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회(2014.6.23.)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1. 무대를 빛낸 분들
고00 (33. 초등 영어 교사. ‘13년 서울 지역 예심 합격자. 예심 10회 이상 참가. 우리말 공부가 취미) =>우승
김정숙 (60. 주부. ‘14년 4월 정기 예심 합격자. 두 아들을 S대 의대에 보낸)
강덕현 (38. 회사원. ‘14년 4월 정기 예심 합격자. 1대 100 최후의 1인 출신)
백지선 (33. ‘14년 4월 정기 예심 합격자. 키 172cm의 헌칠민틋한 미혼녀)
고00 님의 연승 저지(?) 팀으로 비교적 최근이랄 수 있는 4월 정기 예심 합격자들이 나오셨다. 김정숙 님과 백지선 님의 분발에도 불구하고 3단계의 버저 빨리 누르기에서 00 님의 승리. 정숙 님도 뻔히 알 만한 낱말들 앞에서 몹시도 아쉬우셨으리라. 더구나, 어제는 쓰기 문제조차도 홀수 팀답게(?), 우려했던 대로, 겨우 3문제밖에 나오지 않았다.
2단계까지 마쳤을 때, 3사람의 점수는 850/1150/950점으로 정숙 님이 선두. 정숙 님이 실력 발휘는 물론 그 연세에 비하여 놀라운 순발력을 보이셨다. 2단계 마지막 단체전 문제 정답인 ‘냉갈령’ 앞에서 정숙 님만 200점에서 멈추고 정답을 홀로 적으셨는데, 좀 의외였다.
그나저나, 현재 출연 대기자가 151명이다. 현재의 추세대로 소화(?)된다면 출연 포기자와 연승 참가자를 상쇄할 경우, 최소한 9달 정도 걸린다는 말도 된다. 하기야 작년 10월 예심 합격자 중에서도 출연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 더구나 지난 10여 년 동안 대체적으로 지켜온 선입선출법(?)조차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예심 합격자들의 출연 일정이 하도 들쭉날쭉해서 도저히 예측 불가다.
2. 이것저것
○ 출제 관련 :
-출제의 일관성 결여 : 518회에서는 출제에서 외래어가 사라지고 맞춤법 문제가 연거푸 두 개 나오고, 홀수 회인 519회에서는 발음 문제가 나왔다. 그러더니 짝수 회인 520회에서는 발음 문제 대신 맞춤법 문제가 연거푸 나왔다. 홀수 회인 이번 521회에서는 맞춤법이 연거푸 두 문제 나왔고, 표준 발음 문제도 두 개 나왔다. 참으로 희한하다. 어째서 이처럼 왔다 갔다 할까. 홀수 회 출제진들의 흔들어대기는 예측 불허.
한자어를 사랑하는 것으로 알려진 홀수 회 출제진들은 이번에도 심심찮은 한자어 하나를 들고 나왔다. ‘감언미어(甘言美語)’. ‘감언이설(甘言利說)’에만 매달리지 말고 함께 익혀 두라는 뜻이겠지만, 시청자들은 513회의 ‘옥오지애(屋烏之愛)/지두서(指頭書)’(513회)와 519회 ‘발간적복(發奸摘伏)’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다행히 3단계의 십자말풀이에서 한자어 문제는 9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고유어 부사 문제는 이번 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출연하는 횟수의 짝수 홀수 여부에 따라 문제의 내용까지도 이처럼 달라지는 말도 안 되는 출제 방식이나 제작팀 관리 방식은 하루빨리, 즉시, 개선되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인 시청자들과 출연자들을 위해서. 모든 관계에서 그렇듯 일관성 결여는 신뢰도 상실의 첩경이다.
3. 1단계 바른 말 고르기 : 최대 400점
고00 : 300점. 띄어쓰기에서 실수.
[맞춤법1] 휘양찬란한(x)/휘황찬란한(o) 조명.
[표준발음] 몰상식 : {몰상식}(x)/{몰쌍식}(o)
[고유어] 바라던 일이나 소망이 틀어지다. ->산들다(o)/사르다(x)
[띄어쓰기] 자칫하면 큰코다치니(o)/큰 코 다치니(x) 조심하세요.
김정숙 : 400점. 만점
[맞춤법1] 곡식을 거둬들이다(o)/걷어들이다(x).
[맞춤법2] 물 좀 길러다(x)/길어다(o) 주렴.
[고유어] 젊고 건강하여 아름다운 태가 있다. ->밀알지다(x)/미추룸하다(o)
[띄어쓰기] 그 가족은 난리통(x)/난리 통(o)에 뿔뿔이 흩어졌다.
강덕현 : 100점. 맞춤법2, 고유어와 띄어쓰기에서 실수
[맞춤법1] 그는 주먹힘(x)/주먹심(o)이 세다.
[맞춤법2] 눈물이 베갯잇(o)/베갯닛(x)을 적셨다.
[고유어] 일/동작 따위가 매우 날쌔다. ->걸차다(x)/걸싸다(o)
[띄어쓰기] 일을 하다 말고(o)/하다말고(x) 밖으로 나갔다.
백지선 : 300점. 고유어에서 실수
[맞춤법1] 아이는 사탕을 한 웅큼(x)/한 움큼(o) 쥐었다.
[표준 발음] 결막염 : {결망념}(o)/{결마겸}(x)
[고유어] 질서 없이 함부로 덤벼들거나 생각 없이 덮어놓고 하는 짓. ->답치기(o)/겉언치(x)
[띄어쓰기] 형은 좋은 자리도 마다하였다(o)/마다 하였다(x).
1) 맞춤법 부분을 살펴보자.
○출제된 문제
- 휘양찬란한(x)/휘황찬란한(o) 조명.
- 곡식을 거둬들이다(o)/걷어들이다(x).
- 물 좀 길러다(x)/길어다(o) 주렴.
- 그는 주먹힘(x)/주먹심(o)이 세다.
- 눈물이 베갯잇(o)/베갯닛(x)을 적셨다.
- 아이는 사탕을 한 웅큼(x)/한 움큼(o) 쥐었다.
문제 유형을 크게 나누면, 정확한 명사 표기 고르기[휘양찬란(x)/휘황찬란(o); 주먹힘(x)/주먹심(o); 베갯잇(o)/베갯닛(x); 한 웅큼(x)/한 움큼(o)]와 정확한 용언 활용 표기 고르기[거둬들이다(o)/걷어들이다(x); 길러다(x)/길어다(o)]의 두 가지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중 ‘휘양찬란(x)/휘황찬란(o); 한 웅큼(x)/한 움큼(o)’은 예전에 이미 선을 보인 것들이었다. ‘휘황찬란’의 경우는 한자어이므로 정확히 한자를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말.
사이시옷 문제가 나왔는데, 깊이 들어가면 제법 까다로운 분야다. 이 사이시옷의 근본 원리 중 하나는 사이시옷이 들어갈 경우의 앞뒤 말들은 모두가 독립적으로 쓰일 때의 형태를 유지한 채 사이시옷만 첨가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등굣길’과 같은 경우, 앞말 ‘등교’와 뒷말 ‘길’은 모두 독립명사로서 앞말 끝에 사이시옷만 받칠 뿐 뒷말 표기에는 하등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베갯잇’의 경우에도 ‘베개’와 ‘잇(이부자리나 베개 따위의 거죽을 싸는 천)’이라는 두 독립명사가 결합한 것이므로, 앞말에 사이시옷만 받친 꼴(‘베갯’)을 쓰고 뒷말은 그대로 ‘잇’을 살려서 표기해야 한다. 여기서 조심할 것은 뒷말로 올 수 있는 것은 독립명사뿐이므로 ‘님’과 같은 접사는 오지 못한다는 점. 즉, ‘나랏님/햇님’ 따위는 그래서 잘못된 표기이다.
기타 상세 설명은 내 맞춤법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 맞춤법>에서 해당 부분을 전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전에도 적었듯이 출제된 문제 이외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적지 않으니 꼼꼼히 살펴들 두시길. 자주 대할수록 기억의 창고에 제대로 쌓인다.
- ‘휘양찬란한(x)/휘황찬란한(o) 조명’ 관련
◈거리의 불빛들이 휘양찬란했다 : ‘휘황찬란(輝煌燦爛)’의 잘못.
[설명] ‘휘양’은 ‘추울 때 머리에 쓰던 모자의 하나’. 한자어로는 없는 말.
- ‘그는 주먹힘(x)/주먹심(o)이 세다’ 관련.
◈누가 주먹힘이 센가 알아본답시고 한 짓이 그만 : 주먹심의 잘못.
[설명] ①‘주먹힘’은 없는 말. ②‘주먹심’에는 주먹 힘 외에 남을 억누르는 힘의 의미도 있어서, ‘주먹심’을 인정.
[참고] 이와 같이, ‘힘’의 뜻을 ‘심’으로 표기하는 말들에는 ‘팔심/뚝심/뱃심/뒷심/뼛심/입심/허릿심/고갯심/다릿심/알심/헛심/붓심≒필력(筆力)/쇠심=소심/윗심/좆심/활심’ 등이 있음.
주먹곤죽[-粥]? 주먹에 몹시 맞아 축 늘어진 상태.
- ‘눈물이 베갯잇(o)/베갯닛(x)을 적셨다’ 관련.
◈[중요]♣사이시옷에서 주의해야 할 말들
[예제] 머릿말을 뭐라 적어야 할까? : 머리말의 잘못.
편짓글에서는 존댓말 사용이 기본이야 : 편지글, 존대말의 잘못.
예삿말과 예삿소리에서 사이시옷을 쓰는 이들 : 예사말, 예사소리의 잘못.
등․하교길에서는 특히 차를 조심해야 해 : 등․하굣길의 잘못.
부조 삼아 하는 일은 부조일 : 부좃일(扶助-)의 잘못.
도맷금으로 몰아서 죄인 취급 : 도매금(都賣金)의 잘못. 한자어
만두국 한 그릇이면 돼 : 만둣국의 잘못.
햇님이 방긋 웃는 이른 아침에 : 해님의 잘못.
[원칙] ①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지 않거나, 뒷말의 첫소리 ‘ㄴ/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지 않거나,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지 않는 환경에서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음. <예> 머리글/머리말/편지글/꿍꿍이속; 예사말/인사말/존대말. ②반대로, ‘-길/-국/-값’ 등이 붙어 된소리로 발음되는 경우는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하는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음. <예> 등굣길/하굣길/성묫길/휴갓길; 두붓국/만둣국/시래깃국; 기댓값/대푯값/목푯값/극솟값/최댓값. ③뒷소리에 ‘ㄴ’(혹은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에도 사이시옷을 받침. <예> 단옷날/훗날/제삿날; 노랫말/혼잣말/요샛말/시쳇말/혼삿말; 베갯잇. ④사이시옷은 외래어를 제외한 명사끼리 연결되는 합성어에만 받칠 수 있음. <예> 나랏님(x)/나라님(o); 피잣집(x)/피자집(o) <=‘님’은 접사. ‘피자’는 외래어. ⑤뒷소리가 이미 격음/경음인 경우에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못함. <예> 뒷풀이(x)/뒤풀이(o); 뒷쪽(x)/뒤쪽(o); 헛탕(x)/허탕(o)
[규정] 한글 맞춤법 제30항 :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1)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 ①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 고랫재/귓밥/나룻배/나뭇가지/냇가/댓가지/뒷갈망/맷돌/머릿기름/모깃불/못자리/바닷가/뱃길/볏가리/부싯돌/선짓국/쇳조각/아랫집/우렁잇속/잇자국/잿더미/조갯살/찻집/쳇바퀴/킷값/핏대/햇볕/혓바늘. ②뒷말의 첫소리 ‘ㄴ/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 멧나물/아랫니/텃마당/아랫마을/뒷머리/잇몸/깻묵/냇물/빗물. ③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 도리깻열/뒷윷/두렛일/뒷일/뒷입맛/베갯잇/욧잇/깻잎/나뭇잎/댓잎.
(2)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 ①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 귓병/머릿방/뱃병/봇둑/사잣밥/샛강/아랫방/자릿세/전셋집/찻잔/찻종/촛국/콧병/탯줄/텃세/핏기/햇수/횟가루/횟배. ②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 곗날/제삿날/훗날/툇마루/양칫물. ③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 가욋일/사삿일/예삿일/훗일.
(3)두 음절로 된 다음 한자어 : 곳간(庫間)/셋방(貰房)/숫자(數字)/찻간(車間)/툇간(退間)/횟수(回數). <=이 말들 외에는 한자 합성어에 사이시옷을 받치지 못함.
[설명]
머릿글/~말? ‘머리글/~말’의 잘못. <=발음에서 된소리(경음) 나지 않음.
편짓글? ‘편지글’의 잘못. <=발음을 {편짇끌}로 할 이유가 없음.
윗글<->아랫글? 《표준》에서는 모두 인정. 일부 다른 사전에서는 ‘위 글’로 분리.
예삿말/예삿소리/예삿내기? ‘예사말(例事-)/예사소리/예사내기≒보통내기’의 잘못. 발음이 각각 {예ː사말}/{예ː사소리}/예사내기{예ː사내기}’임.
인삿말? ‘인사말’의 잘못. <=발음에서 ‘ㄴㄴ’ 소리 나지 않음.
존댓말? ‘존대말’의 잘못. <=발음에서 ‘ㄴㄴ’ 소리 나지 않음.
가운뎃소리? ≒중성(中聲). 일부사전에서는 ‘가운데소리’로 잘못 표기.
[이웃 낱말] 가운뎃다리/~마디/~발가락/~가락/~점 : 모두 사이시옷을 받침.
꿍꿍잇속? ‘꿍꿍이속’의 잘못. 발음이 {꿍꿍이속}임.
콧방아/콧배기? ‘코방아/코빼기’의 잘못.
낫세(x) : 발음대로 ‘나쎄’로 써야 함. [나쎄? 그만한 나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
햇님(x) : 대표적인 잘못. ‘해님’(o). ‘-님’은 접사. 사이시옷은 명사 사이에만 붙임. ‘나랏님(x)/나라님(o)’이나 ‘토낏님(x)/토끼님(o)’의 경우도 마찬가지.
피잣집(x)/피자집(o) : 합성어의 요소가 외래어일 때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음.
[주의] 사이시옷을 붙여야 하지만, 흔히 실수하는 말들
-꼭짓점; 날갯짓; 두붓국/만둣국/시래깃국; 머릿돌; 무지갯빛/보랏빛/연둣빛/우윳빛; 시곗바늘; 장맛비; 녹나뭇과 : 뒷소리가 경음.
-노랫말/혼잣말/요샛말/시쳇말/혼삿말; 베갯잇 : 뒷소리에 ‘ㄴ’소리 덧남.
-포돗빛; 송홧가루; 진돗개; 마릿수; 깃발; 등굣길/하굣길/성묫길/휴갓길; 수돗가; 기댓값/대푯값/목푯값/극솟값/최댓값; 소줏집/맥줏집; 종잣돈 : 한자어+우리말이지만 뒷소리가 된소리.
-단옷날/훗날/제삿날; 양칫물; 예삿일/부좃일(扶助-)/사삿일(私私-) : 한자어+우리말이지만 뒷소리에 ‘ㄴ’소리가 덧남.
[참고] ‘나뭇통’, ‘아랫층’ : ‘나무통, 아래층’의 잘못. <=‘통/층’에서 이미 격음화.
[유사] ‘아랫쪽/윗쪽/뒷쪽, 헛탕’ : 이미 경음화/격음화되어 사이시옷은 잘못.
[예외] 서수사들 : 셋째, 넷째
[참고] 사이시옷이 들어가면 뜻이 달라지는 말 : ‘건넛-’과 ‘건넌-’.
-건넌방 : 잇대어 있는, 다음 방
-건넛방 : 공간 너머에 있는 방 ¶건넛집/~산/~마을.
[주의] 연장 중에는 사이시옷이 들어간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음. 발음에 주의 : ¶가윗날/대팻날/괭잇날 : 모두 맞음. ¶자귓날(x)/자귀날(o) <={자귄날}로 발음하지 않아야 함. {자귀날}로 발음.
- ‘아이는 사탕을 한 웅큼(x)/한 움큼(o) 쥐었다’ 관련.
◈한 옹큼/웅큼 크게 해서 주시지 : 옴큼/움큼의 잘못.
[설명] ‘움키다>옴키다’(손가락을 우그리어>오그리어 물건 따위를 놓치지 않도록 힘 있게 잡다)에서 온 말이므로 ‘옴/움-’.
- ‘곡식을 거둬들이다(o)/걷어들이다(x)’ 관련.
진행자가 설명에서 ‘거둬들이다’는 ‘거두어들이다’의 준말이라고만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갔는데, 꽤 까다로운 표기 문제다. 왜냐하면, ‘걷다’는 ‘거두다’의 준말도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곡식을 걷다.’나 ‘곡식을 거두었다.’ 모두 쓸 수 있는 표기라는 말이다.
출제된 경우는 준말과 모음이 결합할 때는 원형의 어간과 결합한다는 원칙 때문에 ‘거두어 ->거둬’로 표기한 것. 즉, 원형에 어미가 결합한 뒤 다시 줄어든 형태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는 그냥 ‘찍기’만 해서 정답을 맞혔다고 좋아해선 곤란할 뿐만 아니라, 이유 설명에서도 이 점은 반드시 언급했어야 했다.
◈자릿세를 걷어들이느라 바빴어 : 거둬들이느라의 잘못. <=[거두+‘어’+들이다]
가을엔 곡식을 걷느라(고) 바쁘다 : 맞음. <=‘걷’+‘-느라(고)’. 자음과 결합.
[비교] 늘어진 커튼을 위로 좀 거둬올리지그래 : 걷어 올리지의 잘못.
[설명] ‘걷다’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음. 주의할 것은 ‘거두다’의 준말(≒걷다)일 때. 준말 꼴 ‘걷다’에 모음이 결합할 때는 원말과 결합해야 하므로 ‘거두-’의 꼴로만 결합함. ☞♣준말 용언의 활용형 연결 항목 참조.
걷다? ①늘어진 것을 말아 올리거나 가려진 것을 치우다. ②깔려 있는 것을 접거나 개키다. ③일/일손을 끝내거나 멈추다.
걷다≒거두다? ①곡식/열매 따위를 수확하다. ②흩어져 있는 물건 따위를 한데 모으다. ③여러 사람에게서 돈/물건 따위를 받아들이다.
걷어들다? 거두어서 손에 들다.
거둬들이다? ‘거두어들이다’의 준말.
- ‘물 좀 길러다(x)/길어다(o) 주렴’ 관련.
원형 ‘긷다’의 올바른 활용을 묻는 문제로서 이른바 ‘ㄷ’불규칙 용언 활용 문제다. 내 맞춤법 책자에 부록으로 수록한 ‘한글맞춤법 규정’ 제18항 해설 부문에 종합적인 상세 설명이 있는데, 그중 ‘ㄷ’불규칙 용언 부분만 떼어 보이면 아래와 같다.
5.어간 끝 받침 ‘ㄷ’이 모음 앞에서 ‘ㄹ’로 바뀌어 나타나는 경우, 바뀐 대로 적는다. <예>일컫다→(일컫으면)일컬으면/(일컫어서)일컬어서/(일컫었다)일컬었다. 어간 끝에 ‘ㄷ’ 받침을 가진 용언 중, ‘걷다[步]/긷다/깨닫다/눋다/닫다[走]/듣다/묻다[問]/붇다/싣다/일컫다’ 등이 이에 해당.
2) 고유어 문제
- 바라던 일이나 소망이 틀어지다. ->산들다(o)/사르다(x)
- 젊고 건강하여 아름다운 태가 있다. ->밀알지다(x)/미추룸하다(o)
- 일/동작 따위가 매우 날쌔다. ->걸차다(x)/걸싸다(o)
- 질서 없이 함부로 덤벼들거나 생각 없이 덮어놓고 하는 짓. ->답치기(o)/겉언치(x)
몹시 까다로운 말은 없었고, 아래에서 보듯 ‘산들다’, ‘매초롬하다<미추룸하다’, ‘답치기’ 등에는 *표가 붙어 있다. 즉, 기출 낱말들이라는 말이다. ‘밀알지다’는 출제 가능성이 있어서 내 사전 표제어에 밑줄 처리를 해두었던 말.
처음 선을 보인 ‘걸싸다/걸차다’에 쓰인 ‘걸-’은 ‘매우’라는 뜻으로 쓰인 접두사 격인데, 아직 사전에는 뜻풀이가 나와 있지 않다. 이 ‘걸-’은 중간이라는 뜻도 있고(‘걸뜨다’), 어깨에 메거나 걸친다는 뜻도 있어서(‘걸메다’)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까다로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치기’가 들어간 말들은 아주 많은데, 내 사전에 ◇‘-치기’ 관련어라는 제목으로 모아 두었다. 이곳에 모두 전재할 수 없어서 몇 가지만 보인다.
뜻풀이를 아래에 전재한다.
산들다*? 바라던 일이나 소망이 틀어지다.
차다*? ①혀끝을 입천장 앞쪽에 붙였다가 떼어 소리를 내다. ②≒차가다. 날쌔게 빼앗거나 움켜 가지다.
헌걸차다? ①매우 풍채가 좋고 의기가 당당한 듯하다. ②기운이 매우 장하다. ③키가 매우 크다.
걸싸다? 일/동작 따위가 매우 날쌔다.
걸차다? 땅 따위가 매우 기름지다.
매초롬하다*<미추룸하다? 젊고 건강하여 아름다운 태가 있다. ¶얼굴이 매초롬하다
밀알지다? 얼굴이 빤빤하게 생기다.
매장치기[每場-]? 장날마다 장을 보러 다니는 일. 그런 사람.
답치기*? 질서 없이 함부로 덤벼들거나 생각 없이 덮어놓고 하는 짓.
뭇방치기? 주책없이 함부로 남의 일에 간섭함. 그런 무리.
구듭치기*? 귀찮고 힘든 남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일.
언치*? 마소의 안장/길마 밑에 깔아 그 등을 덮어 주는 방석/담요.
겉언치? 소 등에 얹는 안장의 양쪽에 붙인 짚방석.
살언치? 겉언치에 덧댄 작은 짚자리나 부대 조각.
언치 뜯는 말≒제 언치 뜯는 말이라 ? 자기 언치를 뜯으면 장차 자기 등이 시리게 된다는 뜻으로, 친척/동기를 해치는 것은 결국 자기를 해치는 것과 같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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