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독약과 극약 중 어느 것이 더 셀까?
답부터 말하자면, 독약이다. 독약의 독성이 극약보다 더 강하다. 약품은 독성의 많고 적음에 따라, 독약 ->극약 ->보통 약의 순서로 나뉜다. 즉, 극약은 독성 면에서 독약보다 하위에 놓인다.
독약[毒藥, deadly poison]에 대한 사전적 뜻풀이와 전문적 정의를 뒤섞어 보면 이렇다.
독약은 극약보다도 독성이 한층 강하여 극히 적은 양일지라도 사람이나 동물에 섭취 ·흡입 또는 외용(外用)되었을 경우 그 극량(極量. 규정한 최대의 분량)이 치사량에 가깝거나 축적작용이 강하거나 약리작용이 격렬하여 사람 또는 동물에게 해를 줄 수 있는 의약품. 아비소산(亞砒素酸), 염산, 흰인 따위가 있다.
극약[violent toxin, 劇藥]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살펴보면 이렇게 된다.
극약은 독약 다음으로 독성을 지닌 약제로서 독약보다는 약하나 적은 분량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약품으로 산토닌, 카페인, 모르핀, 코카인, 백신류 따위가 있다. 독성 함량의 구별기준은 확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대체로 내복한 경우 체중 1kg에 대한 최소치사량이 20~300mg(사람은 50kg으로 하면 1~15g)의 것을 극약의 기준으로 잡고 있다. 그 밖에 사염화탄소와 같이 중독량과 보통 때의 사용량이 근접한 것, 디기탈리스의 잎 같이 축적작용 때문에 중독 위험성이 있는 것, 모르핀과 같이 관성중독(慣性中毒)이 염려되는 것, 개인적으로 약의 예민도가 다른 것 등도 포함된다.
지정된 주요 극약은 안티피린·페나세틴·산토닌·크레오소트·카페인·아이오딘·코카인·디기탈리스·스트리키닌·프레오마이신·백신류·레세르핀·페놀·구리염·납화합물·염산·질산·황산 등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우리는 흔히 극약이라는 말에 더 놀라곤 한다. 마치 독약보다도 더 지독해서(?) 즉각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약인 것으로 여긴다. 반면 독약은 그저 몸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받아 들여왔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언어의 영향 때문이다. 즉, ‘극약 처방’과 같은 말에서 보이는 극단적인 방법이 지닌 독기(毒氣) 앞에서 주눅이 들거나, ‘극약 처방’이 몰고 올 피해나 해악을 떠올리며 그걸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미리 끔찍해하곤 했던 정신적 고통의 기억 등이 그 말에 서려 있기 때문이다. 즉, 언어의 독성이 한껏 높여져 있는 말이 극약이라는 낱말이다.
우리는 언어적으로(언어가 상징하는 대로) 훈련되거나 심지어 언어 앞에 노출되었을 때야 비로소 우리의 의식이 가동되기 시작할 경우도 많다. 때로는 우리의 의식이 언어적으로 조제되기도 한다.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의식적인 웃음과 눈물을 언어로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이다. 인간은 이처럼 언어적 동물이자 언어적 피조물이다. 극약의 독성이 독약의 그것보다 하위의 것임에도, 독약이라는 말보다는 극약이라는 말에 더 놀라며 의식이 기립하게 되듯이.
그건 어쩌면 독약은 아주 흔하게 지천으로 나돌기 때문에 우리 삶의 어디에서고 쉽게 마주치는 것이어서가 아닐까. 심지어 어떤 이의 삶은 타인들에게 독약만 같은 존재조차 있으니까. 그럼에도 그에게 독약이라는 표지까지 붙이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인간 본성에 내재하는 최선의 관용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참고]
1. 독약과 극약의 표시 : 약사법의 독약과 극약의 표시조항에 의하면, 독약은 용기 또는 포장 주위에 흰 띠를 두른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그 품명과 ‘毒’자를 기재하여야 하며, 극약은 용기 또는 포장에 주위에 붉은 띠를 두른 흰 바탕에 붉은색으로 그 품명과 ‘劇’자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2. 니코틴은 독약? : 니코틴은 그 자체로도 독성이 강한 물질로서, 흡연이 아닌 직접 섭취를 하게 되면 담배 2개에 들어 있는 니코틴의 양으로도 성인 남성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3. '독약/극약'과 ‘독극물’ : 독성과 극성을 지닌 것 중 의약품이 아닌 것을 ‘독극물’이라 한다.
[June 2014]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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