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회(2014.2.24.)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이용복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들어서면서
1) 무대를 빛내신 분들
김영미 (43. 공부방 교사. 2013년 10월 예심 합격자. 급한 성격 ->‘녹화 빨리빨리 끝내고 얼른 집에 가고 싶어요. 저희 엄마는 저보다 10배는 더 급해요.’)
박보영 (25. 대학생. 2013년 하반기 서울/경기 지역 예심 합격자. 긍정적이며 눈웃음이 예쁜, ‘오늘을 즐기는 나!’) =>3단계 진출.
이용복 (65. 공인중개사. 2013년 하반기 서울/경기 지역 예심 합격자. 오랫동안 벼르며 잘 준비하신, ‘진행 방식 바뀐 뒤의 첫 달인의 꿈을 향해 아자!’) =>우승
이재민 (26. 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 2013년 10월 예심 합격자. 어제까지는 길도 잘 못 찾던 ‘어리바리’. 라디오에 글을 많이 띄운 ‘사연 많은 사나이’) =>3단계 진출.
이윤규 (67. 숲 해설가. 자연/새와 함께 젊게 사시는. 피리로 뻐꾸기/부엉이 소리 모사. 멋지게 화끈하고 급하신 분)
자신의 어머니에 비해 1/10 정도로 급할 뿐이라는 너스레꾼 영미 님. 급한 성미이다 보니 세탁기 돌리면서 딸과 남편에게 잔소리도 한꺼번에 해결하신다고 했다. 내게는 그 말이 열심히 사시는 모습의 또 다른 해설판으로만 들렸다. (참으로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서는 게으름으로 비치는 느림보 행태를 거의 볼 수가 없다. 남들에게는 늘 급하게 사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다만, 준비 부족이 드러나 보여서 무척 안타까웠다. 1인 2~3역을 하시느라 공부할 짬을 충분히 내시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눈웃음이 예쁘다고, 엄지인 아나운서의 빈 자리 동안 임시로 맡은 진행자 황정민 씨로부터 칭찬을 받은 보영 님은 프로그램 내내 마치 새댁만 같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해맑은 얼굴에 차분한 미소가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특히, 1단계 두 번째 문제인 ‘찌꺼기 ->비지’에서 낙마한 충격으로 세 번째 낱말인 ‘뜻밖 ->얼떨결’에서도 막혀서 출연자 중 최저 점수인 50점을 얻고도, 2단계에서 분전하여 3단계에 진출한 뒤 끝까지 남아서 우승자인 용복 님과 겨루는 시간 내내, 그러한 멋진 표정이 떠나지 않는 게 참으로 뜻밖이었다. 대학생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안으로 쌓인 내공이 너끈히 짐작되고도 남았다. 특히 같이 출연한 동갑내기 재민 군의 과장된 너스레가 3단계에서는 죄 사라지고 잔뜩 긴장된 표정만 남아 있게 되었을 때 더욱 그랬다.
어제의 우승자 이용복 님은 참으로 야무지게 준비하신 분이었다. 1년 전, 영정 사진도 준비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사별한 남편의 일로 초상화에 관심하게 되었다는 슬픈 사연조차도 그분한테는 의연하게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게 읽힐 만큼, 단단하고도 탄탄하게 삶의 도정에 발걸음 도장을 찍어 오신 분이었다.
그런 분답게 ‘우리말 겨루기’도 야무지고도 정성스럽게 준비하신 것이 여러 군데에서 엿보였다. 2단계에서 홀로 ‘독장수셈’을 맞힌 것이나, 3단계에서 실수하기 쉬운 ‘홑청’과 ‘진짓상’의 올바르게 쓰기 문제와 같은 까다로운 문제를 단숨에 넘고, ‘단출내기’의 정답 맞히기 등, 참으로 빼어나신 분이었다.
그런데, 달인은 ‘운 70에 기 30’이라고도 했던가. 어제따라 맞춤법/띄어쓰기의 문제가 중급에서 중상급으로 격상되었다. 나중에 상술하겠지만, 어제의 문제 지문 중 ‘-같은’ 이라는 표기의 띄어쓰기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 열 중 아홉 사람 이상이 틀리는 그런 문제다. ‘칠흙(x)/칠흑[漆黑](o)’의 함정을 무난히 넘겼음에도, 참으로 불운이었다.
67세라는 나이를 우습게 만들 정도로 씩씩하신(?) 윤규 님의 모습도 참으로 멋졌다. 급하기로는 자신이 급한 성격이라고 공표한 영미 님보다도 더 급하신 분인 것이, 1단계 낱말 찾기 문제에서 주어진 세 번의 10초 중 사용한 시간 모두를 합해 봤자 10초도 안 될 정도였다. 그런 남편의 용감한(?) 모습을 바라보며 내내 (정말로) 함박만 한 웃음을 지으며 남들의 시선 따위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신나게 박수를 쳐대는 동갑내기 부인. 그런 모습이 정녕 부창부수의 아름다운 모습이겠거니 싶었다.
여친과의 만남 1주년 사연을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내서 선물을 받게 되었다는 재민 군은 바로 그 여친의 응원을 받으며 무대에 섰는데, 그만 3단계에서 낙마했다. 준비 부족에다가 문제 운까지 없었던 것이, 그가 낙마한 ‘못미처’와 ‘판도(版圖)’는 어제 선을 보인 낱말들 중 가장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것들이었다. ‘판도’는 남은 두 사람조차도 도전을 하지 않아서 끝까지 정답이 공개되지 않은 문제였을 정도로.
2) 이것저것
-출제 관련 : 어제도 몇 가지가 눈에 띄었다.
○ 1단계 문제 : 출제자의 노력은 여전하고도 고르다. 문제 수준이나 폭 등에서 크게 드나듦이 적다. 안정적이다. 보기보다 쉽지 않은 작업인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덕분에 어제도 1음절어에서 낙마하신 분들이 없었다. 난도 조절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이 1음절어와 관련된 낱말 고르기 작업이 아닐까 생각된다.
○ 2단계 문제 : 출제자가 난도 조절과 섞음에 무척 애를 쓰는 모습이 어제도 읽혔다. 하기야 겨우 5문제로 가장 중요한 3단계 진출자를 가려야 하니, 그 출제 작업 과정에 걸리는 부하량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용복 님 홀로 맞힌 ‘독장수셈’이 참가자들에게도 최고 난도의 문제였을 듯하다. ‘너나들이’도 좋은 문제. 지난번에 선을 보인 ‘단물곤물’과 같은 방향을 겨누고 있는 문제였다. 어제 출제된 문제 중, 이 ‘너나들이’와 ‘독장수셈’은 회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은 모두 예전에 한 번씩 선을 보인 말들이다. 즉, 기출 낱말들. 나중에 해당 부분에서 좀 더 다루기로 한다.
‘빈털털이(x)/빈털터리(o)’를 올바르게 적는지 알아보는 것과 같이, 바른 쓰기를 2차 과제로 얹는 문제들이 요즘 이어지고 있는데 좋은 현상이다. ‘성대묘사(x)/성대모사(o)’ 또한 그런 차원에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묘’로의 함정을 유도하기 위해 도움말로 ‘모책(謀策)’을 사용했는데, 낯선 그 말보다는 ‘묘사’와 ‘모사’ 두 가지가 널리 흔히 쓰이는 ‘0사’라는 말을 주어 좀 더 노골적(?)으로 함정을 마련했더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검토 과정에서 그 말은 정답에 들어가는 말과 중복된다 하여 배제한 듯하지만, 같은 말이 중복 사용되는 것이 때로는 더욱 함정다울 수 있으므로. 하하하.)
또 한 가지.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요즘 한자 성어, 넉자바기의 한자어가 사랑받고 있다. 어제의 ‘오리무중/성대모사’ 같은 경우처럼. 이 또한 전에 지적했듯, 이러한 현상은 넉자바기 방식으로 출제 방향을 전환했을 때부터의 숙명이기도 하다. 출제 자원이 빈약하여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 3단계 문제 : 어제는 근래 드물게 25문제 중 속담 문제 하나만 빼고는 전부 문이 열렸다.
(참 여기서 재미 삼아 ‘깜짝 퀴즈’ 하나. 마지막 문제였던 속담 문제는 다섯 어절을 이루는 열 글자의 ‘0 00음0 00 0 0기’였다. 정답은 무엇일까? 힌트는 마지막 세 글자가 ‘빼 먹기, 떡 먹기, 옷 입기, 절 받기, 못 박기’ 등에서처럼 밑줄 그어진 앞말이 1음절어여야 한다는 것.)
그중 주목한 만한 낱말로는 ‘홑청/진짓상’처럼 쓰기에서 조심해야 할 말이 있었고, 한자어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도중하차/괄목상대/단도직입’ 등이 그 예다.
출연자와 시청자들이 조금 힘들어 했을 듯한 말들로 ‘지청구/십상/구멍치기/못미처/판도/단출내기/구새통’을 들 수 있는데, 이 중 처음으로 선을 보인 낱말은 ‘구멍치기/못미처’의 두 낱말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한 번 이상 예전에 선을 보인 기출 낱말.
이 중 몇몇 낱말들은 주목해야 할 말들인데, 상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에서 다루기로 한다.
○ 맞춤법/띄어쓰기 문제 : 용복 님과 관련하여 앞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어제의 출제 수준은 중상급이었다. 지금까지의 수준은 잘해야 중급 정도였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거개의 문제들은 초급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적인 것들이 주종이었다.
도전자가 조사 ‘-밖에’의 붙여쓰기 등과 같은 것을 포함해서 잘했지만, 형용사의 활용형인 ‘-같은’에서 실족했다. 어쩌면 도전자도 이 문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평소에 늘 붙여 써 왔거나 써진 것들을 대해 왔던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제가 열리는 순간, 내 머리에서는 저기서 실족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스칠 정도였으니까.
상세한 사항은 해당 항목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만 문제 풀이로 가자.
2. 1단계 낱말 찾기 : 1음절어 50점, 2음절어 100점, 3음절어 150점. 최대 300점
김영미 : 쓰레기->비(o)/끌(x), 싫증 ->신물(o)/미신(x), 다리 ->가랑이(o). 150점
박보영 : 화->골(o), 찌꺼기 ->비지(o)/부답, 뜻밖 ->얼떨결(o)/부답. 50점
이용복 : 기구->공(o), 거짓 ->엄살(o), 어둠 ->땅거미(o). 300점
이재민 : 자리->판(o), 약점 ->발목(o)/부답, 끈 ->옷고름(o). 200점
이윤규 : 줄기->대(o), 작별 ->배웅(o), 기운 ->파김치(o). 300점
어제도 지난번과 같이 1단계에서 1음절어의 답 고르기에서 실수하신 분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도 고난도의 까다로운 낱말들이 없어서 무난한 편이었다. 문제 풀이용으로 다룰 낱말도 없을 정도로.
이러한 추세라면 문제 풀이 연습을 통해서 긴장 속에서 답 찾아내는 훈련을 되풀이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리라는 안이한 생각도 든다. 문제의 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참, 우연한 일인지는 모르나, 지난번 마지막 문제의 마지막 3음절어 답이 ‘파뿌리’였는데, 어제는 ‘파김치’였다. 우수도 지났으니 겨우내 기를 펴지 못한 ‘파’들이 바야흐로 동창회라도 열려는가 보다. 하하하.
3. 2단계 문제 : 5문제, 최대 200점. 최대 총 1000점.
-안개 : 서0/0금/은연0/0더기 -> 리/오/중/무 -> 오리무중 (정답자 5명)
첫 번째 도움말을 보자마자 세 분이 멈추고 정답을 적었을 정도로 ‘속이 뻔히 보이는’ 문제였다. 아마도 첫 발걸음을 산뜻하고 날렵할 수 있도록 하려는 출제자의 배려 가 아니었을까.
-벗 : 0물/0비/구0/곁0이 ->나/너/이/들 ->너나들이 (정답자 4명)
쉽지 않은 문제였음에도 ‘너나동무’로 급하게 답을 적으신 윤규 님을 빼고는 모두 정답을 적었다.
‘너나들이’는 예전에 한 번 선을 보였던 기출 낱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네오내오없이’라는 멋진 말이 있다. 예전의 문학 작품들 속에서는 빛이 났던 말인데, 요즘엔 대하기가 참 어렵다. 관련어들을 내 사전에서 전재한다.
너나들이*?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넴. 그런 사이.
너나없이≒네오내오없이? 너나 나나 가릴 것 없이 다 마찬가지로.
내남없이≒내남직없이? 나와 다른 사람/모두 마찬가지로.
-맨손 : 0신/0탕/누0/살림0 -> 털/빈/리/터 -> 빈털터리 (정답자 3명)
어제도 두 사람이나 ‘빈털털이’로 답을 적었을 정도로, 표기 문제에서 신경 써야 하는 낱말이다. ‘-이/음(ㅁ)’으로 끝나지 않는 명사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단순한(?) 원칙을 따른 표기인데, 보기보다는 몹시 까다롭고 복잡하다.
나중에 이 소리 나는 대로 적기와 관련된 본격적인 낱말 공부를 따로 하기로 한다.
-헛수고 : 0풀/0만/0무대/묵은0 ->수/장/독/셈 -> 독장수셈 (정답자 1명)
어제의 문제 중 가장 까다로운 고난도 문제였다. 안방에서 편안하게 문제를 대하는 나조차도 세 번째 도움말 ‘0무대’를 보고 나서야 답이 떠올랐을 정도. 요컨대, 제시어와 답의 연관성이 좀 미약했던 것이 주원인이었고, 출연자들은 공부가 좀 모자랐던 탓이 컸던 듯하다. ‘독장수’까지 근접했음에도 ‘독장수지/독장수죽’이라는 답들까지 나온 것으로 보아.
‘독장수셈’은 ‘독장수구구’와 같은 말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독장수 구구’로 띄어 적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한 낱말이므로 붙여 적는다. 현재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그렇다. 예전에는 ‘독장수 구구’라는 말을 속담/관용구로 처리한 사전들도 흔했고, 지금도 일부 사전을 그렇게 적고 있는 것도 있다. 낱말 뜻풀이와 관련 설명을 내 사전에서 전재한다.
독장수구구[-九九]≒독장수셈*?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황된 계산을 하거나 헛수고로 애만 씀.
독장수구구는 독만 깨뜨린다 ? 실현성이 없는 허황된 계산은 도리어 손해만 가져온다는 말.
독장수구구를 얘기하다 보니 이 말과 관련된 문제적(?) 문제 하나가 생각난다. 이 나라 식자층에서 가끔 문제적인 학교로 지적되기도 하는 국립대학 하나가 있는데, 그 학교에서 1970년에 전과목 입시라는 걸 급습하듯 강행한 적이 있다. 그제나 이제나 앞뒤 생각이 별로 없는 나. 그 학교에 덜컥 원서를 넣고서 시험을 봤다.
영어 시험 때다. 달걀을 팔러 가는 사내 하나가 온갖 허황된 공상을 하다가 결국 그 계란들을 죄다 깨뜨리는 바람에 망치는 그런 이야기가 장문의 지문으로 나왔다. 그걸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그에 해당되는 영어 속담을 적으라는 문제가 나오리라 짐작하고서 답을 미리 준비해 뒀다. (영어로는 그걸 Don' t count your chickens before they are hatched. 즉, ‘부화하지 않은 병아리는 헤아리지 마라’라고 한다.)
그런데, 어럽쇼. 정작 나온 문제는 그 지문과 관련된 한국 속담을 몇 자 이내로 적으라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기껏 떠올린 것은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였는데, 글자 수가 요구하는 것보다 두 배는 많았다. 에효... 그래서 그 문제에서는 미끄럼을 타고 말았다. 그때의 정답이 바로 ‘독장수 구구’였다.
그 학교는 문제적 문제들을 출제해서 ‘00대반’이 없는 학원은 특급 학원에 끼지도 못하도록 만든, 입학 시험 문제 하나만으로도 문제적인 학교였다. 등록금이 조금 싼 것 하나만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뿐이고... 삼천포 이야기 끝. 원위치!
-장기(長技) : 고0/0목/등0이/0책 -> 사/대/성/모 ->성대모사 (정답자 5명)
앞서 간단히 적었듯, ‘성대묘사’라는 오답을 유도하기 위해서 마지막 도움말인 ‘0책’에 함정을 팠지만 출연자들이 어디 그럴 함정에 빠질 분들인가. 모두들 정답인 ‘성대모사’라고 반듯이 적었다.
그런데, 나는 이 문제에서도 한참이나 헤맸다. ‘장기(長技)’라는 제시어를 앞에 두고 ‘성대모사’를 떠올릴 재간이 도무지 없어서. 세 번째 도움말을 대하고 나서야 겨우 뇌리에서 내 형광등이 껌벅거렸을 정도. 출제자가 온 국민을 바보상자 앞의 고정객들로 여긴 건지, ‘성대모사’와 ‘장기’를 어떻게 이런 문제의 묶음으로 떠올렸을까. ‘성대모사’를 방귀 잘 뀌거나 간지럼을 잘 안 타는 사람 정도의 그렇고 그런 재주로만 여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도무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장기’라면 가장 잘하는 재주라는 말이니 뜻밖의 악기 연주나 바둑 장기의 고수, 숨은 암벽 등산, 모든 종류의 바퀴 달린 운동 기구를 떡 주무르듯이 하기, 프로 수준의 목공예 실력,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보석 감정 실력...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성대모사’를 일반적으로 가장 잘하는 재주로 직행시키려는 그런 발상 앞에서 나는 오래도록 형광등이 되어야 했다.
문제를 다 풀었을 때 최종 집계 점수는 각각 400, 600, 1000, 800, 450점. 출연자들이 2단계에서 얻은 점수는 각각 250/550/700/600/150점이었다. 3단계에 진출한 세 분은 2단계에서 거둔 점수만으로도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해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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