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http://blog.naver.com/jonychoi/20200571596
우리 속담에 '밤낮으로 여드레를 자면 참 잠이 온다'라는 말이 있다.
잠은 자면 잘수록 더 자고 싶어진다는 소리인데
게으름도 그와 같은 듯하다.
한 번 게으름에 맛을 들이면 자꾸만 뭘 하기가 싫어진다.
여행기 자료 정리도 그와 같다.
예전에 어딜 다녀오면 만사 젖혀두고 새벽 시간 모두를 투자해서라도
즉각 정리해두곤 했는데...
요즘엔 그런 바지런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빼놓지 않고 대부분 담아놓기 마련이던
이런저런 집안 행사 기록은 말할 것도 없고
중요 사건(?) 기록도 건너뛰기 일쑤다.
며칠 전, 오랜만에 울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신
일본 거주 울 집 대장(큰누나) 건도 그렇다.
올해 77세이심에도 여전히 씩씩하셔서
야심만만한 프로젝트 수행으로 무쟈게 바쁘신 걸
기특하게(?) 생각만 했지
가신 다음에야 사진 한 장 안 박아 놓았다는 걸 생각해냈다.
모시고 나가서 외식을 했는데, 그때의 행복해하시던 모습을
뒤늦게 떠올리고 나서야 사진 생각을 했으니 이거야 원...
이 제주도 지각 기록도 그런 게으름 탓.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건, 곧 가족 연례행사로 닥쳐올
올해의 10대 뉴스 선정 보고 건 덕분이다.
올해의 울 집 기록 정리 실무 담당은 진 공주인데
그 원천 자료 정리를 안 해놓으면 내가 잔소리를 얻어 먹을 게 뻔한 일...
게으른 아빠 탓에 그 연례행사를 망치게 해서야. ㅎㅎㅎ.
잔소리 + 변명 끝.
*
<산방산>은 우리나라에 두 군데 있는데 모두 섬이다.
하나는 제주도에 또 하나는 거제도에.
제주도 것은 산방산(山房山)으로 서귀포 안덕면 사계리에 있고
높이 395미터에 지름이 경우 약 1.2킬로미터쯤 되는 아담한 산.
전형적인 종상화산(鐘狀火山)이라는 설명이 꼭 따라 붙는다.
또 다른 하나는 산방산(山芳山).
산이 얼마나 이쁘면 '꽃다울 방(芳)'으로 적었을까.
거제시 둔덕면(屯德面)에 있다는데, 쉽게 설명하면 부산 쪽이 아니라 통영 쪽.
높이 507미터라니, 섬에 있는 산치고는 꽤 높다고 해야 한다.
*참, 여기서 애교 퀴즈 하나!
울 나라에서 제일 큰 섬은? 그거야 당근 제주~~~도!
그럼 두 번째로 큰 섬은??????????????? 답 : 거제도.
그럼 내친 김에 3~5위는 어디 어디일까? 답 : 진도/강화도/남해도
참고로 2위~5위에 드는 거제도~남해도는 크기들이 거의 비슷비슷하다.
거제도(383 평방킬로), 진도(334), 강화도(319), 남해도(297).
그 뒤로, 제법 차이가 나는 두 녀석, 곧 난형난제하는 안면도(88)와 완도(87)가 따른다.
울 집 두 뇨자분덜 뒤로 솟아 있는 아담한 산이 산방산.
맛보기용. 관련 설명은 아래 어디쯤엔가에 나온다.
산방산 중턱에 있는 산방굴사(山房窟寺).
산방산 정상은 보호지역이라서 오를 수 없고
이곳 굴사(窟寺)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 짧은 거리의 등산일 뿐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산방산 방문 자체를 코스에서 생략하곤 했던 것...
잠깐 말마디를 나누고 내려오는 사이에
아까바라. 불쌍하도다!
저리 크도록 그동안 얼마나 애를 쓰며 버텼을까나.
평지도 아닌 급경사면의 암반지대에서 물을 빨아들이기 위해...
산을 내려와서... 내려온 곳을 올려다보는 진 모친과
그 엄마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울 집 두 뇨자들의 익숙한 동상이몽...
사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해안(불쑥 솟은)이 바로 '용머리해안'.
산방산 매표소에서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두 군데를 들르는 복합표와
따로 한 군데만 각각 가는 단용표(單用票)로 나누어 매표하는데...
산방굴사로 오르기 전... 매표소는 사진 우측에 있다.
공주 표정과 두 손 모은 자세가 희한... 까닭이 뭐였을까나요??
(실은 나두 몰러. ㅎㅎ)
요건 하산 후, 용머리 해안 쪽으로 향하기 전
모친의 열렬한 아열대 식물군 설명에
일부러 무관심해 하시는 공주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얐더니만
그건 기록에 남을 역사적 진실이 되는 것임을 간파하신 공주께오서
딴전 피우는 것으로 즉각 대응...
이 사진 상단 2/3 지점에 보이는 돛대와 배는 네덜란드인 하멜이 일본으로 향하던 중
표류하여 서귀포 해안에 기착한 곳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것 (콘크리트 작품?).
하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멜은 효종 때인 1653년에 사진 속의 서귀포 저곳으로 표류해 왔는데
그처럼 태풍 탓에 뜻하지 않게 일본 대신 제주도에 들르게 된 대선배로 박연이 있다.
본명은 얀 얀스 벨테브레(Jan. Janse. Weltevree)로 하멜보다 27년 먼저, 1626년에 왔다.
서울로 압송되어 갔다가, 나중에는 귀화하여 밀양박씨 성을 하사받고
훈련도감에 배속되어 무기를 제조하는 일을 담당했고
하멜이 서울로 압송되어 오자 통역 및 감독관 노릇도 하고.
그사이 조선 여자와 결혼하여 1남1녀를 두고 지내다가 결국은 조선인으로 조선 땅에서 여생을 마쳤다.
(내가 박연과 친한(?) 이유는 15~6년 전 잡문을 긁적이면서, 박연의 후손들,
곧 단군의 피가 아닌 외국인 피가 섞인 조선 사람들의 숫자를 계산해보면서.
그러고 나서 쓴 게, '우리나라도 꽤나 오래 전부터 단일민족이 아니었다.
그러니 무조건 백의민족을 앞세우면서 너무 단일민족을 내세우지 말자'는 웃기는 글. ㅎㅎㅎ)
하멜 씨 덕분에, 내 특기인 삼천포 들르기가 또 길어졌다.
사진 속에 보이는 것은 제주도 특산수종이기도 한 만리향.
꽃이 피면 향기가 아주 아주 그윽하다.
('천리향'은 정식 명칭이 '서향'이지만, '만리향'은 정식 명칭이다)
돈나무라고도 하는데, 울 집에서도 한 그루 애써 기르다가
파주로 이사 온 뒤 노지 재배에서 그만 돌아가시게 하였다.
용머리해안 길로 향하기 전, 갈옷 전시관 앞에서
산방산 우측 하늘 빛이 그날따라 엄청 맑고 맑았다...
용머리해안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모두는 탄성 또 탄성.
와 어째서 지금까지 이걸 몰랐다냐.
(그러게 외양으로 보이는 산방산의 단순함만으로 모든 걸 판단할 건 아니다...)
멋있다 멋있어. 그냥 갈 수 있나.
처음엔 엄청 호들갑스럽게 사진을 찍었는데
왼쪽으로 돌아가면 갈수록 끝없이(?) 이어지는 멋진 천연 절경 앞에서
찍사 잠시 휴업.
바닷물은 또 얼마나 맑고 깨끗하던지...
해식 절리(판상 板狀 + 주상 柱狀)는 물론
해식 동굴도 앙징맞게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고....
제주도 지역 담당 신이 있어서 조각가로 나선다면 무투표 특선작가로 추앙될 듯.
입 벌리고 계속 감탄만 하는 일도 쉽지 않더만.
배가 고파와서...
신통한 것은 저런 곳에서도 만 원짜리 간식용 해물이 있다는 것.
(관광지, 그것도 저런 바닷가까지 내려온 곳에서 만 원짜리라니...
몇 해 전, 정방폭포 앞에서도 최소 가격이 만오천 원이었던가 그랬는데.
용머리해안 구경을 마치기 전에
또 다시 시작된 동상이몽.
이것이 용머리해안으로 내려오는 입구다.
우리는 저 길을 출구로 삼아 사진을 박았다.
공주야!
이 아비 눈에는 네가 이 세상에서 젤로 이쁘고 또 이쁘구나~~~
(보험용 아첨. 그것도 기회 있을 때마다 최대한 자주 해두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이렇게라도 연습해 봐야쥐. ㅎㅎ히) [Dec.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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