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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아, 따개비표 공주!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1. 10. 1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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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아, 따개비표 공주! 

 

 

 

 

지난 4월20일*.

울집 황후마님께오서 가출하셨다.

1박2일로.

 

사진은 그 가출녀인 엄마와 통화하고 있는 울 공주의 모습.

울고 있는 걸까, 아님 웃고 있는 걸까.

답은 두 가지 다다.

 

그날, 마마님은 우리가 장모님 근처로 가서 머물 집을 확정하기 위해

파주 운정 신도시의 아파트들을 둘러 보며

꼼꼼이 이 집 저 집 죄다 살펴보고,

또 주변의 빈 땅 중에서 우리가 늘 해오던 짓을 할 수 있을까를 살펴보기 위해

1박2일의 壯征(?)으로 가출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공주마마.

처음에는 간단히 귀가보고를 하는 것으로 엄마와 통화했다.

 

저녁을 먹고 나더니, 한 번 더 전화기에 대고서, "엄마~~!"

그러더니, 내게 와서 말했다.

"엄마가 자기 전에 한 번 더 해도 된대. 9시반 전에"

내 대답.

"어라. 할머니가 9시 전에 주무실 텐데...

할머니 주무실 때 전화하면 안 되잖아"

공주 왈

"엄마가 해도 된다고 했다니깐..."

 

그러더니 10분도 안 되어 또다시 전화기를 잡았다.

"엄마아~~~~~"

공주의 목소리엔 위험스럽게 물기가 배어있었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소리를 하면서, 목소리에 울음기가 절반.

내가 공주 옆으로 가서 그랬다.

"야... 너 조금전까지도 헤헤 호호 했잖아.

너 웃긴당... 웃다가 울다가 하면 어디에 털 난다는 거 알잖아"

 

그랬더니, 공주의 울음기는 또 킥킥거리기로 바뀐다.

그렇게 울음과 킬킬 킥킥이 뒤섞인 표정.

저게 위의 모습이다.

 

                         *

공주의 별명 중 하나는 <엄마표 따개비>다.

어렸을 적부터 어딜 가도 엄마의 치마꼬리를 놓지 않아서 붙은 별명.

 

11살인 지금도 여전하다. 그 형태와 정도가 약간 순화되거나

경미해졌을 뿐. 애착의 강도가 아주 심하다.

 

그런 공주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전화가 끝난 뒤

그날 밤 나와 함께 자겠다면서

내 방으로 제 요와 이불을 들고 들어온 공주를 힘껏 껴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발가락 간지르기로 서로를 공격하면서 킬킬거렸고...

 

한참을 그리하고서 자리에 누웠다.

어느 새 내 눈가에 나도 모르게 물기가 맺혀 있었다.                [Apr. 2010]

 

* 이건 작년 이야기다. 파주로 거처를 옮기기 전

  집을 알아보러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

  기록 창고로 사용해 온 네이버 블로그에 있던 것.

 

  오늘 울 공주님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사진이다.

 

  나는 지금도 울 딸 모습들을 떠올리다 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참 많다.

  아직도 한참이나 덜 된 아비라서인지... ㅎㅎㅎㅎ  [Oct.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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