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인들 연말 가족모임을 갖지 않는 집은 없지 싶다.
우리 역시 해마다 하는데, 모임 프로그램 중 두 가지가
다른 집들과는 좀 다른 편에 속한다.
하나는 각 가정마다 그 한 해 동안의
10대뉴스를 선정해서 발표/보고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돌아가면서 각 가정을 상대로 선물 교환을 하는 것.
그리고, 할 수 있으면 상대 가정으로 편지쓰기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올리는 연서(戀書?)는 기본이 되었고...
(연서인 까닭 : 편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합니다!"로 끝나니깐. ㅎㅎㅎ)
행사 순서는 식사 --> 10대뉴스 발표회 -->선물 교환 -->생일잔치 -->여흥.
순서대로 대애충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식사. 형편에 따라 외식이나 집안행사로 치러지는데
올해는 먼 곳에서 오는(울산) 둘째처남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집안에서...
그럴 경우에는 각 가정마다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해오는데
공교롭게도 두 처남댁들이 저마다 사정이 있어서
올해는 우리 집에서 준비한 것과 장모님 솜씨로만 치렀다.
이건 울 마마님이 개발한 퓨전 구절판.
꼬마야채, 양배추, 오이, 색색의 피망과 파프리카에 새우와 오징어가 보인다.
가운데에 3색의 날치알이 있는데, 그게 아주 대히트...
먹을 때는 김에 이것저것 넣고 싼 뒤,
오른쪽에 보이는 참치를 넣거나 김치를 약간 보태면, 입맛 맞추기 끝.
저걸 세 상 차렸는데, 나중에 보니, 빈 그릇들만 무성.
성공 예감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땅... ㅎㅎㅎ
하기야, 우리 집에서 준비해간 것들은 歷代로(?) 히트해왔다.
해파리냉채와 미더덕찜, 대게 찜, 꽃게 찜+회 등이 그런 메뉴들이다.
이어서, 각 가정별 10대뉴스 발표회로 들어가기 전
한 해 동안의 가족모임과 사건사고 돌아보기용 사진 관람.
그걸 보면, 잊고 있었던 일조차도 있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위의 화면 역시 그런 건데, 전부 당진에 내려와서 집에서 멀지 않은 도비도라는 곳을 갔었는데
그때의 사진. 그게 우리 집에는 사진이 없어 깜박 했었는데, 저걸 보고서야, 맞아 참
저기두 갔었지... 했다.
이어서 인식이네의 10대 뉴스발표.
1인3역의 초인적(?) 삶을 꾸려나가는 둘째처남이 어지간해서는
제 할 일 제대로 하지 않는 법이 없는데, 올해는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어서,
파워포인트 작업을 못하고, 한 장으로 때웠다.
(그는 울산의 4년짜리 대형 프로젝트의 관리부장이자,
파주 모 교회의 안수집사 피택을 받을 정도로 신실하고 욜심히 산다.
주말부부로 지내면서도, 어느 한 가지 일을 소홀히 하는 법이 없따아...)
인식이네 뉴스는 발생 순서별로 꾸려진 게 특징.
그 만큼 준비할 시간에 쫓겼다는 뜻도 된다.
그 중 매주 목요일 밤이면, 울산과 파주를 캠으로 연결하여
가족예배를 드렸다는 게, 눈에 띈다.
(둘째처남은 울산 발령 이후 혼자 지냈다.)
9번째로 오른 <2일간의 외출>이란 제목은 설명이 필요한데,
아이들 둘만 집에 두고 부부끼리 길 나선 것.
아이들을 믿고 그리 해봤다는데, 예상대로 어린 녀석들 둘이 밥 잘 찾아먹고,
잘 지내고... 했다는 후일담이 전해내려온다.
연말 모임을 12월23일로 당겨서 했던 것도,
인식이네가 드디어 울산으로 이사 준비를 마친데다,
그 다음날 두 집 세 아이와 한 엄마가 두 달 동안의 필리핀 연수를 떠나기 때문...
참,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인식이네 뉴스 발표는 초등3년생인 인식이가 했다.
아이들에게 발표력도 길러주려는 작은 배려가 돋보이는...
(나도 내년부터는 진이가 할 거라는 말로, 미리 짐을 지웠당. ㅎㅎㅎ)
이어서 우리 집 10대 뉴스 발표.
맛배기로 몇 장 준비했던 것들 중 일부...
사진 위 왼쪽은 1월1일 해맞이를 위해, 행주산성에 올랐던 것.
아래 왼쪽은 당진 쌀축제장에 가서, 논둑에서, 지게질을 몸소 해보신 공주.
울집 1번 뉴스. 맨 처음 집 보러 왔을 때, 카메라를 준비하지 못해
핸폰으로 찍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초라하게 나와서,
이사전 동정표와 이사후 감탄사를 얻는 데에 성공.
저 장면에서... "응 수고들 했어. 애썼어!" 소리가 아버님 입에서 나왔고, 관객들은 박수쳤다. ㅎㅎㅎ
사실... 좀 애도 쓰고 힘도 썼다. 저 한 칸 위의 농가주택을 사서, 내외부 수리를 아주 과감히 했다.
시커먼 차폐막으로 덮여 있던 박차장을 뜯어내고 원두막으로 고쳤고 (그것 하느라, 내 오른손가락 약지를 다쳤고...)
간이화장실 자리를 다 뜯어내고 개집 (동네 사람들은 그걸 '개별장' 수준이라고 했다)으로 만들었다.
굳이 사진설명이 필요없지 싶다. ㅎㅎㅎ
저 집의 마당과도 같은 자리엔 본래 대형 버섯양식 비닐 하우스가 있었는데
그걸 죄 뜯어내고 그걸 밭으로 일구느라 고생 좀 했다. 땅이 하도 굳어서 곡괭이로 팠는데
내가 주말과 아침 시간을 바쳐 3주에 걸쳐서 해냈다.
땅 200여 평이 그리 넓은 줄, 그때 첨 알았다. ㅎㅎㅎㅎ
땅을 크게 두 쪽으로 나누고 한쪽은 마마님 담당. 일반 채소류와 각종 먹을거리를 심었고,
또 한쪽은 내 연구용(?)으로 썼다. 도라지, 당귀, 마, 그밖의 약초들을 심었는데, 그게 내 담당구역... ㅎㅎㅎ
이 부분에서 토를 달자면, 마마님은 한 해에 로또라는 걸, 두세 번이나 살려나...
그런데도, 떡 하니 3등 (숫자 다섯 개 맞는 거... 흐미, 하나만 더 맞으면, 은행 본점으로 가는 거인디... ㅎㅎㅎ)
하여간, 울 마마님은 올해 재복이 있는 듯하다.
저 로또는 온 가족을 놀라게 한 일이지만, 나를 놀라게 한 게 또 있으니깐.
두어 달 전인가. 통장 하나를 내미는데 보니깐, 흐악...
동그라미가 7개씩이나 붙은 거금.
이른바 적금식 펀드라는 걸 세 해전에 들었다는데, 그 수익율이 물경 66%.
졸지에 몇천 만원의 거부가(?) 되신, 마마님이 을매나 존경스럽던지.
(세 해전이면 펀드라는 게 지금처럼 널리 알려진 시절도 아니었는데... 흥흥)
좀더 들으니, 울 공주님의 몇 백짜리 통장도 펀드로 연계해두었다나...
며칠 전, 티비에서 스쳐지나간 경제비타민인가 하는 프로에서
금년도 최고수익율 펀드가 M회사의 65%수준이라고 나오는 것 같던데,
울 마마님은 그보다도 고수준??? 흐악.
출연 후 후기 : 이젠 논네 머리도 굳어서, 순발력에서 한참 뒤떨어진다는 걸 절감, 또 절감했다. ㅎㅎㅎ
하여간, 발표내용을 죄다 제시할 수는 없으므로, 대충 하고 가면,
우리가 지은 원두막과 개집은 그 동네의 명물로 떠올랐고, 시험 재배한 도라지도 대성공.
원두막에서는 수시로 가족 야외음악회도 열었다.
항상 텃밭 일로 놀 틈이 없었던 마나님은 그 상(賞)으로 얼굴에 검은 점들이 늘었고... ㅎㅎㅎㅎ
여기서 장면 전환.
선물교환식으로...
교환순서는 해마다 바뀌는데, 올해는 우리가 장인장모님한테 받고, 성식이네에게 주기.
내가 장모님한테서 받고 있는데, 울 공주님 표정이 희한하다.
(욕심꾸러기... 지 것두 있는디, 지가 먼저 받지 못한다구 입이 절반쯤 비죽... ㅎㅎㅎ)
우리가 성식이네에게 줄 차례.
가족별로 준비했는데... 미리 선물목록을 공개하자면
토끼띠인 큰 처남에게는 서리 맞은 배추속 한 상자.
처남댁에게는 무지 야한 꽃무늬 팬티에다가 쓸모도 없는 콘돔 하나 (시험 삼아서 풍선으로 불어보라고...),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쓸모대로, 예비숙녀용품과 정성 조금 들인 문방구류...
이게 바로 그 날 웃음보따리를 자아낸 알배추...
(처남은 저 배추속을 무지 좋아한다.
토끼띠 표시가 거기서두 나지만. ㅎㅎㅎ)
배추 한 포기 꺼내들자, 아이들도 죄다 와아 달려들어서, 입들부터 벌리기 바쁘당.
(교감 승진후보인 큰 처남이 하는 짓치고는... 배꼽 잡았다.)
명품을 좋아한다고 못 박힌 작은 처남댁은 명품 손지갑을 받았다.
작은 처남이 받을 차례쯤 되어서는, 줘야 하는 사람이 안 주려고 해서,
받을 사람이 빼앗으려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흐ㅎㅎ
장인장모님은 작은 처남에게서 최신식 전기밥솥을 받으셨다.
교체해야 한다고 해서, 필요한 걸 사드리는 걸루 땜방.
이어서, 할아버지 할머님께 받치는 연서 낭독 시간...
서너 해전부터 울 공주가 할아버지 할머니 뵈러갈 때마다,
편지를 써갖구 가서 읽어드리기 시작한 게 그 효시인데, 이젠 죄다들 한다.
사진 중 맨 오른쪽 아래쪽으로 큰 손녀, 송하의 손이 얼굴에 가 있다.
진이 편지 낭독 중 눈물 닦고 있는 중... 녀석은 그처럼 맘이 여리고 착하다.
송하의 편지 낭독 시간... 녀석은 지 편지를 읽으면서도, 또 눈물.
작년인가, 녀석의 편지 중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의 아빠 엄마가 결혼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태어나 부모님 사랑 받으며 자라낼 수 있게 해주셨으니까요..."
하도 잊혀지지 않아서, 올해 발표회 서두에서 내가 그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하기도 했다.
아래는 우리가 각 가정에 써서 전달한 메모글들.
이건 울 마마님 글씨.
이 두 개는 내 글씨...
그림은 죄다 마마님 작품.
몇 분도 안 되어 이내 쓱쓱하면 생산해낼 정도의
고속 크로키 전문가 수준. ㅎㅎ히.
마지막으로 그날 여흥 프로그램에서 대박낸 울집 작품.
공주와 내가 공동합작한 맨손의 찰리 채플린.
박수와 폭소는 춤꾼 인서의 즉흥 막춤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두 공주의 본격적인 춤판 공연으로 이어지면서
그 날두 식구들은 모두 실컷 먹고, 실컷 웃고, 실컷 박수 쳤다.
그리고 생일이 그 근방인 세 사람이 있어
미리 축하 자리를 가진 뒤 우리들은 자리를 떴다.
속으로 은근히 저마다 감동 한 자락씩을 받아안고서...
한 해 뒤 또다시
이런 웃음 담아내는 삶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름대로 부지런히 살아갈 것이고,
그런 삶들에 밑거름으로 충분할 그런 자양분을
우리들은 그날 또 다시 받아안은 셈이었다. [12 Jan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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