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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겨루기 추석 특집 시청 소감(532회)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4. 9. 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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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2014.9.8.) 우리말 겨루기 추석 특집 시청 소감

 

1. 무대를 빛낸 사람들

 

방대한 (40. 가수/배우. 방글라데시 출신. 한국 체류 18)

에바 (23. 대학생. 러시아 출신. 한국 체류 4)

데이브 (26. 방송인. 미국 출신. 한국 체류 5)

크리스티나 (34. 방송인. 이탈리아 출신. 한국 체류 8)

 

명절 때면 흔히 보이는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주로 눈요깃감으로 징발(?)되는 이들에 비해서는 격(?)이 달랐다고나 할까. 그 주된 이유는 출연자들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슬며시 끼얹어주는 감동의 파장이 아닐까 싶다.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전국노래자랑에서 연말 대상을 받았다는 방대한 씨. 지난 세월 동안 한국에서 머물면서 숱한 신고간난을 겪었을 것이 눈에 선한데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방글라데시에서 을 따고 대한민국에서 대한을 따서 지었다고 했다.

 

그 덕분에 음성 방씨의 시조까지 되었단다. 어쩌면 외국인 출신으로서 최초의 정식 시조가 아닐까. 참고로, 1627(인조 5) 일본으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이 땅으로 표류해 온 네덜란드 사람 벨테브레가 화포 개량 제작에 참여하면서 관직도 받고 조선인 여자와 결혼하는 바람에 귀화 1(한국명 박연)가 되었는데, 그때 하사받은 성씨가 밀양 박씨였다. 밀양 박씨에는 12파가 있는데, 10대손에서부터 분적과 본관 나누기 등이 벌어져 본관만도 10여 개에 이른다고 하며, 그중 하나의 중시조가 되었다고도 전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연은 중시조일 뿐이지 본관을 창설한 이가 아니므로, 어쩌면 방대한 씨가 정식으로 최초의 외국인 출신 시조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18년 전이라면 1996년 무렵인데, 그 당시 우리나라의 산업연수생들 처우란(기업마다 다르긴 했지만) 현재와 비교하여 그야말로 바닥 수준이었다.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일했기 때문에 관리자나 동료들 모두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문제들이 적지 않았다. 그 역경을 뚫고 일어섰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으로서는 쉽게 익히기 어려운 트롯 부분에서 가수로 나설 정도라면 (그의 첫 앨범이 9월 중에 나온단다)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취업난과 외화벌이 때문에 독일로 떠난 파독광부들 생각이 났다. 첫 파견팀이 1963년에 떠났는데 곡괭이 자루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책상물림들일 정도로 고학력자들이어서, 독일 측에서는 그들의 하얀 손바닥을 보고 처음에는 되돌려 보내려고도 했다는 말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 여러 곳에 서 대할 수 있는 독일마을은 이들이 수구초심으로 돌아와 노후를 보내는 곳들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연수생으로 선발되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네팔 등과 같은 나라의 출신들은 우리들의 파독 광부와 거의 다름이 없다. 심지어는 뒷돈까지 쓰면서 고학력자들이 온다. 슬며시 물어보면 전직 중고교사들도 적지 않고 심지어 석사 학위 소지자들도 드물지 않다. 식당 아줌마로 일하는 필리핀 여인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의사 자격까지 갖추고 있는 것을, I시의 외국인 상담장에서 대한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방글라데시를 생각하면 아주 짠한 기억도 있다. 20여 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최대이자 최장의 강인 자무나 강(방글라데시는 230여 개의 강이 교차하는 일종의 강변국가다) 치수 사업과 관련하여 ADB와 더불어 현지답사를 몇 차례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안내를 맡은 젊은이가 있었다. 차분하면서도 엄청 똑똑했던 청년.

 

내가 동행들 중에서도 유독 방글라데시의 국가 수목이라 할 정도로 대우받는 잭프루츠*와 같은 것에 관심하는 것을 보고, 자기 동네에 많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어느 휴일에 내 호텔 방을 살며시 노크한 뒤 자기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면서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수도인 다카 시내 북쪽의 농촌 마을.  맨발로 논둑길을 뛰어 다니는 곳이었고, 집은 놀랍게도 야자 잎 등을 모아 지은 다카식 초가집. 집안 바닥은 여전히 흙이었다. 거기서 식구들과 둘러앉아 맨손으로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남아 있다. 1년의 절반 기간, 국토가 물에 잠겨 지내면서도 항상 낙관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15천만 명의 인구 대국. (*주 : 잭프루츠 사진은 글 아래에 매달았다.)

 

그 청년은 뒤에 자무나 강의 답사에서 부실한 철교 아래로 앞장서서 내려가다가 사고사를 당했다고, 내 대신 참여했던 직원이 나중에 귀띔해 왔다. 내가 다른 나라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

 

이야기를 돌리자. 에바! 한국 체류 기간은 짧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국인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하바로프스크에서 한국인들을 많이 대하면서 우리말 발음을 많이 대한 듯했다. 하기야 초등 시절 강강술래까지 같이 하면서 놀았다니...

 

그럼에도 그 발음은 우리의 짐작을 훨씬 뛰어넘었다. 진행자가 말했듯이 발음만 들어서는 누구나 한국인으로 생각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음의 거의 완벽했다. 비결을 묻자, 한국인들이 하는 발음을 유심히 듣고 공부했단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실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 외국어 발음을 제대로 익히는 것은 외국인의 발음을 제대로 잘 듣고 잊지 않고 그대로 따라서 해보는 것이다.

 

또 하나 놀란 게 있다. 그녀가 주경야독으로 한국말을 공부했습니다. 낮에는 통역하고 저녁에는 공부하고.’라고 대답한 부분이다. 그런 성실함에도 놀랐지만 더욱 놀란 것은 그녀의 한자어 실력. 답변에 사용한 주경야독외에도 십자말풀이에서 맞힌 한자어 관련 문제(: 세계/원조/조강지처/대중/대기만성) 중에는 기본적인 한자 실력을 갖추지 않고는 답할 수 없는 것들(: 원조/대기만성)도 있었다. 단순히 한글 발음만 익혀가지고는 뜻풀이 암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응용 답변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내 보기에 에바는 한자 역시 3~4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그녀가 정답을 맞힌 문제 앞에서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1/3 정도나 제대로 답을 할 수 있으려나. 고생 앞에서 씩씩한 이들은 뭣을 해도 멋지게 해낸다. 자신의 생활비까지도 벌어가면서 씩씩하게 버텨내고 있는 그녀이기에 머지않아 꼭 큰일을 이뤄 내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외유내강의 전형이기에 더욱.

 

데이브(26)나 크리스티나(34)는 방송인들로 소개되던데, 지상파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나는 그들의 방송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방송계의 활약상은 아는 바가 없다. 다만, 데이브의 낙천적인 성격/태도와 한국어학당에서의 단기 학습 후 친구/동료들과의 현장 학습으로 우리말을 익혔다는 그 점을 볼 때, 흡수력 면에서 크리스티나 못지않았고, 머지않아 우리나라 사람으로 주민등록증을 받아 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대학에서 국제법을 전공했다는 크리스티나. 아무래도 북유럽계 할머니 할아버지를 거쳐 이탈리아 남부에서 지내지 않았나 모르겠다. 중북부 이탈리아 지역의 여인 중 크리스티나처럼 큰 소리(?)로 말하거나 그처럼 화통하게 잘 웃는 여인들은 아주 드물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떠들썩하게 잘 놀고, 한국적인 정서와 삶의 양태와 잘 맞는 곳은 시칠리아인데 그 때문인지 이탈리아 남부 쪽도 그 영향권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그런 짐작을 해보는 것이다.

 

크리스티나는 (데이브와 비슷하게) 정식 한국어 교본을 통해서 단계적으로 공부한 게 아니라 실생활을 통해서 우리말을 익힌 듯하다. 명석한 두뇌와 놀라운 흡수력, 그리고 활달 명랑한 성격 등이 결합하여 따로 우리말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녀가 밝혔듯, 한국어를 더 공부하면 남편과 시어머니가 밀리게(?) 되므로 집에서는 이탈리아 말을 쓰고 있다는 얘기도 농담이 아닌 듯했고. 크리스티나와 남편 김 00씨 사이의 소생이 보일 놀라운 능력이 몹시 기대된다. 하하하.

 

큰 뜻을 품고 국제법까지 공부했음에도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모든 걸 포기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그녀가 한 말. ‘여러부운! 공부 열심히 할 필요 없어요!’에 방청객들은 큰 웃음과 박수로까지 호응했는데, 과연 그녀가 자식에게도 그런 말을 할까 싶어서 해보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말로 청중이나 관객을 휘어잡는 실력으로 보아, 나중에 한국말이 더 유창해지고 고급 낱말들을 사용하게 되면 어쩌면 고급 대담 프로 같은 것의 진행자로 나서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국이 가장 어려웠던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오일 달러로 풍성한 중동 각 국가로 취업 삼아 진출한 이들 중에는 여인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중 몇몇은 아랍 고전에까지 정통할 정도로 아랍어가 유창하여 티브이 프로그램 사회자로 활동한 이들까지도 있었다. 처음에는 아랍 여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2. 돌아볼 몇 가지 어휘들

 

그래도 우리말 공부의 장()이니 어제 나온 말들 중, 되짚고 갈 것들 몇 개만 돌아보기로 하자.

 

-의 명칭 : ‘기역(o)/기윽(x)’. 이와 관련하여, 한국인들도 기억으로 발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의 경우, 의 발음에 영향 받아 키억으로 말하는 일이 흔하다. ‘키읔이다.

 

- ‘새다/세다/쇠다’ : 외국인들에게는 헷갈리기 좋은 말이다. 그리고 한국인들도 이따금 명절을 세다로 말하거나 쓰는 이들 적지 않다. ‘명절을 쇠다이다. 이건 기출 문제에 속한다.

 

- 십자말풀이에서 출제된 한자어 : ‘개념/세계/이판사판/기숙사/기고만장/원조/조강지처/대기만성’.

이 중, 출연자들이 기세등등으로 답했던 기고만장이 쉽지 않았다. 뜻풀이 구분에서 우리들도 실수할 정도로. 아래에 뜻풀이를 보이면,

 

기세등등(氣勢騰騰)[] 기세가 매우 높고 힘찬 모양.

기고만장(氣高萬丈)[] 1.펄펄 뛸 만큼 대단히 성이 남. 2.일이 뜻대로 잘될 때, 우쭐하여 뽐내는 기세가 대단함.

 

- 받아쓰기 문제 : 햇병아리. 입맞춤. 바깥세상.

 

여기서 주의할 것은 바깥세상은 한 낱말이라는 점이다. 띄어쓰기 문제로 나올 때 조심해야 한다. 그 밖에 바깥바람/바깥소문/바깥소식/바깥출입/바깥소문/바깥손님/바깥식구/바깥공기/바깥반상도 모두 한 낱말의 복합어들이다. ‘바깥반상(-飯床)궁중에서, 임금에게 올리는 음식상을 이르던 말수라상은 이 바깥반상의 높임말이다.

 

- 덧붙이기 :

 

1)‘장아찌장조림’ : 어제 출제된 장아찌와 관련, ‘장조림(-)’을 답할 수도 있는데, 외견으로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들이지만 뜻풀이만으로는 헷갈릴 수도 있거나, 뜻풀이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다. 참고로 아래에 뜻풀이를 붙인다.

 

장조림(-)[] 간장에다 쇠고기를 넣고 조린 반찬. 요즘은 쇠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달걀 등 다양한 재료를 간장에 넣어 조린 것의 총칭도 됨.

장아찌[] 오이, , 마늘 따위의 야채를 간장이나 소금물에 담가 놓거나 된장, 고추장에 박았다가 조금씩 꺼내 양념하여서 오래 두고 먹는 음식.

 

2)이판사판은 고유어인가, 한자어인가? : ‘이판사판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뜻하는 고유어다. 일부에서는 이 말이 예전에 이판(理判. 참선을 주로 하는 선승)과 사판(事判. 경전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교종 승려) 간의 치열한 싸움에서 온 말이라고 하나, 표준에서는 인정하지 아니하고 고유어로 본다. 참고로 현재 표준에서는 이판/사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이판(理判)? <불교> 속세를 떠나 수도에 전심하는 일.

사판(事判)? <불교> 절의 모든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함.

 

한가위 연휴가 이어지고 있다. 쉴 때는 푹 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이 적지 않다. 노동절이라고 돌려 표현하기도 하는 대다수의 주부님들도 그렇고, 그 밖에 수도/전기/가스/정유/철강/해운/항공/운송/대중교통/관광숙박업과 같은 기간산업 종사자들, 15만 여명에 달하는 경찰과 소방관, 그리고 군인들이 큰 줄기를 이룬다면, 등대지기로 불리던 항로표지관리원(요즘은 등대원으로 약칭)에서부터 유통업종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젊은 알바생들까지 소수의 빛나는(?) 근로직들도 적지 않다.

 

집에서 편히 쉬는 우리들은 조금이라도 마음의 짬을 내어 그들을 돌아보는 게 어떨까. 그런 이들이 있기에 추석 연휴에도 전철/버스/택시/기차/비행기/배가 운행되고 호텔에 외국인 손님이 머물 수 있고, 우리들은 집 안팎에서 수도전기가스주유의 혜택을 정상적으로 누린다.

 

몸과 마음 모두에서, 한가위를 계기로 더욱 풍성해지시기들 빈다. []

 

* 글 속에 나오는 잭프루츠의 모습.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에 가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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