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회(2014.2.17.)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유재봉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들어서면서
1) 무대를 빛내신 분들
김선재 (36. 주부. 다윤이 엄마. 작년 10월 예심 합격자. 짧은 자기소개 중 ‘남편’ 소리를 세 번이나 할 정도로 부부애가 도탑고, 내조와 외조가 아름답게 어울린 분.)
김승기 (44. ?. 대전 지역 예심 합격자. 명언 암기가 취미. ‘사랑은 빨리 하되 판단은 더디 하라.’ 사람 냄새를 피우며 사람답게 살기를 꿈꾸는 감성파.)
유재봉 (60. 주부. 재도전자. 서울/경기 지역 예심 합격자. ‘(기왕이면) 예쁜 아줌마가 되고 싶다’. 새댁 시절 ‘방귀 여사’ 일화 공개.) =>우승
이광섭 (57. 자영업자. 서울/경기 지역 예심 합격자. 암기는 즐겁다. 각국의 수도 외우기! 목소리가 30대. ‘문제를 죽처럼 풀자!’) =>3단계 진출.
백인아 (19. 고교 3년생. 2013년 9월 정기 예심 합격자.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개념 있는 여고생’이 되고 싶어서 출연) =>3단계 진출.
어제의 출연자들도 여전히 이 나라 도처에서 실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분들 중의 하나로 꼽히는 데 손색이 없는 분들. 특히, 상금을 타면 남편의 사업 자금에 돕고 싶다는 선재 님의 말에는 부창부수를 넘어서는 아름다운 울림이 실려 예쁘게 흔들렸다. 여고생들이 ‘엄마와 아빠’를 줄여서 ‘엄빠’라고들 한다는 걸 어제 처음으로 알게 해준 백인아 양의 모습도 멋졌다.
각국의 수도를, 그것도 해당 국가의 위치조차 알쏭달쏭하기 마련인 아프리카 국가의 낯선 수도 이름까지도 명쾌한 즉답으로 들려준 광섭 님의 ‘재미있게 공부하기’ 모습은 삶의 현장에서 몸에 밴 ‘학습’ 태도가 어떠한 것인지를 실물로 보여주셨다.
출연 상황과 관련해서는 어제 현재 작년 9월과 10월 예심 합격자 중에서는 미출연자가 각각 4명과 10명으로 줄었다. 서울/경기 지역 예심 합격자들은 21명이 되었고. 오래 전 합격자들 중에는 출연 포기자도 있을 수 있으므로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역 예심 합격자들이 출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동향(?) 보고가 출연을 기다리며 준비하시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2) 이것저것
-출제 관련 : 몇 가지가 눈에 띄었다. 1~2단계 출제자들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1단계 문제 중에는 시간 제약 속에서 쉽게 답을 떠올리기 어려운 문제가 두어 개 있었고(‘모퉁이’와 ‘씨알’), 2단계 문제 중에는 올바르게 써야 하는 것(‘쓰잘머리’)과 고급 고유어(‘단물곤물’)가 섞여 나왔다.
3단계 문제는 지난 회와 수준이 비슷했다. 아주 까다로운 말은 없었지만, 어제 출연자들이 답을 하지 못했던 것들은(‘망석중/자루목/웃바람’) 아주 쉬운 것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었고, 틀린 답을 적기도 했던 ‘외골수’ 표기 문제도 신경을 써야 했던 문제였다.
가장 특기할 사항으로는 맞춤법/띄어쓰기 문제에서 우려하던 합성동사(‘닫아걸다’) 문제가 나왔다. 복합어 문제는 띄어쓰기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급 분야라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출제된 ‘닫아걸다’에서 이것이 복합어라는 걸 모르는 채 도리어 ‘걸다’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실수하기 딱 좋은 그런 문제였다. 왜냐하면 ‘걸다’는 보조용언으로 쓰이지 않는 본동사이기 때문에 보조용언 붙여쓰기 허용 조건에도 맞지 않아, 띄어 적기가 십상이니까. 해당 부분에서 상술하겠지만, ‘가로걸다’와 ‘닫아걸다’ 두 가지만 ‘걸다’가 들어간 4음절어 중 단 두 개뿐인 복합동사로서, 항상 붙여 적어야 한다.
출연자가 맞춤법 고치기에서 틀렸던 ‘곰팡이가 쓸었다’는 불필요한 경음화 발음이 들어간 예로 ‘곰팡이가 슬었다’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 곰팡이나 쉬는 ‘슬’지, ‘쓸’지는 않는다. ‘곰팡이가 슬다’의 과거 시제 활용형이 ‘곰팡이가 슬었다’이다.
-옥에 티
1) 3단계 진행 방식의 문제 : 어제 그동안 내내 우려하던 사태가 제대로(?) 실물로 드러났다. 즉, 3단계 문제 풀이에서 가장 잘해 낸 사람이 2회 오답 시 탈락이라는 그 몹쓸 방식에 걸려서 낙마하는 일이 벌어졌다. 1450점을 얻고 있던 사람이 낙마하고 850점을 얻고 있던 분이 우승자가 되었으니, 재봉 님께는 대단히 죄송한 표현이지만, 문제 열기의 행운이 따라준 ‘복불복’ 덕분에 그리 되었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두 분 모두 열심히 공부해 오신 분들이지만, 실력에 의해서 우승자가 가려져야 할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득점자인 광섭 님의 우승이 마땅(?)하다고 여겼을 듯하다. 그렇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에 씌었는지* 광섭 님은 그다지 어려운 편도 아닌 ‘게거품’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그 시각 시청자들의 대다수가 문제 풀이 진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들을 하나같이 하셨을 듯싶다.
1단계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얻고, 2단계를 마쳤을 때도 750점으로 차점인 450점과 월등한 실력 차이를 보이며 승승장구 해오던 광섭 님이었는데, 그가 첫 번째로 발목이 잡힌 ‘자루목’은 쉬운 말이 아니었던 반면에, 재봉 님이 연 문제들은 ‘장사진/상팔자’ 등과 같이 비교적 평이한 것들이었으니까. 광섭 님이 느끼셨을 짙은 아쉬움에 공감하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주 : ‘씌다(귀신 따위에 접하게 되다)’는 ‘씌어-’로 활용하므로 과거형은 ‘씌었-’이 된다. ‘쓰이다’의 준말 등과 혼동하여 ‘씌였-’으로 적으면 잘못. 맞춤법 문제로 흔히 출제되므로 이참에 참고들 하시라고 주석을 매단다.]
이처럼 문제적이어서 처음부터 말이 많았던 현재의 진행 방식은 하루빨리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눈에 뻔히 보이는 문제점을 끌어안은 채 계속 나아가는 것처럼 안타까운 무리수 두기도 없다.
2) 진행자의 실수 : 전에도 적었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행이나 내용 면에서 좀 더 친근하고 웃음을 많게 하여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하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 바람에 진행자의 애드리브가 부쩍 늘어났는데, 그러다 보면 말실수가 생기거나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어제도 그냥 지나치기엔 심한 말실수가 두 군데에서 나왔다.
유재봉 님이 1단계에서 ‘시험’과 관련된 답으로 ‘미역국’을 맞혔을 때 그냥 넘어갔으면 문제가 없었을 터인데, 진행자가 ‘김치찌개 먹고 철석같이 우승’하라는 격려를 한 게 실수였다. ‘철석(鐵石)같이’란 말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마음이나 의지, 약속 따위가 매우 굳고 단단하게’라는 뜻이다. ‘철석같이 우승???’.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표현은 생경하기 짝이 없고 억지에 가깝다.
내 짐작엔 아무래도 흔히 쓰는 ‘철썩(큰 물체가 매우 끈지게 부딪치거나 달라붙는 소리)’이란 말을 써서 ‘시험에 철썩 붙어라’처럼 하려고 했는데, 거기에 실수가 따라붙어서 그런 희한한 어법을 즉석조리하게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 재봉 님이 어부지리로 우승자의 자리에 올라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광섭 님이 자신이 살고 있는 예산과 가까운 홍성 분이라는 얘기를 하자, 진행자 왈 ‘충북에서 우리말 고수들이 나오셨군요’였다.
진행자에게 우리나라의 모든 시군 명칭을 제대로 알고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충남도청이 홍성 인근의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게 되어 지금 몇 년째 이어져 오는 공사가 막바지 단계라든가 하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 따위는 너끈히 이해해줄 만하다. 하지만, '예산 사과'라든지 하는 것을 통해 그곳이 충남에 속한다는 건 초등 고학년생만 되어도 안다. 그런데도 진행자는 그걸 단숨에 충북으로 이전(?)시키는 엄청난 힘을 발휘했고, 그것이 걸러지지 않은 채 온 나라 안에 방송되었다.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일차적으로는 진행자의 그런 입빠른 애드리브 탓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제작진에게 그 책임이 있다. 진행자는 진행의 압박 때문에 자신의 발언 내용을 되짚을 수 없는 때가 허다한데, 그런 실수가 나오면 그 순간 녹화를 멈추고 발언 내용을 지적해 준 뒤 ‘다시 가자’고 하면 간단하게 수정될 사항이었다. 한 시간 방송을 위해서 서너 시간 넘게 녹화를 하면서 애쓰고 고생하는 이유가 깔끔한 방송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다음 주부터 방송될 것들은 제작 지휘자가 바뀐 첫 방송이 되는데, 그때부터라도 이런 사소하지만 중대한 실수들은 제대로 걸러져서 방송될 수 있게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그리 되리라고 미리 믿고 싶다.
문제 풀이로 가자.
2. 1단계 문제 : 1음절어 50점, 2음절어 100점, 3음절어 150점. 최대 300점
김선재 : 책임->짐(o), 가루 ->앙금(o)/부답, 구석 ->모퉁이(o)/꼭짓점(x). 50점
김승기 : 인연->끈(o), 자취 ->전철(o)/부답, 이마 ->박치기(o)/꿀수박(x). 50점
유재봉 : 손가락->뼘(o), 끝마감 ->뒷맛(o)/맛침(x), 시험 ->미역국(o). 200점
이광섭 : 천->감(o), 날밤 ->뜬눈(o), 물 ->자리끼(o). 300점
백인아 : 실->술(o), 물고기 ->씨알(o)/부답, 머리털 ->파뿌리(o). 200점
어제는 1단계에서 1음절어의 답 고르기에서 실수하신 분이 한 사람도 없었다. 대단한(?) 출발인데, 그 반면 2~3단계에서 실족하신 분들이 많았다.
돌아보면 어렵지 않은 말들이지만, 잔뜩 압박해오는 시간의 제약 속에서 얼른 연상해 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 탓이었으리라. 그중에서도 위에서 빨간색으로 구분한 ‘모퉁이/전철/씨알’ 등은 몇 초만 더 시간이 주어지면 풀 수 있는 것들이었음에도, 출연자들로서는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었다.
특히, ‘전철(前轍)’ 같은 경우는 문제어가 나오자마자 내겐 행운처럼 답이 떠오른 말이었지만, 고유어 중심이었던 출제 경향에서는 벗어나는 한자어였다는 점에서 쉽지 않았을 듯하다.
한 가지 곁들일 것은 선재 님이 답한 ‘꼭짓점’의 경우, 표기에서 반드시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아주 오래 전 60~70년대에 학교를 다니신 분들은 모두 ‘꼭지점’을 표준어로 알고 배웠지만 그 뒤에 바뀐 표기 중의 하나다. 이러한 것에는 ‘하굣길, 등굣길’ 같은 것도 있다. 유의하시기 바란다.
3. 2단계 문제 : 5문제, 최대 200점. 최대 총 1000점.
-하나 : 0거리/0기/장0/0을 -> 찬/지/가/만 -> 마찬가지 (정답자 4명)
두 번째 도움말에서 멈추고 답을 ‘반찬거리’로 적은 승기 님을 빼고는 모두 정답. 나머지 분들은 마지막 도움말까지 지켜보는 차분함을 발휘했다.
-바닥나기 : 0막/마래/사0/0자 ->토/본/이/박 ->본토박이 (정답자 3명)
백인아 양에겐 ‘바닥나기’란 말이 낯선 말이었는지 부답. 승기 님이 ‘본토바기’로 표기하여 오답 처리되었다. ‘바닥나기’는 ‘토박이’를 달리 이르는 말로, ‘본토박이’와 동의어.
여기서 ‘-박-’은 의미가 살아 있는 의미소이기 때문에 ‘바기’가 아닌 ‘박이’로 표기해야 한다. ‘오이소배기’는 잘못된 말이고 ‘오이소박이’가 올바른 말인 것과 같다. 이런 말들이 적지 않은데 오늘은 이 부분을 길게 설명할 자리가 아니므로 해당 문제가 나오면 길게 상세히 다루기로 한다. 내 사전에서 해당 부분을 모아 아래에 전재한다.
본토박이*[本土-]≒토박이*? 대대로 그 땅에서 나서 오래도록 살아 내려오는 사람.
바닥나기? ‘토박이’를 달리 이르는 말.
토박이꽃[土-]?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꽃을 외국에서 들어온 꽃에 상대하는 말.
토박이말*[土-]? ≒고유어*(해당 언어에 본디부터 있던 말/그것에 기초하여 새로 만들어진 말).
-유용(有用) : 0자리/0기/고0/주0니 -> 잘/쓰/리/머 -> 쓰잘머리 (정답자 1명)
어제 문제 중 가장 까다로운 문제였다. ‘쓰잘데기’로 답하기 쉬웠던 까닭. 흔히 ‘쓰잘데기/씨얄데기’ 등으로 쓰기도 하는데, 모두 ‘쓰잘머리’의 방언 내지는 잘못된 말로, ‘쓰잘머리가 표준어다. 이광섭 님 홀로 정답.
이와 관련된 내용과 설명을 내 책자에서 아래에 전재한다.
◈쓰잘데없는 짓 하지 마라 : 쓸데없는의 잘못. 방언. <-쓸데없다[원]
쓰잘데기 없는 소리 하고 있네 : 쓰잘머리의 잘못. 없는 말.
쓰잘머리없는 짓 하지 마 : 쓰잘머리 없는의 잘못.
[설명] ‘쓸데없다’는 한 낱말이지만, ‘쓰잘머리없다’는 ‘쓰잘머리 없다’의 잘못.
쓰잘머리? 사람/사물의 쓸모 있는 면모나 유용한 구석. [←쓰+자+하+ㄹ+머리
-알짜 : 인0/허0/0거리/식0증 ->물/물/단/곤 -> 단물곤물 (정답자 3명)
굳이 따지자면 두 번째로 어려웠던 문제. ‘단물곤물’의 답이 ‘단물쓴물, 단물신물’ 등의 세 가지로 나뉘었다. ‘단물쓴물’이란 말은 아예 없는 말이고 ‘단물신물’은 ‘단물 신물’로 띄어 적어야 하는 말이다. 한 낱말의 복합어가 아직은 아니다. ‘단물곤물’은 아래에 보이듯, ‘알짜’와 거의 같은 말인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처음 선을 보인 말이다.
단물곤물? 단맛이 나는 물과 푹 삶긴 물이란 뜻으로, 알짜/잇속.
-활보 : 0창/동0/0아리/0재 -> 진/무/종/횡 ->종횡무진 (정답자 5명)
두 번째와 세 번째 도움말이 결정적. 각각 1사람과 4사람이 거기서 멈췄고 모두 정답을 적었다. 대체로 무난한 문제.
문제를 다 풀었을 때 최종 집계 점수는 각각 300, 250, 450, 750, 400점. 광섭 님의 점수가 월등했다. 1단계에서 50점씩을 얻은 두 분이 3단계 진출에 실패했다.
출연자들이 2단계에서 얻은 점수는 각각 250/200/250/400/200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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