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회(2014.2.10.)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2)
-박교균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4. 3단계 십자말풀이 : 11번째 문제 풀이에서부터는 2회 오답 시 탈락
앞서 언급했듯 25문제 중 18문제가 열렸다. 비교적 무난한 낱말들이 출제되었음에도. 하기야, 막상 문제 풀이 마당에 나가면 아무리 쉬운 문제라 할지라도 대뜸 정답만을 답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 요즘 안방 달인들이 엄청 배출된다고들 하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면 그리 되지 못하는 데는 다 까닭이 있기 마련이다.
어제 열린 문제 중 몇 가지만 짚고 가기로 한다.
24번 ‘목구멍’이 답이었던 관용구 문제에서 나온 ‘목구멍이 크다’에는, 아래에 보이듯, 많이 먹는다는 뜻 외에 욕심이 많다는 뜻도 있다.
목구멍이 크다* ? ①양이 커서 많이 먹다. ②욕심이 매우 많다.
교균 님과 선희 님이 한 번씩 도전해서 틀린 말로 ‘조각달’이 있었다. ‘조롱달/조금달’로 답했는데, 이 ‘조각-’ 관련 낱말로 작년에 ‘조각하늘’이 출제되기도 했다. 평이한 낱말들이지만 평소에 자주 쓰지 않는 탓에 얼른 떠오르기 어려운 말들. 이참에 관련어를 아래에 정리하니 참고들 하시고, 내 사전을 갖고 계신 분들은 수기로 보충하시기 바란다.
조각달*? 음력 초닷샛날 전후와 스무닷샛날 전후에 뜨는, 반달보다 더 이지러진 달.
조각배? ≒편주(작은 배).
조각돌? 조각난 돌.
조각보[-褓]? 여러 조각의 헝겊을 대어서 만든 보자기.
조각말? 조각처럼 토막 나는 말마디.
조각구름? 여러 개의 조각으로 흩어져 있는 구름.
조각하늘*? 구름이 온통 덮인 가운데서 드문드문 빠끔히 보이는 하늘.
앞서 언급한 ‘대갚음’은 기출 낱말. 이 말과 관련하여 특히 주의할 것은 흔히 쓰는 ‘되갚음’이라는 말은 없는 말로, 잘못이라는 점이다. 즉, ‘되갚다’라는 말 자체가 사전에 없는 말이다. 아울러, ‘대갚음’은 은혜나 원한 모두에 쓸 수 있는 말이지만, 신 교사가 답한 ‘앙갚음’은 유의어인 ‘분풀이’에서 보듯 해(害)를 갚는 경우에만 쓸 수 있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아래에 뜻풀이를 붙인다.
대갚음*[對-]? 남에게 입은 은혜나 남에게 당한 원한을 잊지 않고 그대로 갚음. ¶~하다?
되갚음? ‘대갚음’의 잘못. 없는 말. ‘되갚다’도 없는 말.
앙갚음?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줌. [유]분풀이, 설욕, 보복
써서 답하는 문제 ‘점잔이’에 대해서는 앞서 간단히 설명했다. 명사 ‘점잔’에 그런 사람을 뜻하는 접사 ‘-이’를 붙인 말이다. 명사 ‘점잔’은 있지만 형용사로서의 ‘점잔하다’는 없는 말로, ‘점잖다’의 잘못이다. 표준어 사정에서 제외시킨 점이 주된 이유지만, 접사 ‘-하다’는 명사에 붙어 주로 행위와 관련된 동사를 만드는 기능이 주된 것인 탓도 있다. (‘-질’에 ‘-하다’가 붙어 된 ‘-질하다’가 대표적이다. 하여, ‘구역질하다’는 맞는 말이지만, 흔히 쓰는 ‘구역질나다’는 잘못이다. ‘구역나다’ 또는 ‘구역질하다’로 써야 한다.)
역시 써서 답하는 문제였던 ‘부리나케’도 무조건 ‘불이 나게’의 잘못이라고 공부하면 안 된다. ‘부랴사랴/부랴부랴’ 등과 같이 관련된 말들도 많지만, 때로는 ‘불이 나게’도 쓸 수 있다는 걸 기억해 둬야 한다. 즉, ‘~에 불이 나다’는 관용구처럼 쓰이는 일종의 구성인 까닭에 ‘-에 불이 나게’도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상세 설명은 아래에 내 책자 내용을 전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불야살야 서둘르긴 했지 : 부랴사랴, 서두르긴의 잘못.
불이 나게 뛰어갔다 : 부리나케의 잘못.
연락을 받고 불이 나게 서둘러 출발했다 : 부랴부랴가 더 잘 어울림.
연락을 받고 발바닥에 불이 나게 내달렸다 : 맞음. <=‘~에 불이 나다’는 관용구.
부랴사랴?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부랴부랴?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부리나케? 서둘러서 아주 급하게.
[참고] ‘부랴부랴’와 ‘불이 나게’ : 경우에 따라 ‘불이 나게’도 사용할 수는 있으나, 다음과 같이 뜻이 다름. 즉, ‘부랴부랴’는 단순히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이지만 ‘불이 나게’의 경우는 감정이 격렬해지거나 눈에 불이 이는 듯한 격렬한 상태를 뜻하며 ‘-에 불이 나게’의 꼴로 쓰임.
[참고] ‘불이 나게’와 ‘부리나케’는 그 어원이 전혀 다르다고 보는 견해도 있음. ‘부리나케’의 어원을 ‘발(足)’로 보아 발과 다리를 모두 쓸 정도로 바삐 서두른다는 뜻이 아래의 과정을 거쳐 ‘부리나케’로 굳어진 것으로 보는 이도 있으나 정설은 아님 : [ㅂ·ㄹ;足]+[ㄷ·ㄹ;足]+[ㄱ·ㄹ;足]→[불다게→부리나게→부리나케].
불이 나다? ①뜻밖에 몹시 화가 나는 일을 당하여 감정이 격렬해지다. ②몹시 긴장하거나 머리를 얻어맞거나 하여 눈에 불이 이는 듯하다. [활용] ‘전화통에 불이 나다 →전화통에 불이 나게’; ‘발바닥에 불이 나게’; ‘밑구멍에 불이 나다 →밑구멍에 불이 나게 뛰었다’.
전화통에 불이 나다? 전화가 쉴 새 없이 계속 쓰이다.
발바닥에 불이 일다[나다]? 부리나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밑구멍에 불이 나다? (비유) 몹시 조급해서 잠시도 앉아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는 상태.
어제의 답을 풀이판에 옮겨 적으면 아래와 같다.
1. 점 |
잔 |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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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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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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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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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
5.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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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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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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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
3.상 |
누 |
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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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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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
9. 얼 |
음 |
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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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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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 |
7. 정 |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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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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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입 |
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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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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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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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
에 |
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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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 |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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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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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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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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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23. 방 |
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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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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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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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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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
25. 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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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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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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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멍 |
울 |
나 |
21. 머 |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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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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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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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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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승 도전 문제 : 90초 이내에 맞춤법/띄어쓰기를 완결하는 문제
- 문제 : 방학이얼마안남은동생은따뜻한아랫목에앉아강냉이를한웅큼씩먹었다.
- 정답 : 방학이 얼마 안 남은 동생은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강냉이를 한 움큼씩 먹었다.
- 풀이 :
1) ‘안 남은’ : 어제 도전자가 이 말 앞에서 좀 망설였는데, ‘안 남은’으로 띄어 쓰기를 잘했다. 맞는 표기다.
이 ‘안’은 부사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간단하고 복잡하게 설명하면 대단히 복잡한 말이다. 오늘은 두어 가지 측면만 살펴보기로 한다.
부사 ‘안’은 부사 ‘아니’의 준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접사 ‘-하다’와 결합하면 복잡해진다. 예컨대 ‘아니하다’는 준말 ‘않다’의 본말이 되어, 한 낱말이다. (이 준말 관계는 ‘-지 않아’의 꼴을 다루면서 지난주의 설명에서 한 차례 언급했다.) 즉 붙여 써야 한다. 그러나, ‘안 하다’의 경우에는 띄어 써야 한다. ‘안’이 독립부사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아니하다’ 전체가 파생 접사로 기능하여 한 낱말을 이루기도 하는데, ‘못지아니하다’와 ‘얼토당토아니하다’가 그 말들. 흔히 쓰는 ‘못지않다, 얼토당토않다’의 본말이다.
‘안’은 ‘못하다’와 ‘못 하다’로 나뉘는 ‘못’과는 달리 부사로 쓰일 때는 언제나 띄어 적어야 한다. 즉, ‘안 하다’이지 ‘안하다’는 없는 말이다. 그 반면 ‘못하다’는 동사와 형용사로서 각각 ‘어떤 일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거나,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와 ‘①비교 대상에 미치지 아니하다. ②아무리 적게 잡아도.’를 뜻할 때는 한 낱말이므로 붙여 적어야 한다. (더 상세한 것은 나중에 이 문제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하자.)
2) ‘강냉이’ :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다. ‘옥수수’를 뜻할 때는 복수표준어이고, 옥수수를 튀긴 것도 ‘강냉이’라고 적을 수 있다.
3) ‘한웅큼씩’ : ‘한 움큼씩’으로 띄어 적어야 한다. ‘한’은 수관형사이며 ‘한움큼’이라는 말은 없다. ‘한 움큼’으로 띄어 적어야 하고 ‘씩’은 접사. 그러므로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도전자가 ‘움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한움큼’을 도매금*으로 처리하게 되어 실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위의 ‘안 남은’의 띄어쓰기에 신경도 쓰이는데다, 시간 제약의 압박까지 심해지는 바람에 그리 된 듯하다.
[주 : 예외적으로 인정된 다음의 여섯 낱말 외에는 한자 합성어에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못한다 : 곳간(庫間)/셋방(貰房)/숫자(數字)/찻간(車間)/툇간(退間)/횟수(回數). 그러므로 한자 합성어인 ‘도매금(都賣金)’에 사이시옷을 받친 ‘도맷금’은 잘못이다. 흔히 {도맫끔}으로 발음하기 때문인데, 잘못된 발음이다. 올바른 발음은 {도매끔}이다.]
도전자가 답한 대로, ‘웅큼’은 ‘움큼’의 잘못이다. ‘움큼’은 ‘움키다’에서 온 말. 작은 말로는 ‘옴큼’도 있다. 내 책자에서 관련 설명을 전재한다.
◈한 옹큼/웅큼 크게 해서 주시지 : 옴큼/움큼의 잘못.
[설명] ‘움키다>옴키다’(손가락을 우그리어>오그리어 물건 따위를 놓치지 않도록 힘 있게 잡다)에서 온 말이므로 ‘옴/움-’.
이참에 한 가지만 더 언급하기로 한다. 보통, 단위를 나타내는 말들은 사전에 의존명사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그리 되어 있지는 않다. 아래에서 보듯 명사로 분류되어 있는 것들도 많다.
그중에는 고유어도 제법 있으니, 이참에 곁들여 한 번씩 훑어들 두시기 바란다. 익혀 두면 언어생활이 무척 풍족해지는 말들이기도 하지만, 출제 가능성이 있는 말들도 적지 않고, 이 중 몇 개는 이미 기출 낱말에 든다(*표가 붙은 것들).
토리*? 실몽당이를 세는 단위.
오리*? 실, 나무, 대 따위의 가늘고 긴 조각을 세는 단위.
촉*? 난초의 포기를 세는 단위.
힘? 활의 탄력을 나타내는 단위.
톳*? 김을 묶어 세는 단위. 한 톳은 김 100장.
각[刻]? 국악에서, 장단을 세는 단위.
담불? 벼를 백 섬씩 묶어 세는 단위.
지[指]? 붕어 따위의 길이를 재는 단위.
탄[彈]? 시리즈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두레*? 둥근 켜로 된 덩어리를 세는 단위.
포[包]? 일정한 양으로 싼 인삼을 세는 단위.
가래*? 토막 낸 떡/엿 따위를 세는 단위.
뭉치? 한데 뭉치거나 말린 덩이를 세는 단위. ¶무더기(한데 수북이 쌓였거나 뭉쳐 있는 더미/무리를 세는 단위).
퉁구리? 일정한 크기로 묶은 덩어리를 세는 단위.
자래? 쌍으로 된 생선의 알상자를 세는 단위.
주[周]? 어떤 것의 둘레를 돈 횟수를 세는 단위.
바리*? ①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을 세는 단위. ②윷놀이에서, 말 한 개.
죽? 옷, 그릇 따위의 열 벌을 묶어 세는 단위.
사리*? 국수, 새끼, 실 따위의 뭉치를 세는 단위.
마름? 이엉을 엮어서 말아 놓은 단을 세는 단위.
박? 노름에서 여러 번 지른 판돈을 세는 단위.
켜? 포개어진 물건 하나하나의 층을 세는 단위.
땀*? 실을 꿴 바늘로 한 번 뜬 자국을 세는 단위.
편[片]? 저울에 달아 파는 인삼의 낱개를 세는 단위.
수동이? 광석의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 37.5kg(10관)에 해당.
마신[馬身]? 경마에서, 말과 말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
춤? 가늘고 기름한 물건을 한 손으로 쥐어 세는 단위. ¶모춤(서너 움큼씩 묶은 볏모/모종의 단).
모숨? 길고 가느다란 물건의,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
직? 학질 따위의 병이 발작하는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숭어리? 꽃/열매 따위가 굵게 모여 달린 덩어리를 세는 단위.
가리? 삼을 널어 말리려고 몇 꼭지씩 한데 묶은 것을 세는 단위.
모태? 안반에 놓고 한 번에 칠 만한 분량의 떡 덩이를 세는 단위.
전? 땔나무를 갈퀴와 손으로 한 번에 껴안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
가리? 곡식/장작 따위의 더미를 세는 단위. 한 가리는 스무 단.
통? 광목/옥양목, 당목 따위를 일정한 크기로 끊어 놓은 것을 세는 단위.
오늘도 이 나라 곳곳에서 틈틈이 우리말 공부에 전념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돌아가기를 성심으로 기원한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 결과에서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에서도 그런 분들에게는 반드시 돌아갈 몫의 알찬 보람이 있음을 나는 굳게 믿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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