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후 뭘 해야 하나?
도서관에서 매일 대하는 사람들 중에 정년을 2년 앞두고 있는 이가 있다.
오늘 아침이다.
그는 퇴임 후 뭘 해야 할지, 뭘 해야 하는지를 두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연금 수혜 대상자임에도 돈벌이 걱정도 빠뜨리지 않았다.
내가 말했다.
종이 한 장을 갖다 놓고 세로로 두 줄을 그어 세 칸을 만드시오.
그리고 첫 번째 칸에다가는 자신이 잘하는 것들을 죽 아래로 적어 내려가시오.
두 번째 칸에는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죽 적어 내려가시오.
세 번째 칸에는 그동안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사회인으로 살아오면서,
살아오고 살아내느라,
무척이나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죽 적어 보시오.
정년퇴임 후 해야 할 일은 세 칸 모두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것들인데
그런 공통사항이 몇 개쯤 되거든
그중에서 딱 두 가지만 고르시오.
그리고 그 두 가지에다 우선순위를 매긴 다음 1위로 오른 것,
바로 그걸 하면 되오.
두 번째 것은 첫 번째 것을 다하고 난 다음이거나,
두 번째 것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정한 때가 오거든 하시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첫 번째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준비 시간이 꽤나 필요한 법인데
겨우 2년 정도라면 한참 늦은 것 같소이다...
정년퇴임 후의 삶*처럼 미리 충분히 준비해야 할 일도 없다오.
늦어도 40대 후반 정도에는 그런 밑그림이 확실하게 그려져야 하는 법인데...
그래야 비교용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일도 없고
주변의 눈치를 보는 시간도 절약되어 단순하게 사는 법도 체득하게 되고
나아갈 길이 일목요연하게 보이는지라 시간/정력 낭비를 안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런 확실한 겨눔이 있는 이들에겐
시간/돈/마음의 여유까지 덤으로 주어지는 법인데... [Oct. 2014]
* 정년퇴임 후의 삶 :
나는 그걸 ‘삼모작 인생’ (혹은 ‘인생 삼모작’)이라는 말로 요약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모작 인생’이란 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을 삼모작이란 용어로 공식적으로 사용한 건 내가 최초라고 생각한다. 1998년부터 사용해 왔으니까. (외국에서는 ‘the third age’라고 하는데, 시기 구분도 나와는 많이 다른 편이다.)
1기의 삶은 30살까지를 이른다. 바지런하게 배우는 시기다. (A period of diligent learning). 태어나서부터 학교와 기타 배움터 (남자의 경우는 군대) 등을 거쳐 신입으로 시작한 직장 생활 초기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히 배워야 한다.
2기의 삶은 31세~60세까지로 이모작의 계절이다. 배운 것을 총동원하여 열심히 일하는 시기다. (A peirod of hard work). 가장으로, 사회인으로, 직장인으로 집/직장/사회/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 가족도 부양하고 세금도 내는 시기.
60세 이후가 삼모작 시기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즐기면서 즐겁고 신나게 하는 시기다 (A period of enjoying doing something long wished and planned). 일을 하되 즐겁게 하고, 일하는 것을 즐기며, 욕심 대신에 기쁨을 나누고 퍼뜨리는 시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준비를 이모작 시절에 서서히 해둬야만 한다. 경제력/지력(智力)/체력/마음 가꾸기 등의 준비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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