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회(2014.3.17.)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2)
-홍석기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4. 3단계 십자말풀이 : 11번째 문제 풀이에서부터는 2회 오답 시 탈락
어제도 지지난 회, 지난 회와 같이 25문제 중 8문제나 손도 못 대고 끝났다. 출제 낭비.
어제 출제된 낱말들의 수준은 근래 들어 가장 무난한 편. 지극히 평이했다. 앞서도 적었듯, 비교적 관심해야 할 말들인 ‘어리바리/모깃소리/저지레/몸부림/부아/불모지/한몫/망라’ 중에서 ‘모깃소리’를 빼고는 모두 예전에 한 번 이상 선을 보인 낱말들이기도 했다. 세 번에 걸친 도전 끝에 영호 군이 정답을 맞힌 ‘불모지’ 또한 두 번이나 선을 보였던 낱말이고.
출연자들이 올바르게 답하지 못한 말로는 ‘한몫’이 들어간 관용구들을 예시한 것(00 들다/끼다/보다/잡다)과, ‘어리바리/모깃소리/몸부림/부아/망라’ 등이 있었다.
위에 보인 말들 중 몇 가지만 되짚어 보기로 한다. 나머지는 특별히 풀이가 더 필요한 말들이 아니므로.
1) ‘어리바리’ : 이 말은 뜻풀이용 말이라기보다는 맞춤법에서 더 많이 다뤄지는 말이다. ‘어리바리한 사람’을 ‘어리버리’로 잘못 쓰는 바람에, 형용사와 부사까지도 그 영향을 받게 된 말로, 그런 사람을 뜻하는 말은 ‘어리버리’가 아니라, ‘어리보기’라고 한다. 상세 설명은 내 책자의 해당 부분 전재로 대신한다.
◈술이 취해서 어리버리한 그는 쉽게 제압되었다 : 어리바리한의 잘못.
[참고] 그 사람 하는 짓을 보면 어리버리야 : 어리보기의 잘못.
[설명] ‘어리버리하다’는 ‘어리바리하다’의 잘못으로 형용사. 어리바리한 사람을 ‘어리버리’로 잘못 쓰기도 하는데, 이는 ‘어리보기’의 잘못.
어리보기≒머저리? 말/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에 대한 낮잡음 말.
어리바리하다? 정신이 또렷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어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2) ‘저지레’ : ‘일/물건에 문제가 생기게 만들어 그르치는 일’. 기출 낱말이다. ‘사건을 저지르다’와 연관시켜 암기하면 도움이 된다. 실제로도 이 말은 ‘저지르다’와 연원이 비슷하다.
3) ‘부아’ : 심장을 염통이라고 하듯, 신체기관을 나타내는 우리말에는 한자어와 고유어가 나란히 쓰이는 말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내장 관련어들을 몇 개 보이면 아래와 같은데, 내 사전에 여러 곳에 되풀이해서 실어 놓은 것은 그처럼 흔히 쓰이는 것이지만 얼른 떠오르지 않는 말들인 때문이다. ‘부아’의 관련어 중에는 ‘젖밸’이라는 말도 있는데, ‘몹시 심한 부아’의 속된 말이다.
즈릅*? [옛말] ‘큰창자(작은창자의 끝에서부터 항문에 이르는 소화 기관)’의 옛말.
배알*? ①‘창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 ②‘속마음’/‘배짱’의 낮잡음 말.
창알이≒창알? 사람/동물의 창자의 낮잡음 말
부아*2? ①노엽거나 분한 마음. ②≒허파.
애간장*[-肝腸]? ‘애’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
애? ①초조한 마음속. ②몹시 수고로움.
멱*? 목의 앞쪽.
젖밸? 젖 먹던 때의 배알이라는 뜻으로, 몹시 심한 부아의 속칭.
어제 진행자가 이 문제를 설명하면서, 답이 고유어라고 했음에도 출연자는 ‘분노’라는 한자어로 답했는데 생각이 막힌 탓이리라. ‘고유어’는 한자어의 상대어인데, ‘토박이말’, ‘순우리말’이라고도 한다. 우리말의 범주에는 한자어도 포함된다. (이곳의 다른 게시판, <우리말 공부 사랑방>에서 다루기 시작한 말이 바로 이 한자어들이다.)
차제에 ‘우리말’에 들어가는 것들을 짚어보자. 우리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유어/한자어/표준어는 물론이고, 속어, 은어, 방언까지도 전부 우리말에 든다. ‘표준어’와 헷갈리거나 좁혀서 생각하기 쉬운데, 잘못이다. 나중에 다시 자세히 설명할 때가 있으리라 본다.
4) ‘너울가지’ : 기출 낱말로서, 이 프로그램에서 출제된 이후 이제는 꽤 널리 번져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이와 관련된 말로 ‘푸접’이라는 멋진 말도 있는데, 출제 경향이 바뀌어 고급 고유어 낱말이 다시 출제될 경우, 선을 보일 수도 있으니 이참에 익혀두시기 바란다.
포용성*[包容性]?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이는 성질.
너울가지*? 남과 잘 사귀는 솜씨. 붙임성/포용성 따위.
푸접? 남에게 인정/붙임성, 포용성 따위를 가지고 대함. 그런 태도/상대.
5) ‘망라(網羅)’ : ‘물고기/새를 잡는 그물이라는 뜻으로, 널리 받아들여 모두 포함함’.
어제 이 문제의 답으로 영호 군이 ‘어망’을 답했는데, 물고기를 잡는 그물의 의미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널리 받아들여 모두 포함’한다는 뜻은 없다. 그 답을 들으며 내가 미소를 지었는데, 한자 공부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순간이기도 해서다.
‘망(網)’과 ‘라(羅)’는 모두 그물을 뜻한다. 하지만, ‘망(網)’은 그물을 짜듯 엮는 게 주된 뜻이고, ‘라(羅)’는 ‘벌일 라’라고 훈을 붙이는 데서도 엿보이듯 실을 옆으로 넓게 짜서 벌이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능라(綾羅)’는 ‘두꺼운 비단과 얇은 비단’을 뜻하게 되었고, ‘라(羅)’만으로도 비단을 뜻하게 되어 ‘경라[輕羅](가볍고 얇은 비단. 또는 그 비단으로 지은 옷)’, ‘기라[綺羅](1.곱고 아름다운 비단. 또는 그 비단으로 지은 옷. 2.화려한 옷차림. 또는 그 옷차림을 한 사람)’와 같은 말도 쓰이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기라성 같은 이들이 자리를 빛냈다’ 등으로 쓸 때의 이 ‘기라성(綺羅星)’도 본래는 아주 멋진 고급 비단을 걸친 옷 잘 입은 이들이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것을 뜻했는데, 나중에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는 뜻으로, 신분이 높거나 권력이나 명예 따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뜻풀이가 정해지게 되었다. 이러니, 한자 공부를 하지 않고서 어찌 우리말 공부를 제대로, 깊이 할 수 있으랴.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이번에 출제된 ‘저돌적(豬突的)’이라는 한자어에 쓰인 ‘저(猪)’도 돼지를 뜻하는 말이다. 멧돼지의 그 광포하리만큼 성급한 돌진을 생각하면 그 의미가 더욱 또렷해지지 않는가.)
25문제 중 17문제를 풀어본 어제의 답들을 풀이 판에 옮겨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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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
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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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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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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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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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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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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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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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
부 |
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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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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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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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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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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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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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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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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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려 |
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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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 |
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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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 |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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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다 |
불 |
모 |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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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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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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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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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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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
돌 |
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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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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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
용 |
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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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
지 |
덕 |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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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
리 |
바 |
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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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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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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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승 도전 문제 : 90초 이내에 맞춤법/띄어쓰기를 완결하는 문제
- 문제 : 오랜타향살이끝에집으로돌아온형은아버지께돈깨나모은통장을건냈다.
- 출연자의 답 : 오랜 타향 살이 끝에 집으로 돌아온 형은 아버지께 돈깨나 모은 통장을 건넸다.
- 정답 : 오랜 타향살이 끝에 집으로 돌아온 형은 아버지께 돈깨나 모은 통장을 건넸다.
- 풀이 : 앞서 적었듯, 어제의 문제는 지금까지 나왔던 문제 중 가장 평이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까다로운 고급 문제는 전혀 모습조차 보이지 않은. 굳이 까다로운 편인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깨나’가 조사인지 여부를 확실하게 알아야 하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연승 도전에 실패했는데, 지나친 긴장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 ‘타향살이’ : 이 말에 쓰인 ‘-살이’는 접미사다. 그러므로 반드시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내 책자의 해당 부분을 아래에 전재한다. (접미사 종합 정리에 있다.)
-살이 : ‘어떤 일에 종사하거나 어디에 기거하여 사는 생활’의 뜻. ¶세상살이/시골살이/감옥살이/셋방살이/종살이/타향살이/처가살이/겨우살이/세상살이/인생살이/드난살이.
참고로, 이와 같이 명백하게 생산성이 인정된 접미사들의 경우에는 조어법상 어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은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들도 사용할 수 있다. 잘못이 아니다. 예컨대, 위에 제시한 ‘시골살이’의 경우에는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의 명사 표제어로는 올라 있지 않지만, 신어 목록에 등재되어 있으며 조어법상 문제가 없으므로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현재의 언중의 사용 관행 추세로 보아 머지않아 정식 표제어로 등록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서는 사전에 등재된 말들로만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이 있을 수는 있지만, 출제 문제 검증/감수 과정에서 제대로 심의하면 통과되어야 옳다.)
2) ‘-깨나’와 ‘건네다’ : 설명했듯이, ‘-깨나’는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위의 예문에서 ‘건냈다’는 ‘건넸다’의 잘못인데, ‘건내다’는 ‘건네다’의 잘못으로, 우리말에는 ‘건내다’라는 말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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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제되는 문제나 진행 방식, 출연자들을 보면서 이 프로그램 시청에 점점 흥미가 떨어져 가고 있다는 말을 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이러한 문제의 출발점은 실력보다는 복불복으로 치우칠 위험에 실제로 자주 빠지고 있는 3단계의 문제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족이 으뜸인 듯하고, 그 다음은 3연승이라는 도전 방식에 대한 강요된 수긍에 불응하려는 심리적 저항 탓이 아닐까 생각된다. 심지어는 방송국 측에서 달인 배출을 꺼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막된 추측들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달인 배출 기피 운운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여러 번 말했듯 방송국 측에서도 달인이 배출되기를 소망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최소한 두 가지는 있는데, 그중 하나로는 시청률 유지가 있고, 다른 하나는 이곳에서 밝히기가 좀 그렇다. 아무튼, 방송국 측에서도 달인들이 배출되기를 갈망하고 있다고만 알고 있으면 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진행 방식에 대한 개선도 언젠가는 이뤄지리라고 본다. 최근 담당 팀장을 외부에서 수혈해 오기도 했다. 10여 년을 고생한 김현우 씨가 가고 차성욱 님이 왔다. 새 팀장의 멋진 지휘를 기대해 본다. 또한 그동안 제작에 참여해 오던 외부 제작사도 이름이 바뀌었다.
지난주에 예정되었던 녹화가 취소되었다는 말이 들리던데, 그것이 물갈이 인사의 후유증 따위와는 거리가 멀고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 탓이었기를 바라게 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예전의 그 누룽지 같은 인기를 되찾아서 십 년 넘게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유지해온, 은근히 멋진 프로그램이라는 영예를 계속 누리게 되었으면 해서다. 아마,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도 그런 것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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