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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마디의 말보다도 한 번의 뽀뽀가 훨씬 좋다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14. 9. 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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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마디의 말보다도 한 번의 뽀뽀가 훨씬 좋

 

<전략>

이러한 것들은 관심이나 사랑이라는 낱말이 상대방에게 그 현물이 전달되기 전에는 아무런 것도 아니라는 작은 깨달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중략>

어른 몇까지 섞여있는 그곳 아이들은 우리가 갈 때마다 비좁은 방안으로 우리들을 끌어넣지 못해 안달했습니다. 맨 처음에는 문만 삐죽 열고 우리를 힐끔거리기만 하던 아이들이 말입니다. 그렇게 된 건 몇 번 가서 쎄쎄쎄도 하고, 손을 잡고 서서 양지 사냥을 하기도 한 다음의 일입니다.

그때 우리들은 그곳을 떠나올 때마다 뇌리에 잠시 그들의 모습을 담아오곤 했지만, 그곳 아이들은 그네들의 손바닥에 남아있던 온기를 오래오래 기억한 듯합니다. <중략>

 

그게 벌써 십여 년전의 일입니다. 이렇게라도 일부러 떠올리지 않으면 평소에는 잊고 지내기 마련인 낡은 조각 필름 속의 잔영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확연히 깨닫습니다. 그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던 것은 우리들이 떨구고 온 돈 몇 푼, 옷 몇 가지가 아니라 그들에게 내밀었던 손길이었음을 말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확실한 현물로 새겨졌던 것은 물건이 아니라, 우리들이 내민 손에 실린 온기였음을 되새깁니다. 그들이 간절히 소망했던 것은 물질을 앞세운 사람들이 아니라, 확실하게 내밀 수 있는 현물이 손길뿐임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도요. <중략>


사랑해보고 싶거나 서로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장 확실한 현물은 행동인 듯합니다. 천 가지 생각보다도 전화 한 통, 메시지나 메일 하나, 악수 한 번, 그리고 하다못해 어깨를 서로 스치고 지나갈 정도라 하더라도 그런 피부 접촉 한번이 더욱 확실한 작용이 되고, 사후에 바람직한 반작용까지도 확실하게 담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듯합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모두 내 좁디좁은 생각의 틀에서만 유효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내 생각을 뻗댈 겁니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도 허공에 맴도는 느낌이나 생각들보다는 내 전화기에 새겨지는 메시지 하나가 더 반갑고 기쁜 접촉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천 마디의 생각보다는 열 마디의 말이 좋고, 열 마디의 말보다는 한 번의 뽀뽀가 훨씬 좋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접속되지 않은 관계란 그저 학자들의 밥벌이일 뿐 현물로서의 내 관심사항은 되지 못합니다. 나는 현물로 살아내고 싶고, 그 일만으로도 바쁘고 싶습니다. [19/9/2001]

 

                                                        -<나는 확실한 현물(現物)이 좋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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