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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봤 다!!!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1. 8. 2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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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봤 다!!!

 

해마다 8월15일은 처갓집 벌초일이다.

장소는 강원도 홍천.

우리나라에서 산삼이 가장 많이 채취되는 곳이라서

초보 심마니들이 한 번쯤은 꼭 기웃거려 보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는 몇 년 만에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 동안 희한하게도 출장과 겹치거나, 내 일이 생겨 함께 하지 못했다.

 

 

 

 

 

나넌 전문(?) 벌초꾼이닷. 저 폼을 보라. ㅎㅎㅎ.

(비됴 녹화 담당이신 장인어른께오서 촬영하면서 녹음하시는 말씀 중에...

"어머님. 올해는 최서방이 얼마나 정성들여 잘 깎았는지

 마치 배코 친 듯이 잘 깎였습니다아... 시원하시죠?")  

 

사실 저 날엔 산삼 채취가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벌초를 빨리 마치기 위해서 내내 예초기를 담당했다.

총 8기의 묘 중에서 5기를 내가 했고, 나머지는 교대로들 했다.

(예초기 두 대를 사용해서)

저 바지는 이제 벌초 전용으로 해야 할 정도로, 빨아도 풀물이 지워지지 않았따!

 

참, 그렇게 오래 예초기를 가동하면 돌아온 뒤에 며칠 간은

팔이 저릴 정도로 그 떨림 현상이 남기 마련인데, 올해는 말끔.

올 들어 아침운동에 추가한 팔굽혀펴기 운동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듯하다.

 

 

오전 벌초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가볍게(?) 거둔 수확의 일부.

더덕과 도라지, 그리고 영지버섯 하나...

(하지만, 저런 것들을 채취하면서도 내 눈엔 산삼만 어른거렸다. ㅎㅎㅎ)

 

 

점심 식사 후 산삼 채취에 나서기 전, 내 장비를 챙겨주시면서

장모님을 위해 기필코 성공(?)하고 돌아오라고

격려 + 엄포 + 협박을 하고 겨신 울 마나님.

 

장도(!)에 오르기 전, 장모님이 쓰고 계시던 모자를 잠깐 바꿔 쓰는 것으로

장모님 기를 어떻게라도 해서 흠뻑 받고 가려고

온갖 귀여움+발악을 일삼은 나. 

(실은 어쩌면 이것이 장모님과의 홍천 사진으로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서, 귀여움을 더 부렸다.) 

 

 

한 시간 정도, 저 높은 분이 머무르실 만한 곳을 뒤진 끝에

첫 삼 발견. 그것도 3구삼. 야~~~~~~~~호!

 

 

이어서 인근에서 다시 또 한 분을 발견.

역시 3구삼!!!

 

아 오늘, 이게 웬일...

심마니로는 대선배 격인 사촌이 올 봄에 미리 한 바퀴 둘러볼 때

산삼은 하나도 못 보고, 봉삼뿐이더라고 해서

오르기 전엔 내 안쪽 한 구석에 그늘도 졌었는데... 

 

나중에 이 사진을 보니, 내 온몸이 땀으로 절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것도 몰랐다.

 

 

이어서 눈에 띈 일구삼.

 

딸이 매달린 3구삼도 발견...

* 딸 : 산삼에 꽃이 피고 그것이 열매로 매달린 것.

 

장모님 확진 이후, 심마니 수련에 나선 게 3년 전.

책과 인터넷을 뒤져 독학을 했고, 당진에서 나름 혼자서 수련을 했더랬다.

 

딸이 매달린 산삼 채취는 난생 처음.

 

 

 

이건 딸이 두 알 달린 것인데

하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하나만 매달려 있었다.

 

왼쪽의 것은 올 봄에 산나물 채취꾼들이 밟고 지나가면서 

줄기 하나를 부러뜨런 3구삼.

저런 삼은 올 겨울부터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몇 년은 기본이고 몇 십 년도 잠을 잔다. 저 상처가 회복되어 원상태로 돌아갈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산삼은 영양상태/생육환경이 나빠지거나 줄기/잎에 상처를 입으면

몇 년이고 휴면상태에 들어가는, 참으로 영특한 식물이다.

달리 영물(靈物)이라고 하겠는가만. 

딸이 달린 3구삼 중 하나인데, 아쉬운 것은 뇌두(묘두)라고 하는 것이

좀 미약했다는 것.... 그런 것은 장뇌삼 쪽일 가능성이 크다.

 

 

 

 

 

 

그날의 최대 히트품 중 하나. 바로 장인어른이 채심하신 것.

2구삼이긴 하지만, 옥주(玉珠. 뿌리에 혹박테리아처럼 매달리는 것)가 많고

나이도 듬직하게 들어 있었다.

 

게다가... 희한도 한 것이, 저 삼은 오가는 길가 쪽이라고 해야 할 계곡 사이에서

(등산로와 같은 길이 나 있는 건 아니지만, 그쪽 산록에 오르려면 거기로 다녀야 하는 곳)

1.5미터도 안 떨어진 곳. 그곳으로 처남 둘이 오르고 내려갔고,

심마니 대선배인 사촌도 지나갔건만, 아버님 눈에만 띄었다는 것.

아무래도 아내 간병을 위해 안으로 염원했던 그 진한 사랑에

하늘이 응수한 것 아닌가 싶기만 하다.

 

그 길로 오간 사람들이 산나물 채취꾼들까지 치면

최소한 십 수 명은 될 것이고, 그 동안의 시간을 생각하면 백 여 명도 더 될 터인데...

 

 

 

 

 

 

마지막 명중은 둘째처남이 했다.

둘째처남 역시 그 다음날인 8월16일에 위암(초기) 수술을 위해 입원한 장모가 계셔서

한 뿌리가 절실했는데... (게다가, 둘째처남댁도 은근히 엄포를 놓기도 했다.

병간 때문에 그날 참례하기 못했지만 그 전날에... "자기도 장모님을 위해

한 뿌리 알지? 빈손으로만 와 봐라!!!")

 

이 세상 40대 남자 중에서 착하고 건실하기를 꼽으면 단연 으뜸 수준에 들 둘째처남.

벌초를 끝내고 둥글레캐기에서 잠시 채삼 쪽으로 눈길을 돌린 모양인데

(아무래도 처남댁의 엄포가 효험을 발휘한 듯...)

얼마 안 되어 아주 손쉽게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내 무더기 삼을 발견.

(일구삼 1, 이구삼 2) 

 

내가 갔을 때는 이미 채삼이 시작되어 그 현장을 잡을 수 없었지만

암튼 대박. 둘째처남의 장모님을 위한 효심에 하늘이 감응하신 듯. 

(하여, 나중에 삼을 분배하면서 자신의 채삼 분이 아닌 큰 것으로 대체해서 줬다.

그래야 장모 앞에서 좀 어깨를 펼 것 아닌가. ㅎㅎㅎㅎ) 

 

 

 

 

이것이 그날의 놀라운 수확들. 11뿌리였던가...

 

우리의 고정 머뭄터인 그곳 민박집에 그날 머문 손님들이 

대여섯 팀 있었는데, 죄다 구경들 하느라 한 동안 술렁술렁.

 

 

 왼쪽은 처남댁. 국책기관의 최우수 요원 중 하나로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참가할 정도인데,

그날 내게 미리 한 뿌리를 살짝 부탁했다.

한 뿌리를 약속대로 건네면서 알아보니, 아 고3 수험생 딸에게 주기 위해서라지 않은가.

그러자 주변에서 모두들 합창... 딸 대신 어미가 더 수고하므로 어미가 먹어야 한다고.

그래서 일구삼 하나를 받아들고는 아주 정성껏 씹고 있는 중.

 

오른쪽은 울 마나님. 한 뿌리는커녕 반 뿌리 몫도 돌아가지 않는 멀쩡한 몸인지라

버리지 않고 주워온 삼딸을 씹었는데...

얼마나 쓴지 즉시 애퇴퇴 소리를 앞세우는 걸, 붙들고는 기념 촬영. ㅎㅎ히.

 

참, 장모님께는 그 자리에서 우수작으로 두 편을 씻어 드렸다.

카메라가 3대씩이나 있었는데, 그 장면을 찍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장모님이 그걸 드시는 걸 죄다 감격스럽게 지켜본 탓이었다. 

 

 

그날 오후 채삼 팀이 아닌 벌초 팀들은 둥글레 캐기가 본업이었는데

이처럼 적지 않은 수확을 거뒀다.

 

그날의 벌초 팀 중 찍사 하나만 빠졌다.

 

피에쑤 : 산삼을 캐들고 내려왔더니만, 마나님께오서

            등물도 해주시공, 새 옷으로 갈아입혀 주셨당. ㅎㅎ히.

 

 

(좌) 산삼 채취일 기념 사진을 찍자고 하자, 살짝 삐치신 공주님.

      지는 삼잎 하나도 못 얻어먹었담시롱...

      (아, 누구는 먹은 사람 있당가. 큰외숙모만 빼구... 내참)

(우) 그래두 금방 할머니 옆으로 가서는 씨익 웃어대는 딸랑구.

      저걸 찍으면서, 이게 마지막 사진이 아니기를 계속 빌고 또 빌었다.

 

                                                                                                    [Aug. 2011]  

 

[사족 하나] 요즘 산삼과 산양삼(사람이 씨를 뿌려 기른 것. 산삼(천종삼) 씨를 심으면 진짜 장뇌삼이 되고

                 지종삼 이하의 인삼 씨를 사람이 산에 뿌려서 기른 것이 산양삼)이 흔해서

                 자연산 산삼 구분이 일반인에겐 제법 어렵다.

 

                 제일 쉽게 구분되는 표지는, 산삼은 줄기와 뿌리가 'ㄴ'자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다.

                 줄기와 뿌리(약통이라고 부른다)가 '1'자로 이어진 것은 산삼이 아니라 산양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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