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울 집 두 뇨자들이 제주도로 가출했다.
목욜(14일) 아침 7시부터 토욜(16일) 저녁 6시까지
꼬박 사흘에서 딱 한 시간만 빠지게 잘 계획된 가출.
제주도는 울 집 두 여인들의 먼 나들이에서
우선순위로 꼽히는 곳 중의 하나다.
7~8회를 집중적으로 다녀온 곳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녀올 때마다 핑계(?)가 그럴 듯한 까닭도 있어서다.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진 공주의 생신 축하(?)가 그 명목이었다. ㅎㅎㅎ
그 역사를 더듬어 보자면, 21년 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회사의 교육/회의 참석/부서장 연수 등으로 나 혼자서 다니던
제주도에 마님을 모셨던 것. 바로 이 사진이다.
그때 처음 머물렀던 곳이 서귀포 KAL호텔이었고
그 전망과 송어 양식장, 팔각정 주변 등의 산책 코스가 좋아서
내리 그곳을 이용하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마나님 옆에 따개비 공주가 달렸다.
유치원 졸업반(?) 시절이던 2006년.
그 다음 해인 2007년의 공주마마 생신 기념으로
다시 찾았고, 그때 같은 자리에서 촬영을 했다.
또 다시 한 해 뒤인 2008년.
그때는 장모님의 환후가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장모님이 도리어 여행 빼먹지(?) 말고 다녀오라고
격려하실 정도.
그리하여 2009년까지 여행을 계속했지만
장모님 곁(파주)으로 이사 온 2010년부터는
자제하게 되었다.
세 해 뒤 다시 찾은 그곳.
이젠 중딩으로 자라난 공주가 여전히 따개비 포즈로
엄마 옆구리에 붙어 있다.
*
침실 모습 한 가지만 봐도
세월의 흐름이 읽혀진다.
우리 공주님 내복 차림으로
(사진이 공개되면 그것도 속옷 바람인데, 것도 모르시고 흐흐)
야호 신난다!을 외치며, 동으로 서로 분주하게
침대 위에서 노닐고 겨시다. ㅎㅎㅎ
2006년이던가.
이건 2008년의 사진이다.
저 위의 사진은 실로 걸어서 이를 뽑는 희대의 광경.
그때 저 기록물을 남기기 위해서
KAL 호텔 매니저에게 638호실에서 이를 뽑은 아이 이름을 남겨 놓으라고
부탁까지 했던 적이 있다. (농담이 아니고, 당시의 듀티 매니저가
한 다리 건너 내게 꺼벅 죽는 녀석이라서
정말로 일지에 그렇게 적었다나 뭐라나. ㅎㅎㅎ
그래야 호텔이 고객들에게 공짜로 주는 giveaway를
제공할 공식 핑계가 생기기는 한다. ㅎ)
예전엔, 저처럼 모녀 간에 입으로 과자 잘라먹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볼 수 없는 광경이 되야 부렀다. ㅎㅎ
이건 이번에 공주님이 쓰신 방이다.
곁방살이로 쫓겨 났다고 투덜거리기에
남녀칠세지남철 시대는 지나갔노라... 했다.
대신 우리 방과 딸 방 사이의 중간문은
열어뒀다.
아침이 되자 아빠 엄마 방으로 잽싸게 오셔서
티브이 시청을 하시는 척 하시는 공주.
제 방에 있는 티브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건만... ㅎㅎ
어느 핸가, 로비 층에 화사하게 피어 있는
덴드로비움을 대하고 반가움에 두 뇨자분덜이...
(그때 우리 집의 것도 아주 향기가 끝내줄 때였다)
이날은 <정방횟집>에서 아주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서
아빠가 잔디밭에서 공주를 상대로 음주운전(댄스?)을 하던 날.
이 사진은 호텔 옆의 아주 멋진 숨은 집 '검은 여'든가 하는
(노무현 대통령도 살짝 들러 조용히 먹고 갔다는)
그 맛있는 횟집에서 배불리 먹고서
(칼 호텔 잔디 언덕 아래 쪽 옆구리에 있었는데 3년 전부터 생사가 묘연하다)
아주 많이 많이 먹어서 다리가 아프시다는 공주님을 업고서
호텔로 돌아오던 밤의 사진.
2007-2008년경의 사진.
이때만 해도 울 공주님, 아주 아주 착하고 말도 잘 들었는데....
(하기야, 지금도 착한 공주님이시긴 하다.
사춘기를 좀 씩씩하게(?) 겪고 계셔서 글치. ㅎㅎㅎㅎ)
이번 2013년에 아빠와 함께 한 공주님의 포즈.
호텔 전면 문(호텔 용어로는 포트 코셔 porte cochere) 앞쪽에 있는
대표 상징 조각인 제주도 여인과 허벅.
저 앞에서의 촬영이 우리에겐 또 하나의 가족 역사 기록물 제작이기도 하다.
허벅에서 물이 쏟아지지 않는 때면
저렇게 분수 주변에 앉아서 찍어도 된다.
야호!!
올해 드디어 중딩의 위력을 보여주시는 울 공주님...
*
이번에는 공항 도착이 아침이었기 때문에 호텔에 가기 전에
들를 곳을 다 들러 구경한 뒤에 마지막으로 체크인을 했다.
저녁을 먹으러 외출만 하면 그날 일정은 끝인 상황으로 하기 위해.
체크인을 마치고 키를 받아들고서 우리를 객실로 데리고 오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할 때다.
공주의 말이 우리 귓가를 간질이며 울려왔다.
"여기 오면 꼭 우리 고향집에 온 거 같아요!"
제법 발품팔이를 하고 난 뒤라서 우리 모두 조금씩은
얼른 쉬고 싶을 정도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 말은 7년 여에 걸쳐 드나들었던 잠집을
공주가 마음 속에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는지
가감없이 제대로 요약해낸 것이라고 해야 했다. [계속]
[특기사항] 이번에 공주님 아니면 울 식구 죄다 비행기표 날릴 뻔하였다!!!
출발을 앞두고 그 전날 우리가 세운 다음 날의 일정은
5시 기상, 5시 반 출발.
다음날... 공주가 안방에 들어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지금 5시 50분이야'.
그런 결과를 만든 범인은 나였고, 그 자초지종은 이랬다.
요즘 금연을 시행 중인데, 그 금단현상 중의 하나가 불면증.
사실 올 봄에 보름 정도 금연하면서, 끝내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도
바로 그 불면증 때문이었다.
13일 밤. 일부러 좀 늦게 누웠는데 (그래야 중간에 안 깨니까)
이게 웬일이람. 새벽 1시를 넘기고 2시를 향해 가는데도
눈이 아프기만 하지, 잠은 오지 않는 것.
이래서는 온 밤을 꼴딱 새우겠다 싶었고, 마침 냉장고 안에
한 잔만 먹고 뚜껑을 닫은 막걸리 생각이 났다.
하여, 새벽 두 시에 부엌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마침 해놨던 닭볶음과 홍합국물을 안주로 해서
막걸리를 두세 잔.
잠을 자기 위해 새벽 두 시를 넘긴 시각에 막걸리를 홀짝거리는 내 꼴이라니...
하여간, 그렇게 하고 나니 세 시가 되었을 무렵
눈이 감겨왔다.
그러니, 보통 때는 새벽 네 시면 칼 같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나지만
누운 지 두 시간도 안 되어 벌떡 할 수가 있는가?
마나님은 나의 평소 기상 실력을 믿고서
시계조차 챙기지 않을 정도로 턱 마음 놓고 계셨고...
그리 된 일이었다.
우리는 진 공주의 그 말에 용수철처럼 일어나
미리 꺼내놓은 옷들에 손발을 끼어 넣고
담아놓은 가방들을 메고 끌고 주차장으롯!
당초 예정된 출발 시각보다 40분 정도 늦긴 했지만
크게 지장은 없었다.
우리는 항상 공항 도착을 (국내선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출발 한 시간 전까지는 마치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다가
새벽이라서 그런지 김포 공항까지의 소요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더 적게 들었던 덕도 봤다.
그러나 저러나...
이번 제주도 여행의 성공은 죄다 공주 덕분이라고 해야 한다.
출발 지각사태 방지에서부터, 나아가 최대의 프로젝트인
한라산 정상 등반 성공까지... (상세 사항은 나중에)
공주마마,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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