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회(2013.9.2)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1)
-‘꼭대기’에 오르신 임영희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개괄
-출연자들의 면면 :
정애진 (45. 주부. 시인) ->3단계 진출
송송이 (21. 학생.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송별’의 언니) ->3단계 진출
송덕영 (47. 자영업. 아들과의 약속 지킴이. ‘己所不欲, 勿施於人’!)
나현식 (34. 교사-교육청. 아들이 보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한다!)
임영희 (65. 주부. ‘꼭대기까지 지화자’. ) ->우승자.
남성 출연자 두 분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중장년들의 공통점이 그렇듯, 어제도 아주 ‘씩씩했다’. 발화(發話)가 명료하고 성량이 풍부하며, 태도가 명쾌하다. 출연하는 이들은 자신의 삶을 다잡는 계기가 되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덤으로 그들의 기운을 이어 받는 행운을 누린다.
어제 덕영 님이 언급한 논어 구절 ‘기소물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시키지 마라)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유명 소설 <희랍인 조르바>에 인용되어 잠시 유명세를 타다가 잊힌 것을 크라이슬러 CEO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강연회에서 재인용하면서, 얼마 전부터 경영 컨설팅계에서 새로 각광을 받는 말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논어의 재조명 또한 그러한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나현식 님은 남들이 안 하는 걸 한다면서, MTB와 사금 채취를 소개했다. MTB야 전국 도처에 동호회도 즐비할 정도로 많이 번진 것이지만, 이 시대의 사금 채취는 그야말로 금시초문. 결과야 어떻든 그러한 시도 자체가, 그러한 겨냥이, 참으로 기껍고 미쁘다. 그것도 30대 남성이.
송이 학생은 부모님 앞에 ‘달인감’이라는 말을 붙였다. 듣고 보니 과연 그랬다. 동생 이름을 ‘송별이빛나는밤’으로 하려다가 좌절(?)했다는 부모님의 일화만으로도 충분히 달인감이었다. 그런 아빠에게 한때 원망과 미움이 향했지만 작년에 쓰러진 아버지가 ‘못난 아빠라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자 모든 것이 180도 전환되었다는, 가슴 아프지만 착한 딸의 고백을 들으며 시청자들도 한마음으로 송이 학생의 가족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지 싶다.
시 사랑이 우리말 사랑으로 이어진 듯한 애진 님. 마침 전화가 와서 애진 님의 앞머리 소개를 다 듣지 못했다. 출연 내내 보여주신 차분한 태도가 시인의 눈길 그대로이려니 싶다.
영희 님은 (죄송하지만) 나잇값을 못 하셨다. 정규 교육의 모자람을 독학으로 때우셨다는 말에 슬며시 가슴 한쪽에서 울렁거림이 시작되었는데, 뒤이어 쏟아져 나온 온갖 특기 종목(승마, 피아노, 기타 등등)으로도 모자라, 즉석에서 가곡 한 곡을 뽑으시는 바람에 난 순간이나마 무슨 예능대회로 착각했을 정도. 해맑은 미소에다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내내 달고 계시는 바람에 말괄량이 소녀인 줄로 여겨지기도 했다. 세상의 다른 나이든 숙녀(?)들은 어찌 하라고, 혼자서만 그리 소녀 시절로 날름 담뿍 돌아가시는지 원. 하하하. 참으로 유쾌했다. 그 모습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어제 방송 시간 내내.
한 가지 어제 출연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근래 출연자들에 비해서 공부량이 적은 편이었고, 공부 자료의 부실도 눈에 띄었다. 2단계에서 마지막 도움말까지 보는 신중함이 돋보였음에도, 답을 적지 못한 분들이 적지 않게 나왔고, 오답을 적으신 분들이 많았다.
특히, 우승자이신 영희 님께서 십자말풀이를 하면서 10여 개 가까운 낱말들을 공란으로 가셨는데, 나중에 답 맞히기를 하면서 대부분 처음 보는 낱말들이라고 하실 때 공부 자료의 부실이 눈에 띄어 무척 안타까웠다.
-출제 경향 :
2단계 연상 문제에서 유지되고 있는 난도는 전회와 비슷했다. 굳이 난도를 표기하라면 예전의 4~5회 분량이 85라면 어제의 그것은 80 정도. 미세하나마 조금 쉬워졌다. 전원 오답 사례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중․상급 문제만 2개였다. 부사를 이용한 연상 문제는 여전했다. 관용구 문제와 더불어.
3단계 맞춤법 문제 수준이 어제도 아주 평범했다. 난도가 무척 낮아져서, 기초적이고 초보적(?)이라 할 문제들이 나왔다. 다만, 띄어쓰기 문제에서 ‘동틀 녘’의 문제는 어려웠다. 해당 부분에서 언급하겠지만, 이것은 내가 448회 문제풀이에서 ‘동틀 녘’으로 출제되면 어려워진다면서, 한번 짚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4단계 낱말 뜻풀이 문제 출제 경향도 여전하다. 흔히 쓰는 말이거나 그런 말과 유사한 일상적인 낱말의 정확한 뜻풀이를 묻는 문제가 두 개 정도가 나오는 것 말이다. 어제는 ‘자드락거리다’와 ‘아드등거리다’가 그런 말들이었다. 이 두 말 대신에 흔히 쓰는 ‘짜그락거리다/짜드락거리다’와 ‘아등거리다/아등대다’를 그 자리에 넣어 보면 이해하기 쉬우리라.
십자말풀이 문제에서 처음 선을 보이는 말들이 적지 않은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어제 처음으로 선을 보인 낱말만 6개에 달했다. 예전의 서너 개 안팎에 비하면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부사 문제가 어제도 (‘가다가’) 빠지지 않고 나왔다.
한 해 전 연상 문제에 한 번 사용된 ‘지새는달’까지 넣으면, ‘숭어리/입치리/가다가/탯가락/집지기/지새는달/고달이’ 등이 다시 한 번 새로 공부해둬야 할 말들이 된다.
2. 1단계 문제 : 최대 300점
- 열림 말들 : 보/자/도/목/사
이번에는 임영희 님만 300점 만점을 얻었고, 두 분이 250점을 받았다. 나머지 두 분은 150점. 그래도 모두 150점대 이상의 안정된 점수로 출발할 수 있었다.
자주 되풀이하는 얘기가 새로운 말들을 새로 떠올리기보다는 답한 말들을 활용해서 응답하는 것이 그래도 쉬운 편이라는 것이었는데, 어제도 그런 식으로 활용해서 좀 쉬운(?) 방식으로 답한 분들은 없었다.
예컨대, ‘자00’에서 막힌 송이 학생의 경우, 첫 답이 ‘자리’였으므로 그것을 이용한 ‘자리끼/자리젓/자리맡/자리개’ 등이 있었는데, 젊은 학생이라서 그런 말들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던 듯하다.
첫 답을 ‘기도’로 시작해서 ‘0도0’에서 막힌 덕영 님의 경우는 몹시 안타까웠다. ‘기도원/기도문/기도회/기도서/기도가(祈禱歌)’ 등 좀 많은가. 조금만 한쪽으로 집중만 하셨더라도 좀 더 나은 열매를 거두실 수 있었다. 이처럼 한 곬으로 집중해서 성공을 거두신 대표적인 분이, 478회에서 ‘창(窓)’을 이용하여 모든 답을 하셨던 장순희(56) 님이셨다.
어제 유일하게 만점을 받으신 영희 님의 답은 ‘사’를 이용한 ‘봉사/사랑방/감사장/조리사/사진기’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영희 님이 정규 교육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평소에 신문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셨다는 서두 발언이다.
이분의 답을 들으면서, 평소의 문자 읽기 힘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문자 독서량의 다소가 눈앞에서는 1단계 득점력을 좌우하고, 멀리 나아가면 자신의 ‘사고(思考)의 집’의 품질을 결정한다. 하이데거가 말한, ‘언어는 사고의 집’이라는 명제는 갈수록 더욱 그 값이 높아지는 고금의 진리.
3. 2단계 연상 문제 : 6문제 x 최대 200점, 총 최대 1200점.
-(ㅂ) : 0동무/줄0/0더위/달0 ->‘밤’
좀 헷갈리는 문제. 나도 처음에는 ‘불’을 떠올리다가 ‘줄불’은 있지만 ‘불동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0더위’를 보고서야 ‘밤’으로 수정했다. 출연자들의 답도 ‘빛/밤/복’으로 나뉘었고, 정답자는 한 사람뿐이었을 정도.
‘줄땀’이 잇따라 줄줄 흐르는 땀이라는 뜻이듯이 ‘줄밤’은 ‘연이은 밤’이라는 뜻이다. 474회 문제풀이에서 ‘줄-’(잇따라/잇달아의 뜻을 더하는 접사적 기능)이 들어간 말이라는 제목으로 이에 해당하는 낱말들을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밤동무’는 처음 나온 말.
밤동무? 밤길을 함께 걷거나 밤사이에 같이 있을 동무.
참, ‘밤더위’는 ‘더위’와 관련된 말들과 더불어 지난 479회 문제풀이에서 상세히 설명한 바 있고, 발음이 {밤떠위}이다. 발음에서 조심해야 할 말인데, 여기서 퀴즈 하나. 어제 엄지인 아나운서가 어떻게 발음했을까요?
-(ㅁ) : 0이 잡히다/0이 내리다/0로 보다/0 만난 고기 -> ‘물’
‘물’이 들어간 관용구 문제. 공부하지 않은 분들은 감으로 잡아서 푼 문제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첫 답 작성자가 세 번째 도움말을 보고서야 나왔다. 네 번째 도움말이 결정적인 힌트. 5인 모두 정답을 적었던 평이한 문제.
‘물’이 들어간 관용구와 속담은 적지 않다. 양이 많아서 일부만 내 책자에서 전재한다.
◇‘물’이 들어간 관용구 및 속담
물(을) 내리다 ? 떡가루에 꿀물이나 찬물을 뿌려 손으로 비벼 체로 다시 치다.
물(이) 내리다 ? 기운이 빠지거나 뜻을 잃어서 사람이 활기가 없어지다. ☞일부 사전에서는 이를 모두 ‘물내리다’라는 독립단어로 설정하고 있으나 잘못.
물(을) 맞다≒약물(을) 맞다 ? 병을 예방하거나 고치기 위하여 약수터에 가서 약물을 먹거나 몸을 씻다.
물(을) 잡다 ? 어떠한 곳에 물이 괴거나 실리도록 끌어들이다.
물(이) 잡히다 ? 살갗에 물집이 생기다.
물(이) 젖다 ? 생활에 배도록 깊은 영향을 받다.
물 건너가다 ? 일의 상황이 끝나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음.
물 끓듯 하다 ? 여러 사람이 몹시 술렁거리다.
물로 보다 ? 사람을 하찮게 보거나 쉽게 생각하다.
물 뿌린 듯이≒물을 끼얹은 듯 ? 많은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지거나 숙연해지는 모양.
물이 날다 ? 본래의 빛깔이 변하여 흐릿해지다.
물 찬 제비* ? ①물을 차고 날아오른 제비처럼 몸매가 아주 매끈하여 보기 좋은 사람의 비유. ②동작이 민첩하고 깔끔하여 보기 좋은 행동을 함의 비유.
물 퍼붓듯 ? ①비가 몹시 세차게 내리다. ②말을 거침없이 내뱉다.
-(ㄷ)(ㅇ) : 조막/멍울/송이/뭉치 -> ‘덩이’
‘조막’과 ‘멍울’을 활용한 중상급의 문제였지만 연상 순발력이 빼어나신 분들은 첫 도움말에서도 멈출 수 있었다. 영희 님만 세 번째 도움말에서 처음으로 멈췄고 정답. 영희 님을 포함하여 세 분만 정답을 적었다.
‘조막’은 ‘주먹’에서 나온 말로, 비유어. 주먹보다 작은 덩이를 뜻한다. 한편, 흔히 쓰는 조막손이는 ‘지체 장애인 중에서 손가락이 없거나 오그라져서 펴지 못하는 손을 가진 사람의 낮잡음 말’이다.
-(ㅇ)(ㅅ)(ㅇ) : 알끈하다/새롭다/목마르다/섭섭하다 -> ‘아쉬움’
어제 문제 중에서는 가장 어려웠던 편. ‘알끈하다’의 뜻을 정확히 알면 즉답도 가능했을 터이지만, 어제 출연자들은 공통적으로 공부량 면에서 무척 아쉬웠다고 할 정도였기 때문에, 첫 도움말에서 멈추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두 번째 도움말 ‘새롭다’ 역시 정작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알끈하다’의 뜻을 아는 이들에게만 확인 사살용으로 도움이 되었으므로.
‘알끈하다’는 멋진 말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에 한번 선을 보인 말이기는 하지만(243회와 246회), 뜻풀이용으로 다시 출제될 수도 있고 이처럼 다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서 내 책자에서 표제어와 풀이 모두에 볼드체와 밑줄 처리를 해두었던 말이다.
이 문제에서 가장 먼저 멈춘 것은 영희 님. 세 번째 도움말에서였다. 나머지 분들은 끝까지 보고 답을 적었는데, 정답자는 세 사람이었고, 두 분은 끝까지 답을 적지 못했다. 공부의 도움 없이 기본 실력만으로 ‘아쉬움’이라는 말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던 탓.
알끈하다*? 무엇을 잃거나 기회를 놓치고서 오랫동안 잊지 못하여 아쉬운 감이 있다.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알끈해져서 마음이 여간 편치 않다.; 오랫동안 쓰지도 않고 아껴오던 만년필을 잃어버려 속이 알끈하다.
-(ㄴ)(ㄱ) : 너울너울/훌훌/파닥파닥/활짝 -> ‘날개’
부사를 활용한 재치 있는 연상 문제. 세 번째 도움말까지에서 모두 멈췄고, 다섯 분 모두 정답.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평이한 문제.
-(ㅅ)(ㅅ) : 말짱하다/속구구/딴 주머니를 차다/꿍꿍이 ->‘속셈’
출제에 사용된 ‘말짱하다’의 뜻을 모르더라도 ‘속구구’를 알면 답할 수 있었던 문제. ‘딴 주머니를 차다’가 결정적인 키였다. 세 분이 정답 행진. 현식 님은 이 표기를 ‘속샘’으로 하여, 아쉬웠다.
출제에 사용된 ‘말짱하다’는 ‘속셈이 있고 약삭빠르다’는 뜻. 우리가 잘 아는 ‘멀쩡하다’가 그 큰말이지만 말뜻에 차이는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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