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화장은 아름답게 꾸미기보다 본래 모습을 감추려는 게 주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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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진한 화장은 본래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한다. 변신을 요구하는 직업에 더욱 몰입하기 위한 화장이어서, 아름답게 꾸미기보다는 본래 모습을 감추려는 게 주된 목적이다.
화장을 진하게 하는 우리네 보통 여성들, 특히 주부들의 경우, 무엇을 그토록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일까. 설마, 주부라는 직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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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직업이라면, 그리고 화장이 직업에 알맞게 해야 하는 것이라면, 주부는 오히려 그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집안에 머물 때 그에 합당한 화장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은 요즘 연예인들이 앞장서서 유행시키고 있는 희푸른 아이새도우에 반짝이 마스카라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면, 그건 지나친 보수주의자의 발상일까.
티브이 연속극을 보니 거기 출연하는 간호사들까지도 그렇게 하고 나오던데, 그런 눈 화장 하나에까지도 말 많은 사내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겠느냐고 목청을 높여오는 이가 있다면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긴 하다.
진한 화장. 전문적인 수준에 가까운 파운데이션 이후의 화장에 대해서 그것의 필요성과 계기를 한번쯤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도 꼭 필요한 것인지, 어째서 그걸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어떤 연유로 그걸 자신도 하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혹시 남들이 모두 하니까 생각 없이 따라 하게 된 것은 아닌지, 연예인이 유행시키는 올해의 화장법에 연예인이 아닌 자신도 얼결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숨고르기를 해 볼 필요가 있다. 티브이에서 보여준다고 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덩달아 베끼는 데 나설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와 반대로, 티브이에서 보여주는 것 중에서 되레 쉽사리 버려지는 것들이 있다. 살결물만 발라도 고와 보이는 이북 여성들이나 그와 정반대쪽에 위치하는 한국 여성들의 화장을 보면 남성 지배 사회에 모두 다 공개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무척 용감한 사람들인 것 같다는 말이 그것이다.
뒤의 말은 일본 여성계 대표들이 방한 후 후일담으로 재담 삼아 던진 말인데 상당한 비꼬기가 그 안에 숨겨져 있다. 그런데 그걸 빌미 삼아 반성으로 연결하자고 외치는 우리나라 여성계 대표들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런 여인들도 이 진한 화장에서 예외가 아니어서일까.)
- <왜 기초 화장품을 맨 나중에 바를까>(Mar. 2001) 중에서
* 전문(全文)은 이곳에 있다 : http://blog.naver.com/jonychoi/2007211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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