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회(2013.9.16)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어보기(2)
-‘퀴즈의 여왕’ 정기순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4. 3단계 맞춤법․띄어쓰기 : 6문제 x 100, 총 600점
-늦어도 엔간히(o)/웬간히(x) 늦은 게 아니니 서둘러!
‘엔간하다’는 ‘어연간하다’의 준말. 표준어 사정에서 꽤 많은 비슷한 말들 중 이 ‘엔간하다’만 표준어로 정해진 말이다.
이번 문제가 좀 쉽게 출제되어서 그렇지, 이 ‘엔간하다’와 관련된 말로 ‘어지간하다’, ‘웬만하다’ 등도 있어서 어렵게 출제될 경우는 무척 고생하게 된다. 관련 상세 설명은 내 단행본 초고 내용 전재로 대신한다.
◈엥간해야 참고 봐 주지, 해도 너무 해 : 엔간해야의 잘못. 맞춤법만 고친 것임. 설명 참조. <-엔간하다[원].
그 정도 씀씀이는 엥간한 중산층 수준이지 : 엔간한의 잘못. <-엔간하다[원]
[설명] ‘엥간해야 참고 봐 주지’의 문례에서는 ‘엔간해야’보다는 ‘어지간해야’가 문맥상 더 적절함.
어지간하다? ①수준이 보통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더 하다. ②정도/형편이 기준에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 ③생각보다 꽤 무던하다.
엔간하다? 대중으로 보아 정도가 표준에 가깝다.
◈웬간해야(언간해야) 그걸 참아주지, 너무 하더군 : 엔간해야(혹은 웬만해야)의 잘못. <-엔간하다/웬만하다[원]
엔간하다? 대중으로 보아 정도가 표준에 가깝다. 본말은 ‘어연간하다’.
웬만하다? ①정도/형편이 표준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낫다. ②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
◈엔간잖다 : 엔간찮다의 잘못.
[설명] ‘엔간하+지 않다 →엔간치 않다 →엔간찮다’. 유성음 앞에서는 ‘하’의 ‘ㅏ’가 줆.
-한참을 웃었더니 배가 당긴다(x)/땅긴다(o).
이 프로그램에서 한 번 다뤘던 낱말이다. 이와 같이 배가 땅기는 경우와 구미가 당기는 경우, 그리고 불을 댕기는 경우는 각각 그 원형이 ‘땅기다/당기다/댕기다’이다.
상세 설명은 아래에 전재하는 내 단행본 초고를 참고하시길.
◈아무 것도 안 바르니 얼굴이 당긴다/땡긴다 : 아무것, 땅긴다의 잘못. <-땅기다[원]
구미가 땡기는 음식 : 당기는의 잘못. <-당기다[원]
불을 잘 땡기려면 마른 종이를 써야 해 : 댕기려면의 잘못. <-댕기다[원]
땅기다? 몹시 단단하고 팽팽하게 되다.
땡기다? ‘당기다’의 잘못. 없는 말.
당기다? ①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 저절로 끌리다. ②입맛이 돋우어지다. ③물건 따위를 힘을 주어 자기 쪽이나 일정한 방향으로 가까이 오게 하다.
댕기다? 불이 옮아 붙다. 또는 그렇게 하다.
-종일 일한 일꾼에게 밥 한 공기는 턱없이 모자란(o)/모자른(x) 양이다.
올바른 표기를 묻는 맞춤법 용언 문제에서는 일상적 사용례에서 벗어나, 얼른 그 원형을 떠올려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위의 문제에서도 ‘모자라다’는 있어도 ‘모자르다’는 없다. 별도 설명이 필요 없는 문제.
-추수하느라고 햇볕에 검게 그은(o)/그을은(x) 얼굴이 정겹다.
출연자 전원 오답을 골랐을 정도로 쉽지 않은 용언 활용 문제였다. 원형 ‘그을다’는 ‘그을어/그으니/그은’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ㄹ’탈락 현상은 아래에 설명하는 ‘ㄹ’불규칙용언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전재하는 내 단행본 초고 내용을 차분하게 훑어서 충분히 이해하시기 바란다.
이와 관련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출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왜냐, 일상생활에서 많은 이들이 자주 잘못 쓰고 있는 것들인 까닭이다.
◈[중요]♣흔히 잘 틀리는 관형형 : 주로 ‘ㄹ’불규칙용언들임.
[예제] 가늘은 철사 좀(x) →가는 철사 좀(o)
거칠은 벌판으로(x) →거친 벌판으로(o)
웬 낯설은 사람이(x) →웬 낯선 사람이(o)
콩밭에서 뒹굴은 사람들(x) →콩밭에서 뒹군 사람들(o)
걸맞는 말이로군그래(x) →걸맞은 말이로군그래(o)
햇볕에 그을은 얼굴(x) →햇볕에 그은 얼굴(o)
외따른 동네에 살다 보니(x) : 외딴 동네에 살다 보니(o)
힘드는 일이라면 내게(x) →힘든 일이라면 내게(o)
녹슬은 기찻길아(x) →녹슨 기찻길아(o)
때에 절은 옷가지들(x) →때에 전 옷가지들(o)
허물은 담장너머로(x) →허문 담장너머로(o)
서둘은 발걸음이었는데도(x) →서둔/서두른 발걸음이었는데도(o)
[설명] ①어간에 ‘-는’을 붙여 말이 되는 것은 동사. 안 되는 것은 형용사임. 단, ‘-있다’가 붙어 만들어진 형용사는 제외. <예>작는(x) 사람 →고로 ‘작다’는 형용사. 죽는(o) 사람 →고로 ‘죽다’는 동사. '걸맞는(x)/걸맞은(o)'의 경우는 ‘걸맞다’를 동사로 착각하여 일어난 현상이며, 이와 같이 헷갈리는 형용사에는 ‘힘들다/알맞다/기막히다’ 등이 있음. 즉, ‘힘드는(x)/알맞는(x)/기막히는(x)’이며 ‘힘든(o)/알맞은(o)/기막힌(o)’임. ②‘힘들다/녹슬다/허물다/서둘다/그을다’ 등과 같이 어간 끝받침에 ‘ㄹ’이 있는 말들에 ‘-ㄴ/-은’의 활용형이 결합하면 ‘ㄹ’이 탈락하여 각각 ‘힘든/알맞은/허문/서둔/그은’이 됨. 특히, ‘그을은’은 ‘그은’의 잘못. ‘서두른’의 경우는 원형이 ‘서둘다’가 아닌 ‘서두르다’의 활용.
-사과 하나를 반으로 쪼개어 동행과 한쪽 씩(x)/한 쪽씩(o)/한 쪽 씩(x) 먹었다.
문례에서 사용된 말들의 품사를 정확히 알면 쉽게 풀리는 기본적인 문제. 헷갈릴 수 있는 건 ‘씩’이 의존명사일까 접사일까 하는 것. ‘씩’은 접사다. 고로 앞말에 붙여 적는다. ‘한’은 하나를 뜻하는 관형사. ‘쪽’은 명사. 그러면 답은 자명해진다. ‘한 쪽씩’으로 표기해야 한다.
여러 번 언급했듯, 접사와 의존명사의 구분은 중요하다. 내 책자에 ‘접사’와 ‘의존명사’ 종합 정리란을 따로 두었으니 기회 있을 때마다 훑어서 어떤 것들인지를 익혀두면 도움이 된다.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거들랑(o)/만나 거들랑(x) 안부 좀 전해줘.
‘-거들랑’의 품사를 묻는 문제와 같다. ‘-거들랑’은 어미다. 그러므로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참고로 더 깊이 설명하면 어미 ‘-거든’에 조사 ‘-을랑’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거들랑’은 연결어미인 반면 (문례로 제시된 경우가 연결어미), 그 자체가 종결어미일 때도 있다. ‘나도 한때는 서울에서 살았거들랑.’과 같은 경우다.
이와 같이 어미는 아무리 길거나 이상해 보여도 붙여 적어야 한다. 꼭 명심해둬야 할 사항. 내 단행본 책자에 담은 ‘주의해야 할 어미’들의 예를 전재한다.
◈♣주의해야 할 어미 : 아무리 길어도 어미는 붙여 적음.
<예> 얼어 죽을망정; 내놓으라면 내놓을밖에; 재주도 없을뿐더러; 놀기는커녕 잠도; 밥도 먹지 못하리만큼(≒못하리만치); 모두 다 내놔야만 할진댄(혹은 -진대는); 서울에 가거들랑
이 3단계에서 기순 님이 약진(?)하셨다. 다른 두 분이 주춤하는 사이에 선기 님과 동등한 750점에 올라 4단계를 맞았고, 내처 우승의 영광까지 안았다.
5. 4단계 낱말 뜻풀이 : 총 3문제 x 최대 500점, 최대 1500점
-출제된 낱말들 : 간종그리다/뭉클하다/바치다
앞서 간단히 언급했듯이 ‘간종그리다/바치다’는 예전에 많이 쓰이던 말인데,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아름다운 말들이다. 이런 기회에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게 되었으면 좋겠다.
‘간종그리다’는 흔히 ‘간종거리다’로 잘못 쓰기도 하는 말. 비슷한 말로 ‘간지피다’가 있고, 부사가 ‘간종간종’이다. 내 책자에서 낱말 뜻풀이를 전재한다.
간종그리다*≒간종이다? 흐트러진 일/물건을 가닥가닥 가리고 골라서 가지런하게 하다.
간종간종? 흐트러진 일/물건을 가닥가닥 가리고 골라서 가지런하게 하는 모양.
간지피다*? 가지런히 펴서 정리하다.
바치다*? ①주접스러울 정도로 좋아하여 찾다. ②무엇을 지나칠 정도로 바라거나 요구하다.
주리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여 몹시 아쉬워하다.
뭉클하다>뭉글하다? ①먹은 음식이 잘 삭지 않아 가슴에 뭉치어 있는 듯하다. ②슬픔/노여움 따위의 감정이 북받치어 가슴이 갑자기 꽉 차는 듯하다. ③덩이진 물건이 겉으로 무르고 미끄럽다.
세 문제를 풀었을 때, 점수가 각각 900/1450/850점. 마지막 문제를 풀 필요도 없이 기순 님이 달인 도전자에 자리에 서셨다.
5. 달인 도전 : 십자말풀이 15문제
이번 문제에서는 ‘동구나무/아침선반/만년먹기/말맵시/앞이마/아무것/말가웃’ 등이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아침선반(-宣飯)’에 나오는 ‘선반(宣飯)’에 관해서는 이미 설명했다. 조선시대에 쓰이던 역사적 용어. 일반인들은 ‘아침선반(-宣飯)’ 대신에 ‘아침곁두리’를 더 많이 애용했다. 쉴 참을 그걸로 대신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만년먹기’는 흔히 ‘만년묵기’로 잘못 쓰는 말. ‘말가웃’은 ‘말(斗)’이 장터에서 사라지고 디지털 저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터라, 이제는 그 정확한 뜻조차도 나이 드신 분들이나 알아챌 정도가 되어 버린 말.
‘동구나무’는 흔한 말. ‘동구(洞口)’는 동네 어귀를 뜻하는 한자어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말은 ‘어귀’. 아름다운 우리말인데, 한 번 출제된 적이 있지만 내역을 달리해서 2단계 연상 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항상 있는 멋진 말이다. 내 책자에 ‘어귀’의 관련어로 모아놓은 것들을 아래에 붙인다.
다른 말들은 굳이 뜻풀이를 붙일 필요조차 없을 듯하여, 몇 낱말들에 대해서만 내 책자에서 전재하여 붙인다. 오늘도 열심히 달인의 꿈을 이루시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빌며, 오늘의 문제 풀이를 마친다.
말본새≒말본? 말하는 태도/모양새.
말맵시? 말하는 모습/태도.
아침곁두리? 아침과 점심 사이의 곁두리.
아침선반[-宣飯]*? 일터에서 일꾼에게 아침밥을 먹인 후 잠시 쉬게 하는 시간.
선반[宣飯]? ①관아에서 벼슬아치에게 끼니때에 식사를 제공하던 일. 또는 그 식사. ②일터에서 일꾼에게 식사 시간을 줌. 또는 그 시간.
만년먹기[萬年-]? 대를 이어 오래오래 쓸 수 있는 설비/시설물.
말가웃? 한 말 반쯤의 분량.
◇‘어귀’의 관련어
어귀*? 드나드는 목의 첫머리.
들목? ≒들머리(들어가는 맨 첫머리).
산문[山門]? ①산의 어귀. ②절 절의 바깥문.
입구[入口]? 들어가는 통로. ‘들목’, ‘들어오는 곳’, ‘어귀’로 순화.
동구*[洞口]? ①동네 어귀. ②절로 들어가는 산문(山門)의 어귀
동구나무[洞口-]? 동네의 어귀에 서 있는 나무.
굴아구리[窟-]? 굴속으로 통하는 구멍의 어귀.
길목*? ①큰길에서 좁은 길로 들어가는 어귀. ②길의 중요한 통로가 되는 어귀. ③어떤 시기에서 다른 시기로 넘어가는 때의 비유.
초입[初入]? ①골목/문 따위에 들어가는 어귀. ②어떤 일이나 시기가 시작되는 첫머 리. ③처음으로 들어감.
물목? ①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나가는 어귀. ②사금(沙金)이 들어 있는 모래흙을 흐르는 물에 일어서 금만 걷어 모을 때에, 금이 제일 많이 모이는 곳.
물자리? 논에 물이 들어가거나 나가게 만든 어귀.
부넘기? 방고래가 시작되는 어귀에 조금 높게 쌓아 불길이 아궁이로부터 골고루 방고래로 넘어가게 만든 언덕. 온돌을 빨리 데우고 재를 가라앉히는 턱이 됨.
낮놀이*? 날씨가 좋고 해가 날 때에 벌들이 벌통 어귀 밖에 많이 나와서 한데 모여 진을 치는 일.
금줄*[禁-]? 부정한 것의 침범/접근을 막기 위하여 문이나 길 어귀에 건너질러 매거나 신성한 대상물에 매는 새끼줄. 아이를 낳았을 때, 장 담글 때, 잡병을 쫓고자 할 때, 신성 영역을 나타내고자 할 때 쳤음.
후릿줄? 후릿그물이나 저인망 따위의 그물 앞에 달아서 접근해 오는 고기 떼를 놀라게 하여 그물 어귀 쪽으로 몰아넣는 데에 쓰는 줄.
아가리? ①물건을 넣고 내고 하는, 병/그릇/자루 따위의 구멍의 어귀. ②굴, 천막, 하수구 따위의 드나드는 어귀.
현관[玄關]? ①깊고 묘한 이치에 드는 관문(關門). 보통 참선으로 드는 어귀. ②선사(禪寺)의 작은 문.
병문[屛門]? 골목 어귀의 길가
병문파수[屛門把守]? 임금이 거둥할 때에 길 어귀를 지키던 군사.
병문친구*[屛門親舊]? 골목 어귀의 길가에 모여 막벌이를 하는 사람.
병문벌이[屛門-]? 길가의 골목 어귀 같은 곳에서 하는 보잘것없는 막벌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
생정문[生旌門]? 효자/열녀를 드러내서 기리기 위하여 그 동네 가운데나 그 집으로 들어가는 어귀에 세우던 정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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