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회(2014.6.9.)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2)
-‘신사임당’ 정혜숙 님의 연승을 축하합니다!
3) 띄어쓰기
○ 출제된 문제들 :
- 그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o)/아무 것도(x) 없었다.
- 한날 한시에(x)/한날한시에(o) 태어난 쌍둥이다.
- 괜히 나에게 화풀이하지 마(o)/화풀이 하지마(x).
- 결혼 10년차에(x)/10년 차에(o) 집을 장만했다.
문제 유형은 ‘아무것/한날한시/화풀이하다’ 등의 복합어 문제가 세 개나 되었고, 의존명사(‘차’) 문제가 하나였다.
(늘 말하지만 띄어쓰기에서 가장 까다롭고 고급한 부분이 바로 이 복합어다. 특히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과 다른 사전으로 공부하신 분들은 이 복합어 부분에서 크게 낭패를 보기 십상이니, 사전부터 얼른 바꾸시기 바란다. 구체적으로 거명하기가 곤란하여,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들도 자신들의 편찬 기준을 고집해 오고 있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만 말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제목의 국어사전조차 그 표제어 선정 기준이 서로 다른 것도 적지 않다. 머리말이나 일러두기를 읽어보고서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 기준을 따랐다는 말이 명기된 사전만을 선택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기가 당사자에게는 대단히 송구스러운 일이지만, 어제 한 분은 1단계에서 0점으로 출발하셨다. 근래에 아주 드문 일인데다 더구나 그분은 문예창작과에서 글쓰기 훈련을 하시는 분이었다. 그분에게는 이런 내 염려가 기우이기를 바라면서 글쓰기와 우리말 공부에 관해, 몇 자 보태기로 한다.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하시는 분들 중 꽤 많은 분들이 글쓰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이기도 하다.)
글쓰기 훈련은 처음에 광범한 독서로 시작하여 우리말 공부와 (자연을 포함한) 세상사 공부, 인생 관찰과 성찰을 거친 뒤 사람 껴안기로,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메모를 통해 정리하는 버릇을 들인 뒤 다시 깊은 독서로의 순환으로 이뤄져야 한다. 순서나 내역에 차이는 있지만, 위대한 작가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이 그것이기도 하다(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양수의 삼다(三多) -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 - 역시 비슷한 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멋 부리기 표현 베끼기부터 눈독을 들이곤 한다. 그건 작가는커녕 필경사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길이다.
한마디로, 맞춤법에 어긋나는 말들을 예사로 써대고(그게 잘못된 말인 줄도 모른 채) 띄어쓰기조차 제대로 못하거나 관심조차 하지 않는 작가는 그저 무식쟁이거나 게으름뱅이, 또는 겁 없는 철딱서니에 머물면서 내내 옹알이 글이나 끄적이게 된다. 작가는 이 세상에서 몸수고로 살아가야 하는 가장 후진 수공업자 중의 하나다. 글자 하나하나를 모두 수공으로 끼워 넣어야 하는 것만으로도.
올해 안에 상재될 내 책자 중 하나는 시 감상과 더불어 ‘시적 허용/자유’라는 피난처를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는 시인들의 잘못된(무식한?) 어법들을 담게 된다.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만 그 자유를 행사함으로써 시의 심상을 한 급 올리는 데에 쓰라고 있는 그 ‘제한된 허용(자유)’을 그 본래 뜻도 모르면서 마구잡이로 남발하는 시인들이 우리나라에는 유독 꽤 많다.
그처럼 우선 겉물로만 더 시인 노릇을 하려는 이들을 죄다 담으려면 한두 권의 책자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기에, 그중에서도 고교 교과서 16종에 실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람들을 다뤘다. 그중 몇몇은 못된 버릇이 더 오래 간다는 말에 어울릴 정도로, 유난하다. 반면, 우리말을 깊이 천착하고 목숨을 버릴 정도로 치열하게 시를 쓴 시인들일수록 그 작품 속에는 어법에 어긋나는 말들이 극히 드물다. 김수영 시인 같은 이들처럼.
군말이 길었다. 원위치!
- 아무것도(o)/아무 것도(x) 관련
이것은 <우리말 공부 사랑방>에서 관형사를 다루면서 언급했던 낱말. 아래에 전재하는 내 맞춤법 책자에서 특별히 [주의] 항목으로 다뤘을 정도로, ‘아무’는 ‘아무개/아무거/아무것/아무짝(방면)/아무아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형사로만 쓰인다. 즉, 한 낱말의 복합어로는 이 말들뿐이다. 이와 비슷한 ‘어느것’(x)의 경우는 ‘어느 것’(o). ‘어떤것’(x)/‘어떤 것’(o)과 같이 이때의 ‘어느/어떤’을 관형사로 본다. ‘아무거’는 ‘아무것’의 구어체 낱말.
◈♣관형사(이/그/저/아무)+의존명사(분/쪽/편)가 한 낱말로 굳어진 말들
[예제] 이 분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 이분의 잘못. <=한 낱말.
저 쪽으로 멀찍이 놓게 : 저쪽의 잘못. <=한 낱말.
①(인칭)대명사화 : 이분/그분/저분; 이이/그이/저이; 이것[거]/그것[거]/저것[거]
②방향명사화 : 이쪽/그쪽/저쪽, 양쪽(≒두 쪽). <=‘이짝/저짝/그짝’은 없음. ‘양짝’도 있으나 ‘두 짝’의 의미이며 ‘양쪽 다’의 의미는 아님.
③편짝 : 이편/그편/저편. 양편, 양편짝(≒양편쪽. 서로 상대가 되는 두 편짝).
④[주의] ‘아무’는 ‘아무개/아무거/아무것/아무짝(방면)/아무아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형사로만 쓰임. 즉, 한 낱말의 복합어로는 이 말들뿐임. 이와 비슷한 ‘어느것’(x)의 경우는 ‘어느 것’(o). ‘어떤것’(x)/‘어떤 것’(o)과 같이 이때의 ‘어느/어떤’을 관형사로 봄.
- 한날 한시에(x)/한날한시에(o) 관련
내 맞춤법 책자에서 설명했듯이, 접두사 ‘한-’이 ‘같은’의 뜻일 때는 붙여 적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 셋은 태어나기도 한 날 한 시에 태어나서 세 쌍동이 같다 : 한날한시, 세쌍둥이의 잘못.
[설명] ① ‘한날한시’(같은 날 같은 시각)와 같이 ‘한-’이 ‘같은’의 뜻일 때는 붙여 적는다고 생각하면 쉬움. ②‘세쌍둥이≒삼생아(三生兒)’. ‘쌍둥’은 당초 ‘쌍동(雙童)’이었으나 그 뒤에 그런 사람을 뜻하는 ‘-이’가 붙으면서 ‘쌍둥이’로 보편화되고 ‘동이(童-)’에 특별한 의미가 사라지면서, ‘-둥이’로 굳어졌음. 즉, ‘쌍동’만으로도 통하던 한자어에 ‘-이’가 붙으면서 ‘-둥이’로 바뀐 것. 따라서, ‘쌍동’의 의미가 살아있는 말들은 여전히 ‘쌍동’으로 표기함. <예>쌍동밤/쌍동딸≒쌍생녀[雙生女]/쌍동바람꽃/쌍동배≒쌍동선.
쌍동배[雙胴-]≒쌍동선[雙胴船]? 두 개의 선체를 갑판 위에서 결합한 배.
이 ‘한-’이 접두사로 쓰인 복합어들은 엄청 많다. 양이 많아서 이곳에 전재하지 못할 정도로. 내 맞춤법 책자에는 ◈♣‘한’(접두사)이 붙은 주요 낱말들이라는 제목으로 들어가 있는데, 그 일부만 아래에 전재한다.
◈♣‘한’(접두사)이 붙은 주요 낱말들 : 한 낱말이므로 당연히 붙여 씀
○한-? ①‘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②‘정확한’ ‘한창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③‘같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한-? ①‘바깥’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②‘끼니때 밖’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이때는 ‘한’을 {한ː}으로 길게 발음함. (예)한데{한ː데}, 한저녁{한ː저녁}
[중략]
한날? 같은 날. ¶한날한시?
- 화풀이하지 마(o)/화풀이 하지마(x) 관련
맨 위에서 ‘화풀이하다’를 복합어라고 했다. 이유는 화풀이라는 명사에 ‘-하다’라는 접미사가 붙어 동사로 전성된 복합어이기 때문이다. 즉, 전성동사다.
이때의 ‘-하다’는 명사나 어근 등에 붙어 동사/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내 책자에서 해당 부분 설명을 전재한다.
-하다? 동사/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공부하다/생각하다/밥하다/사랑하다/절하다/빨래하다; 순수하다/정직하다/진실하다/행복하다; 덜컹덜컹하다/반짝반짝하다/소곤소곤하다; 돌연하다/빨리하다; 따뜻하다/뻔하다. ☜[주의]형용사 뒤에서 ‘-어하다’ 구성으로 동사를 만들 때의 ‘하다’는 보조용언인데, 구성이므로 한 낱말로 붙여 적음. (예) ‘아파하다, 두려워하다, 불쌍해하다’
◈엉뚱한 데에 화풀이 하지 마 : 화풀이하지의 잘못. <-화풀이하다[원]
화 내지 말고 좀 차분하게 말해 봐 : 화내지의 잘못. <-화내다[원]
화풀이하다[火-]?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다. ‘화난 감정을 푼다’에서 나온 말.
성질부리다[性質-]? 분노/불만 따위를 이기지 못하고 몹시 화를 내다. [참고] ‘화나다/화내다’? : 모두 한 낱말.
- 결혼 10년차에(x)/10년 차에(o) 관련
‘차’는 예전에 접사로 다룬 적이 있다(479회 및 497회). 그때 ‘차’는 ‘목적’을 뜻할 때는 접미사지만, 의존명사로도 중요하게 쓰인다고 적으면서, 아래의 설명을 전재한 적이 있다. 위의 예문에서 ‘차’는 ‘번/차례’를 뜻하는 의존명사로 쓰였으므로 띄어 적어야 한다.
차1? ①기회/순간. ¶마침 놀던 차에; 고향에 갔던 차에 선을 봤다; 나가 보려던 차에. ②번/차례. [원칙] ¶제2 차 세계 대전; 제2 차 대한고등학교 동창회 =>[허용] ¶제2차 세계대전[제2차세계대전]; 제2차 대한고등학교 동창회 <=‘제2차세계대전’은 전문어이므로, 전체를 붙여 쓸 수도 있음. ③수학의 방정식 차수. ¶삼 차 방정식. [참고] 이와 달리 ‘차’를 ‘차례/번’을 뜻하는 접미사로 보는 경우도 있음[연세한국어사전]. 아래의 경우 등에서는 접미사로 보는 것이 일응 타당해 보이며, 특히 수학의 방정식 차수와 같은 경우는 더욱 그러함. ¶제일차; 삼차 방정식.
[주의] 횟수(回數)의 차례를 나타낼 때에는 ‘차’가 의존명사이므로 반드시 앞말과 띄어 적어야 함. <예>‘3회차/4회차’(x); ‘3회 차/4회 차’(o). 주(週)의 차례를 나타낼 때도 마찬가지임. <예>‘2주차/3주 차’(x); ‘2주 차/3주 차’(o).
[참고] 한글맞춤법 제43항 단서 :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예>제일과; 삼학년; 육층.
차? ‘목적’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연수차 미국으로; 연구차; 인사차; 지방 순회차.
4) 표준 발음 문제
○출제된 문제 :
- 깃갈이 : {긷가리}(x)/{긷까리}(o)
- 띄어쓰기 : {뛰어쓰기}(x)/{띠어쓰기}(o)
- 건수(件數) : {껀수}(x)/{건쑤}(o)
- 교과서 : {교꽈서}(x)/{교과서}(o) <=올바른 발음은 {교ː과서}*
*깃갈이[명] 날짐승의 묵은 깃이 빠지고 새 깃이 나는 일.
어제 생뚱맞게 표준 발음 문제가 나왔다. 출연자들에게는 미리 알려주었는지 몰라도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을 듯하다. 각종 예심에 합격하여 출연 날짜를 고대하는 이들은 특히나. 한편, 10여 년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대한 이들에겐 어쩌면 향수를 불러 일으켰을지도 모르겠다.
이 표준 발음 문제 역시 만만찮다. 외울 것은 외우면서 좀 공부해 두어야 실수하지 않는 분야인데, 한번 공부해 두면 사실 실생활에서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앞서 간단히 적었지만, 표준 발음은 표준발음법 제4장에서 9개 항목에 걸쳐 다룬 ‘받침 관련 발음’이 가장 비중이 높다고 해야 한다. 이 부분은 분량이 적지 않아 이곳에 전재하기가 적절하지 않으므로 따로 <우리말 공부 사랑방>에서 다루기로 한다.
장음 발음을 살려야 할 것은 살려서 발음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어제 나온 {교꽈서}(x)/{교과서}(o)가 그 같은 경우인데, 실제의 정확한 발음은 {교ː과서}지만 그렇게 표기하면 답을 알려주는 셈도 되기 때문에 출제의 편의를 위해 장음표기를 생략하고 적은 듯하다.
‘띄어쓰기’에서 ‘띄’의 표준 발음을 묻는 문제가 이채로웠다. 왜냐하면 우리말에서 ‘ㅢ’모음이 들어간 발음은 허용된 것만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내 맞춤법 책자에 재미있는 사례 하나를 실어 놓은 게 있는데, 아래에 전재한다. 재미로들 살펴보시기 바란다.
◈♣표준 발음법에 의하여 ‘민주주의의 의의’를 발음하면? [발음 문제]
[설명] ①표준 발음법 제5항 : 'ㅑ ㅒ ㅕ ㅖ ㅘ ㅙ ㅛ ㅝ ㅞ ㅠ ㅢ'는 이중 모음으로 발음한다. 다만 낱말의 첫음절 이외의 '의'는 [ㅣ]로, 격조사 '의'는 [ㅔ]로 발음함도 허용한다. ②즉, 이 규정에 따르면 ‘주의’는 {주의/주이}로, ‘협의’는 {혀븨/혀비}로, ‘우리의’는 {우리의/우리에}로, ‘강의의’는 {강ː의의/강ː이에}로 발음할 수 있음. 따라서, ‘민주주의의 의의’는 {민주주의의 의ː의}로 ‘의’를 이중 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나머지 다음 발음들도 모두 허용함. 즉, {민주주의의 의ː이, 민주주이에 의ː의, 민주주이에 의ː이, 민주주이의 의ː의, 민주주이의 의ː이, 민주주의에 의ː의, 민주주의에 의ː이} 모두 가능함.
[정리] ①자음이 앞에 올 경우 ‘ㅢ’는 ‘ㅣ’로 발음. <예> ‘유희/무늬’ : {유히}/{무니}’(o); ‘{유희}/{무늬}’(x). ②어두에 오는 ‘의’는 모두 {의-}. <예> 의미{의미}(o)/{이미}(x). =>‘의남매/의무/의붓아버지/의식/의지/의회’ 등 모두 {의-}. ③중간이나 끝에 오는 ‘의’는 {의} 외에 {이}도 허용. <예> 논의{논의}(o)/{논이}(o) =>‘심의/주의/협의체/회의’ 등. ④소유격 조사 ‘의’는 {의} 외에 {-에}도 허용. <예> ‘우리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 {우리의/우리에}(o). ⑤‘하늬바람’과 ‘늴리리’의 올바른 발음은? : {하니바람} {닐리리}
4. 2단계 우리말 가리사니 : 개인전 3문제, 단체전 3문제. 최대 총 750점.
단, 다른 사람이 틀린 문제를 맞히면 50점 추가.
-개인전 1 :
곤충->(ㅁ)(ㄷ)(ㅂ)(ㄹ) -> 무당벌레; 코 ->(ㅈ)(ㅊ)(ㄱ) ->재채기;
무서움 ->(ㅈ)(ㅈ)(ㄹ) ->x, 진저리; 보관 ->(ㄴ)(ㅈ)(ㄱ) ->x, 냉장고
단체전 1 도움말 : 무당벌레/재채기/진저리/냉장고
문제 : 다함이 없이 굉장히 많음. =>(답)무진장(無盡藏) (정답자 4인)
-개인전 2 :
조개 ->(ㄱ)(ㄹ)(ㅂ) ->가리비; 닭 ->(ㅇ)(ㄱ)(ㅈ) ->양계장;
파도 ->(ㅂ)(ㅍ)(ㅈ) ->x, 방파제; 구경 ->(ㅂ)(ㄱ)(ㄹ) ->볼거리
단체전 2 도움말 : 가리비/양계장/방파제/볼거리
문제 : 양 볼에 음식을 가득 넣어 욕심껏 탐내어 먹는 일. =>(답)양볼제비 (정답자 1인)
-개인전 3 :
껍질 ->(ㅋ)(ㄲ)(ㅈ) ->x, 콩깍지; 취미 ->(ㄷ)(ㅎ)(ㅎ) ->x, 동호회;
바느질 ->(ㅈ)(ㅂ)(ㅌ) ->x, 재봉틀; 품질 ->(ㅂ)(ㄹ)(ㅍ) ->x, 불량품
단체전 3 도움말 : 콩깍지/동호회/재봉틀/불량품
문제 : 한 집안/나라를 떠받치는 중대한 일을 맡을 만한 인재. =>(답)동량지재(棟梁之材) (정답자 1명)
앞서 적었듯, 남성 작가들도 참여하는 홀수 회인지라 한자어가 사용된 문제가 많았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단체전의 답 ‘무진장/동량지재’도 그 좋은 예. ‘무진장’에서는 네 사람 모두 200점에 도전하여 정답을 적었고, 두 번째의 답 ‘양볼제비’는 끝까지 지켜보던 혜숙 님 홀로 정답을 맞혔는가 하면 ‘동량지재’에서는 선홍 님 홀로 정답을 적었다. (‘양볼제비’를 대하고, 혹시나 싶어서 내 사전을 점검했더니 표제어에서 누락되어 있었다.)
개인전 3에서는 약간의 이변이 일어났는데, 자신의 차례에서는 정답을 맞히지 못했고 다른 사람이(송현 님과 영주 님) 그 답을 맞히곤 했다. 차례가 된 분들이 즉답하기에는 시간의 압박이 자심했던 탓.
2단계를 마쳤을 때 출연자들의 점수는 각각 650/850/600/400점. 놀랍게도 중국 동포이신 선홍 님이 2단계에서 자그마치 550점이나 얻으셨다. 얼마나 노력하셨을지 너끈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5. 3단계 십자말풀이
전회에 이어 이번에도 아주 무난하고 평이한 말들이 출제되었다. 생뚱맞은 ‘발간적복(發奸摘伏. 숨겨져 있는 정당하지 못한 일을 밝혀냄)’ 하나를 제외하고는.
고급어로는 ‘밭사돈’과 ‘뚝별씨’가 신출 낱말이었고, 그 밖의 ‘단대목/건입맛/꼽사리/발거리’ 등은 기출 낱말.
쓰기 문제로 나온 ‘꼽사리/지렛대/겹경사/밭사돈’은 올바른 접미사 표기(‘꼽사리’), 사이시옷 표기(‘지렛대’), 어근 살려 적기(‘밭사돈’의 ‘밭’) 등의 실력을 알아보려는 의도가 담긴 좋은 문제들이었다. ‘겹경사’의 경우, 답과 표준발음까지 적으라는 요구가 특이했다.
참, 진행자가 ‘꼽사리’를 설명하면서 ‘꼽’은 ‘배꼽’에서 온 말이라고 한 듯한데, 내가 잘못 들었기를 바라고 싶다. 잘못이다. 이 ‘꼽’은 배꼽과는 무관한 말이며, ‘눈곱/때꼽’ 등에서 보이는 ‘곱(부스럼이나 헌데에 끼는 고름 모양의 물질)’으로서 본래는 기름을 뜻하는 말이었다(‘곱창’도 여기서 나온 말). 거기서 나아가 ‘작은 때, 하찮은 것’ 등을 지칭하게 되었다.
즉, ‘꼽사리’는 그러한 작은 때처럼 얹혀서(끼어서) 살아가는 것을 뜻하는 ‘곱+살이’를 유추하며 만든 말로 처음에는 1960년대에 학생들 사이에서 은어처럼 쓰이던 말이다. 그러다가 속어의 지위를 얻게 되면서, 본래의 뜻과 멀어진데다 접미사가 ‘-이/음’ 이외의 것은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 ‘꼽사리’로 적게 되었다. ‘꼽사리’의 ‘꼽’이 ‘배꼽’에서 왔다는 설명은 아무런 전거도 없는 주장으로 국립국어원 자료 어디에도 그런 어원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몇 가지 낱말들을 돌아보기로 한다.
우선, 쓰기 문제로 나온 ‘밭사돈’에서 ‘밭’은 ‘바깥’이 줄어든 말인데 어원을 드러내기 위해 받침을 ‘ㅌ’으로 표기한 것이다. 관련 설명을 내 사전과 맞춤법 책자에서 전재한다.
밭쪽? ≒바깥쪽. ¶밭벽, 밭사돈, 밭어버이, 밭번지기?
밭번지기? 씨름에서, 왼쪽 다리를 상대편 앞으로 내어 디디고 힘 있게 몸을 가누는 방어 기술.
◈밖쪽을 보면 새 차가 하나 있을 걸 : 밭쪽 (혹은 바깥쪽)의 잘못.
밖사돈/밧사돈끼리 한잔 합시다 : 밭사돈, 한잔합시다의 잘못. <-한잔하다[원]
[설명] ①‘밭쪽’에서의 ‘밭’은 ‘바깥’이 줄어든 꼴로서 준 뒤에도 그 어원과의 연관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받침을 ‘ㅌ’으로 표기하는 것. <예>‘밭다리/밭벽/밭부모/밭사돈/밭상제/밭어버이’ 등. ②‘밖사돈’ 대신 ‘바깥사돈’으로 표기하면 올바름.
밭쪽? ≒바깥쪽(바깥으로 향하는 쪽).
나머지는 내 사전의 관련어 설명을 전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건입맛*?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주 적은 양으로 조금만 먹는 일.
입가심*? ①입 안을 개운하게 가시어 냄. ②더 중요한 일에 앞서 가볍고 산뜻하게 할 수 있는 일의 비유.
입씻이? ②≒입가심(입 안을 개운하게 가시어 냄).
입요기[-療飢]? 입가심이나 할 만큼의 간단한 요기.
볼가심*? ①물 따위를 머금어 볼의 안을 깨끗이 씻음. ②아주 적은 양의 음식으로 시장기/궁금함을 면하는 일.
설요기? 간단하게 겨우 시장기를 면하는 것.
곁다리*? ①부수적인 것. ②당사자가 아닌 주변의 사람.
안줏거리*[按酒-]? 어떤 일에 곁다리로 따라붙는 일.
꼽사리? 남이 노는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 <=곱+살이
들러리*? 어떤 일을 할 때 일의 주체가 아닌 곁따르는 노릇/사람의 비유.
곁묻다? 다른 것에 곁다리로 껴묻다.
곁다리(를) 끼다 ?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곁에서 참견하여 말하다.
곁다리(를) 들다 ?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참견하여 말하다.
장꾼은 하나인데 풍각쟁이는 열둘이라 ? 정작 중요한 사람보다도 곁다리/구경꾼이 더 많다는 말.
꼽사리*? 남이 노는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 ¶꼽사리꾼? ☞‘꼽살이’는 ‘꼽사리’의 잘못. [원칙] ‘-이’, ‘-음’ 이외의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은 그 원형을 밝혀 적지 않음.
뚝별씨? 걸핏하면 불뚝불뚝 성을 잘 내는 성질. 그런 사람.
뚝별나다? 아무 일에나 불뚝불뚝 화를 내는 별난 성질이 있다. ¶그는 성질이 워낙 뚝별나서 농담조차 걸기 힘들다.
풀이 판에 어제의 답들을 넣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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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
3 간 |
. 적 |
. 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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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
9 기 |
.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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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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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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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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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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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꼽 |
. 사 |
. 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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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
. 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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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 |
7 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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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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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 |
11 배 |
. 기 |
. 보 |
.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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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
. 맛 |
.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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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 |
.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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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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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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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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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 |
13 동 |
. 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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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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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겹 |
. 경 |
.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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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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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
. 주 |
17 머 |
. 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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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 |
15 렛 |
. 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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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서도 십자말풀이에서는 혜숙 님이 거의 휩쓸다시피 하셨다. 20문제 중 12개를 성공하셨고, 한 문제(‘첫술’)에서 감점이 있었다. 감점을 감안해도 지난 회보다 50점이 더 높은 1150점을 얻어 연승에 성공하셨다. 바지런히 쫓아온 선홍 님의 실력도 빼어났지만, 1800점 대 1250점의 차이만큼 격차가 드러났다. 특히 고급 낱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서 혜숙 님은 놀라운 실력을 보여 주셨다. 되살아난 순발력도 빛났고.
선홍 님의 다음 번 도전을 기대하고 싶다. 아울러 혜숙 님의 공부가 아름다운 결실로 더욱 빛나게 되기를 빌고 싶다. 앞으로도 죽.
오늘도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고 계신 분들에게도 똑같은 영광이 함께하기를 축원한다. [끝]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2) : 520회(2014.6.16.) (0) | 2014.0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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