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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대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

[1事1思] 단상(短想)

by 지구촌사람 2014. 6. 1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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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대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

(The dearest thing is the thing closest to you at this moment.)

 

며칠 전 일이다. 후배와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황급히 우산 두 개를 사서 후배를 보내고, 집으로 걸어왔다.

 

왼손에는 두 개의 종이 쇼핑백이 매달리고, 오른손으로는 우산을 받쳐 들었다.

쇼핑백에는 두 후배가 준 6권의 책과 내가 산 책 한 권, 그리고 그날의

병원 나들이에서 받아온 것들이 담겨 있었다.

 

집까지의 거리는 1.5킬로 정도. 비는 쏟아붓다시피 억수로 내렸고,

작은 우산으로는 무릎 아래를 때리는 비가 가려지지 않았다.

쇼핑백 손잡이 고리 부분이 비에 젖기 시작했다.

 

집이 보이기 시작할 때 고리 하나가 툭 끊어졌다.

백을 끌어올려 가슴에 안았다. 한 손으로 쇼핑백 두 개를.

안으며 보니, 쇼핑백 아래쪽도 이미 물기를 머금고 있다.

밑이 터질까 조마조마했다. 그럼 책들이 다 젖는데...

 

아파트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눈썹차양 밑에 들어서서

마른 바닥에 쇼핑백을 내려놓자 내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길게 나왔다. 1분쯤 이어지는...

 

오는 동안 내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젖는 새 신발이나 바지, 비오는 날엔 1.5킬로도 먼 길이라든지,

급히 산 우산이 좀 작다든지, 국지성 폭우는 왜 하필

그날 그 시각에 급습해 왔는지... 따위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종이 쇼핑백에 든 책들을 무사히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그 생각 하나만 들었다. 거기에 꿰였고, 온 마음으로 매달렸다.

그 순간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가슴에 꼭 부둥켜안고 있던 것들이었다.

 

책들이라서 소중했던 것이라기보다

내가 그 순간 내 가슴에 껴안고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소중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대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눈앞의 풀 한 포기든, 풍경이든, 시간이든, 사랑하는 이건.

(The dearest thing is the thing closest to you at this moment, whatsoever,

even if it were a blade of grass, scene, time, or beloved one.)

  [June 2014]

                                                                                 -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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