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회(2014.3.3.)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최연수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들어서면서
1) 무대를 빛내신 분들
김미소 (28. 대학생. 2013년 하반기 강릉 지역 예심 합격자. 연애 상담가/전문가. 연애를 성공시키려면 손 편지를 쓰세요! ) =>3단계 진출
최연수 (40. 제품 홍보 기획자. 2013년 10월 예심 합격자. 현모양처가 되고 싶은, 당찬 미혼녀. 해외 생활을 할수록 우리말이 더욱 소중해지다) =>우승
허원복 (60. 개인택시 기사. 2013년 하반기 부산 지역 예심 합격자. 외래어로 치장한 아파트 이름부터 우리말로 바꾸자! 교통사고 후 뇌 기능의 완전 재활 확인차 출연)
최영미 (53. 2013년 하반기 강릉 지역 예심 합격자. 파란만장한 삶으로 어머님께 불효한 딸, 늦게나마 잘 모시고 싶어요)
김성태 (34. 회사원. 2013년 하반기 광주 지역 예심 합격자. 아내 평강 공주의 권유로 출연한 바보 온달, 호남산의 호남형. 만난 지 1달 만에 양가 상견례 후 6달 만에 결혼 성공) =>3단계 진출
위에서 보듯, 어제의 출연자들은 작년 10월 예심 합격자에서부터 지역 예심 합격자들까지 골고루 섞였다. 특히 광주와 부산 지역 예심 합격자가 처음으로 출연했다. 이미 한 무더기가 뽑혀 출연했던 서울/경기 지역 예심 합격자들에게는 준비 기간이 더 주어질 듯하다.
2) 이것저것
-출제 관련
○ 1단계 문제 : 출제된 낱말 중, ‘파랑(波浪)’과 ‘한줄기’가 쉽지 않은 말들. 특히, 10초라는 짧은 시간에 짚어내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진행상 매끄럽지 못한 점도 눈에 띄었는데, ‘한줄기’와 같은 말은 뜻풀이가 반드시 덧붙여져야 했는데 건너뛰었고, 제시어 ‘표본’에서는 그것이 어째서 ‘알짜’와 관련이 되는지 설명해줘야 했다.
○ 2단계 문제 : 어제도 사자성어라고 해야 할 한자어 넉자바기가 ‘환골탈태/삼수갑산’ 등 두 개나 출제되었다. 전편에서도 말했듯, 넉자바기의 출제 가용 자원상 문제로 이러한 경향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올바른 표기를 묻는 문제도 어제 두 개나 나왔고, 출제자의 그 함정에 아주 많은 이들이 빠졌다. ‘꽃봉오리’에서 3인, ‘구레나룻’에서 1인, 그리고 ‘삼수갑산’에서는 전원 오답을 기록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 3단계 문제 : 어제는 25문제 중 17개 문제의 문만 두드렸다. 열린 문제 중에서는 ‘삐딱선’과 ‘대거리’의 두 개만 처음 선을 보인 말들 (방송 중에 정답이 제시되지 않았던 ‘말발’이나 ‘마구리’는 예전에 한 번씩 선을 보인 말들이다). 그 정도로 무난하고 평이한 낱말들 위주로 출제되었다.
어제도 ‘모름지기/서슴없이’의 부사 두 개가 출제되었다. 예전부터 내가 늘 이 부사야말로 출제의 보고(?)라 할 정도라고 해왔다. 그만큼 우리말에는 부사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출제되지 않은 말들이 부지기수다. 공부하시는 분들이 깊이 관심하셔야 할 분야다.
한자어 출제도 여전하다. ‘공통분모’와 같이, 쉽지만 얼른 떠오르지 않는 비유어도 있었고, 흔히 ‘붓기’로 잘못 쓰기 쉬운 ‘부기(浮氣)’라는 말도 있었다. 다른 게시판에서도 적었지만, 예외로 인정된 6낱말 외에는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못한다.
특히 주의할 게 있었다. 속담 문제로 출제된 ‘입술에 침이나 바르지’의 경우, 미소 학생이 ‘입술에 침이나 발라라’로 답하여 오답 처리되었다. 이것은 전에도 여러 번 말했지만, 속담이나 관용구는 반드시 <표준국어대사전>에 표기된 대로 답해야만 정답으로 인정된다. 예전에 ‘산 넘어 산이다’가 정답인 데서 ‘산 넘어 산’이라는, 흔히 쓰는 답을 떠올리고도 칸수가 맞지 않아 머뭇거리다가 낙마하신 분도 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 맞춤법/띄어쓰기 문제 : 어제의 출제 수준은 지난 회와 달리 지극히 평이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모두에서. 그럼에도 도전자가 낙마했는데, 그것은 어제 출연자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공부량 부족 탓인 듯했다. 최저 점수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우승자로 선정된 당사자 최연수 님조차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실 정도로.
- 옥에 티 : 어제도 3단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이번에 이뤄진 프로그램 내용 개편에서 내내 우려하고 있던 사태 중의 최악이라고나 할까. 지난번의 그 뒤집어지기 사태가 또다시 벌어졌다. 그것도 최저 점수대를 이어가고 있던 출연자가 앞선 두 사람의 낙마 덕으로. 우승 상금 85만 원이라는 최저 기록도 어제 세워졌다.
어제 출연자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공부량 부족이 특히 눈에 띄어 안타까웠다. 작년 10월 예심 합격자에서부터 하반기 각 지역 예심 합격자들이 골고루 배치된 덕에 멋진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는 달리 출연자들의 공부량이 기존 출연자들의 평균 수준을 밑돌았다.
기본적인 맞춤법 문제라고 해야 할 ‘봉오리/봉우리’ 구분에서도 실수한 것이나, 웬만한 우리말 바루기 책자에서 기본적으로 다루다시피 하는 ‘삼수갑산’에서 전원 오답을 기록한 것만으로도 그러한 준비 부족이 한눈에 드러났다.
문제 풀이로 가자.
2. 1단계 낱말 찾기 : 1음절어 50점, 2음절어 100점, 3음절어 150점. 최대 300점
김미소 : 소->닭(o)/투(x), 물결 ->파랑(o), 걱정 ->노파심(o). 250점
최연수 : 흥미->신(o), 부부 ->금실(o), 옷감 ->마름질(o). 300점
허원복 : 재주->꾀(o), 나머지 ->떨이(o), 비 ->한줄기(o)/부답. 150점
최영미 : 힘->악(o), 골칫거리 ->말썽(o)/태산(x), 여럿 ->갖가지(o)/동아리(x). 50점
김성태 : 길이->자(o), 표본 ->알짜(o), 동의 ->맞장구(o). 300점
1음절어의 답 고르기에서 미소 학생을 빼고는 실수하신 분이 없었는데, 미소 양의 경우만 100% 연상 문제여서, 정답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문제의 형평성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다.
위에서도 간단히 적었듯, 낱말 뜻풀이나 정답 설명이 꼭 필요한 곳이 세 군데 있었는데 진행자가 빠뜨렸다. 아래에 그 부분들을 적어본다.
1) 금실 : 이 말은 ‘금슬’과 복수표준어다. 상세 설명은 내 책자의 해당 내용 전재로 대신한다.
◈금슬(琴瑟) 좋은 부부는 금실로 엮인다 : 맞음. (‘금실’)도 가능함.
[설명] ‘금슬’은 ‘금실’의 원말로 복수표준어. 그러나 관련어의 경우에는 ‘금실’로 표기. <예>‘금실지락[琴瑟▽之樂]≒금실(琴瑟)’(부부간의 사랑). 단, 거문고와 비파의 의미로는 여전히 ‘금슬’.
[유사] 초승달(o)/초생달(x); 이승/저승(o); 금승말(o)
금슬(琴瑟)? ①거문고와 비파를 아우르는 말. ②‘금실(부부간의 사랑)’의 원말.
금실(琴瑟▽)? 부부간의 사랑. [유]금실지락, 부부애, 정분.
2) 한줄기 : 아래의 뜻풀이에서 보듯, 이 말은 소나기 따위에 직접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즉, 어제 주어진 제시어 ‘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말인데, 진행자의 낱말 뜻풀이가 없어서 아쉬웠다. 이 방송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말 공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한줄기*? ①한 번 세게 쏟아지는 소나기 따위의 빗줄기. ②같은 계통.
3) ‘표본’과 ‘알짜’의 관계 : ‘알짜’에는 아래의 뜻풀이에서 보듯, 우리가 간과해온 의외의 뜻이 있다. 즉, ‘표본이 되는 것’도 ‘알짜’에 든다.
알짜*? 실속이 있거나 표본이 되는 것.
4) ‘파랑(波浪)’은 ‘잔물결(浪)과 큰 물결(波)’을 이르는 한자어다. ‘굼뉘(바람이 안 불 때 치는 큰 파도)’와 ‘도지(여름과 가을 사이, 또는 가을에 비와 함께 일어나서 거친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는 이 계통의 고난도 낱말인데, ‘굼뉘’는 두어 번 선을 보인 말.
3. 2단계 문제 : 5문제, 최대 200점. 최대 총 1000점.
-기대주 : 벼0/0지/0구경/0산 -> 리/봉/꽃/오 -> 꽃봉오리 (정답자 2명)
이 문제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기둥뿌리’라 적은 영미 님은 빼고도 ‘꽃봉우리’라 적은 이가 둘이나 있었다. ‘봉오리’와 ‘봉우리’의 구분은 초등학교에서부터 하는 공부인데, 아무래도 출연자들이 지나치게 긴장했던 탓인 듯하다.
‘기대주’와 ‘꽃봉오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어제 진행자의 설명이 빠졌는데, ‘꽃봉오리’는 비유적으로 ‘희망에 가득 차고 장래가 기대되는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예전에도 같은 뜻으로 출제된 적이 있다.
-누에(답은 한자어) : 0선/단0/0기구/사0 ->탈/골/환/태 ->환골탈태 (정답자 3명)
여기서도 공부량 부족들이 드러났다. ‘환골탈피’와 ‘환골탈퇴’로 적은 이가 있었다.
미소 학생은 모양을 바꾸는 것이므로 ‘태’라고 설명했는데, 그건 잘못이다. 본래 이 말은 ‘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를 바꾸어 쓴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시를 지을 때 그 형식을 바꾸어 짜임새와 내용을 모두 바꾼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즉, ‘태’는 고유어 ‘태’가 아니라 한자어 ‘태(胎)’로서 태반 등과 같이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뭉뚱그려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의 정식 뜻풀이를 아래에 전재한다. 아래의 별표 표지에서 보듯, 기출 낱말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 ①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를 바꾸어 쓴다는 뜻으로, 고인의 시문의 형식을 바꾸어서 그 짜임새/수법이 먼저 것보다 잘되게 함. ②사람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하여 전혀 딴사람처럼 됨.
-으뜸 : 0체/감정0/위0/가0지 -> 지/가/엄/락 -> 엄지가락 (정답자 5명)
쉽지 않은 문제인데 의외로 모두 정답을 적었다. 미소 양 혼자 두 번째 도움말 앞에서 멈췄고.
‘엄지가락’은 일견 ‘엄지손가락’의 준말로도 보이지만 실은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 모두를 이르는 말이다. 아래에 내 사전의 뜻풀이와 관련 관용구를 전재한다.
엄지가락? ①≒거지[巨指]/엄지. 엄지손가락이나 엄지발가락의 총칭. ②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의 기본이 되는 핵심적 부분의 비유.
엄지손가락으로 치다 ? 여럿 가운데 제일로 여기다.
-귀양(답은 한자어) : 0물/간0/0이별/0림 ->산/수/갑/삼 -> 삼수갑산(정답자 0명)
정답자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아 뜻밖이었다. 앞서 적었듯, 이 ‘삼수갑산’은 웬만한 맞춤법 책자에 흔히 틀리는 말로 거의 나올 정도로 약방의 감초 격인데, 어제의 출연자들은 처음 대하는 문제인 듯했다.
진행자가 아주 짧게 귀양지라고만 설명했는데, 이 ‘삼수갑산(三水甲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한 산골이라 이르던 삼수와 갑산. 조선 시대에 귀양지의 하나.’라는 설명에서 보듯 함경남도의 ‘삼수’와 ‘갑산’이라는 두 곳의 지명을 합쳐 부르는 것. 산수가 빼어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산수갑산(山水 甲山)’이 아니다.
이 문제에서는 도움말이 아주 까다로웠다. ‘산물’과 ‘갑이별’이 그것인데, ‘산물’은 ‘생수(生水)(샘구멍에서 솟아 나오는 맑은 물)’를 우리말로 옮긴 고유어이다. ‘갑이별’은 ‘서로 사랑하다가 갑작스럽게 헤어짐’을 뜻하는 말. 이처럼 ‘갑-’이 갑작스럽다는 뜻으로 쓰인 것으로는 ‘갑이별’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아래에서 보듯, ‘갑작-’을 붙여 적는다. 내 사전에서는 ‘갑이별’을 일상적인 말로 보아 생략했는데, 필요하신 분들은 수기로 보충하시기 바란다.
갑작병[-病]? 갑자기 앓는 병.
갑작사랑? 갑작스럽게 느끼는 사랑.
갑작죽음? ‘돌연사’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수염 : 0비/0실/수0/나0배 ->나/구/레/룻 ->구레나룻 (정답자 4명)
‘나룻’은 ‘수염’을 뜻하는 우리 고유어다. 반면, 고유어인 듯한 ‘수염(鬚髥)’은 표기가 쉽지 않은 한자어. ‘구레나룻’에는 관련어들이 적지 않은데, 내 사전에서 해당 부분을 아래에 전재한다.
구레나룻*?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귀얄잡이? 귀밑에 수염이 많이 난 사람의 놀림조 말.
탑삭나룻<텁석나룻? 짧고 다보록하게 많이 난 수염.
탑삭부리<텁석부리? 탑삭나룻이 난 사람의 놀림조 말.
텁석나룻*? 짧고 더부룩하게 많이 난 수염.
텁석부리? ①텁석나룻이 난 사람의 놀림조 말. ②심마니의 은어로, 잘고 긴 뿌리가 많이 난 삼.
구렛나루*? ‘구레나룻’의 잘못.
1~2단계 문제를 다 풀었을 때 점수는 각각 800, 550, 300, 400, 600점. 출연자들이 2단계에서 얻은 점수는 각각 550/250/150/350/300점이었다. 미소 학생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는데, 대체로 두 번째 도움말에서 멈추는 안정적인 운행으로 점수를 쌓아가는 실력이 돋보였다. 3단계에 진출한 김미소, 최연수, 김성태 님 등이 2단계에서 거둔 점수는 각각 550, 250, 300점이었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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