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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검사장 덕분에 익힐 말 : ‘공연’음란

[내 글]슬픔이 답이다

by 지구촌사람 2014. 8. 2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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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창 검사장 덕분에 익힐 말 : ‘공연음란

 

  요즘 온 나라를 은근히 술렁이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전 제주지검장 검사장 김수창(1962년생. 고려대 사대부고를 거쳐 연세대 법학사. 1993년 검사 임용) 씨 사건이다.

  항상 그랬듯이 늘 식상한 얘기와 그림들만 비춰주는 정치권 소식 시간에 세월호법이 어쨌네 하는 얘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려던 사람들도 김수창 소리가 나오면 응 거기 잠깐 그냥 둬 봐소리를 한다. 신나도 한참 신나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검찰이라면 법 없이 사는 사람들까지도 괜히 등골에 찬 기운까지 감돌게 하는 곳 아닌가. 게다가 평검사도 아니고 검사장급이라니... 말로야 한산한 동네인 제주지검장 자리라지만, 어디 검사장이라는 직급이 보통 지위인가.

  (여기서 잠깐. 기왕 검사장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조금만 짚고 가기로 하자. 일반인들에겐 낯선 말이고, 그 계통에 있지 않은 한은 명확히 알기가 힘든 직위이기도 하므로.)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 ·고등검사장 ·검사장 ·고등검찰관 ·검찰관의 5개다. 일반적으로 검사장급이라고 하면 고등검사장(흔히 고검장급이라 약칭한다)과 검사장을 이른다. 일반 행정부 기준으로는 차관급. 이들은 현재 45명인데(2013년 말 인사 발령 기준), 고검장급이 9, 나머지가 검사장급이다.

  차관급이 자그마치 45명이나 되니 비정상 괴물 집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법무차관이나 법무부 기조실장과 같은 법무부 근무직도 포함되긴 했지만, 어차피 뿌리는 검찰이다.) 법정 검사 총정원이 1,942명인 것에 비춰 보면, 2.5%에도 안 되는 귀한 자리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과제의 하나로 이 비정상적 비만체*의 핵심적 구조인 검사장 자리 축소가 포함되었다. 그나마 그 덕분에 지난해 상반기에 4자리가 줄었고, 작년 말 인사에서도 서울고검의 부장 자리 2석도 공석이 되었다.

 

*[참고] 검찰총장 : 총장은 장관급이다. 그러나 검찰청이 법무부 소속 기관이므로 검찰청 소속 직원은 법무부 장관의 일반적인 지휘감독을 받는다(예컨대, 검사의 전보승진 등의 인사 발령도 직급 여하를 막론하고 법무부에서 한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서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참고] 비정상적 비만체 : 장관 소속의 외청은 그 장이 대체로 차관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급 장에다 차관급이 이처럼 즐비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검찰의 지검/지청 체계가 사법부의 법원/지원 체계에 대응해서 설치되다 보니 그리되었고, 대법원은 입법/행정/사법의 3부 중 하나인지라 그에 걸맞게 직급 설정을 하다 보니 고검 부장판사만 해도 차관급. 검찰 쪽에서는 자신들의 직급도 법원의 직급과 맞대응해야 한다고 내세우기 십상인데다 은근히 검사 처우를 우대하려는 생각이 맞물리다 보니,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괴물 집단으로 부풀어 올랐다.

 

  검사장의 위상은 한 지역의 검찰 업무를 총괄하는 지검장 자리를 모두 꿰차고 있다고 보면 쉽다(단, 서울중앙지검장만은 고검장급이다). 물론 고검과 대검에도 몇 자리가 있지만, 진짜 끗발을 날리는 곳은 지검장 자리다. 평검사는 물론 부부장검사, 부장검사들을 휘하에 거느리고 지휘하는 막강한 자리다. 그래서 검사의 꽃이라 불린다. 검찰의 꽃이 아닌 게 다행이지만.

  이들은 보통 한 기수에서 10명 안쪽으로 좁혀져 뽑힌다. 작년 연말에 시행된 검사장급 승진 인사에서 고검장은 사법시험 161, 172명이었고, 검사장은 191206명뿐이었다. 그야말로 별 따기 자리가 검사장이라는 직위다. (00지검장이라든가 00고검 송무부장, 무슨 지검의 형사2부 부장검사, 형사1부 부부장검사 등은 직책 명칭이다.)

 

  그런 막강한 지검장이 이번에 일반 국민들의 손가락질 대상이 되었다.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무섭고 힘센 사람으로 보이는 검사들한테서 검사의 꽃소리를 들으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현직 지검장이 현행범으로 잡혀 경찰서 유치장에서 10시간이나 갇혔다가, 그 뒤로 똥줄이 빠져라 얼굴 감추기에 급급했으니, 그걸 바라보는 상습 무력 계급인 일반 백성들에게야 없는 힘조차 생길 일이었다. 표정관리까지 해야 할 판.

  하지만, 그와 정반대의 처지에 몰린 집단도 있으니 그건 검찰. 검찰은 마치 검찰 전체가 달갑잖은 똥 덩이 세례를 받은 꼴이 되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처리 방향, 대처 내역을 떠나서, 우선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가장 많이 유행하는 말이 남사스럽다이다.

 

                                                         *

  820일 평검사 하나가 김 전 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한 법무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창원지검 임은정 검사는 검찰의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서 '공연음란죄는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게 원칙'이고 '정식재판에 회부된 검찰 공무원은 대검찰청 지침에 따라 해임 또는 파면 조치하도록 돼있다'고 지적했다.

  그 비판 글에 대해서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집안일에까지 관심할 필요는 없다. 결과는 뻔할 터이므로. 아직 이 나라 검찰은 '지의불면 임정불고'(持義不眄 臨正不顧. ‘의로운 일을 지켜냄에서 주변 눈치를 보지 말고 옳은 일이라면 돌아보지 말고 그 길을 가라라는 뜻. 내가 만든 말이기도 하다.)의 선비 정신을 지켜낼 집단으로 성숙되지 못했고, 쉽사리 그런 멋진 집단으로 탈바꿈할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한 가지 공부는 하고 갈 필요가 있다. 바로 일반인들이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기 마련인 공연음란죄라는 말에 담긴 뜻을 바로 알기가 그것이다. 음란을 공연(公演)한다는 뜻인가 싶기도 하니까.

 

  ‘공연음란죄란 형법 제245조에 규정된 죄인데, 법조문을 전재하자면 이렇다.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공부파의 경우는 어쩌면 이 공연히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봤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한참 웃게 된다. 이렇게 나오니까.

 

  공연히(公然-)[부사]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

 

  아니 무슨 음란행위가 그리 멋있고 근사한 것이라고 뚜렷하고 떳떳하게해야 한단 말인가. 하하하.

 

  이때 쓰인 공연(公然)라는 말은 법률 용어인데, 대체로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 말도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쉽게 말하자면 여러 사람 아무나 알 수 있을 수 있는 상태라는 말인데, 이 공연음란죄에서는 반드시 그 불특정 다수가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할 필요는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 그런 음란 행위를 할 때 실제로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할지라도, 그런 상태의 개연성만으로도 이 공연히라는 말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

  그만치 이 공연히라는 말은 무섭다.

 

  우리 형법에는 이 공연히라는 말이 들어가서 죄를 구성하는 것에는 공연음란죄 외에도 4가지가 더 있다. 음란물죄, 명예훼손죄, 사자의 명예훼손죄, 모욕죄가 그것인데 해당 법조문을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

 

243(음화 반포 등)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07(명예훼손)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08(사자의 명예훼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11(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참고로 부기하자면, 이 중 가장 무서운 공연히는 명예훼손죄 부분이다. ‘불특정 다수인의 개념을 이중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 ‘불특정인(아무에게나)’다수인의 불특정(반드시 다수일 필요가 없고 한 사람에게만 해도 해당)’ 중 어느 한 가지만 해당돼도 공연히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며느리가 시어머니 앞에서 시누이 흉을 봤는데 그 사실을 시누이가 알고 올케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 처벌된다. , 다수가 아닌 시어머니 한 사람에게만 말한 것인데도 불특정 다수의 개념을 다수를 특정하지 아니한 의미로 해석하여 처벌한 것이다. (지나치다 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 나오는 사례다.) 모욕죄 또한 실제로는 부지불식간에 무척 많이 저지르게 되는 것이지만, 여기는 법이론 해설장이 아니므로 생략하기로 하자.

 

                                                                        *

  임은정 검사가 언급한 내용 중 '정식재판에 회부된 검찰 공무원은 대검찰청 지침에 따라 해임 또는 파면 조치하도록 돼있다'고 지적한 부분에서도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듯하다.

  ‘검사가, 그것도 검사장급의 고위 검사가 옷을 벗고 제 발로 걸어 나갔으면 됐지, 그걸 해임이나 파면을 한다고 해서 무슨 득이 있겠나. 어차피 목이 잘리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그냥 망신을 주자는 악의적인 발상이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엄청 순진하고(?) 착해서 하는 소리다.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해임이나 파면을 하게 되면, 당사자에게 크게 두 가지 불이익이 따른다. 개인적인 불명예 따위야 이미 흠뻑 뒤집어 쓴 처지이니 새삼 따지지 않더라도.

  파면이 되면 퇴직금에 영향이 온다. 절반으로 확 준다. 그리고 일반 공무원의 경우는 5년 동안 공무원으로 재임용될 수 있는 자격이 박탈된다. 검사직이야 당연히 임용자격 자체가 미달이고. 해임의 경우에는 퇴직금은 영향이 없다. 다만 일반 공무원의 경우에는 3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되지 못한다.

 

  김수창 씨의 경우는 파면될 경우, 퇴직금도 깎이지만 무엇보다도 변호사 개업(등록)에 막대한 지장이 온다. 변호사법 제54항에 규정된 변호사의 결격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해당 법조문만 예시하면 이렇다.

 

5(변호사의 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

   4. 탄핵이나 징계처분에 의하여 파면되거나 이 법에 따라 제명된 후 5년이 지 나지 아니한 자

 

  그러므로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의 사표 수리를 두고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김수창 씨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과도 같다.

  아울러 퇴직금도 한 푼 손해 보지 않고 타갈 수 있게 해준 셈이라는 것도 동시에 꼬집은 셈이지만, 변호사 자격 유지와 퇴직금 문제는 천지 차이일 정도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아무튼 이번 사태에 대해서, 더 깊이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맡기자.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입이 근질거리거나 속이 끓어 오르는 이들로 넘쳐나고 있으므로.

  하지만, 우리는 챙길 게 있다. ‘공연히라는 법률 용어가 지니고 있는 무게와 깊이를 이참에 돌아볼 필요가 있다. 힘센 이들이 벌이는 코미디는 구경하되, ‘공연히에 대한 공부는 덤으로 꼭 챙기자는 말이다. 그래야, 늘 눌리고 당해온 우리가 이런 때라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되므로. 이런 때 조금이라도 득을 보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Aug. 2014]                                        -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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