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회(2014.6.30.)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박원 님의 우승을 심축합니다!
1. 무대를 빛낸 분들
고00 (33. 초등 영어 교사. ‘13년 서울 지역 예심 합격자. 달인 도전자)
홍순덕 (48. 주부. ‘14년 3월 정기 예심 만점 합격자.)
허준회 (50. 회사원. ‘13년 부산 지역 예심 합격자. ‘국어 치료사’)
박원 (55. 회사원. ‘13년 부산 지역 예심 합격자. 달인 도전자와 2년 만의 재대결.) =>우승.
고00 님의 달인 등극 저지용 대항마(對抗馬)로 쟁쟁한 실력파들이 나왔다. 예심 만점을 수확하신 홍순덕 님에다 ‘국어 치료사’ 허준회 님, 그리고 촉기 넘치는 여유 만점의 박원 님.
결국 승리는 탄탄한 기본 실력에 여유와 촉기까지 더해져 빛나던 얼굴의 주인공이자, 시청자와 방청객에게 심심찮게 웃음을 선사한 박원 님에게 돌아갔다. 2단계를 마쳤을 때의 점수들이 각각 850/950/850/1100점이었는데, 이 점수 차이가 우승의 향방을 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승자와 차점자의 점수 차이가 겨우 100점이었으니까.
2단계에서의 점수 차이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단체전 고유어 문제에서 크게 벌어졌는데, 이번에도 ‘매대기’와 ‘들은귀’의 문제에서 200점에서 멈추고 정답을 적은 이는 홍순덕 님과 박원 님뿐이었다.
어제의 겨루기에서 아름다웠던 것 중 하나는 주변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나아가신 박원 님의 모습이었다. 십자말풀이에서 7문제를 맞혔는데, 오답이 하나도 없었다. 쓰기 문제 4개에서 모두 정답을 적었고, 다른 이들이 서둘러 한 오답에서 정답을 골랐으며(‘재주’와 ‘거머리’), 비교적 어려운 고유어 문제인 ‘아늠’을 정확히 답했다.
예심 만점자 순덕 님의 분전 결과가 참으로 아쉬웠다. 예심 만점은 본선에서의 만점보다도 두 배는 어렵다. 출제가 구술로 이뤄지고 (비디오의 조력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미미하다), 다시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진행되기 때문이다. 무대에서의 경쟁처럼 다른 이가 오답을 말하는 사이에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시간도 주어지지 않고, 출제가 구술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인쇄된 상태로 주어지지도 않아서 되돌아가 생각해보고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 때문에, 예심에서의 만점이란 지극히 드물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하셨지만, ‘매대기’의 답변에서 ‘매닥질’까지도 짚어내시는 걸 보면 얼마나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계셨는지 능히 짐작된다. 다음 기회에 멋지게 설욕하게 되시리라 믿는다.
2. 이것저것
○ 출제 관련 :
-짝수 회인 이번 회에서는 예상대로(?), 그리고 다행히도, 괴상망측한 한자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표준 발음 문제도 등장하지 않았고, 그 자리는 맞춤법 문제로 채워졌다. 이제는 출연자들이 홀수 회인지 짝수 회인지를 따져서, 그에 맞춰서 준비해야 하게 되었다.
-어제 새로 선을 보인 낱말들은 아주 적었다. 전체를 통틀어 ‘두루치(≒두루치기)/틀거지/든거지/차돌박이/가녘’ 정도. 하기야 몹시 까다로운 고유어 낱말을 굳이 새로 내세울 필요가 없긴 하다. 멋진 우리말을 여러 번 등장시켜서라도 언어생활에서 실제로 그 쓰임을 되살려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본령이기도 하므로. 어제의 그 깜찍하고도 멋진 ‘촉기’라는 말이 그런 경우에 든다.
-아쉬운 점 : 쓰기 문제가 3문제밖에 출제되지 않은 홀수 회에 비하여 짝수 회에서는 좀 더 늘어나리라 기대했는데, 전 회의 5개보다 하나가 적은 네 개가 출제되었다. 쓰기 문제가 더 많이 나와서 버저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 진정한 실력자들의 모습을 대하고 싶어하는 많은 이들의 바람에는 아직 미흡한 듯하다. 짝수 회에서만이라도 쓰기 문제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어제 문제가 출제되기도 전에 버저를 눌러 답을 맞히는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다. 우리말 실력을 기루는 게 아니라, 마치 추리력 시험장만 같았다. 어떻게 해도 아름다운 광경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 아니었을까.
3. 1단계 바른 말 고르기 : 최대 400점
고00 : 400점 만점.
[맞춤법1] 동생이 귀여워서 미워하려야(o)/미워할려야(x) 미워할 수가 없다.
[맞춤법2] 밥값을 치루고(x)/치르고(o) 음식점을 나왔다.
[고유어] 듬직하고 위엄이 있는 겉모양. ->든거지(x)/틀거지(o)
[띄어쓰기] 동생은 시험공부를 하는 듯 마는 듯(o)/하는듯 마는듯(x) 했다.
홍순덕 : 200점. 맞춤법1, 2에서 실수
[맞춤법1] 그 일을 하는 데에 걷잡아도(x)/겉잡아도(o) 일주일은 걸린다.
[맞춤법2] 지친 몸을 추스러서(x)/추슬러서(o) 산에서 내려왔다.
[고유어] 똑바로 올라가게 된 언덕길. ->외가닥길(x)/가르맛길(o)
[띄어쓰기] 개구리 올챙이적(x)/올챙이 적(o) 생각 못한다더니.
허준회 : 400점 만점.
[맞춤법1] 오빠는 귀찮은 일마다 서슴치(x)/서슴지(o) 않고 나선다.
[맞춤법2] 누나는 과일을 체에 밭쳐서(o)/받쳐서(x) 즙을 받았다.
[고유어] 어떤 모임/단체에서 총무의 일을 맡아보는 사람. ->두루치(x)/두루빛(o)
[띄어쓰기] 매년 이맘때쯤(o)/이맘때 쯤(x) 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박원 : 400점 만점.
[맞춤법1] 그는 사업가로서 끝발(x)/끗발(o)이 대단했다.
[맞춤법2] 나라가 있으매(o)/있음에(x) 우리가 있다.
[고유어] 생기와 재치가 있는 얼굴빛. ->채기(x)/촉기(o)
[띄어쓰기] 비가 올까 싶어(o)/올까싶어(x) 빨래를 걷었다.
1) 맞춤법 부분을 살펴보자.
○출제된 문제
- 동생이 귀여워서 미워하려야(o)/미워할려야(x) 미워할 수가 없다.
- 밥값을 치루고(x)/치르고(o) 음식점을 나왔다.
- 그 일을 하는 데에 걷잡아도(x)/겉잡아도(o) 일주일은 걸린다.
- 지친 몸을 추스러서(x)/추슬러서(o) 산에서 내려왔다.
- 오빠는 귀찮은 일마다 서슴치(x)/서슴지(o) 않고 나선다.
- 누나는 과일을 체에 밭쳐서(o)/받쳐서(x) 즙을 받았다.
- 그는 사업가로서 끝발(x)/끗발(o)이 대단했다.
- 나라가 있으매(o)/있음에(x) 우리가 있다.
문제 유형을 크게 나누면, 정확한 표기 고르기[치루고(x)/치르고(o); 걷잡아도(x)/겉잡아도; 밭쳐서(o)/받쳐서(x); 끝발(x)/끗발(o)]와 정확한 활용 표기 문제 [미워하려야(o)/미워할려야(x); 추스러서(x)/추슬러서(o); 서슴치(x)/서슴지(o); 있으매(o)/있음에(x)]의 두 가지.
‘걷잡다/겉잡다’, ‘있으매/있음에’의 구분 문제가 중∙상급이었고, 나머지는 비교적 평이한 편이었지만, ‘미워하려야(o)/미워할려야(x)’에서 보인 단순 표기 오류 사례가 아닌 ‘-ㄹ래야’ (‘-려야’의 잘못)와 ‘-래야’ 꼴의 구분 문제로 들어가면, 아래에 상술했듯이 고급 문제가 된다.
‘서슴지’의 원형 ‘서슴다’는 원형 ‘삼가다(o)/삼가하다(x)’와 함께 익혀두면 도움이 된다. ‘밭치다’와 ‘추스르다’는 이곳에서도 전에 다룬 적이 있다.
상세 설명은 내 맞춤법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 맞춤법>에서 해당 부분을 전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 동생이 귀여워서 미워하려야(o)/미워할려야(x) 미워할 수가 없다.
위에 간단히 적었듯, 이 문제에서 보인 ‘-ㄹ래야/-ㄹ려야’는 ‘-려야’의 잘못으로 단순한 편이지만, ‘-라고 해야’의 준말인 ‘-래야’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래 설명을 차분하게들 훑어보시기 바란다.
◈[고급]♣ ‘-ㄹ래야’ (‘-려야’의 잘못)와 ‘-래야’
[예제]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진실 : 감추려야의 잘못. <=‘-ㄹ래야’는 잘못.
숨길래야 숨길 수도 없더군 : 숨기려야의 잘못. <=‘-려야’가 표준어.
볼래야 볼 수 없는 사람 : 보려야의 잘못.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 : 떼려야의 잘못. <-떼다[원]
[유사] 참을라고 해도 참을 수가 있어야지 : 참으려고의 잘못.
아무리 숨길라고 해도 숨길 수가 없더군. : 숨기려고의 잘못.
[비교] 성인이래야만 들어갈 수 있다더군 : 성인이라야만의 잘못.
[설명] ①‘-ㄹ래야’가 아닌 ‘-려야’가 표준어. ‘-려야’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서, ‘-려고 하여야’의 준말. ¶그 사람은 성격이 좋아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다; 먹으려고 해야 뭐라도 먹이지; 숨기려고 해야 소용없어. ②‘-(으)려-’가 들어간 말은 다음과 같이 줄어듦. <예>무엇을 먹으려느냐? (←먹으려고 하느냐); 일어서려는데 (←일어서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고향을 떠나려니 (←떠나려고 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주의] ①‘-ㄹ래야’는 ‘-려야’의 잘못이지만, ‘-래야’는 ‘-라고 해야’의 준말로 다음과 같이 전혀 달리 쓰임 :
㉮‘이다’, ‘아니다’의 어간이나 어미 ‘-으시-/-더-/-으리-’ 뒤에 붙어서, ‘집이래야 방 하나에 부엌이 있을 뿐’.
㉯받침 없는 동사 어간,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서, ‘그 사람은 누가 오래야 오는 사람이야’.
②‘-라야’ : 꼭 그러해야 함. ¶대학 졸업자라야 응시자격이 있음; 아버지라야 한다; 18세 이상이라야.
[정리] ①‘-려야’는 ‘-려고 하여야’의 준말. ‘-ㄹ래야’는 잘못.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②‘-래야’는 ‘라고 해야’의 준말. ¶집이래야 뭐; 오래야 오는 사람. ③‘-라야’ : 꼭 그러해야 함. ¶대학 졸업자라야 응시자격이 있음; 18세 이상이라야.
- 지친 몸을 추스러서(x)/추슬러서(o) 산에서 내려왔다.
이 문제는 원형 ‘추스르다’의 올바른 활용을 묻는 단순한 문제다. ‘ㄹ’변칙이므로 ‘ㄹ’이 첨가된다. 하지만 이 ‘추스르다’는 이보다는 ‘ㅡ’ 모음이 쓰여야 할 곳에 ‘ㅣ’ 모음이 잘못 쓰인 경우들의 문제로 더 많이 다뤄진다. 이에 대해서는 전에 상세히 예시한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몸을 추스리는 대로 나갈게 : 추스르는의 잘못. <-추스르다[원]
몸이나 추스리고 나서 보든가 하자 : 추스르고의 잘못. ☜♣‘ㅡ’ 모음이 쓰여야 할 곳에 ‘ㅣ’ 모음이 잘못 쓰인 경우들 항목 참조.
추스르다? ①추어올려 다루다. ②몸을 가누어 움직이다. ③일/생각 따위를 수습하여 처리하다. [유]수습하다, 가다듬다
- 오빠는 귀찮은 일마다 서슴치(x)/서슴지(o) 않고 나선다.
◈서슴치 말고 말해라. 서슴치 않고 닁큼 올라섰다 : 서슴지의 잘못. <-서슴다[원]
[설명] 원형은 ‘서슴다’임. ‘서슴하다’도 있었으나 표준어에서 제외. ‘삼가다’와 같이 불필요한 ‘하’를 넣어 잘못된 말을 만들 필요 없음.
[보충] 어간의 끝음절 ‘하’가 줄 때에 ‘치’로 발음되더라도 ‘지’로 적는 것들 : ‘거북하지→거북지; 넉넉하지→넉넉지; 섭섭하지→섭섭지; 익숙하지→익숙지; 생각하다 못해→생각다 못해; 생각하건대→생각건대; 깨끗하지 않다→깨끗지 않다.’ <=모두 ‘하’ 앞의 받침이 ㄱ/ㅂ/ㅅ!!
[참고] ‘지 않다 →잖다; 하지 않다 →치 않다 →찮다; 그렇지 않다 →그렇잖다; 적지 않은 →적잖은; 좋지 않은 →좋잖은; 만만하지 않다 →만만찮다; 변변하지 않다 →변변찮다’.
◈넉넉치 않은 사람이 서슴치 않고 남 따라 하다가 : 넉넉지, 서슴지의 잘못.
[설명] ‘넉넉지’의 경우는 ‘하’ 앞 어간이 ㄱ/ㅂ/ㅅ인 경우이고, ‘서슴지’의 경우는 원형이 ‘서슴다’로서, 본래 ‘하’가 없음. ☞어간 ‘-하’의 단축형 항목 참조.
- 나라가 있으매(o)/있음에(x) 우리가 있다.
연결어미로 쓰인 경우에는 그 뒤에 그와 어울리는(즉, 뒤의 어절을 병렬로 연결시키는 기능이 연결어미이므로) 어절이 나오는 점을 기억하면 구분에 도움이 된다.
◈나라가[그대가] 있음에 내가 있다 : 있으매의 잘못. <=연결어미 ‘-으매’가 적절.
강이 깊음에 큰 고기가 사느니라 : 깊으매의 잘못. <=위와 같음.
당신이 있음으로 내가 있다 : 있으므로의 잘못.
[설명] ①어떤 일에 대한 원인/근거를 나타날 때는 연결어미 ‘-으매’를 씀. ‘-(으)므로’ 역시 까닭/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 그러므로 두 말은 서로 바꾸어 쓸 수도 있으며, 그렇게 바꾸어 뜻이 통하면 ‘-음에’와 ‘-음으로’ 대신 각각 ‘-으매’와 -‘으므로’를 써야 함. ②‘있음에, 있음으로’는 ‘있+음(명사형 어미)+에/으로’의 꼴로서, ‘있음’이라는 명사형에 보조사가 붙은 것. 즉, 위의 예문에서는 ‘있음’이 ‘존재’의 의미로 쓰인 명사형이므로, 그 꼴대로 쓰면 각각 ‘나라가 존재에 내가..., 당신이 존재에 내가...’와 같은 괴상한 문장으로 바뀌게 됨.
- 밥값을 치루고(x)/치르고(o) 음식점을 나왔다.
참고로 ‘치르다’와 관련, ‘시험을 치르다, 시험을 치다’ 모두 맞는 표현이라는 것도 익혀두면 좋다.
◈비싼 대가를 치룬 뒤에야 잘못을 깨닫다 : 치른의 잘못. <-치르다[원]
돈을 다 치뤄야 네 물건이랄 수 있지 : 치러야의 잘못. <-치르다[원]
사람은 치뤄 봐야 안다 : 치러 봐야의 잘못. <-치르다[원]
내일 시험을 치를 녀석이 이처럼 태평해서야 : 칠이 더 적절. <-치다[원]
[설명] ①‘치루다’는 ‘치르다’의 잘못. 표준어 사정에서 제외된 말로 사전에 없는 말. ②‘치르다’에는 ‘무슨 일을 겪어 내다’의 뜻이 있고 (예 : 시험을 치르다/잔치를 치르다/장례식을 치르다), ‘치다’에는 ‘시험을 보다’라는 뜻이 있음. (예 : 대학 입학시험을 치다; 오늘 시험 잘 쳤니?) 위의 예문의 경우에는 내일 시험을 볼 사람이므로 ‘치르다’에 비해서는 ‘치다’가 더 적절함.
- 그 일을 하는 데에 걷잡아도(x)/겉잡아도(o) 일주일은 걸린다.
이 문제는 ‘걷잡다’와 ‘겉잡다’의 뜻 구별과 아울러 올바른 표기를 묻는 문제로서, 맞춤법 규정 제55항의 ‘다음 말들은 구별하여 적는다’에서 다뤄진 낱말이다. (내 책자 643~645쪽 참조)
④‘걷잡다’는 ‘쓰러지는 것을 거두어 붙잡다’란 뜻을 나타내며, ‘겉잡다’는 ‘겉가량하여 먼저 어림치다’란 뜻을 나타낸다. <예>걷잡다 →걷잡을 수 없게 악화한다. 걷잡지 못할 사태가 발생한다; 겉잡다 →겉잡아서 50만 명 정도는 되겠다.
◈겉잡을 수 없이 차오르는 분노 : 걷잡을의 잘못. <-걷잡다[원]
[설명] ‘걷잡다’는 ‘걷(어) 잡다’의 뜻으로, ‘겉(표면/거죽)’과는 무관하므로 ‘걷-’.
걷잡다? ①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 따위를 붙들어 잡다. ②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
- 누나는 과일을 체에 밭쳐서(o)/받쳐서(x) 즙을 받았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와 관련되는 ‘받치다/밭치다/받히다’는 전에 한 번 다룬 말들이다. 복습 삼아 한 번 더 살펴보시길 바란다. 이 계통의 낱말들은 앞으로도 여전히 출제 가능성이 높다.
◈우산을 서로 받쳐 주고 받혀 받는 연인들 : 받쳐 받는(혹은 받쳐지는)의 잘못.
쟁반에 받혀져 온 커피 : 받쳐져의 잘못. <-받쳐지다[원]
그 옷에 받혀 입은 블라우스가 안 어울린다 : 받쳐 입은의 잘못. <-받쳐 입다.
‘차례상’은 ‘차롓상’으로 사이시옷을 받히면 잘못이다 : 받치면의 잘못.
[설명] ①예문에 쓰인 ‘받치다’에서 보이는 ‘-치-’는 강세나 피동의 뜻하는 더하는 접사 기능과는 무관하며, ‘받치다’는 능동사. 즉, ‘받다(머리/뿔 따위로 세차게 부딪치다)’의 피동사는 ‘받히다’이므로 ‘받치다’는 피동과 무관함을 알 수 있음. ‘받치다’의 피동사로는 보조용언 ‘-지다’를 붙인 ‘받치어지다→받쳐지다’를 쓸 수 있음. ②예문에 보이는 능동사 ‘받치다’에는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 뜻이 있음.
받치다1? ①어떤 물건의 밑에 다른 물체를 올리거나 대다. ¶쟁반에 커피를 받치고 조심조심 걸어왔다; 공책에 책받침을 받치고 쓰다; 지게에 작대기를 받쳐 놓다. ② 겉옷의 안에 다른 옷을 입다. ¶두꺼운 내복을 받쳐 입으면 옷맵시가 나지 않는다. ③옷의 색깔이나 모양이 조화를 이루도록 함께 하다. ¶스커트에 받쳐 입을 마땅한 블라우스가 없다. ④<언어> 한글로 적을 때 모음 글자 밑에 자음 글자를 붙여 적다. ¶‘나’에 ‘ㅁ’을 받치면 ‘남’이 된다. ⑤어떤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다. ¶배경 음악이 그 장면을 잘 받쳐 주었다; 투수력이 막강한 타력을 받치지 못해서. ⑥비/햇빛과 같은 것이 통하지 못하도록 우산이나 양산을 펴 들다. ¶연인들이 우산을 함께 받치고 걸어간다.
받히다? ‘받다(머리/뿔 따위로 세차게 부딪치다)’의 피동사. ¶들이받히다.
◈그건 체에 받혀야 무거리가 제대로 걸러지는데 : 밭쳐야의 잘못. <-밭치다[원]
콩을 갈아 체에 받쳤다 : 밭쳤다의 잘못.
아이가 안 보이니 얼마나 애가 바치는지/밭치는지 : 밭는지의 잘못. <-밭다1[원].
그는 여색에 밭는 사람 : 밭은의 잘못. <=‘밭다’는 형용사.
밭치다? ‘밭다2’의 강조형.
밭다1? ①액체가 바싹 졸아서 말라붙다. ②몸에 살이 빠져서 여위다. ③근심/걱정 따위로 몹시 안타깝고 조마조마해지다. ¶간이 바직바직 밭아 올랐다.
밭다2? 건더기/액체가 섞인 것을 체나 거르기 장치에 따라서 액체만을 따로 받아 내다. ≒거르다, 여과하다
밭다3? ①시간/공간이 다붙어 몹시 가깝다. ②길이가 매우 짧다. ③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심하거나 먹는 양이 적다.
밭다4? 지나치게 아껴 인색하다.
밭다5? 어떤 사물에 열중하거나 즐기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내복을 받혀 입어서 춥지 않다 : 받쳐 입어서의 잘못. <-받치다1[원]
바닥에 등이 받혀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 받쳐서의 잘못. <-받치다2[원]
어찌 화가 받히는지 밤새 씩씩거렸다 : 받치는지의 잘못. <-받치다2[원]
받치다1? ①어떤 물건의 밑에 다른 물체를 올리거나 대다. ②겉옷의 안에 다른 옷을 입다. ③옷의 색깔/모양이 조화를 이루도록 함께 하다. ④한글로 적을 때 모음 글자 밑에 자음 글자를 붙여 적다. ¶‘가’에 ‘ㅁ’을 받치면 ‘감’이 된다.
받치다2? ①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않고 위로 치밀다. ②앉거나 누운 자리가 바닥이 딴딴하게 배기다. ③화 따위의 심리적 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다.
- 그는 사업가로서 끝발(x)/끗발(o)이 대단했다.
올바른 표기법을 묻는 평범한 문제. ‘끗발’에서 ‘끗’은 화투나 투전과 같은 노름 따위에서 셈을 치는 점수를 뜻하고, ‘발’은 ‘기세/힘’ 또는 ‘효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이와 같은 조어법으로 만들어진 말에는 ‘삼발/말발/사진발/약발/사진발’ 등이 있다.
이 접미사 ‘발’에 관해서는 내 책자의 ‘접미사 종합 정리’ 항목에도 있지만, ‘악발이(x)/악바리(o)’의 이유 설명에서 더 상세하게 언급하였다.
2) 고유어 문제
- 듬직하고 위엄이 있는 겉모양. ->든거지(x)/틀거지(o)
- 똑바로 올라가게 된 언덕길. ->외가닥길(x)/가르맛길(o)
- 어떤 모임/단체에서 총무의 일을 맡아보는 사람. ->두루치(x)/두루빛(o)
- 생기와 재치가 있는 얼굴빛. ->채기(x)/촉기(o)
몹시 까다로운 말은 없었고, ‘틀거지’와 ‘두루치(≒두루치기)’가 처음 선을 보인 말들. ‘두루치’와 동의어이기도 한 ‘두루치기’에는 아래에서 보듯 여러 가지 다른 뜻이 있다. 이 ‘두루치기’는 지난 회에도 언급했던 ◇‘-치기’ 관련어라는 제목으로 모아둔 곳에도 들어 있는 말이다. ‘외가닥길’은 사전에 없는 말로 ‘외길’의 잘못.
뜻풀이와 관련어들을 내 사전에서 전재한다.
틀거지? 듬직하고 위엄이 있는 겉모양.
틀지다≒틀스럽다? 겉모습이 당당하고 위엄이 있다.
장수잠[將帥-]? 장수가 우람한 자세로 틀스럽게 자는 잠.
든가난≒든거지? ≒든거지난부자. 사실은 가난하면서도 겉으로는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
난부자든거지[-富者-]? 겉보기에는 돈 있는 부자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집안 살림이 거지와 다름없이 가난한 사람. 그런 형편. ¶천당 바로 밑 동네라고 떠벌이는 분당에 살고 있는 그녀의 실속이 바로 난부자든거지의 표본이었다.
가르맛길*? ①머리에 가르마를 타서 하얗게 보이는 줄. ②똑바로 올라가게 된 언덕길.
두루빛*?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서 총무의 일을 맡아보는 사람.
두루치기*1? ①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그런 물건. ②두루 미치거나 두루 해당함. ③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 능통함. 그런 사람.
두루치기2? 쇠고기/돼지고기, 조갯살/낙지 따위를 잘게 썰어 넣고 콩나물/버섯/박고지 등과 함께 볶다가 양념한 국물을 조금 부어 끓여 낸 음식.
두루치기3? ≒두루치. 예전에, 낮은 계층의 여인들이 입던 치마의 하나. 폭이 좁고 길이가 짧음.
조리치기? 아주 연한 살코기를 가늘게 썬 뒤에 기름/간장/꿀 따위를 치고 물을 조금 부 어 볶다가 썬 파와 후춧가루, 깨소금을 뿌려 익힌 반찬.
촉기*? 생기와 재치가 있는 얼굴빛.
촉빠르다? 생기가 있고 재치가 빠르다.
입질*? 낚시질할 때 물고기가 낚싯밥을 건드리는 일.
채기? 낚시에서, 물고기가 입질할 때 물고기를 낚아채는 일.
손맛? ①낚싯대를 잡고 있을 때, 고기가 입질을 하거나 물고 당기는 힘이 손에 전하여 오는 느낌. ②음식을 만들 때 손으로 이루는 솜씨에서 우러나오는 맛. ③‘매맛(매를 맞아 아픈 느낌)’의 잘못. [계속]
우리말 겨루기 523회(1) (0) | 2014.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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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겨루기 522회(2) (0) | 2014.07.02 |
우리말 겨루기 521회(2) (0) | 2014.06.25 |
우리말 겨루기 521회(1) (0) | 2014.0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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