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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과 여성, 그리고 말(馬)

우리말 겨루기 문제 풀이

by 지구촌사람 2014. 11. 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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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담과 여성, 그리고 말()

 

 

  You bath horse and it goes back to mud.

  (말은 잘 씻겨놔도 다시 진흙탕으로 되돌아간다.)

 

  30여 년 전 아랍계 미국인으로 명칼럼니스트였던 에이하브(Ahab)가 내게 가르쳐주었던 러시아 속담이다. 그는 내게 칼럼니스트는 무엇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가르쳐준 스승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뜬금없이 그 말이 생각났다. 찾아볼 게 있어서 <여성 속담 사전>(송재선 편. 1995)을 펼쳐보고 있을 때다.

 

  우리나라에도 속담이 적지 않은 편이다. 꾸준히 속담을 수집해 온 전문가에 의하면 약 6만여 구()가 된다고 하는데, 큰 사전이라고 해봤자 1만 개 안팎 정도만 실린다. 비슷비슷한 것들이나 너무 지독한(?) 표현들을 골라내고 싣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속담들의 거개가 여성과 관련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송재선에 의하면 91%나 된다고 한다. <세계 여성 속담 사전>을 엮어낸 미네케 스히퍼의 말대로 지혜 혹은 잘 포장된 편견이 낳은 결과가 아닐는지.

 

  ...놀던 계집이 결딴나도 엉덩잇짓은 남는다. 화냥년이 수절타령을 한다. 열녀전을 끼고 서방질한다. 사내 못난 것은 사랑에 가서 먹이나 갈아 주고 계집 못난 것은 젖통만 크다...

  아무렇게나 들춰 본 페이지들에서 눈에 들어온 것들이다. 그러자 위에 적은 러시아 속담이 뒤이어 떠올랐다.

 

  사람이나 말()이나 못된 것은 그 버릇을 씻어내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람을 말()에 빗댔을까. 아니, 그 순간은 사람 축에도 들지 못한다 싶어서 말과 동격으로 놓았으리라. 우리말에도 사람답지 못한 짓을 하는 사람을 축생(畜生)이라고 한다.

  사람의 언행에는 저마다 이유 내지는 변명이 있다. 하지만, 한사코 되풀이해서 축생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사유에까지 관심하거나 포용할 이들은 없다. 러시아 속담의 결론도 그렇다.

 

  The wildest colts make the best horses. (가장 거친 야생 망아지가 가장 좋은 말이 된다.)

  그리스 속담이다. 이 속담이 가치가 있는 것은 그 거친 방황의 시기가 청소년기나 청년기로 한정될 때다. 그러한 방황의 황야 시대 경험은 중장년기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다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행동의 푯대로 작용할 때 그렇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나이 들어서도 축생의 삶이 이어지면 경멸과 야유의 손가락질이 뒤따르며, 확고하게 축생(사람이 기르는 온갖 짐승)’의 대열에 편입된다. 그 손가락질에 매단 푯말은 이렇다.

  ‘늙은 말이 콩 마다할까’.                     [Nov. 2014]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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