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시금시금'이다.
가족이란 낱말을 떠올리는 순간,
눈알이 제 먼저 막무가내로 시금시금해져 온다.
가족이란 먹먹함이다.
가슴이 대뜸 먹먹해져 오면서 저려온다.
가족이란... 말없음표, 말못함표다.
더 이상 말로 담아낼 수가 없다.
지난 토욜, 아니 금욜 저녁이다.
토욜 아침에 집에 가려고 맘 먹고 있었지만
엉덩이는 내내 들썩거리고 있었고, 마음의 91%가 집에 가 있는 판국인지라
그걸 억누르기 위해 일부러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 직원 하나가 이천 시내에 나간다고 차가 부릉부릉...
일하다 말고 뛰어내려가서는, 5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서는
방으로 뛰어올라, 작업하던 컴만 끄고는
입고 있던 옷에다 가방 하나만 들고, 운동화 꿰어 신고 아랫층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해서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
딸랑구는 기다리다 잠이 들었고
현관 키번호 조작 소리에 함께 나온 건 마마님과 싱글이.
그 다음날, 셋이서 자전거를 타고 일산으로 내달렸다.
최초의 1가족 자전거 원행.
다녀오고 보니 왕복 30킬로였다.
오가는 길 26킬로에 일산 호수공원 한 바퀴가 3.9킬로.
하룻밤을 못 참고, 금욜 저녁 달려가기를 참 잘 했다.
왜냐, 토욜 아침 7시에 출발해도 집에 도착하면 11시가 되어 토욜 오전이 날아가는데
금욜 저녁 늦게라도 집에 도착한 덕분에
우리는 토욜 아침부터 느긋하게 놀러갈 수가 있었다.
간 곳은 일산 호수공원.
파주 운정 신도시에서 자전거로 길을 나섰다.
(자전거 주행로가 아주 잘 마련된 파주와 일산은 한두 군데만 손보면
한 번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 길이 좋다!)
아래, 사진은 전국 체전 개최지였던 고양시에서 종합운동장 입구에 마련했던
손님맞이용 꽃 장식들.
오른쪽 사진은 호수공원 <세콰이어 길> 옆에 위치한 선인장 전시관.
(계속) 선인장 전시관
이건 호수공원 안에서 선인장과 다육이들을 전시/판매하는 선인장전시관인데...
나이 지긋한 부부 한 쌍이 그곳 시설 임대를 받아 자비로 운영하고 있는 듯했다.
규모는 이 나라 선인장류 최대 전시관 중의 하나인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의 1/4정도이지만
개인으로서 그 만큼 정성을 들여 가꾸기는 어려울 정도.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그곳에 매달린 명찰들에 쓰인 이름들이
정식 명칭이 아니라, 도매상인들이 사용하는 상용 명칭이라는 것.
하기야, 다육이 종류들은 정식 명칭들이 전부다 10자가 넘는 꼬부랑 글씨들이라서
제대로 사용하기에 여간 힘들지 않다.
하지만 플루메리아 같은 것들까지, 다른 이름도 없고, 과속종 구분이 명확한
그런 것들까지 이름을 오기한 것은 쫌 그랬다...
위 사진 중 왼쪽에, 나와 진이가 찍은 사진의 뒤에 있는 게 플루메리아다. 오른쪽 사진은 그 꽃만 찍은 것.
하와이가 원산지인가 하는 것으로 아열대 지방에서 잘 자란다.
꽃이 아주아주 예쁘고 향기 또한 아열대 교목류 중에서는 빼어난 편에 든다.
(당진에서 씨로 발아시켜 기르다가, 노지 재배와 실내 교체 시기를 앞당기는 바람에
세 그루 모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선인장 전시장을 나와서 울집 두 뇨자덜이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들이 하도 이뻐서
내가 뒤에서 타고 가면서 한 손으로 찍은 것. (나 혼자 뿌듯하는 데는 다른 소품들이 굳이 필요없따~~~ ㅎㅎㅎ)
호숫가를 건너와서, 야외 음악당 주변의 호숫가에서...
아직도 철거하지 않은 국화 전시장 앞... 공주는 토끼를(오른쪽) 엄청 좋아한다.
좌우 모두 토끼인데도, 공주는 굳이 오른쪽에서부터 사진을 찍고 싶어했당. ㅎ
놀자판으로 전환하는 데는 이 아비만큼이나 빠르신 울 공주.
오른쪽 사진은 국화로 지은 남대문인데, 위를 일부러 잘랐다. 글씨들이 방해되어.... ㅎ
저 전시용 꽃들 꾸미기에 들인 정성들이 정말+정말+정말 대단했다.
예컨대, 토끼 소녀를 선인장으로 꾸민 것도 있었는데, 대충 헤아리보니
2000개 이상의 계란선인장들을 색깔 별로 나누어 심은 정성품.
아래 두 사진들이 바로 그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소녀의 오른쪽 이마 가운데 부분만을 접사한 것.
저렇게 작은 선인장들을 촘촘히 심어서 - 그것도 비스듬히 세워진 판에- 만든 작품. )
굳이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그 근처에서 사진을 찍어대던 아줌마 팀원 중의 하나가
우리가 기특해 보였는지, 가족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해서 찍었는데....
저 사진은 좀 갈무리를 한 것. 아래가 불필요하게 나왔고, 지나던 이들의 모습까지 찍혀 있어서
우리 가족으로 한정한 것. 그래도, 우릴 기특하게 보고서, 찍어준 아짐씨의 마음씨가
저 사진 속에 들어가 있다. 사진은 찍는 이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니까...
국화꽃 꽃 치장(전국체전용?)이 아직 철거되기 전이어서, 그 정성들이 하도 이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 중 몇 장.
사실 저 국화들은 대국(大菊)*에 속하는데, 저렇게 외부 전시용으로 기르는 것보다는
집에서 식구처럼 가꾸는 게 훨씬 더 낫다...라고, 나는 감히 큰소리 친다.
왜냐. 내가 당진에서, 이곳저곳에서 본 이쁜 녀석들을 통사정해서 잔가지들을 얻어다
꺾꽂이로 두 해 가까이 정성 들여 키운 녀석들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 국화는 원예종이 하도 다양해서, 감국(甘菊. 국화차를 끓여 먹을 수 있는 식용 꽃 국화]을 제외하고는
이제 거의 꽃 크기에 따라, 소국(小菊)/중국(中菊)/대국으로 구별한다. 그게 편리해서...]
나중에 국화 사진만 별도로 올리면서, 내가 키운 국화들 사진을 함께 보여드리고자 한다.
평가는 당근 여러분들의 몫이지만. ㅎㅎㅎㅎ
울 딸은 아직도 착하다. 아비만큼 더 높이 손을 올릴 줄 모르는 순진파이시므로.
둘이 차례로 들어가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아비와 딸의 차이점이 드러났다. ㅎㅎㅎㅎㅎㅎ
노는 건 한판이다. 음악이 생활화되신(?) 덕도 있지만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아비를 닮아서, 울 딸은 이래저래 참 고마운 존재.... ㅋ
상어 입에 손과 머리를 선뜻 집어넣으시는 공주님... 와.
나넌 손도 끌려 가기 싫어서 호들갑 떨면서 발악 중. ㅋ
(사진 왼쪽) 아 배고프당... 먹자골목은 이미 봐 둔 터. 신호등이 빨리 바뀌기를 우린 기다렸다. ㅎㅎ
하기야 아침 10시에 집을 나와서, 실컷 자전거 타기 중노동을 하고 신나게 놀았으니
모두다 배고픔 증세의 최고 단계.
(오른쪽 사진) 그래서 찾아든 곳이, <코다리 정식집> 그 근방에서 꽤 유명한데, 저 음식만 20년 넘게 해온 집.
코다리는 단맛이 많이 가미되고 지나치게 부드러운 감이 있지만, 다른 반찬들이 정성지극표.
우리는 장수막걸리 한 병을 단비 기다린 농부처럼 꿀떡 했고, 나올 때 그릇들을 두 무더기로 곱게 쌓아놨다.
모든 음식을 깨끗이 비운 덕분에... 그런 우리에게 식당 주인 아자씨와 서빙 아줌마 모두, 오래 눈길을 보내왔고
우리는 잘 먹은 인사를, 고마운 끼니 제공 인사를, 그렇게 했노라고 손만 살짝 들어 보였다.
그날 우리 셋은 9시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아니, 자리 깔고 버티다가 모두 스르르 ~~~ 픽! 했따.
나는 그날 두 뇨자덜이 앞서가는 자전거를 따라 페달을 딛었는데
그 시간 내내 가슴이 먹먹했고,
수시로 눈이 침침해져 왔다.
안경 알도 아침에 비누로 깨끗이 씻어서 쓰고 나갔는데...
가족은... <말로는 다 못함표>이다. [Oct.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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