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은 생력소 : 마음이 윤택해지는 행복한 놀이
내 소원 중의 하나는 남은 평생을 장난꾸러기로 살다 죽는 일이다. 나는 그만큼 장난을 좋아한다. 어디서
장난이라는 말소리만 나와도 표피층의 세포들이 기립하는지 온몸이 근질근질해지고 코 평수가 넓혀지면
서 얼굴 전체에 미소가 슬금슬금 번질 정도로, 나는 장난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장난. 그것은 일상과 비일상의 단속적인 달큼한 접속이다. 그리고 내 경우에 있어서는 삶의 무늬에 확실하게 윤기를 더하는 일이며, 전신이 생기로 반짝거리게 되는 생력소의 하나다. 장난은 내가 포획한 행복의 가장 확실한 무급(無給) 파수꾼이기도 하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마음이 윤택해지는 행복한 놀이이므로.
[중략]
장난. 그것은 배타적인 도덕주의와 이기적인 냉소주의, 그리고 포장이 더 빛나는 엄숙주의와 실속 없는
내숭을 아무 조건 없이 희석시켜 삶의 무게를 단번에 덜어주는 묘약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 가장 확실한 삶의 자산이기도 하다. 웃음으로 이어지는 장난의 끝은 어느 틈에 일상의 때를 말끔히 벗겨주는 최상의 세정제이자 마음의 청량제이다. 내가 남은 평생을 내내 장난꾸러기로 남아 있고 싶어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온 힘을 다하여 지켜내고 싶은 진정한 자유의 한 자락과도 맞닿아 있다. 내가 장난을 흠모하는 진짜 이유다.
우리는 대체로 남들이 직조해 놓은 무늬 속에서 붕어빵 인생으로 살아가는 데에 너무 익숙해 있다. 붕어빵 속에는 붕어가 없다는 것을 모두 아는 사람들임에도...... 진정한 자유란 자기 책임 하에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소박한 기본권이다. 꾸미개가 필요 없다.
너무 많이 배운 우리들은 이따금 그런 기본권조차 챙기지 못하고 살아간다. [July 1998]
- <나의 소원은 평생 장난꾸러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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