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내는 일. ②물건을 손질하고 매만지는 일. ③음식물로 쓸 것을 요리하기 좋게 다듬는 일.
잡도리*? ①아주 요란스럽게 닦달하거나 족치는 일. ②어떤 일을 하거나 치를 작정/기세
달초[撻楚]? 닦달하거나 문초함.¶~하다?
딱장대? ①성질이 온순한 맛이 없이 딱딱한 사람. ②성질이 사납고 굳센 사람.
딱장떼다? 꼬치꼬치 캐어묻고 따져서 닦달질하다.
딱장받다? 도둑에게 온갖 형벌을 주어 가며 죄를 자백하게 하다.
시달구다? 남을 몹시 닦달하다.
으르다*2? 상대편이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행동으로 위협하다.
으르대다? 계속하여 상대편이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행동으로 위협하다.
을러대다≒을러메다? 위협적인 언동으로 을러서 남을 억누르다. ¶여인이 앙칼지고 영악해서 아무리 을러대도 소용이 없었다.
윽박다? 을러대어 몹시 억누르다.
윽박지르다? 심하게 짓눌러 기를 꺾다.
윽벼르다? 을러대며 잔뜩 벼르다.
으름장*? 말/행동으로 위협하는 짓. [유]협박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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