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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회(2013.9.16)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3. 9. 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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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회(2013.9.16)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1)

-‘퀴즈의 여왕’ 정기순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개괄

 

-무대를 빛내신 분들 :

권민정 (20. 연세대 사회과학부 1년. 부모님께 기쁨을!) ->3단계 진출

서미선 (55. 중국 동포. 14년 동안 우리말 공부. 전국노래자랑 우수상)

정기순 (66. 농부. 의성 마늘을 지키는 퀴즈의 여왕.) ->우승자

이용록 (62. 신춘문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기록원 직원)

황선기 (33. 부모님들을 위해 출연. 음식점 개업 준비 중) ->3단계 진출

 

이번에는 3단계에 진출하여 오래 화면에 머무신 분들보다도 아쉽게 중도 탈락하신 두 분이 더 기억에 남는다.

 

14년 동안이나 우리말 공부를 하셨다는, 연길에서 오신 미선 님. KBS의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여 우수상까지 받으실 정도로 적극적으로 밝게 살아오신 분이셨는데, 오랫동안 사용해온 언어의 굴레가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를 보여주셨다. ‘면’이 들어간 낱말에서 우리말에 없는 ‘밀면’을 답하신 게 그 좋은 증좌. ‘밀면’은 연변 자치구에서 쓰이는 말로, 밀가루로 만든 면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사족 하나. 우리가 흔히 쓰는 ‘연변(延邊, 옌벤)’이란 지명은 지도상에 없다. ‘연변조선족자치주’라는 행정 명칭에 등장할 뿐이며, 그 중심지는 주도(州都)인 연길(延吉, 옌치)이다.)

 

60대의 연세에 신춘문예라는 푸르디푸른 꿈을 간직하고 계신 용록 님. 그의 구호대로 ‘지금이 한창’이신 분이었다. 그런 적극적인 삶을 어깨 너머로 배우게 되는 것. 이 프로그램이 지닌 미덕의 하나가 아닐까.

 

우승자 기순 님의 그 은은한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경북 의성의 마늘과 고추 자랑을 아주 조금만 하셨지만, 농부로서의 그 바쁜 일상 중에서도, 퀴즈박사에서 1등을 하시고 ‘퀴즈 대한민국’에서도 2등을 하셨다니, 그 학구열이 놀랍기만 하다.

 

-출제 경향 :

2단계~3단계의 문제들은 여전히 근래의 출제 경향과 그 궤를 같이 했다. 특히, 3단계의 문제들은 우리의 일상적인 어문생활에 도움이 되는 그런 친숙한 것들로 출제되고 있다.

 

4단계의 문제 역시 우리의 어문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말들이 나왔다. 작고하셨거나 이제는 연만하신 작가들의 문학 작품에서만 대할 수 있는 말인 ‘간종그리다’가 그렇고, ‘바치다’ 역시 예전에는 흔히 쓰이던 말인데, 지금은 괴상한 국적 불명의 말들에 더 많이 ‘바친’ 이들이 이런 말들을 알지 못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잊혀가고 있는 말 중의 하나. ‘뭉클하다’의 숨겨진 뜻을 묻는 문제는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으리라.

 

십자말풀이는 이번에 다른 분이 출제하신 듯하다. ‘만년먹기’와 ‘아침선반’이란 말이 특이한 편이었는데, 특히 ‘아침선반’에 쓰인 ‘선반(宣飯)’은 조선조 시대의 역사물을 많이 쓰신 박종화 선생님의 작품에 등장했었을 정도로, 요즘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본래 관청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던 식사를 뜻했는데, 요즘의 공무원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생각하면 쉽다. 하여, 일반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서, 여항에서는 ‘아침선반’이란 말 대신 ‘아침곁두리’라는 말을 많이 써왔다.

 

십자말풀이에서는 대체로 문제 번호가 올라갈수록 어려운 낱말들이 많이 나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앞이마’와 ‘마을’ 같은 낱말이 불쑥 튀어나오듯 끼어들어서 도전자가 답을 떠올리는 데 더 힘이 들었던 듯하다.

 

또한 힌트가 되는 말을 풀지 못한 상태에서 ‘말하는 태도나 모양새’를 뜻하는 ‘말본새’와 ‘말하는 모습이나 태도’를 뜻하는 ‘말맵시’를 구분하여 떠올려야 하는 상황 같은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2. 1단계 문제 : 최대 300점

 

- 열림 말들 : 정/면/인/선/철

이번 회의 최고점은 200점. 그만치 다들 고생하셨다. 더 많이 얻지 못하신 분들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지만, 출연자들 사이에 점수 차가 덜 나면 다음 단계에서의 부담이 적다. 조금이라도 덜 긴장하게 되고, 조급증을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되니까.

 

다섯 분이 각각 150/50/100/150/200점의 점수를 쌓았다.

 

3. 2단계 연상 문제 : 6문제 x 최대 200점, 총 최대 1200점.

 

-(ㄱ) : 뾰주리0/0김치/0또개/곶0 ->‘감’

의외였다. 정답자가 한 분도 없었다. 두 번째 ‘0김치’가 함정이었다고나 할까. ‘갓’과 ‘각’들을 적었다. 대신, 많은 안방 달인들이 아쉬워했을 듯하다.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첫 번째 도움말에서도 멈췄을 터였으므로. 우리말에 ‘뾰주리’가 들어간 합성어는 ‘뾰주리감’ 하나뿐일 정도로 그야말로 ‘뾰주리’는 ‘감’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 ‘감김치’나 ‘감또개’ 역시 공부하신 분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낱말일 듯.

 

‘감김치’는 ‘우린감’이라는 말로 더 많이 유통되고 있고, ‘감또개’는 익혀두면 아주 좋은 우리말. ‘도사리’와 ‘똘기’도 함께 익혀두면 아주 좋다. 내 책자에서 관련 부분을 전재한다.

 

뾰주리? ①≒뾰주리감. ②머리통이 뾰족하게 생긴 사람의 놀림조 말.

뾰주리감*? 모양이 조금 갸름하고 끝이 뾰족한 감. 장준, 고추감 따위.

감김치? ①≒우린감. ②백정들의 은어로, 잡기 직전의 소에게 주는 먹이.

각통질? 소 장수가 소의 배를 크게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억지로 풀과 물을 먹이는 짓.

화수[和水]? 분량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하여 세곡(稅穀) 따위에 물을 붓고 불리던 일.

감또개*≒감똑? 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

도사리*2?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

똘기*? 채 익지 않은 과일.

 

-(ㅂ)(ㄹ) : 온달/00치/한사리/한가위 -> ‘보름’

공부하지 않은 분들은 ‘보름치’라는 낱말이 조금 생소했을지도 모르겠다. ‘한사리’도 약간 그렇고. 그래도 네 분이 정답을 적었다.

 

‘보름치’에 붙은 ‘-치’는 어느 때에 날씨가 궂어지는 것을 뜻하는 접사적 기능을 하는 말. ‘조금치’ 같은 게 그 좋은 예다. ‘한사리’에 쓰인 ‘한-’은 크다는 뜻. 하여, ‘한사리’와 ‘큰사리’는 동의어다. 내 책자에서 관련 부분을 전재한다.

 

보름치*? 음력 보름께에 비/눈이 오는 날씨. 그 비/눈.

조금치2[潮-]? 조금 때 날씨가 궂어짐. 그런 일.

큰사리? ≒한사리(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

 

-(ㅋ)(ㄷ) : 00이 붓다/00이 시다/00이 세다/00이 시큰하다 -> ‘콧등’

이번 문제 중 상급으로, 쉽지 않았다. 끝까지 도움말을 지켜본 분들 중에서 정답자 세 분이 나왔다.

 

‘코’와 관련된 말들은 종류도 많고 까다롭다. 특히 사이시옷 표기 문제와도 얽혀 있어서 쉽지 않다. 게다가 사이시옷 붙이기에 일관성이 결여된 측면도 일부 있어서 공부하는 이들을 애먹이는 말 중 하나다. 여러 번 보고 자신만의 암기 비법을 개발하여 익히는 수밖에 없다. 내 책자에서 ‘콧등’과 관련된 부분만 전재한다.

 

콧등? 코의 등성이.

콧구멍홈? 콧구멍 언저리의 조금 오목한 부분.

콧마루? 콧등의 마루가 진 부분.

콧날? 콧마루의 날을 이룬 부분.

콧부리? 콧날 위에 약간 두드러진 부분.

콧머리? 코의 끄트머리.

콧등(이) 붓다 ?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아니하여 속이 끓다.

콧등이 세다 ? 남의 말을 잘 듣지 아니하고 고집이 매우 세다.

콧등이 시다 ? 매우 아니꼽다.

콧등이 시큰하다 ? 어떤 일에 감격하거나 슬퍼서 눈물이 나오려 하다.

 

-(ㄱ)(ㅇ)(ㄱ) : 샐긋이/민틋이/기웃이/비스듬히 -> ‘기울기’

쉽지 않은 문제였는데, 차분히 도움말을 지켜본 덕분에 네 분이 정답을 적었다. 명사 내지는 명사형으로 답해야 하는 2단계 특성을 모두들 잊지 않으셨다.

 

‘민틋-’은 ‘헌칠민틋-’과 함께 익혀두면 멋진 말이고, ‘샐긋하다’는 ‘샐그러지다’ 등과 연결되는 말로 동사와 형용사를 겸하는 말이다. 내 책자에서 관련 부분을 전재한다.

 

민틋하다*? 울퉁불퉁한 곳이 없이 평평하고 비스듬하다. ¶어린 시절 이발소에 다녀오면 머리는 무 밑동처럼 퍼렇고 민틋했다.

민출하다? 모양새가 밋밋하고 훤칠하다.

헌칠민틋하다? 몸집 따위가 보기 좋게 어울리도록 크고 반듯하다.

 

샐그러뜨[트]리다? 한쪽으로 배뚤어지거나 기울어지게 하다.

샐그러지다? 한쪽으로 배뚤어지거나 기울어지다.

샐긋하다*<쌜긋하다? 물체가 한쪽으로 조금 배뚤어지거나 기울어지다. 또는 그렇게 하다. ? 물체가 한쪽으로 조금 배뚤어지거나 기울어져 있다.

 

-(ㅁ)(ㅅ)(ㅇ) : 수꿀하다/으쓱하다/질리다/섬뜩하다 -> ‘무서움’

공부량이 부족하신 분들은 도움말 두 개로는 풀기 어려운 고난도의 문제. 더구나 명사형으로 전이된 답을 떠올려야 했다. 도움말을 끝까지 보신 분들이 답을 떠올리기에 아주 도움이 컸는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세 번째 도움말을 보고 멈춘 두 분이 정답을 적었다.

 

‘수꿀하다’는 출제 가능성이 높아서 표제어에 밑줄 처리를 해놨던 말이고, 문제에 나온 ‘으쓱하다’는 흔히 쓰는 어깨 들먹거리기와는 무관한 말로서 무서워서 움츠러드는 걸 표현하는 형용사다. 내 책자에서 참고 부분을 전재한다.

 

수꿀하다*? 무서워서 몸이 으쓱하다.

으쓱하다? 갑자기 무섭거나 차가움을 느낄 때 몸이 크게 움츠러드는 데가 있다.

 

-(ㅅ)(ㅅ) : 뒷북치다/들끓다/북적북적/설레발 ->‘수선’

따로 해설을 덧붙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문제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정답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집에서 편안히 문제풀이를 하고 있던 나도 이 문제를 대하면서 도움말 두 번째에서부터 낱말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세 번째 도움말을 보고야 정답 확신이 들었을 정도.

 

그래서였을까. 출연자 모두 오답을 적었다.

 

2단계가 끝나고 3단계 진출자 3인이 가려졌을 때 점수가 각각 500/300/550점이었다. 선기 님이 선전(?)하셨고, 기순 님이 고전하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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