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회(2014.6.16.)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1. 무대를 빛낸 분들
정혜숙 (65. ‘신사임당’. ‘13년 대전 지역 예심 합격자. 2연승 후 달인 도전자)
고00 (33. 초등 영어 교사. ‘13년 서울 지역 예심 합격자. 예심 10회 이상 참가. 우리말 공부가 취미) =>우승
김경우 (43. 회사원. ‘13년 대전 지역 예심 합격자. 맞춤법에 자신 있는, 경우 바른 이)
안은진 (44. ‘13년 부산 지역 예심 합격자. ‘나라 사랑 3대 자격증은 한국사/한자/한국어 능력시험 자격증!’)
이번 회를 시청하면서 마음이 좀 착잡했다. 달인 등극이 또다시 무산된 것과, 새로운 실력자의 등장이 겹쳐진 것만은 아닌 것이 이 프로그램이 뭔가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절실해져서라고 해야 정확할 듯하다.
긴 얘기 대신 한 가지만 하고 싶다. 작년에 미국을 대표하는 퀴즈 프로그램인 ‘Wheel of Fortune’과 ‘Jeopardy’가 각각 방송 31주년과 30주년을 맞았다. 독립사에서 제작하여 납품하는 프로그램인데, 전 세계로 방송 포맷이 수출되기도 하고(Wheel...의 경우는 54개국), 영어권 국가에는 작품이 그대로 수출되어 방영되기도 한다(Jeopardy). 그중 Jeopardy의 진행자 알렉스 트레벡은 32년 동안이나 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질의 호악을 떠나 시청률에 목을 매고 지내는지라 장수하기 힘든 우리나라에서, 10여 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드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도리어 그처럼 중요한 시청률을 어설픈 개악으로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근한 예로 시청률이 3~4%대로 떨어지자 폐지된 <퀴즈 대한민국>에서 몸부림 삼아 채택한 연승제 따위를 단견으로 채택하고, 버저 빨리 누르기 따위의 연예 오락용 소품(?)을 채택하여 이 프로그램을 오락 프로그램류로 변질시키는 바람에 지금까지 충성(?)해 온 고정 시청자들까지 외면하게 만든 것들이 그것이다.
위에 예를 든 해외 장수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주요 기본 골격을 손상시키지 않고 일관성을 지켜 왔다는 점이다. 진정한 실력자를 가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사소한 내용들은 변경하기도 했지만, 홀로 사회자와 일대일로 겨룬다거나, 연승제가 아닌 단승제를 뼈대로 한다든가 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아주 특별한 이벤트성 1회용 기획이 아닌 한은. 즉, 기본 포맷에 변화가 없기에 참여자나 시청자 모두가 그런 기본 틀에 담긴 일관성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 덕분에 그 프로그램은 장수하며 각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대신 그들은 문제 출제의 품질(?) 유지와 향상에 더욱 노력한다.
즉, 제작진은 그 방송의 고객인 출연자와 고객들의 그러한 생각 -기본 틀 유지와 문제의 내용/수준의 일관성 유지 -을 정확히 읽고 제작하기 때문에 그토록 오래된 낡은(?) 프로그램이 요즘도 30일 기준 ‘주간 에미상’과 ‘피바디상’도 받고 <올해의 멋진 게임 쇼> 2위로 선정되기도 하는 것(2006년)이다.
남의 나라, 그것도 대국에서 큰돈을 걸고 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칭찬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그 나라의 제작진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곧 일관성 유지와 시청자 배려를 우리나라에서도 배우고 실천했으면 해서다. 좋은 프로그램은 시청률 걱정을 하지 않아도 올라가거나 기본은 유지된다.
지난 10여 년 동안 평균 두 자릿수에 근접하는 좋은 기록을 유지해온 이 프로그램이 올 들어 7~8%대를 기록하면서, 주간 순위 30위 근방으로 쳐지게 된 이유. 그것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시청률에 더 신경을 써서다. 설령 그 작전이 성공한다 쳐도 단기간의 반짝 시청률이 도리어 독이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바로 지금 그렇지 아니한가? 시청 소감 게시판을 보니 어느 시청자는 버저 빨리 누르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곤 한다고까지 적고 있었다. 진득하게 우리말 실력을 겨뤄야 할 곳이 무슨 순발력 시험장이냐면서.
3연승제를 도입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뭐든 3판승제이지 않느냐는 농담조의 말 한마디로 그처럼 중대한 사안을 손쉽게 결정하고 뒤집는 일이 생겨서도 안 되지만, 제작팀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고객)이 출연자와 시청자들이라는 걸 항상 명심했으면 좋겠다.
2. 이것저것
○ 출제 관련 :
-출제의 일관성 결여 : 지지난 회(518회)에는 출제에서 외래어가 사라지고 맞춤법 문제가 연거푸 두 개 나오더니, 홀수 회인 지난 회에는 발음 문제가 나왔다. 그러더니 이번엔 다시 518회처럼 발음 문제 대신 맞춤법 문제가 연거푸 나왔다. 문제 횟수의 짝수 홀수에 따라 문제 형식이 달라지는 이런 일관성이 없는 태도. 그러니, 시청자들이 손가락질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누구 장단에 맞춰 춤을 추라는 말인가.
전에 지적했던 괴상망측한 한자어 ‘옥오지애(屋烏之愛)/지두서(指頭書)’(513회)와 지난 회의 ‘발간적복(發奸摘伏)’과 같은 문제는 홀수 회에서 나온다. 짝수 회에는 그처럼 애 먹이는 한자어 문제가 없다. 짝수 회에서는 난도를 높여 출제해야 할 경우에도 고유어 쪽에서 고른다. 한편 지난 주말 시행된 창원에서의 지역 예심 합격자들은 홀수 회에 출연하게 될 거라는 공지를 예심장에서 받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홀수 회와 짝수 회 중에 어디에 출연하게 되는지 잘 모르는 합격자들은 어디에 기준을 두고 준비해야 한단 말인가. 표준 발음도 공부하고 먼지 쓸 정도로 드물게 쓰이는 한자어까지도 몽땅 다 하면 될 거 아니냐고? 다시 말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은 출연자와 시청자들, 나아가 시청료를 내는 국민들이다.
출연하는 횟수의 짝수 홀수 여부에 따라 문제의 내용까지도 이처럼 달라지는 말도 안 되는 관리 방식은 하루빨리, 즉시, 개선되어야 한다. 겨우 이 정도의 문제 출제를 위해 제작사를 두 개씩이나 둔다는 것도 시청료 낭비다. 차라리 제작사를 하나로 단일화하되 보수를 높여 질 좋은 방송 작가들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도록 하는 편이 현명한 ‘갑(甲)’이 나아갈 방향 아니겠는가. 한때, 방송 다시 보기가 안 되었던 것도 혹시나 제작사 증편 과정에서 납품분에 저작권이 포함되지 않았거나 해서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출제 수준 : 무난한 편이었다. 짝수 회였던 덕에 위에서 지적한, 이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한자 성어 문제도 나오지 않았다. 고난도 낱말이 나오기 마련인 십자말풀이에서도 새로 선을 보인 말들은 ‘난뎃사람/흐리멍덩하다/빚물이/대매’ 정도였다.
또 하나, 어제 반가운 현상이 있었다. 십자말풀이에서 쓰기 문제가 다섯 문제로 늘어났다. 지금 일부 사람들 중에서는 버저 빨리 누르기를 아예 폐지하지 않을 바에야 쓰기 문제를 총 20문제 중 10문제로 그 비중을 높여서 참 실력자 선정에도 도움이 되고, 나아가 올바른 글쓰기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도 부합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주장에 귀를 기울인 듯하여 반갑기 그지없다. 짝수 회 제작팀의 성가.
3. 1단계 바른 말 고르기 : 최대 400점
정혜숙 : 300점. 맞춤법2에서 실수.
[맞춤법1] 그녀는 선생님에게 노래를 사사했다(o)/사사받았다(x).
[맞춤법2] 동생을 바라보는 주위의 눈쌀(x)/눈살(o)이 따가웠다.
[고유어] 매우 바쁘거나 급해서 몹시 서두르며 걷는 걸음. ->진둥걸음(o)/가재걸음(x)
[띄어쓰기] 이틀을 굶은터에(x)/굶은 터에(o) 찬밥 더운밥 가릴 리 없다.
고00 : 400점. 만점
[맞춤법1] 누나는 세계 기록을 갱신(x)/경신(o)한 양궁 선수다.
[맞춤법2] 아기가 콧망울(x)/콧방울(o)을 벌름거리며 웃었다.
[고유어]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이나 품성. ->별품(x)/늘품(o)
[띄어쓰기] 높이 올라 갈수록(x)/올라갈수록(o) 기온은 떨어진다.
김경우 : 200점. 고유어와 띄어쓰기에서 실수
[맞춤법1] 언니는 형부의 덮수룩한(x)/더부룩한(o) 수염을 싫어했다.
[맞춤법2] 오빠는 퇴근 후 으레(o)/의례(x) 동료와 술 한잔을 했다.
[고유어] 우연하게 일/물건이 딱 들어맞음. ->마침장식(x)/마침가락(o)
[띄어쓰기] 새벽 동이 트는 대로(o)/트는대로(x) 떠날 예정이다.
안은진 : 300점. 띄어쓰기에서 실수
[맞춤법1] 칭찬 받은 게 좋아서 야단법썩(x)/야단법석(o)을 떨었다.
[맞춤법2] 사과던지(x)/사과든지(o) 배던지(x)/배든지(o) 다 좋아한다.
[고유어] 허풍을 치며 떠벌리는 큰소리. ->헛장(o)/헛살(x)
[띄어쓰기] 서류를 검토한바(o)/검토한 바(x) 빠뜨린 부분이 발견되었다.
1) 맞춤법 부분을 살펴보자.
○출제된 문제
- 그녀는 선생님에게 노래를 사사했다(o)/사사받았다(x).
- 동생을 바라보는 주위의 눈쌀(x)/눈살(o)이 따가웠다.
- 누나는 세계 기록을 갱신(x)/경신(o)한 양궁 선수다.
- 아기가 콧망울(x)/콧방울(o)을 벌름거리며 웃었다.
- 언니는 형부의 덮수룩한(x)/더부룩한(o) 수염을 싫어했다.
- 오빠는 퇴근 후 으레(o)/의례(x) 동료와 술 한잔을 했다.
- 칭찬 받은 게 좋아서 야단법썩(x)/야단법석(o)을 떨었다.
- 사과던지(x)/사과든지(o) 배던지(x)/배든지(o) 다 좋아한다.
문제를 유형별로 보면, 정확한 명사 표기 고르기[눈쌀(x)/눈살(o), 콧망울(x)/콧방울(o), 야단법썩(x)/야단법석(o)], 한자어의 올바른 활용 구분[갱신(x)/경신(o)], 정확한 동사 뜻 구분 문제[사사했다(o)/사사받았다(x)], 올바른 형용사와 부사의 표기[덮수룩한(x)/더부룩한(o); 으레(o)/의례(x)], 조사의 올바른 쓰임 구분[던지(x)/사과든지(o)]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중 처음 선을 보인 것으로는 ‘사사하다/사사받다’와 ‘덮수룩-/덥수룩’ 정도이며, ‘-던지/-든지’의 구분 문제는 중학생 수준의 초보적 문제라 해야 하리라.
상세 설명은 내 맞춤법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 맞춤법>에서 해당 부분을 전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출제된 문제 이외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적지 않으니 꼼꼼히 살펴들 두시길. 자주 대할수록 기억의 창고에 제대로 쌓인다.
- ‘그녀는 선생님에게 노래를 사사했다(o)/사사받았다(x)’ 관련.
아래 예문과 설명에서 보듯, ‘사사받았다’는 의미 중복. 이처럼 잘못 쓰는 데에는 낱말에 들어있는 한자어의 뜻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일 때가 많다. 그와 관련되는 ‘조난당하다/봉변당하다/자문을 구하다’ 등을 함께 전재하니, 이참에 참고로 훑어들 두시기 바란다.
◈그는 유명 교수에게서 사사받았다 : 사사했다의 잘못. <-사사하다[원]
[설명] ‘사사하다(師事-)’는 ‘스승으로 섬기다. 또는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다.’를 뜻하는 말로, 그 말 속에 가르침을 받는다는 뜻이 들어 있음. ‘사사받다’는 어색한 의미 중복. ‘事’ : 섬길 사.
◈자문(諮問)을 구하다 : ‘~에게 자문하다. 자문에 응하다’로 쓰여야 올바름.
[참고] 조난 당한 선원; 뜻밖으로 봉변 당한 꼴 : 조난한, 봉변한으로 충분.
사소한 것에 구애받지 말고 : 구애되지의 잘못. 설명 참조.
[설명] ‘자문’이라는 낱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데서 나오는 오용. ‘자문’ 속에 묻는다는 의미가 두 번이나 들어 있을 정도로 묻고 또 묻는다는 뜻임(諮 : 물을 자, 問 : 물을 문). 그러므로, ‘자문을 구하다’ 대신에 ‘자문을 하다’가 되어야, 묻는다는 의미가 됨. 아울러, 이 ‘자문’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의견을 묻는 경우에 쓰이는 말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묻는 게 아님.
자문[諮問]?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물음. ¶자문에 응하다(o)
[참고] ①흔히 쓰는 ‘난항을 겪다’의 경우도 이와 흡사함. 난항 자체에 몹시 어렵게 항행한다는 뜻이 있으므로, ‘난항하다’로 족한데, ‘난항을 겪다/치르다’ 등으로 덧대고 있음. <예> 앞길에 수많은 난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됩니다(x) →‘앞길에 수많은 난항이 예상됩니다.’가 나음. ②‘조난당하다’와 ‘봉변당하다’도 마찬가지임. ‘조난’은 ‘항해/등산 따위를 하는 도중에 재난을 만남(遭)’을 뜻하고, ‘봉변’은 ‘뜻밖의 변이나 망신스러운 일을 당함(逢)’의 뜻이므로, 각각 ‘조난하다/조난되다’나 ‘봉변하다’로 족함. 그러므로, 굳이 ‘조난당하다’나 ‘봉변당하다’로 표기할 이유가 없음. ③나아가, ‘-당하다’는 ‘거절당하다/무시당하다/이용당하다/체포당하다/혹사당하다’에서처럼 의지적 행위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서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므로, 일견 ‘조난당하다/봉변당하다’와 같이 쓸 수도 있을 듯하나, ‘조난/봉변’에는 이미 피동의 뜻이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의지적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당하다’를 붙이는 것은 부적절함. ④비슷한 이유로 ‘구애(拘礙)’는 ‘거리끼거나 얽매임’이므로, ‘구애받다’는 ‘거리낌을 받다’가 되어 잘못. ‘구애되다’로 쓰는 것이 적절함.
난항[難航]? ①폭풍우와 같은 나쁜 조건으로 배/항공기가 몹시 어렵게 항행함. ②(비유)여러 가지 장애 때문에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음.
조난[遭難]? 항해/등산 따위를 하는 도중에 재난을 만남.
봉변[逢變]? 뜻밖의 변이나 망신스러운 일을 당함.
- ‘동생을 바라보는 주위의 눈쌀(x)/눈살(o)이 따가웠다.’ 관련
기출 문제. 내 맞춤법 책자의 해당 부분 전재로 설명을 대신한다.
◈눈쌀 찌푸릴 일이로군 : 눈살의 잘못.
[비교] 눈설미 하나는 알아줘야 해 : 눈썰미의 잘못.
하도 아이들 등살에 시달려 살이 빠졌어 : 등쌀의 잘못.
[설명] ①‘눈꼽’(x)/‘눈곱’(o)과 마찬가지로 의미소 ‘살’을 살림. 받침 ‘ㄴ/ㄹ/ㅁ/ㅇ’ 뒤에 오는 예사소리의 경음 표기 원칙에 적용되지 않음. 그러나, ‘눈살’의 발음은 {눈쌀}임. ☜[주의]. ②‘눈썰미/귀썰미’의 경우는 한번 보거나 들은 것을 기억하는 재주로서의 ‘-썰미’. 형태소 ‘-설미’와 무관하므로, ‘-썰미’임. ③등쌀에 시달리다’와 같은 경우는 ‘등쌀’. 의미소 ‘살’과 무관하기 때문. 의미소 ‘살’을 살리면 ‘등에 있는 살’이 되며, 발음은 {등쌀}.
눈살1? 두 눈썹 사이에 잡히는 주름.
눈살2? ①≒눈총. ②애정 있게 쳐다보는 눈.
등살{등쌀}? 등에 있는 근육.
- ‘누나는 세계 기록을 갱신(x)/경신(o)한 양궁 선수다.’ 관련
아래의 내 책자 전재 내용 참조. 이 낱말은 <우리말 공부 사랑방>에서 ‘한자를 잘 모르면 이렇게 흔히 실수한다’에서도 다뤘던 말이다.
◈신기록을 갱신하였다 : 경신의 잘못.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 맞음.
[설명] 한자 ‘更’은 ‘고친다’는 뜻으로는 ‘경’으로, ‘다시’라는 뜻으로는 ‘갱’으로 읽힘. ‘경신(更新)’은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런 의미일 때는 ‘갱신’과 의미가 다르지 않음. 그러나 ‘신기록 경신’과 같은 경우에는 ‘경신’으로 써야 하며 이러한 의미는 ‘갱신’에는 없는 의미.
[주의] ‘갱년기(更年期)’는 ‘경년기’로 읽어야 순리적이나(인체가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로, 신체의 변화와 관련된 것이므로), 관습적으로 굳어진 발음이므로 그대로 인용(認容).
경신(更新)? ①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 ‘고침’으로 순화. ②기록 경기 따위에서, 종전의 기록을 깨뜨림.
갱신(更新)? ①≒경신(更新)(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 ②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 ¶계약 갱신/비자 갱신/면허 갱신.
- ‘아기가 콧망울(x)/콧방울(o)을 벌름거리며 웃었다.’ 관련
역시 기출 낱말. 특히 위의 말은 열 중 아홉이 잘못 쓰는 말이다. 아울러, ‘코-’가 들어간 말들의 사이시옷 표기에 기준이 불분명하여 엄청 까다로우니, 차제에 아래의 전재 내용을 한번 훑어들 두시기 바란다.
◈그러다가 콧방아 찧으면 그 콧배기가 성하겠냐 : 코방아, 코빼기의 잘못. ☞[비교] ‘코노래(x)/콧노래(o)’
요즘 그 친구 콧배기/콧빼기도 못 보겠어 : 코빼기의 잘못. <=사이시옷 원칙.
그는 콧망울이 참으로 오똑해 : 콧방울의 잘못. 없는 말.
코싸배기를 쥐어박지 그랬어? : 콧사배기의 잘못.
콧중배기를 쥐어박지 그랬어 ? : 코쭝배기(코싸등이≒콧사등이/콧등)의 잘못.
[참고] ‘코싸등이≒콧사등이’(‘콧등’의 속칭)에서 보듯 어원이 불분명한 ‘-싸등이/-사등이’ 모두를 인정하면서도, ‘코싸배기(x)/콧사배기(o)’이고, 나아가 ‘코싸배기(x)/콧중배기(x)’인 것으로 보아 통일된 기준이 불분명함. 암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듯.
☞콧방아(x)/코방아(o); 콧배기(x)/코빼기(o). 단, ‘코배기(o)’는 다른 뜻.
콧망울(x)/콧방울(o); 콧줄기(x)/콧대(o).
콧사배기? ‘코’의 낮은말. ≒코쭝배기/코빼기
코배기? 코가 유난히 큰 사람의 놀림조 말. 주로 서양 사람을 이름.
- ‘언니는 형부의 덮수룩한(x)/더부룩한(o) 수염을 싫어했다.’ 관련
주의하지 않으면 틀리기 쉬운 말인 것이 ‘덮수룩(x)’이지만 ‘덥수룩/텁수룩/더부룩’은 모두 옳은 말들이다. 아래 참조.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깎지도 않은 채 : 덥수룩/텁수룩/더부룩 모두 맞음.
[설명] ‘텁수룩-’ 외에 ‘더부룩-’를 쓸 수도 있으나, ‘더부룩하다’에는 또 다른 뜻도 있음.
더부룩하다1? 소화가 잘 안되어 배 속이 거북하다.
더부룩하다2? ①풀/나무 따위가 거칠게 수북하다. ②수염/머리털 따위가 좀 길고 촘촘하게 많이 나서 어지럽다.
덥수룩하다<텁수룩~? 더부룩하게 많이 난 수염/머리털이 어수선하게 덮여 있다.
- ‘오빠는 퇴근 후 으레(o)/의례(x) 동료와 술 한잔을 했다.’ 관련
이 또한 기출 낱말인데,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실력 평가에서 의외로 ‘의례’를 꼽은 아이들이 놀랍게도 많고, 어른들도 자주 틀린다. 아울러, ‘의레/지레/되레’(o)지만 ‘외레(x)/외려(o)’라는 것도 익혀들 두시고, 특히 ‘의레껏’은 없는 말로 ‘의레’의 잘못이라는 것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다.
◈지금까지 너는 의레껏 내게 그래 왔지 : 으레의 잘못. 없는 말.
그런데도 너는 그걸 으례/으레이 당연한 일로만 여겼다 : 으레의 잘못.
[주의] 네가 잘못하고도 외레 큰소리를 치다니 : 외려의 잘못.
네가 잘못인데도 되려 큰소리를 쳐? : 되레의 잘못.
[설명] ①‘의레, 지레(미리), 되레(‘도리어’의 준말)‘는 ‘-레’로 표기하지만, ‘외려(‘오히려’의 준말)‘만은 ‘-려’임. 이와 같이 ‘-레’로 표기되는 낱말 중 주의할 것으로는 ‘사레/찔레/우레(≒천둥)/이레(7일)/치레/두레/부레/얼레/굴레/써레/물레/흘레(≒교미)/거레(까닭 없이 지체하며 매우 느리게 움직임)/구레(지대가 낮아서 물이 늘 괴어 있는 땅)/드레(인격적으로 점잖은 무게)/미레(≒멱미레. 소의 턱 밑 고기)/투레(≒투레질. 젖먹이가 두 입술을 떨며 투루루 소리를 내는 짓. 말/당나귀가 코로 숨을 급히 내쉬며 투루루 소리를 내는 일)’ 등이 있음. ②‘껏’은 몇몇 명사와 부사 뒤에 붙어 부사를 만드는 접사. <예> 마음껏/성의껏/역량껏/열성껏/욕심껏/정성껏/지성껏/힘껏; 지금껏/아직껏/여태껏/이제껏. 여기서 조심할 것은 부사 뒤에 붙을 수 있는 경우는 ‘때’를 나타내는 몇몇 부사일 때뿐으로, ‘으레’는 때를 나타내는 부사가 아니라는 것.
- ‘칭찬 받은 게 좋아서 야단법썩(x)/야단법석(o)을 떨었다.’ 관련
기출 낱말로 흔히 쓰는 말인데, 이 ‘야단법석’에도 아래에서 보듯 두 가지 서로 다른 뜻이 있다. 아울러 ‘야단법석’은 한 낱말이지만, ‘난리 법석’은 두 낱말이라는 것도 기억들 해두시길.
◈별일도 아니면서 웬 난리법석이냐 : 난리 법석의 잘못.
[설명] ‘난리 법석’은 ‘야단법석’과 달리 합성어가 아닌 두 낱말이며, ‘야단법석’에도 아래와 같이 한자어가 다른 두 말이 있음.
야단법석[惹端-]?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떠들썩하고 부산스럽게 굶.
야단법석[野壇法席]? <佛>야외에서 크게 베푸는 설법의 자리.
뒤법석? 여럿이 몹시 소란스럽게 떠듦.
게야단법석[-惹端-]? 몹시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일.
- ‘사과던지(x)/사과든지(o) 배던지(x)/배든지(o) 다 좋아한다.’ 관련
위에도 적었듯 중학생 수준의 초보적 문제. ‘던지’가 조사로 쓰일 때는 없는 말로 ‘든지’의 잘못. 여기서 ‘든지’는 체언 밑에 붙여 쓰는 조사(보조사)로 쓰였다.
하지만, ‘던지/든지’는 연결어미로도 쓰인다. 앞말에 붙여 써야 하는 것은 보조사일 때든, 어미일 때든 마찬가지지만.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이고, ‘-든지’는 1)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거나, 2)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일어나도 뒤 절의 내용이 성립하는 경우에 쓰이는 연결어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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