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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회(2013.9.23)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3. 9. 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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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회(2013.9.23)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1)

-‘미녀 교도관’ 이은혜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개괄

 

-무대를 빛내신 분들 :

홍희윤 (59. 주부. 외손주로부터 듣게 된 별명 : “똑똑 할머니”) ->3단계 진출

이은혜 (34. 1인 3역의 자칭 “미녀 교도관”. 공주교도소 근무) ->우승자

김도영 (20. 목원대 휴학생. 엉뚱함과 재치가 넘치는) ->3단계 진출

황순아 (43. 세무 공무원. 온 세계에 우리말을! 일본어 능숙.)

김성복 (47. 파주시청 기술지원과. 씩씩한 팔방미인. 가족에게 점수 따자!)

 

어제도 아주 재미있고 대단하신 분들이 자리를 빛냈다. 한분 한분 모두가 재주꾼들이자 보배 같은 이들.

 

우리말 공부를 하게 되면서부터, 다른 누구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 그처럼 즐거울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외손주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똑똑 할머니’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는 ‘풀솜할머니’ 홍희윤 님. (이 말은 희윤 님이 퇴장 무대에서 구사하신 용어. 우리말 공부의 자연스런 소득이 아닐지).

 

도영 학생의 엉뚱함과 재치는 시청자들에게 흐뭇함과 즐거움을 맛보게 했다. 학교에 빵 굽는 기계를 갖고 가질 않나, 고향인 태백시청과 접촉하여 쓰레기 처리에 손이 모자라는 곳을 알아내어 친구들과 함께 돕기도 하고.

 

그의 엉뚱함의 백미는 사회자가 자신을 찾는 듯해서 왔다는 부분. 즉, 엄지인 아나운서가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해온 출연 독려 발언을 대하자 그것이 바로 자신을 찾는 것이라고 여겨서 출연했다고 했다. 그 재치 있는 답변에 모두들 크게 웃었다. 그걸 대하며, 앞으로 보일 출연 결과야 어떻든 참으로 당당하고 멋진 청년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세무 공무원이면서도 일본에서 공부하고 8년간 근무도 하는 사이에 일본어에 완전히 능숙해졌지만 도리어 몸에 밴 일본식 발음 습관이 우리말 발음에 장애가 될 정도였다는 순아 님도 참으로 독특한 분. 그러한 과정을 거친 덕에 이제는 온 세계에 우리말을 전파하고 싶다는 야무진 욕심도 내비쳤다.

 

기술직 공무원이면서 피아노 등의 악기를 다루고 밴드 활동도 하신다는 성복 님. 팔방미인 격의 재주와 취미도 그렇지만, 호랑이띠인 부인과 딸을 집에 있는 두 마리의 호랑이로 표현하는 즉흥적 재치가 도영 학생과 막상막하였다.

 

무섭고 딱딱해서 덜 친근한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교도관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바꾸고, 전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교도직 동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출연했다는 우승자 은혜 님. 자칭 ‘미녀 교도관’이라 했지만, 시종일관 떠나지 않는 그 무공해 미소만으로도 미인 자격이 차고 넘쳤다.

 

나아가 주부와 엄마, 그리고 교도관이라는 1인 3역을 얼마나 멋지게 해내고 있을지 너끈히 짐작될 정도. 응원석에 앉아 있는 같은 교도직 남편과 아이의 얼굴에서도 내내 떠나지 않는 그 미소가 가장 확실한 증표였다.

 

다만 한 가지, 어제의 출연자들에게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공부량. 2단계 문제에서 나온 ‘굴타리먹다’나 ‘뒤두다’와 같은 낱말들이 쉽지는 않지만 한두 분 정도는 뜻풀이가 가능해야 하지 않았었나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전원 오답을 적어내는 이변도 두 차례나 있었다. ‘여유’가 정답이었던 문제에서는 ‘뒤두다’의 뜻풀이 공부를 했다면, 최소한 한 사람 정도는 정답을 적어내지 않았을까. 우승자 은혜 님 역시 뒷심 부족이 조금 엿보였는데, 결국 그것이 몇몇 낱말들 앞에서의 고생을 낳고 도전 실패로 이어지셨다.

 

2. 1단계 문제 : 최대 300점

 

- 열림 말들 : 모/양/조/초/박

300점 만점이 둘이나 나왔다. 희윤 님과 도영 군. 도영 군은 ‘조’를 이용하여 ‘시조/조랑말/시조새/구관조/조리개’ 등을 떠올렸다. 답을 굳이 적는 이유는 그의 연상 과정을 되짚어보고자 해서다. ‘시조’와 ‘시조새’. ‘시조새’와 ‘구관조’, ‘조랑말’과 ‘시조새/구관조’ 등의 연결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그의 연상은 공통점이나 유사점이 있는 것들을 한 통에 담아놓고 거기서 꺼내고 있다. 아주 효율적인 방식이다. 전에도 언급했듯 ‘창(窓)’이라는 말에 집중하여 모든 답을 유관 단어로 답하는 방식과 닮아 있지 않은가. 자유로운 연상은 순발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암초에 걸리기 쉽다. 연상력도 훈련을 통해 몰라볼 정도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다섯 분이 각각 300/50/300/100/150점의 점수로 출발하셨다. 부사 ‘매양’을 답해서 실족하신 은혜 님의 경우 그것이 몹시 부담이 되셨을 터인데도 기어이 이 간극을 극복해내셨다. 4단계에서.

 

3. 2단계 연상 문제 : 6문제 x 최대 200점, 총 최대 1200점

 

-(ㅂ) : 언덕0/강0/0도둑/덮0 ->‘밥’

희윤 님이 첫 번째 도움말에서 멈췄는데, 구경꾼인 내가 조마조마했다. 나도 첫 도움말에서 낱말이 떠올랐지만 두 번째를 보고 나서야 확신할 정도로 위험했던 터라서.

 

공부하신 분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두 번째 도움말까지 보고 나면 확신이 들 정도였는데, 세 번째 도움말이 함정으로 작용했다. 끝까지 보고 답을 적은 두 분을 포함해서 세 사람이 정답을 적었다.

 

‘강밥’은 흔히 잘못 쓰는 ‘깡술/깡소주’ 등과 같이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또는 ‘물기가 없는’, 혹은 ‘억지스러운’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인 ‘강-’이 붙은 말. 이 계통의 낱말들은 예전에 문제 풀이에서 한 번 다룬 바 있기에 생략한다.

 

‘언덕밥’은 익혀두면 좋은 말. 기출 낱말이기도 하지만, ‘밥(飯)’ 계통의 낱말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사랑받는 말이다. 부스러기를 뜻하는 다른 말 ‘밥’ 역시 그렇다. 이와 관련된 말들이 워낙 많아서 이곳에 모두를 전재하기는 좀 그렇다. 내 책자에 ◇‘밥(飯)’ 계통의 관련어 및 관용구/속담이라는 항목에 모아 두었다. 부스러기를 뜻하는 ‘밥’의 관련어들도 마찬가지이고.

 

분량 문제로 기출 낱말(*로 표기)과 출제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만 소개한다. 보면 알겠지만, 지금까지 이 밥과 관련된 기출 낱말들은 적지 않다. 앞으로도 이 ‘밥’의 관련어들은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말밥[말ː빱]? 좋지 못한 이야기의 대상.

잠밥? 환자의 아픈 곳에 붙어 있는 잡귀를 쫓기 위한 민간 조치의 하나. 집안에서 어떤 사람이 아프면 곡식을 한 되쯤 담아 보자기에 싸서 환자의 아픈 곳을 문질러 줌.

기승밥? 모를 내거나 김을 맬 때 논둑에서 먹는 밥.

삼층밥[三層-]? 삼 층이 되게 지은 밥. 맨 위는 설거나 질고, 중간은 제대로 되고, 맨 밑은 탄 밥.

언덕밥*? 솥 안에 쌀을 언덕지게 안쳐서 한쪽은 질게, 다른 쪽은 되게 지은 밥.

설밥{설ː빱}? 설날에 오는 눈의 비유.

소금밥? ①≒소금엣밥. ②소금물을 묻히어 뭉친 주먹밥. ③소금을 섞은 밥. 농가에서 염증을 풀게 하는 데 고약처럼 씀.

소금엣밥*? 소금을 반찬으로 차린 밥이라는 뜻으로, 반찬이 변변하지 못한 밥.

소나기밥*? 보통 때에는 얼마 먹지 아니하다가 갑자기 많이 먹는 밥.

여동밥*? <佛>승려가 밥을 먹기 전에 귀신에게 주려고 한 술 떠 놓는 밥.

좨기밥?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도록 속에 반찬을 넣어 만든 밥 덩이.

중둥밥*[重-]? ①팥을 달인 물에 흰쌀을 안쳐 지은 밥. ②찬밥에 물을 조금 치고 다시 무르게 끓인 밥.

첫국밥*? 아이를 낳은 뒤에 산모가 처음으로 먹는 국과 밥. 주로 미역국과 흰밥을 먹음.

뚜껑밥*? ①사발 바닥에다 작은 그릇이나 접시를 엎어 놓고 담은 밥. ②밑에는 잡곡밥을 담고 위만 쌀밥을 담은 밥. ③잘 먹이는 듯이 겉치레로 잘 차린 음식.

머슴밥*≒고봉밥[高捧-]*? 수북하게 많이 담은 밥.

고봉밥*[高捧-]? 그릇 위로 수북하게 높이 담은 밥

마짓밥*[摩旨-]? <佛>부처에게 올리는 밥.

지에밥*?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밥. 약밥이나 인절미를 만들거나 술밑으로 씀.

 

-(ㅊ)(ㅇ) : 굴타리먹다/개구리/서리/배꼽00 -> ‘참외’

첫 도움말을 대하자 내게 미소가 떠올랐다. 굴타리먹는 것들 중에 초성이 ‘ㅊ’ ‘ㅇ’로 시작되는 것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작 미소를 지은 까닭은 시골 출신들이 정답 유추에 강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른 분들에게는 뜻밖의 문제일 수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정답자 두 분은 내 짐작에 농촌 생활과 조금은 익숙하신 분들. 그런데 ‘배꼽참외’의 설명에서 의외의 해설(?)이 나와서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여성이라서 그랬지 싶다. 그분 또래의 남성들은 배꼽참외가 뭔지 거의 다 잘 아는 편이다.

 

참, ‘굴타리먹다’는 전에도 선을 보인 말인데 내 책자에도 적었지만, ‘굴타리’라는 말은 현재 사전에 없는 말이다. 이웃 말이자 기출 낱말인 ‘굴퉁이’와 함께 공부해 두면 좋다. 배꼽참외의 설명도 덧붙인다.

 

굴타리먹다*? 참외, 호박, 수박 따위가 땅에 닿아 썩은 부분을 벌레가 파먹다.

♣ ‘굴타리’만은 의미 없는 말. 즉, ‘굴타리’라는 명사는 없음.

굴퉁이*? ①겉모양은 그럴듯하나 속은 보잘것없는 물건/사람. ②씨가 여물지 아니한 늙은 호박.

배꼽참외≒배꼽쟁이외? 꽃받침이 떨어진 자리가 유달리 볼록 나온 참외.

 

-(ㅁ)(ㄹ) : 또래/무더기/삼삼오오/패 -> ‘무리’

그야말로 무리 없이 정답을 적어낼 수 있는 평이한 문제. 네 분이 정답을 적었다. 별도의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ㅁ) : 0이 드러나다/0이 가볍다/0이 무겁다/0 빠진 독 -> ‘밑’

쉽지 않은 중ㆍ상급의 문제인 데다가, 두 번째 도움말까지에서 모두 서둘러 멈추는 바람에 오답이 많았다. 답이 ‘말/밑/몸’ 등으로 나뉘면서 은혜 님 한 분만 정답을 적으셨던가. 공부량 차이가 살짝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해당 관용구들의 설명을 내 책자에서 전재한다.

 

밑이 드러나다 ? 사건/일의 내막이 밝혀지다.

밑이 안 보이다 ? 끝이 없다.

밑(이) 가볍다 ? 한자리에 오래 있지 않고 자주 자리를 뜨다.

밑(이) 무겁다[질기다]≒엉덩이가 무겁다[질기다] ? 한번 자리를 잡고 앉으면 좀처럼 일어나지 아니하다.

 

-(ㄴ)(ㅊ) : 내숭/너구리/시치미/능글능글 -> ‘능청’

평이한 문제였음에도 전원 오답을 쓰시는 바람에 내가 놀랐던 문제. ‘내숭’에서는 ‘눈치’와 헷갈릴 수도 있긴 했지만 ‘너구리’가 출연자들에게 도움말이 되지 못한 것이 주원인. 특히 ‘시치미’를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모두 ‘눈치’라는 오답을 적었다. ‘너구리’는 매우 능청스럽고 음흉한 이의 비유적 표현인데.

 

마지막 도움말 ‘능글능글’이 결정적 힌트였음에도 그걸 보고 적은 두 분까지도 오답을 적어, 안타까웠다.

 

-(ㅇ)(ㅇ) : 뒤두다/답답하다/푸지다/빡빡하다 ->‘여유’

어제의 중ㆍ상급 문제 두 개 중의 하나로, ‘뒤두다’를 공부하신 분은 쾌재를 불렀을 문제. 하지만 공부량이 모자란 분들은 답이 떠오르지 않아 그야말로 답답하기 짝이 없었을 문제였다. 그 뒤로 주어지는 도움말들에서 도움다운 도움을 받기 어려웠던 까닭에. 오죽했으면 네 분이나 답란이 공란이었을까.

 

‘뒤두다’는 좋은 말이기도 하고 출제 가능성이 높아서 표제어에 밑줄 처리를 해뒀던 말. 유의어로 ‘능두다’라는 좋은 말도 있다.

 

‘푸지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유의어들 중에는 아주 맛깔난 말들도 많고 출제 가능성도 높아서 내 책자에서 표제어와 풀이 모두에 밑줄 처리를 해둔 것들도 제법 된다. 그 중 몇 개만 아래에 소개한다. ‘드레지다, 거방지다’ 등도 유의어에 들지만, 기출 낱말들이어서 소개에서는 제외한다.

 

능두다? 넉넉하게 여유를 두다. <-명사+‘두다’의 꼴.

뒤두다? ①나중을 생각하여 여유를 두다. ②다음으로 미루다. ③어떤 일 끝에 좋지 않은 감정/느낌을 버리지 않고 마음에 계속 품다.

 

푸닥지다? (비꼬는 뜻으로) 꽤 많다.

푸지다*? 매우 많아서 넉넉하다.

후파문하다? (비꼬는 뜻으로) 많고 푸지다.

짐벙지다? 신명지고 푸지다.

 

2단계가 끝나고 3단계 진출자가 가려졌을 때의 점수는 각각 650/450/550점이었다. 근래 2단계 통과 점수들이 아주 낮을 정도로, 출연자들이 고전을 하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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